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과 함께 : 신화편 2 - 개정판 신과 함께 개정판 시리즈
주호민 지음 / 애니북스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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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책시렁 24


《신과 함께, 신화편 中》

 주호민

 애니북스

 2012.11.16.



  오늘 우리 집에 어떤 님이 사는가를 가만히 돌아봅니다. 예전에는 이를 거의 안 헤아렸어요. 아니, 못 헤아렸습니다. 인천에서 나고 자라는 동안 다세대주택하고 아파트에서 어린 날을 보냈기에, 이곳에서 구렁이라든지 제비라든지 지네를 만날 일이란 없습니다. 다만 개미나 쥐는 으레 만났어요. 시골에서 살며 우리 집 어딘가 깃든 구렁이를 가끔 마주치고, 지네가 볼볼 기는 모습하고 처마 밑 제비집을 봅니다. 집하고 떨어진 뒷간이나 뒷밭이나 마당이나 울타리를 바라보면 이곳에 틀림없이 어떤 님이 깃들겠구나 싶고, 보금자리를 둘러싼 나무마다 뭇님이 있으리라 여깁니다. 《신과 함께, 신화편 中》을 읽으니, 우리 옛이야기에서 님, 이른바 하느님하고 얽힌 수수께끼를 새롭게 풀어냅니다. 살림집을 둘러싼 님을 비롯해, 한겨레가 바라보는 ‘하늘에 계신 님’하고 ‘땅에 계신 님’을 두루 짚고자 합니다. 그런데 이 이야기를 좇다 보면 옛날 님이 오늘에는 어디에 어떻게 있을는지 궁금해요. 오늘 우리 곁에는 어떤 님이 있을까요? 오늘 우리는 어떤 님하고 살며 어떤 이야기를 지을까요? 어쩌면 우리는 님을 잊은 채 서로 남남으로 지내지 않나 싶습니다. ㅅㄴㄹ



“당신은 미쳤군요. 모든 것은 당신이 결정했습니다. 어머니와 혼인한 것. 꽃감관이 되기로 한 것. 천년장자의 집에 묵은 것. 어머니를 두고 온 것. 모두 당신이 저질러 놓고, 이승을 멸망시키겠다고요?” (102∼103쪽)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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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말풀이 수사학 1
미야코 리츠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201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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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책시렁 23


《거짓말풀이 수사학 1》

 미야코 리츠

 김시내 옮김

 학산문화사

 2016.1.25.



  저는 거짓말을 안 좋아합니다. 아니, 거짓말을 못 합니다. 듣기 좋다는 거짓말을 해야 할 자리도 있다지만, 제가 ‘듣기 좋은 거짓말’을 하면 다들 곧 알아챈다고 해요. 제 얼굴에 다 씌였다고 하더군요. 어릴 적부터 이런 얼굴로 살다 보니 ‘굳이 좋은 거짓말을 할 마음도 없던’ 터라 ‘참말만 즐겁게 하자는 마음’입니다. 《거짓말풀이 수사학》 첫걸음을 읽으면서 여러 동무를 만납니다. 거짓말을 하는 사람이 어떤 몸짓인가를 알아챌 수 있는 아이는 ‘거짓말을 하는 사람’을 바로 느끼니 살기가 힘들다고 해요. 어린 나이에 집도 마을도 떠납니다. 눈속임이나 눈가림이 아닌 참살림을 헤아리는 이 아이한테 둘레에서는 하나같이 거북하다고 말해요. 그런데 왜 참말이 거북하고 거짓말이 느긋할까요? 허물없이 사귀고 착하게 어우러진다면 거짓말할 일이 없을 텐데요. 아이하고 손잡고 삶을 배우고 가르치는 살림이라면 참다운 마음으로 살찌우는 말 한 마디를 넉넉히 북돋울 텐데요. 참은 숨지 않습니다. 거짓도 안 숨어요. 참도 거짓도 늘 얼굴에 환하게 드러납니다. 거짓도 참도 어디에서나 고이 흐릅니다. 거짓말풀이를 해내는 아이 앞길이 꽃길이기를. ㅅㄴㄹ



“네 능력은 숨겨진 진실을 알아내는 것이 아니라, 말하는 사람이 거짓말을 하겠다는 의식이 있는지를 알 수 있구나. 간단히 말해서, 그게 지레짐작이나 착각이라도 그 사람이 거짓말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면 너한테 거짓말로 들리지 않는 거야.” (98∼99쪽)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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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 이야기
고다 요시이에 지음, 안은별 옮김 / 세미콜론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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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책시렁 22


《신 이야기》

 고다 요시이에

 안은별 옮김

 세미콜론

 2014.11.28.



