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마 철학자 소라와 플라톤 2
타나카노카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13년 5월
평점 :
절판


만화책시렁 44


《꼬마 철학자 소라와 플라톤 2》

 타나카노카

 송수영 옮김

 대원씨아이

 2013.6.15.



  아이하고 살아가며 아이가 들려주는 말을 새삼스레 배웁니다. 어버이로서 아이한테 말을 가르치기도 하지만, 아이한테서 배우기도 합니다. 아이는 어버이한테서 말이랑 삶이랑 사랑을 물려받으면서 배울 뿐 아니라, 즐거이 물려받거나 배운 말이랑 삶이랑 사랑을 새로 가꾸어서 어버이한테 고스란히 베풀어요. 《꼬마 철학자 소라와 플라톤》은 여덟 살 어린이가 이웃 어른하고 말을 섞는 동안 삶이랑 사랑을 새롭게 바라보도록 이끄는 이야기를 다룹니다. 이웃 어른은 큰맘먹고 도시로 가서 뜻을 펴겠노라 했지만 쓴맛을 실컷 보고 시골 외딴집으로 돌아와서 조용히 지내려 하는데, 이때에 불쑥 어린이가 찾아들어 이야기를 하고 자주 어울려 지내요. 축 처진 채 조용히 처박히려던 이웃 어른은 아이가 들려주는 말을 찬찬히 들으면서 천천히 기운을 북돋웁니다. 그리고 ‘어른이면서 아이라는 숨결을 함께 품은 사람’으로서 이제부터 앞으로 한 걸음씩 씩씩하게 내딛겠노라 생각합니다. 아이가 베푸는 힘이랄까요. 아이도 어른도 어깨동무를 하면서 한 걸음씩 내딛는 살림이랄까요. 아이 곁에서 손을 내밀어 봐요. 어마어마한 기운이 서로 흐르면서 흐뭇합니다. ㅅㄴㄹ



“소라는 그 책가방을 물색이라고 생각했거든요. 그래서 진짜 물은 투명한데 왜 색으로는 물색이 될까 생각하면 머리가 빙글빙글 어지러워져서 왠지 좋았어요.” “하늘(空)은 비었다는 뜻도 있잖아. 그 어떤 것에도 얽매이지 않는 중간색이라서 좋아.” “근데 똑같은 색을 하늘색이라고 부르면서 좋아하는 사람도 있다니. 그렇다면 이 세상에 있는 말은 화내는 것도, 웃는 것도 보기에는 다 다르게 보이지만, 사실은 다 똑같은 말을 하고 있는 건지도 몰라요. ‘좋아해’라고.” (69∼70쪽)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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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책시렁 43


《르네상스 49》

 편집부

 도서출판 서화

 1992.11.1.



  순정만화라는 이름은 일본에서 왔을까요? 어쩌면 그러리라 봅니다. 그런데 ‘순정(純情)’이라는 한자말은 “순수한 감정이나 애정”, 곧 “티없는 마음이나 사랑”을 나타낸다고 하니, ‘순정만화 = 여자만 보는 만화’라는 눈길은 더없이 어긋나거나 엉뚱하다고 여길 만합니다. 티없는 마음이나 사랑은 남녀 모두 갖출 아름다운 모습일 테니까요. 순정만화를 담은 잡지 《르네상스》 마흔아홉 걸음은 다달이 한 권씩 모두 네 해를 꼬박 채워서 펴낸 발자국을 기리려는 뜻으로 여러 만화가가 모여 도란도란 피운 이야기를 갈무리해서 싣습니다. 한 사람 두 사람이 그리는 만화는 저마다 꽃이 되어 잡지를 이룹니다. 여러 사람이 꾸준히 일구어 지핀 만화라고 하는 밭자락에는 꿈이나 사랑을 비롯해서 삶과 살림을 거쳐 웃음하고 눈물을 나누는 아름다운 보금자리 이야기가 흐릅니다. 1990년대에 ‘만화잡지’ 《르네상스》는 남학생한테 안 팔았습니다. 여학생만 사서 볼 수 있었습니다. 남학생은 빌려서 보기에도 눈치를 살펴야 했고, 아예 안 빌려주기 일쑤였습니다. 어쩌면 뭇사내는 ‘맑은 마음·사랑’을 담은 만화를 멀리하면서 거친 마음이 되지 않았을까요? ㅅㄴㄹ



