테세우스의 배 7
히가시모토 도시야 지음, 장선정 옮김 / 비채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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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만화책 2023.6.3.

책으로 삶읽기 818


《테세우스의 배 7》

 히가시모토 도시야

 장선정 옮김

 비채

 2023.1.13.



《테세우스의 배 7》(히가시모토 도시야/장선정 옮김, 비채, 2023)을 읽는다. 이 그림꽃이 다루는 일본 시골·서울을 잇는 이야기는 아주 오래된 예전이 아니다. 그런데 조금 예전이건 요즈음이건 ‘두들겨맞아 입을 다물고 마는 이웃’이 고스란하다. 책에 나오는 이야기로 끝나지 않는다. 우리 삶터를 보면 아직도 곳곳에서 주먹을 휘두르는 바보가 넘친다. 서울아이들은 서울시내버스에서 바보짓을 안 하지만, 시골아이들은 시골버스에서조차 바보짓을 한다. 그런데 이 바보들(철없는 아이들)은 혼자서는 바보짓을 안 한다. 꼭 무리지어 바보짓을 일삼는다. 한둘 아닌 여럿이 무더기로 바보짓을 하면서 낄낄거리니 웬만한 어른들은 입을 다물거나 못 본 척한다. 바보짓에 걸려들거나 휘둘리는 사람은 어찌해야 하는가? 바보짓을 일삼는 이 멍텅구리를 어찌해야겠는가? 무슨무슨 ‘프로그램’이나 무슨무슨 ‘지원센터’가 나쁘지는 않으나, 숱한 어른이란 이들은 ‘일자리·예산집행’에만 머물 뿐, 막상 ‘시골버스’라든지 ‘방과후 학교 둘레’라든지 ‘해 떨어진 저녁 사람들 발길이 뜸한 곳’에서 바보 멍텅구리 아이들이 어떤 짓을 벌이는지 안 쳐다본다. ‘경찰’이 이 일을 맡으면 된다고 여길는지 모르나, 바보 멍텅구리 아이들은 ‘경찰 손이 안 닿는’ 데에서 논다.


ㅅㄴㄹ


“쓰바사는 대낮부터 폭력을 휘둘렀어요. 나는 쓰바사가 시키는 대로 움직였습니다.” (7쪽)


“귀여운 아기도 낳고 행복하게 살고 싶지? 나는 이걸 ‘넣어’라고는 말 안 해. 넣으면 어떠려나 하고 생각만 할 뿐. 네가 결정해. 네 인생이니까.” (70쪽)


“그래도 행복한 때도 많았어. 죽는 게 낫다니, 그런 말이 어디 있어!” (142쪽)


#テセウスの船 #東元俊哉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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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가본드 36
이노우에 다케히코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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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만화책 2023.6.3.

책으로 삶읽기 818


《배가본드 36》

 요시카와 에이지 글

 이노우에 타카히코 그림

 서현아 옮김

 학산문화사

 2013.12.15.



《배가본드 36》(요시카와 에이지·이노우에 타카히코/서현아 옮김, 학산문화사, 2013)을 읽으면, 칼을 내려놓고서 쟁기를 손에 쥔 사람들이 나온다. 칼이란, 날카롭게 죽이는 연장이라면, 쟁기란, 골고루 갈아서 살리는 연장이다. 알고 보면 ‘칼·갈’은 말밑이 같다. ‘ㅋ·ㄱ’로 쓸 뿐이다. 칼도 싸움터가 아닌 부엌에서 도마질을 할 적에만 쓴다면 살림살이로 바뀐다. 그러니 ‘연장 탓’이란 덧없다. 연장 탓이 아닌 ‘마음 탓’을 할 노릇이요, ‘마음 갈닦기’를 할 일이다. 먼저 마음부터 갈아엎거나 갈고닦아야 몸을 다스릴 수 있고, 어느새 삶을 다스려 새길로 뻗을 테지. 칼자루를 쥐고 흔드는 바보짓을 멈추어야 사람이 사람답다. 《배가본드》는 길디길게 칼부림을 잔뜩 그리면서 멋을 부리다가 끝자락으로 넘어오면서 ‘칼부림·멋부림’이 그저 바보짓이라는 대목을 보여주면서 ‘흙살림’을 들려주는데, 그린이가 처음부터 칼장난 아닌 흙짓기를 사람들한테 들려주는 길을 노래했다면 어떠했을까? 《슬램덩크》나 《배가본드》가 ‘나쁜만화’라고는 느끼지 않지만, 어린이한테는 보여줄 뜻도 값도 까닭도 없다고 느낀다. ‘칼잡이가 철드는 길’을 그림으로 담으면서 ‘그림꽃님(만화가)로서 철드는 길’을 스스로 못 느낀다면, 이이(그린이)한테는 아무 빛을 바랄 수 없다.


