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들의 봉우리 1
다니구치 지로 지음, 유메마쿠라 바쿠 원작 / 애니북스 / 2009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만화책시렁 74


《신들의 봉우리 1》

 유메마쿠라 바쿠 글

 다니구치 지로 그림

 홍구희 옮김

 애니북스

 2009.9.17.



  숲에 깃들면 숲이 들려주는 소리하고 빛깔에 둘러싸입니다. 가만히 눈을 감으면 이 소리하고 빛깔은 갖가지 숨결이로구나 하고 깨달을 만합니다. 멧자락으로 한 발 두 발 접어들면 멧골이 들려주는 소리하고 빛깔에 휩싸입니다. 살짝 숨을 돌리면서 바위에 몸을 기대어 눈을 감으면, 바위가 마음으로 온누리를 돌아다닌 이야기를 들을 수 있습니다. 《신들의 봉우리》 첫걸음을 펴면, 멧골에서 사는 멧사나이 이야기가 살몃살몃 나오다가 어느새 줄거리를 가득 채웁니다. 님이 사는 봉우리에서 살아가는 사람은 어떤 뜻이나 생각일까요? 누구도 넘볼 수 없다는 깊은 멧골에 들어 홀로 멧봉우리를 붙잡고 오르는 사람은 어떤 마음으로 무슨 몸짓을 펴는 셈일까요? 멧봉우리에 가까이 다가서면 다가설수록 사람 사는 마을하고 멀리 떨어집니다. 멧골 깊이 들어가면 들어갈수록 밥도 잠도 줄면서 오롯이 멧바람하고 하나가 되어 갑니다. 우리는 숲이나 멧골하고 멀리 떨어진 곳에 마을을 세우다가 도시를 키웁니다. 숲이나 멧골에 아무렇지 않게 송전탑을 박고 구멍을 냅니다. 우리는 오늘 무엇을 볼까요? 무엇을 할까요? 무엇을 느낄까요? ㅅㄴㄹ



‘후카마치에게는 그 사나이가 산꼭대기에 오르려 하고 있다기보다는 별이 빛나는 하늘로 돌아가려는 것처럼 보였다.’ (112쪽)


“어려운 곳에다 손을 뻗치는 거죠. 마치, 바위를 두려워한 자신에게 화를 내고 벌을 주듯이 그 어려운 바위에 손을 대고 맙니다. 그리고는 결국 거기를 오르고 말죠.” (273쪽)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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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노트 1
이케후지 유미 지음 / 시리얼(학산문화사)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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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만화책시렁 73


《고양이 노트 1》

 이케후지 유미

 김시내 옮김

 학산문화사

 2015.12.25.



  고양이가 글을 쓴다면, 공책에 하루를 적는다면, 두고두고 남길 삶을 가만히 그린다고 한다면, 어떤 이야기를 펼까요? 《고양이 노트》는 고양이 자리에서 고양이 눈으로 고양이 걸음에 맞추어 고양이 마음을 풀어내는 얼거리로 ‘고양이를 둘러싼 사람이 지내는 터’를 보여줍니다. 이런 얼거리를 살린다면, 바람이 사람을 바라보는 삶도, 빗물이 사람을 지켜보는 삶도, 들풀이 사람을 헤아리는 삶도, 나무가 사람을 마주하는 삶도, 풀벌레가 사람을 노래하는 삶도 얼마든지 새롭게 엮어 볼 만하구나 싶습니다. 우리는 사람이라는 몸을 입고 살기에 으레 사람 눈높이에서 생각하기 마련이지만, 정작 사람 사이에서도 금을 긋거나 가르면서 뿔뿔이 흩어지곤 해요. 이러다 보니 사람 사이에서 마음을 읽는 눈이 옅어지고, 이웃 마음을 못 읽거나 안 읽으면서 고양이라든지 바람이라든지 빗물이라든지 들풀이라든지 나무라든지 풀벌레 마음은 도무지 못 읽고 마는구나 싶습니다. 조곤조곤 속삭이면 모두 알아듣습니다. 가만히 귀를 기울이면 모두 들을 수 있습니다. 곁에 다가서며 기다리면 다 알아듣고, 함께 살림을 지으니 서로 이야기꽃이 터집니다. ㅅㄴㄹ