  하느님이 어디에 있느냐고 묻거나 하느님 따위란 어디에도 없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어릴 적부터 이 대목을 으레 헤아렸어요. 예배당에 다니는 삶은 아니었지만 왜 한국말에 ‘하느님’이 있는지부터 궁금했어요. 서양 종교가 한국에 들어와서 퍼지기 앞서 이 땅에서는 ‘하느님·해님·꽃님·바람님’처럼 ‘님’을 말했어요. 하느님은 우리 마음에 다 있고, 어쩌면 우리는 누구나 저마다 하느님이라 할는지 모릅니다. 그저 우리 스스로 우리 마음속 하느님을 잊는다든지, 우리 스스로 하느님인 줄 잊었다고 할 만하지 싶어요. 《신 이야기》를 가만히 읽습니다. 어느덧 이 만화책을 서른 손 넘게 읽었는데, 읽을 때마다 이야기 하나하나가 새롭습니다. 어설프거나 바보스레 보이는 이가 하느님으로 나오고, 이 하느님은 사람들을 가르치거나 일깨우려 하지 않아요. 그저 사람들 곁에서 사랑을 느끼고 배우면서 새 기쁨을 나누려 합니다. 지구별 밖에서는 온힘을 쓰지만 지구별에서는 아무 힘을 안 쓰기에 누구도 이 어수룩한 사내를 하느님이라고 알아차리지 못하는데, 마음을 여는 사람은 넉넉히 알아채요. 재미있지요, 하느님이란, 주사위놀이를 하거든요. ㅅㄴㄹ



“의장, 이런 걸로 지구인을 용서해도 괜찮을까요.” “뭐, 괜찮지 않을까. 용서하는 것이 하느님의 일이니까.” (254쪽)


“하느님, 어떡하죠? 이대로 잠시 머무를까요? 아니면 우주로 돌아갈래요? 자아, 어떡할까요? 이 맛있는 술을 다 마시고 나서 생각하죠 뭐.” “응, 그러자꾸나. 그리고 돈가스덮밥! 내일 그걸 먹고 정해 볼까?” (257∼258쪽)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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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의 사랑나누기 1
강모림 지음 / 시공사(만화) / 200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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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책시렁 21


《바람이의 사랑 나누기 1》

 강모림

 나나

 1995.4.20.



  1980년대에 국민학교를 다니면서 아기인 ‘어린 동생’을 업고 학교에 온 동무를 보았는지 가물가물합니다. 어쩌면 있었을 텐데 못 알아보았을 수 있습니다. 그무렵에 사내는 어린 동생을 돌보는 일을 맡지 않았으나 가시내는 으레 어린 동생을 돌보아야 하면서 학교를 빠질 수 있었어요. 저는 사내로 태어난 몸이라 동무 가시내가 어린 동생을 돌보느라 학교를 빠져야 할 적에 어떤 마음인지 살갗으로 느끼기 어렵습니다. 동무 가시내는 김치철에 김치 담그기를 돕느라 며칠씩 학교를 빠지곤 했어요. 요새라면 꿈도 못 꿀 일일는지 모르나 그때까지 그랬습니다. 《바람이의 사랑 나누기》 첫걸음을 읽으며 ‘아기 업고 학교 가는 바람이’ 이야기에서 1990년대 첫무렵에도 만화로 그리는 이 같은 모습을 새삼스레 돌아봅니다. 우리 삶터는 틀림없이 차츰 나아지겠지요? 그리고 사내도 가시내도 함께 살림을 살피고 사랑을 꽃피우는 길로 가겠지요? 아이들이 함께 노래하면서 활짝 피어나는 꽃이 되는 이야기가 만화에도 영화에도 글에도 새록새록 깃드는 길을 걷겠지요? 바람 같은 아이들입니다. 햇살 같고 빗물 같으며 바다 같은 아이들입니다. ㅅㄴㄹ



