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누야샤 17
다카하시 루미코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2002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만화책시렁 64


《이누야샤 17》

 타카하시 루미코

 서현아 옮김

 학산문화사

 2002.7.25.



  자랄 수 있는 힘이란 어디에서 올까요? 어떤 사람이 꾸준히 자라면서 날마다 새롭게 살아갈까요? 날마다 새롭게 살아가는 사람한테 꿈이란 무엇일까요? 이 세 가지를 어릴 적부터 곰곰이 돌아보곤 했습니다. 누가 이런 세 가지를 궁금해 하라면서 이야기해 주지는 않았습니다. 제 마음소리가 문득문득 알려주었습니다. 마음에서 왜 이런 소리가 들렸는지는 잘 몰라요. 다만 무척 뜻깊은 소리라 여겼고, ‘아이일 때뿐 아니라 어른이 된 뒤에도 늘 자라면서 새롭고 싶으며 꿈을 품겠어’ 하고 다짐했어요. 《이누야샤》 열일곱걸음은 홀로서기란 무엇인가를 다룹니다. 그동안 아버지가 이누야샤를 고이 지켜 주었다면, 이제 이누야샤는 이누야샤 스스로 지켜야 하고, 제 몸하고 마음을 스스로 지키는 길을 아무도 알려줄 수 없다는 대목까지 스스로 배워야 한답니다.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모르는데,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까지 혼자 부딪히며 배워야’ 한다니 갑갑할 만해요. 그러나 스스로 ‘무엇을 모르는지’ 모르는 모습부터 스스로 느끼는 자리에서 첫발을 뗄 테지요. 모든 아이는 바람으로 태어나고, 찬찬히 자라서 날개 달며 날아오르려 꿈꿉니다. ㅅㄴㄹ



“말인즉슨 네 아버지가 너를 지켜주고 있었단 말이야. 하지만 이번 철쇄아는 그렇지 않아. 너는 네 이빨을 써서 너 자신을 지키는 게다. 그 철쇄아를 자유로이 휘두를 수 있게 됐을 때, 너는 진정 강해지는 게야.” (84쪽)


‘나는 나라쿠에게 심장을 잡혀 있다. 하지만 언제까지나 그런 놈이 시키는 대로만 하긴 싫어. 나는 바람이야. 언젠가 자유로워지고 말 테야!’ (91쪽)


(숲노래/최종규)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골리앗 - 2014 앙굴렘 국제만화제 대상후보작
톰 골드 지음, 김경주 옮김 / 이봄 / 2015년 1월
평점 :
절판


만화책시렁 63


《골리앗》

 톰 골드

 김경주 옮김

 이봄

 2015.1.22.



  어릴 적부터 ‘다윗과 골리앗’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다윗은 작고 여리지만 똑똑한 사람으로, 골리앗은 크고 힘세지만 어리석은 사람으로 다루기 일쑤였습니다. 이러면서 한국이란 나라는 다윗처럼 작고 여리니 똑똑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들어야 했는데, 어쩐지 이 대목이 그리 맞갖지 않다고 여겼습니다. 참말로 다윗이 작고 여리지만 똑똑했는지, 꾀가 발랐거나 거짓스러웠거나 속임질을 했는지 우리가 얼마나 알아볼 수 있을까요? 《골리앗》은 골리앗을 새롭게 읽자고 하는 줄거리를 들려줍니다. 다만 이 만화책에 흐르는 줄거리가 참인지 거짓인지는 알 길이 없습니다. 어쩌면 그린이 나름대로 꾸몄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 만화책은 골리앗이 사람들한테 널리 알려진 대로 우락부락한 싸움쟁이는 아니라고, 싸움판에 미친 우두머리한테 이끌려 슬피 목숨을 앗긴 가녀린 사람이요 평화를 사랑하던 ‘덩치만 큰 착한 사람’이라고 이야기합니다. 마지막 쪽을 덮기까지 ‘이러한 이야기가 숨겨졌을 만하다’고 여기면서도 그린이가 꿈날개를 더 못 폈다고 느낍니다. 골리앗을 새로 읽기도 하면서, 골리앗이 사랑하려던 숨결을 더 차분히 짚어 주었다면 ……. ㅅㄴㄹ