“있잖아, 넌 부모님과 떨어져서 살게 되기는 했지만, 절대로 외톨이는 아니야. 앞으로는 우리가 함께 있을 거니까.” (38쪽)


‘아, 그렇구나. 저 책상에 앉아서는 즐거운 일만 하고 싶은 거야. 그것도 나랑 똑같군. 나도, 저 책상에 누워 있을 때는 저런 표정을 지을까?’ (109쪽)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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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보그 009 완결편 2
이시노모리 쇼타로 지음 / 미우(대원씨아이)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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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만화책시렁 71


《사이보그 009 완결편 2》

 이시노모리 쇼타로·오노데라 조 글

 하야세 마사토 그림

 강동욱 옮김

 미우

 2018.8.31.



  귀를 기울일 수 있다면 나무가 들려주는 이야기를 받아들입니다. 꽃한테서도 풀한테서도 이야기를 받아들일 수 있고, 작은 돌하고 커다란 바위가 나누어 주려는 이야기를 받아들일 수 있어요. 이뿐 아니라 개구리하고 뱀이 저마다 달리 들려주는 이야기라든지, 태풍 이야기나 빗방울 이야기까지 받아들일 만합니다. 《사이보그 009 완결편》 두걸음을 읽다가 생각합니다. 기계를 몸에 붙인 사이보그는 기계를 몸에 붙이기 앞서까지는 ‘다른 사람하고 같은’ 삶이었지만, 그 뒤로는 사뭇 다른 길을 걷습니다. 끝없이 싸우고 다시 싸우는 길을 간다고 할 만한데, 이 길은 그동안 잊거나 잃었던 소리를 다시 찾으려는 길이면서, 사람이 무엇인가 하고 처음부터 새로 생각하려는 길입니다. 목숨을 다시 생각하는 길입니다. 삶과 사랑을 새로 생각하는 길입니다. 그리고 이 지구라는 별에서 서로 아름답게 어깨동무하는 기쁜 길을 하나씩 찾아서 씨앗을 뿌리고 싶은 길이에요. 우리가 별이랑 구름이랑 바람이 속삭이는 말을 들을 수 있다면, 개미하고 풀벌레가 어떤 노래를 부르는지 알아차릴 수 있다면, 섣부른 막삽질이란 일어나지 않으리라 봅니다. ㅅㄴㄹ



‘식물은 수다쟁이다. 낮에도 밤에도 하루 종일 소곤소곤 속삭이거나, 큭큭큭 하고 웃고 울고 소리 지르고 중얼중얼 혼잣말을 떠든다. 수많은 나뭇잎이 소리를 흡수하기 때문에 숲이 조용하다는 사람도 있지만, 그것은 식물들의 수다가 들리지 않는 자의 감상일 것이다.’ (85쪽)


“제로니모, 너는 여기서 사람을 몇 명이나 죽였지? 이것이 정의일까? 사이보그로 개조되어 네가 싸워 온 상대는 정말로 악일까? 그 사람들을 죽이는 것이 정말로 정의일까?” (137쪽)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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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나타 달리다 1
타카하시 신 지음, 이상은 옮김 / 학산문화사(만화)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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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만화책시렁 72


《카나타 달리다 1》

 타카하시 신

 이상은 옮김

 학산문화사 2018.7.25.