ㅅㄴㄹ


“팔만으로 낼 수 있는 힘이라 해봤자 뻔한 거다. 몸의, 발 뒤꿈치도, 다리도, 허리도, 배도, 다 거기에 있는데, 기다리고 기다려도 제 차례는 안 오고, 있다는 것조차 잊혀져서 …….” (18쪽)


“언제부터인지는 잊었어. 왜 그렇게 생각했는지도 기억이 안 나지만, 강해져야만 한다고 생각하며 살았지. 강하다는 게 뭘까? 계속 움직이고 변하면서도, 흔들리지 않는 마음. 왜 포기하지 않느냐고 쇼조는 말했지만, 말로는 이해할 수 없어. 그 마음을 맛보기 전에는.” (75쪽)


“할 수 있겠나, 바보들? 살기 위해서.” (109쪽)


“내 논은 누대에 걸쳐 이어져 내려온 걸세. 거기에서 생명이 나고 또 죽고. 너희 흙에는 그게 없어.” (122쪽)


#宮本武藏 #バガボンド #vagabond #井上雄彦 #吉川英治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여러 해를 놓고서
곰곰이 생각한 끝에
이노우에 씨 만화책은
'비추천도서' 갈래에 놓기로 했다.
어린이하고 청소년한테
보여줄 수 없기 때문이다.

<배가본드> 뒷자락
농사 이야기만 보여줄까도 싶었으나
'기무라 아키노리' 님 책으로도
넉넉하니
이이 만화책은
안타깝지만 이제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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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술쟁이가 뭐 어때? 스누피 시리즈 1
찰스 M. 슐츠 지음, 김철균.박수진.김난주 옮김 / 종이책 / 2007년 8월
평점 :
절판


숲노래 만화책 2023.5.30.

만화책시렁 545


《심술쟁이가 뭐 어때?》

 찰스 M.슐츠

 김철균 옮김

 종이책

 2007.8.1.



  누구나 무엇이건 다 할 수 있습니다. 하지 말아야 할 일은 없되, 무엇이건 하면서 배울 줄 알면 됩니다. 하기는 하되 안 배운다면, 이 일을 되풀이하는데, 배워서 녹이는 날까지 자꾸자꾸 하고 또 하고 거듭 하게 마련입니다. 왜 아플까요? 아프면서 배우거든요. 왜 사마귀가 돋을까요? 사마귀가 돋는 뜻을 배우고, 사마귀가 사라지는 길을 배워요. 왜 골(심술)을 부릴까요? 골부림을 배울 뿐 아니라, 골을 부리면 나랑 둘레가 어떻게 바뀌는가를 배우거든요. 《심술쟁이가 뭐 어때?》를 펴면, ‘스누피 꾸러미’에서 ‘골순이’ 이야기를 추려서 보여줍니다. 골순이는 이름 그대로 ‘골을 부리는 순이’입니다. 어떤 일에건 골을 부릴 수 있는 줄 잘 보여줍니다. 다시 말하자면, 어떤 일에건 골을 부릴 수 있으니, 어떤 일이건 미워할 수 있고, 어떤 일이건 사랑할 수 있습니다. 다만, 이 아이는 아직 ‘골을 내는 놀이’를 할 뿐입니다. 골쟁이가 뭐 어떤가요? 울음쟁이가 뭐 어때요? 웃기만 하거나 춤만 추거나 잠만 잔들 대수롭지 않습니다. 저마다 스스로 하는 몸짓과 일에 따라 저마다 다르게 배웁니다. 스누피 꾸러미가 오래오래 사랑받는 까닭이 있습니다.