“조심해. 적이 가까운 데 있다구.” “네.” “그건 뭐야?” “그냥. 조약돌인데요. 드릴까요?” (9쪽)


“아름답다는 생각이 들지 않니?” “아뇨. 아름답지 않아요. 지루해요. 그냥 지루하다고요.” (73쪽)


(숲노래/최종규)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소나기 - 크는아이 만화동화
황순원 지음, 차성진 그림 / 크는아이 / 2003년 5월
평점 :
절판


차성진 님 <장백산의 비밀>이 없어 다른 만화책에 이 글을 얹습니다.


+ + +


만화책시렁 62


《장백산의 비밀》

 차성진

 고려원미디어

 1990.10.5.



  낱권 만화책으로 긴 발자국을 두루 담기는 만만하지 않습니다. 긴 삶을 다루려 하는 만큼 숨을 더 길게 쉬면서 찬찬히 짚을 노릇입니다. 옛날 옛적 삶을 다루든, 오늘날 삶을 다루든, 옛날에서 오늘로 이어지는 삶을 다루든 말이지요. 그런데 한국에서는 우리 발자취를 만화로 담은 일이 퍽 드뭅니다. 《장백산의 비밀》은 한국 근현대사를 가로지르는 줄거리를 다루려 합니다. ‘백 포수’ 집안을 잇는 네 사람이 백 해라는 나날에 걸쳐서 어떤 생채기랑 슬픔을 가슴에 품어야 했는지, 이 땅은 얼마나 안타까이 짓밟혔는지, 또 이 땅을 다스리는 이들은 얼마나 끔찍했는가를 짚으려 해요. 모든 사람은 다르고, 다 다른 만큼 눈길이 다르며, 눈길이 다른 대로 ‘삶터와 삶길을 읽는 마음’이 다릅니다. 차성진 님은 한국 근현대사롤 가로지르는 만화를 그리려고 어떤 자료를 어디에서 어떻게 얻으셨는지 모릅니다만, 정치 다툼하고 얽힌 줄거리에 퍽 기울면서 한겨레 생채기를 만화로 그리려 하는 붓끝에서도 그만 한쪽으로 기운 모습이 됩니다. 땅을 짓고 사람을 아끼며 숲을 돌보던 뭇사람(백성) 눈길로 만화를 그렸다면 좋았겠지 싶지만 1990년이란 벽을 못 넘어요. ㅅㄴㄹ



“나중에 원수를 갚아야 하니까!” “어느 놈 총에 맞았건 그놈이 그놈이다.” “그렇지만 일본놈들만 아니면 우리가 이겼을 거 아냐. 엄마도 죽지 않고.” “일본놈도 일본놈이지만 그놈들을 끌어들인 조정 대신들이 더 죽일 놈들이다. 머지않아 이 나라는 일본놈들한테 잡혀먹히고 만다.” (15쪽)


(숲노래/최종규)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외뿔이
오세영 지음 / 게나소나(G&S) / 2001년 8월
평점 :
품절


만화책시렁 61


《외뿔이》

 오세영

 게나소나

 2001.8.25.