“저, 근데 아기 업고 학교 가면 문제가 많을 텐데?” “나도 알아.” “바람아! 어? 얘가 보람이니?” “응.” “귀엽다. 바람이랑 꼭 닮았네.” “조심해. 물어.” (83쪽)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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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벌레의 하극상 제1부 책이 없으면 만들면 돼! 2
카즈키 미야 원작, 시이나 유우 외 그림, 강동욱 옮김 / 대원씨아이(만화)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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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책 즐겨읽기 777


책 없는 곳에서 다시 태어나면
― 책벌레의 하극상
 카즈키 미야 글·스즈카 그림/김동욱 옮김
 대원씨아이, 2018.2.28.


‘완전히 낯선 곳으로 날아와 누군지도 모르는 여자아이가 돼버리다니. 책을 읽고 싶어. 책만 있으면 어떤 환경이라도 참을 수 있을 거야.’ (1권 18쪽)


  오늘 갑자기 숨이 끊어진다면, 그런데 이 삶에서 못 다 이루어 아쉽기에 다음 삶에서 부디 다시 태어나기를 바란다면, 그리고 이 바람을 그대로 이룬다면, 우리는 다음 삶에서 어떻게 지낼까요?

  만화책 《책벌레의 하극상》(카즈키 미야·스즈카·시이나 유우/강동욱 옮김, 대원씨아이, 2018)은 이 여러 가지 이야기를 하나로 묶어서 다룹니다. 지진이 일어나 책꽂이가 무너지고, 이때에 책이 와르르 쏟아져서 어느 아가씨가 깔려죽습니다. 책하고 책꽂이에 깔려서 숨이 끊어질 아주 짧은 동안, 이 아가씨는 ‘부디 다음 삶에서도 책에 둘러싸여서 책을 누릴 수 있기’를 바랍니다. 이 바람이 이루어졌는지, 이 아가씨는 참말로 다시 태어납니다. 다만 다섯 살 나이인 어린 가시내 몸으로 다시 태어나는데, 어느 때 어느 곳인지 알 길이 없습니다. 그저 하나 알 수 있다면, 책을 찾아보기 어려운 때에 다시 태어나고, 게다가 ‘다섯 살 아이 몸으로 태어나기 앞서, 예전에 살던 삶을 고스란히 품’었습니다.


‘혹시 이 세계의 책은 비싼가? 내가 아는 역사에서도 인쇄기로 대량생산할 수 있게 될 때까지 책은 매우 고가의 물건이었어. 상류 계습이 아니면 책을 읽을 기회는 거의 없었을 거야.’ (1권 35쪽)

‘그렇게 책이 많았는걸. 책에 깔려죽은 건 어쩔 수 없지. 그리고 다시 태어나기를 원한 것도 나야. 하지만 이곳에는 책이 없어. 글자도, 종이도 없어.’ (1권 38쪽)


  책을 매우 좋아해서 집안에 발을 디딜 틈 없이 책을 갖추고 살다가 책에 깔려서 죽은 아가씨는 다음 삶에서도 책을 누리고 싶습니다. 그런데 책을 구경할 길이 없고, 이 아가씨가 사는 마을에는 책이나 글을 아무도 모릅니다. 이를 어찌할까요? 예전에 누리던 삶을 몽땅 잊었다면 근심이나 걱정이 없었을 텐데, ‘책벌레’로 지내던 생각을 모조리 품은 채, 마음은 어른이나 몸은 아이로 살아야 한다면 어떤 하루일까요?


‘손에 넣을 수 없다면 어떻게 하지? 내 손으로 만들 수밖에 없잖아! 반드시 책을 손에 넣고 말겠어.’ (1권 78쪽)

‘책은 너무 비싸서 살 수 없다. 종이도 너무 비싸서 살 수 없다. 그럼 어떻게 하지? 종이부터 내가 직접 만들면 되잖아!’ (1권 120쪽)


  책을 만지고 싶으나 만질 수 없습니다. 책을 읽고 싶으나 읽을 수 없습니다. 게다가 다시 태어난 몸은 매우 여려서 조금만 걸어도 앓아눕습니다. 아이인 어른은, 또는 어른인 아이는 하느님을 탓합니다. 왜 책 없는 곳에 다시 태어나게 하느냐고요.