ㅅㄴㄹ


“오늘도 심술난 표정을 짓고 있네.” “심술 부리는 게 어때서? 난 심술 부리는 게 자랑스러워. 오늘의 심술난 소녀는 내일의 심술난 여인이다!” (6쪽)


“아무도 날 깜찍이라고 부른 적이 없어.” “뭐, 누나가 절세의 미인이 아닌 건 확실하잖아.” “물론 그건 인정해. 난 절세의 깜찍이가 되고 싶을 뿐이야.” (17쪽)


“아무도 날 좋아하지 않아. 다 날 싫어해.” “찰리 브라운, 온 세상이 널 싫어한다 해도 내 감정을 알아줬으면 해.” “내 친구가 돼줄 거니?” “아니, 나도 너 싫어할 거야!” (53쪽)



《심술쟁이가 뭐 어때?》(찰스 M.슐츠/김철균 옮김, 종이책, 2007)


네 단점들을 지적할 수 있게 해줘

→ 네 흉을 꼬집고 싶어

→ 네 허물을 까고 싶어

→ 네 바보짓을 긁고 싶어

82쪽


오늘도 심술난 표정을 짓고 있네

→ 오늘도 쀼루퉁한 얼굴을 짓네

→ 오늘도 골난 얼굴이네

6쪽


누나가 절세의 미인이 아닌 건 확실하잖아

→ 누나가 대단히 예쁘진 않잖아

→ 누나가 아름순이는 아니잖아

→ 누나가 꽃낯이지는 않잖아

→ 누나가 반짝이지는 않잖아

17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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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코토 진료소 22 - Dr. 코토, 믿다
야마다 다카토시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08년 5월
평점 :
절판


숲노래 만화책 2023.5.30.

만화책시렁 546


《Dr.코토 진료소 22》

 타카토시 야마다

 오경화 옮김

 대원씨아이

 2008.6.15.



  두레돌봄(공공의료)에 마음을 기울이는 분이 차츰 늘어납니다만, 돌봄터(병원·의려원)를 세워야 두레로 돌보는 길을 열지는 않아요. 잘 봐요. 돌봄이(의사) 한 사람을 마을에 두자면, 돌봄삯(의사 월급)에 돌봄터를 거느리는 돈이 어마어마합니다. 목돈이 들기에 두레돌봄을 하거나 못 하지 않아요. 몸하고 마음을 돌보는 길은 ‘돈’이나 ‘큰집(병원시설)’이 아닐 뿐입니다. 《Dr.코토 진료소 22》을 읽으면서, 이 그림꽃이 들려주는 이야기를 곰곰이 생각합니다. ‘대단한 돌봄이’ 한 사람이 있기 때문에 작은 섬마을이 바뀐다는 줄거리를 다루지 않습니다. ‘돌봄이 한 사람’이 천천히 깨달으면서 둘레를 새롭게 바라보는 삶을 그릴 뿐입니다. 솜씨가 좋아야 아픈 사람을 고칠 수 있을까요? 이따금 ‘솜씨’로 사람을 살리기도 하겠지요. 그러나 어떤 솜씨가 있더라도 ‘사랑’이 터럭조차 없다면 사람을 못 살릴 뿐 아니라, 돌봄이 스스로 망가집니다. 잘 생각해 봐야 합니다. 돌봄이는 왜 그렇게도 일삯을 많이 받아야 할까요? 우리는 왜 숲은 없거나 짓밟으면서 큰집(대형병원)을 늘릴까요? 큰집이 늘수록 사람들이 더 많이 앓는 뒷모습을 볼 수 있나요? 돌봄이가 없더라도 앓거나 아픈 사람이 없는 숲을 고스란히 바라볼 수 있나요?