  문학이나 그림이나 사진은 모두 두 가지 이야기를 다룹니다. 하나는 삶이요, 다른 하나는 꿈입니다. 두 가지 이야기를 놓고서 저마다 다르게 파고들어서 줄거리를 짭니다. 삶을 이야기로 여미든, 꿈을 이야기로 갈무리하든 모두 아름답습니다. 눈을 뜨며 지켜보는 동안 손수 짓기에 삶이요, 눈을 감으며 고요히 쉬는 동안 새로 그리기에 꿈입니다. 한국은 예나 이제나 삶터가 여러모로 짓눌린 터라 그동안 삶이나 꿈 모두 마음껏 펴기 어려웠습니다. 한국만화도 이 얼거리가 매한가지이니, 삶을 삶대로 어루만지는 만화라든지 꿈을 꿈처럼 빛내는 만화가 나오기 만만하지 않아요. 이 가운데 삶을 다루는 오세영 님 만화는 《외뿔이》로 살그마니 피어나기도 합니다. 그야말로 보배처럼 태어난 만화 하나입니다. 그런데 숱한 학습만화에 밀리거나 묻히면서 좀처럼 제빛이 드러나지 못했어요. 한국에서는 만화를 만화로 여기지 못하고 ‘학습도구’ 가운데 하나로 보거나, ‘불량만화’라는 홉뜬 눈이 매우 깊거든요. 외뿔이가 외뿔 하나로도 씩씩하게 삶터를 일구듯, 만화라는 자리를 알뜰살뜰 씩씩하게 일군 분들을 가만히 그립니다. ㅅㄴㄹ



“몇 년 동안 목재소에 일해 모은 돈입니다. 이걸로 구 사장 돈을 갚으세요.” “뭐라구!” “거저 드리는 게 아니니까 놀라지 마세요. 외뿔이가 시합에 나가 이기면 그 상금은 제 겁니다. 지면 외뿔이를 가져갈 거구요.” “만약 이긴다 해마다 상금을 독차지하던 구 사장이 이런 걸 알면 가만히 있겠나.” “그런 건 걱정 마세요. 목재소 머슴살이 그만두고 오는 길이니까요.” (39∼40쪽)


(숲노래/최종규)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레모네이드처럼 1
김진 지음 / 시공사(만화) / 1999년 6월
평점 :
절판


만화책시렁 60


《레모네이드처럼 1》

 김진

 대화

 1993.5.8.



  1970년대가 저물며 1980년대가 되자 이 나라는 퍽 바뀌었습니다. 1980년대가 저물고 1990년대가 될 적에도 꽤 바뀌었고, 2000년대나 2010년대가 될 적에도 제법 바뀌었습니다. 2020년대가 되면 또다시 바뀔 테지요. 꾸준히 바뀌는 삶터를 보면서 이를 안 바꾸려고 버티는 힘이 있고, 낡은 틀을 무너뜨리기를 바라는 힘이 있습니다. 1990년대를 열며 태어나는 순정만화는 1980년대 만화결하고 사뭇 달랐습니다. 만화뿐 아니라 만화집지도 달랐고, 대여점 판을 넘어 낱권 하나로 오롯이 목소리를 내며 이야기를 들려주려는 길을 이제 막 열려 했어요. 한국에서 만화는 그저 만화로 아름다운 책이라고 외친 첫무렵이라 할 만합니다. 이즈음 태어난 《레모네이드처럼》은 여러 틀이나 길이 얽히면서 부딪히는 삶을 넌지시 보여줍니다. ‘왜 남들이 하는 대로 해야 하지?’를 묻고, ‘앞으로 가야 하는 길은 뭐지?’를 묻습니다. 길이 보이지 않지만 길을 보고 싶어 헤매는 젊은 넋을 달래 주고, 낡은 틀을 허물려는 어른들이 여러모로 힘겨운 넋을 어루만집니다. 우리 삶길은 틀림없이 하루하루 나아지겠지요? 달콤하며 신 레몬물 한 잔처럼. ㅅㄴㄹ



“학교는 어디로 갈지 정했어?” “아니.” “아직도 안 정했단 말야?” “그런 걸 왜 가야 하는지 이해 못하겠어.” “얘가 머리가 이상한가 봐.” (68쪽)


“엄마, 무슨 일 있어?” “아니. 그냥, 오늘 우리 딸이 참 예뻐 보여서 그래. 엄만 너희들이 너무 예뻐. 정말이야.” (154쪽)


(숲노래/최종규)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