[황미나] 잘된 점이야 일일이 열거할 수 없고, 그래도 아쉬운 점이 있다면 시작부터 전체적으로 ‘작품을 평준화’시켰다는 데 문제점이 있는 듯합니다. [이정애] 그림도 그림이지만 르네상스는 전통을 너무 사수하는 것 같아요. 그림의 색감만 약간 차이가 있을 뿐, 대체로 변화가 미약해요. [차성진] 일반 잡지와 비교되도록 좀더 만화스럽고, 공간활용에 충실하였으면. [원수연] 좋은 실력을 갖추고도 너무 일찍 타협하는 경향들이 있어 아쉽습니다. 신인이면 신인답게 최고의 것이 있어야 한다는 거죠. (365∼367쪽)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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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빛 숟가락 14
오자와 마리 지음, 노미영 옮김 / 삼양출판사(만화)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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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책시렁 42


《은빛 숟가락 14》

 오자와 마리

 노미영 옮김

 삼양출판사

 2018.5.31.



  울 수 있는 사람은 아름답습니다. 웃을 수 있는 사람은 사랑스럽습니다. 울 줄 알기에 아름다이 하루를 짓습니다. 웃을 줄 알기에 사랑스레 하루를 가꿉니다. 《은빛 숟가락》 열네걸음은 어느새 눈물하고 웃음을 잃어버린 아이 곁에서 여러 어른이 어떻게 하면 이 아이한테 눈물하고 웃음을 되찾아 줄까 하고 헤아리는 이야기가 흐릅니다. 아이는 어릴 적부터 지켜본 어머니가 곁에 있으면서 웃기를 바랐고, 어머니가 웃도록 북돋우는 사람이 아버지 자리에 있기를 꿈꾸었어요. 그런데 아버지 자리에 올 듯하던 사람이 그만 말을 어기고 떠나서 마음을 꾹 닫았어요. 이때 어린 아이 루카를 아끼는 언니는 이녁이 어릴 적부터 받은 새어머니 새아버지 사랑을 어린 동생도 누릴 수 있기를 바라면서 천천히 다가섭니다. 아주 천천히 조용히 부드러이 다가서면서 살며시 안아 주지요. 아플 날도 있지만, 아픔을 눈물로 씻으면서 아름답게 피어나기를 바라요. 슬프거나 괴로운 때도 있지만, 슬픔이나 괴로움을 웃음으로 털어내어 사랑스레 자라기를 빕니다. 열네걸음을 지나 열다섯걸음으로 나아가면 어떤 꽃살림이 될 수 있을까요? ㅅㄴㄹ



‘엄마는 조금 울었다. 왜 엄마가 사과하는 걸까? 잘못한 건 난데.’ (30쪽)


“이제 아빠에 대해 기억이 잘 안 나지만, 형이랑 처음 만났을 때 아빠를 닮았다고 생각했던 건 기억해.” “아빠 보고 싶어?” “모르겠어. 왜냐면 텟짱도 계속 보고 싶었는데, 그랬는데…….” “루카.” “보지 말걸 그랬어. 텟짱 따위.” “참지 않아도 돼. 울어도 돼. 실컷 울고, 실컷 놀고 전부 잊어버리자.” (149∼151쪽)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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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레칭 4
아키리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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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만화책시렁 41


스트레칭 4

 아키리

 문기업 옮김

 미우

 2016.8.31.