  달려 본 사람이라면 압니다. 숨이 턱에 차오를 적에 어느새 이 숨결이 가라앉으면서 외려 몸이 가벼워 마치 깃털 같구나 하는 느낌을 말이지요. 더는 못 달릴 듯하다 싶지만 저도 모르게 발을 새로 내딛어 달립니다. 이제는 그만 달리고 풀밭에 드러눕자 싶어도 다시금 발을 새로 놀리며 달립니다. ‘숨턱’이라 할 만한데, 숨턱을 지나면 몸을 잊고 오롯이 마음으로 저 먼 앞길을 바라볼 수 있습니다. 몸하고 마음이 다른 줄을, 마음을 움직이는 넋이 어떻게 몸을 다스리는 줄을, 오래오래 달리면서 새삼스레 배우지 싶습니다. 《카나타 달리다》 첫걸음은 둘레에 어떻게 무슨 말을 해야 할는지 모르는 아이가 무턱대고 달리고 또 달리다가 저 스스로 얼결에 깨달은 기쁜 숨결을 어디에서나 누리고 싶어서 그저 달리고 달리는 줄거리로 첫머리를 엽니다. 둘레에서는 이 아이가 왜 달리는지 알 바 없고 알려 하지 않아요. 그래도 오직 한 아이는 이 달림쟁이한테 마음을 기울입니다. 무턱대고 몸만 쓰지 말고 입을 열어 마음을 터놓으면 될 텐데 하고 여기지요. 사람이란, 몸이 아닌 마음이라는 대목을 두걸음에서도 잘 짚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시큰둥한 얼굴을 하는 것보다, 저 녀석은 웃는 게 훨씬 좋아. 우리 반 애들은 모를 거야. 저 녀석이 저런 얼굴로 웃는다는 거. 신사에서 내려다보이는 이 마을의 경치를 보여주고 싶어. 저녁해가 산 뒤로 숨기 직전, 이 마을을 비추는 아름다운 경치.’ (26쪽)


“마법도 근성도 기술도, 압도적인 ‘달리는 힘’ 앞에서는 의미가 없어. 오직 몸 하나로, 그저 한결같이 빠르게 빠르게 앞으로 내달린다.” (168쪽)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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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보그 009 완결편 1 - 컨클루전갓즈워
이시노모리 쇼타로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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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책시렁 70


《사이보그 009 완결편 1》

 이시노모리 쇼타로·오노데라 조 글

 하야세 마사토 그림

 미우

 2018.7.31.



  어디엔가 다니면서 배우는 동안 어디에서 배우는 것이 머리에 스며들고, 제 삶자리에서 스스로 익히던 것은 머리에서 밀립니다. 누구한테 찾아가 이야기를 듣는 사이 누가 들려주는 이야기는 머리에 남고, 제 삶터에서 스스로 짓던 이야기는 머리에서 잊힙니다. 학교나 교사가 나쁘다고 여길 수 없습니다만, 학교나 교사가 보금자리하고 우리 스스로보다 앞에 있을 수는 없습니다. 그런데 우리가 스스로 삶을 짓는 길을 못 가거나 스스로 이야기를 짓는 사랑이 없는 하루라면? 《사이보그 009 완결편》 첫걸음은 책이름처럼 ‘사이보그 009’ 이야기를 마무리짓는 첫발입니다. 이 만화는 먼 앞날을 살던 누가 만화가한테 텔레파시를 보내어 그릴 수 있었다고 첫머리에 밝힙니다. 앞으로 끔찍한 과학문명이 되지 않기를 비는 뜻을 만화로 담고, 사람이 지구에 왜 태어났는가를 사람 스스로 돌아보기를 바라는 뜻도 만화에 얹었다고 합니다. 사이보그 아홉 사람은 저마다 몸에 기계장치를 심었기에 사람도 기계도 아닌 어정쩡한 모습이라고들 하는데, 우리는 오늘 얼마나 사람답다 할 만할까요? 지식이, 마음이, 넋이, 사랑이, 말이, 눈빛이, 발걸음이, 또 삶이.



“그런 사이보그는, 인간으로서도 기계로서도 어중간한 쓰레기다! 그런 건 형편없는 불량품이야! 해치워! 어서 없애버려!” (106쪽)


“예를 들면 유다에서 출토된 4억4천 년 전의 삼엽충 화석 같은 거죠. 세 마리의 삼엽충이 놀랍게도 샌들에 짓눌린 흔적이 보였어요 … ‘있을 수 없는 것’들은 전시되지 않고 미술관이나 박물관의 보관실에 감춰지고 마는 거예요.” (126∼127쪽)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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