  이러던 어느 날 문득 생각해요. 책을 만질 수도 볼 수도 가질 수도 없다면 스스로 책을 지으면 되지 않겠느냐고요.

  아마 이 아이 또는 어른은 예전 삶에서 ‘남이 지은 책’만 신나게 읽었지 싶어요. 스스로 제 삶을 이야기로 갈무리해서 손수 쓸 생각은 안 했지 싶어요.

  그런데 있지요, 책을 손수 지으려 했더니 종이를 얻을 수 없습니다. 종이뿐 아니라 연필이나 펜도 없습니다. 다시 아찔합니다. 그러나 새로 다짐하면서 ‘종이부터 스스로 빚겠어!’ 하고 주먹을 불끈 쥡니다.


‘점토판은 도저히 책이라고 부를 만한 물건이 아니지만, 내게는 이 세계에서 처음으로 손에 넣은 책. 이 세계에서도 책을 읽을 수 있어. 그럼 이제 괜찮을지도. 너무 비싸서 가난한 사람들은 책을 읽을 수 없는 세계에서 뭐만 했다 하면 금방 열이 나는 병약한 몸으로 환생을 했으니까. 조금 무리를 해도, 딱히 죽어버려도 상관없었다. 책이 없는 세계에 아무런 애착도 가질 수 없었다. 하지만, 책 하나를 손에 넣음으로써 이곳에서도 소중히 하고 싶은 물건이 생겼다. 이 세계에서 내가 살아갈 길을 찾은 기분이다.’ (2권 161∼162쪽)


  《책벌레의 하극상》은 먼저 소설로 나왔고, 소설을 만화로 새롭게 담아냅니다. 글쓴이 생각에 날개를 달아 놓는 만화는, 우리가 오늘 이곳을 떠나 아주 낯선 곳에 뚝 떨어졌을 적에 어떻게 살아가야 좋은가를 가만히, 이러면서 재미나게 물어봅니다.

  자, 책벌레는 여린 아이로 다시 태어나고 나서, 어떻게든 스스로 책을 지어 보겠노라며 용을 씁니다. 책벌레 아닌 요즘 어른이라면 누구나 손전화를 옆에 끼고 살 텐데요, ‘손전화 없는 곳’에서 다시 태어나면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손전화를 어떻게든 스스로 지어 보겠노라 나설 수 있을까요? 또는 축구나 야구를 좋아하던 어른이 축구도 야구도 없는 곳에서 다시 태어나면 무엇을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김치를 좋아하는 어른이 김치를 도무지 모르는 곳에서 다시 태어나면 무엇을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어린이로 다시 태어난 예전 어른은, 만화책 둘째 권에 이르러 ‘종이를 못 얻으면 점토판 책을 빚자’는 마음으로 찰흙을 캐고 반죽한 뒤에 나뭇가지로 글씨를 새깁니다. 예전에 책을 읽으며 배운 생각을 되새겨 ‘아스라한 옛날 문명은 글을 어떻게 남겼나’ 하고 살펴 하나씩 해 보지요. 파피루스 문명을 따라해 보려다가 두 손 들고, 메소포타미아 문명도 따라해 봅니다. 어쩌면 앞으로 구텐베르크처럼 인쇄기를 손수 짓는 길까지 갈는지 모르겠군요. 중국이나 한국처럼 닥나무를 삶아 종이를 얻는 길을 해 볼 수 있을 테고요.


“나는 엄마가 얘기해 준 이야기를 잊지 않도록 전부 기록해 두고 싶어.” (2권 164쪽)


  아무튼 드디어 점토판에 글씨를 새기는 길을 찾아낸 아이 또는 어른은, 새 몸으로 태어난 삶에서 새로 마주한 어머니가 들려준 이야기를 점토판에 새겼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책으로 남겨서 읽고 싶은 이야기’란 스스로 기쁘게 살아가는 하루로구나 싶습니다. 먼 데에서 흐르는 이야기가 아닌, 우리 곁에서 가장 수수하지만 가장 사랑스러운 삶을 글로 옮기고 책으로 여미어 두고두고 건사하고픈 꿈으로 우리 문명이나 사회가 발돋움했다고 할 수 있구나 싶어요. 2018.5.30.물.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시골에서 만화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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