  홀가분하기에 말을 술술 꺼냅니다. 안 홀가분하니까 말이 자꾸 막힙니다. 홀가분하기에 생각이 즐겁게 솟아납니다. 안 홀가분하니까 생각도 자꾸 막힐 뿐 아니라, 고이 흐르지 못합니다. 이웃이나 동무라 한다면, 서로 홀가분하게 지낼 수 있는 사이이지 싶습니다. 무엇을 바라는 사이가 아닌, 홀가분하게 어우러지면서 말이며 생각이며 사랑이 곱게 피어나는 사이가 되어야 할 테지요. 《스트레칭》 네걸음으로 이야기를 마무리합니다. 다섯걸음이나 여섯걸음을 더 그려도 좋지 싶고, 나중에라도 뒷이야기를 그릴 만하지 싶어요. 어느 모로 보면 뻔한 뒷이야기일 수 있습니다만, 이 만화는 바로 ‘뻔한 줄거리’를 홀가분한 붓끝으로 홀가분한 마음을 그려서 홀가분히 말하고 함께 지내는 두 사람 사이를 보여줍니다. 이 대목이 돋보이니 뻔하거나 흔한 줄거리여도 아름다이 누릴 만하고 찬찬히 새길 만해요. 이제껏 아무도 안 그린 줄거리를 다뤄야 하지 않습니다. 줄거리 때문에 만화가 새롭지 않아요. 줄거리를 다루는 붓끝이며 마음이며 생각이며 노래가 새로울 적에 만화가 새롭습니다. 삶을 홀가분히 바라보면서 만화 하나에서 이야기꽃잔치를 이룹니다. ㅅㄴㄹ



“선배는 보통 수수한 옷만 입잖아요. 속으로는 이런 하늘하늘한 옷도 입어 보고 싶어하지 않을까 생각했던 건데, 솔직히 싫지는 않죠? 귀여워♥” “시끄러. 부정은 안 하지만.” “그럼, 불을 붙일게요!” “응. 사키가 없어서 다행이야. 이런 꼴을 보였다간 평생 놀림을.” (27쪽)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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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레칭 3
아키리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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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만화책시렁 40

스트레칭 3
 아키리
 문기업 옮김
 미우
 2016.6.30.


  아침에 일어나서 햇볕을 먹으면 새삼스럽습니다. 햇볕이 이렇게 따스하면서 부드럽구나 싶습니다. 나무 곁에 서서 춤을 추어 보면, 우리 집에서 돋는 풀한테 가만히 속삭여 보면, 이러다가 저녁에 쑥불을 피울 만큼 낫질을 하면서 고맙다고 얘기해 보면, 어제하고 다르면서 즐거운 하루가 피어나는구나 싶습니다. 스무 해쯤 앞서 서울에서 살며 전철로 새벽마다 일터로 가고 밤마다 집으로 돌아오던 때를 돌아보면 하루가 사뭇 다르다고 느낍니다. 빽빽한 전철에서 책을 읽을 수는 있어도 몸을 펴거나 차분하기는 어렵습니다. 마당에서 아이들하고 함께 서서 햇볕춤을 즐기니 한결 느긋하면서 재미납니다. 온누리 여러 겨레가 해돋이를 맞이하면서 몸을 가볍게 푸는 뜻을 어림할 만합니다. 《스트레칭》 세걸음에 이르니 앞선 두걸음에서 살짝 엿본 부드러우면서 따스하게 흐르는 마음을 얼추 짚을 만합니다. 다른 두 사람은 다른 마음이라 서로 한결 따스히 품고 부드러이 풀어 주는 자리에 섭니다. 굳은 몸이랑 뼈를 풀면서 딱딱한 마음이랑 생각을 푼달까요. 무슨무슨 체조가 아니어도 좋습니다. 함께 해바라기 별바라기 바람바라기 숲바라기 몸짓을 펴 봐요. ㅅㄴㄹ


“이제 곧 1년이에요.” “순식간이었어.” “선배.” “응?” “초콜릿. 정말 사랑해서 준 거예요.” (84쪽)

“그치? 맛있지?” “언젠가 란한테 소중한 사람이 생기면 만들어 주렴.” (110쪽)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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