ㅅㄴㄹ


“죽으면 엄마가 널 만나 주시지 않을 거야. 엄마가 돌아가시기 전에 너한테 뭐라고 말씀하셨지? 아빠한테 다 들었어.” (154쪽)


“누난 오늘 중요한 시험이 있다고 하지 않았어?” “괜찮아. 누나는 뭐가 더 중요한지 잘 알고 있으니까.” (156쪽)


“너, 말기암에서 살아났을 때 이 섬이 널 살려줬다고 했지? 그럼 넌 이 섬을 위해 무슨 보답을 했냐? 기적이란, 아무한테나 일어나는 게 아냐. 네 형편에 따라 살렸다 죽였다 편리하게 갖다 붙이지 마!” (187쪽)


#Drコト診療所 #山田貴敏


《Dr.코토 진료소 22》(타카토시 야마다/오경화 옮김, 대원씨아이, 2008)


그때는 너한테 감정이 상해 있었던 것뿐이야

→ 그때는 네가 미웠을 뿐이야

→ 그때는 네가 못마땅했을 뿐이야

106쪽


아빠한테 다 들었어

→ 아빠한테서 다 들었어

154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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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와 할아버지 3
네코마키 지음, 오경화 옮김 / 미우(대원씨아이)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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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만화책 2023.5.30.

만화책시렁 544


《고양이와 할아버지 3》

 네코마키

 오경화 옮김

 미우

 2017.5.31.



  누구나 무엇이든 그릴 수 있습니다. 그런데 숱한 사람들은 ‘무엇이든’ 그릴 수 있으나 ‘아무것이나’ 그리더군요. ‘무엇(어떤 것)이나’ 그려도 뜻있습니다만, 왜 ‘무엇(어떤 것)’이 아닌 ‘아무것’이나 그릴까요? 수수께끼인 ‘아무것·무엇’이 참말로 뭔지 헤매면서 헤아리고 살았는데, 스스로 참(진실)을 바라보면서 품으려고 하는 길이라면, 언제나 ‘무엇이든 품어서 풀어내’는데, 스스로 거짓(사실)에 휩싸이면서 기울어지는 굴레라면, 언제나 ‘아무것이나 퍼뜨리’더군요. 《고양이와 할아버지 3》을 펴면, 일본이 저지른 싸움판(태평양전쟁) 이야기가 꽤 나옵니다만, 그린이는 슬슬 내빼기만 합니다. ‘일본이 저지른 싸움’이 아닌 ‘어쩌다 일어난 싸움에서 일본이 스스로 제 나라를 지켜야 한다’는 마음만 보여줍니다. 섬마을 고양이랑 할아버지를 그림꽃으로 상냥하게 다루는 듯한 꾸러미이지만, 여태 나온 이 꾸러미를 다시 하나씩 짚으면서 읽어 보자니, “아, 온통 거짓말이었구나!” 싶더군요. ‘섬마을 고양이랑 할아버지’가 거짓말이 아니라, 이쁘장한 겉발림으로 나아가기만 하는 얼거리라는 뜻입니다. 섬에서 한갓지게 고양이랑 노니는 삶이 나쁠 일은 없어요. 그저 ‘섬에 이쁘게 가둘’ 뿐입니다.



‘이 직후, 아버지는 두 번째 소집을 당했고, 엄마는 내심 각오를 하셨다고 한다. 다행히 오른쪽 다리에 총탄이 관통하는 부상을 입고도 일본에 돌아오셨다.’ (90쪽)


“나한텐 네가 있으니까, 아직은 좀더 오래 살아야지. 허허허, 내 간병도 너한테 맡기마.” (174쪽)



《고양이와 할아버지 3》(네코마키/오경화 옮김, 미우, 2017)


아버지는 두 번째 소집을 당했고

→ 아버지는 둘째로 끌려갔고

→ 아버지는 다시 붙들렸고

90쪽


선착장에 가게가 생겼길래

→ 나루에 가게가 생겼길래

→ 뱃나루에 가게가 생겼길래

155쪽


내 간병도 너한테 맡기마

→ 나도 네가 돌봐주라

→ 네가 나를 보살펴 주라

174쪽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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