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삶을 다시 한번
도다 세이지 지음, 조은하 옮김 / 애니북스 / 2017년 8월
평점 :
절판


만화책시렁 79


《이 삶을 다시 한번》

 도다 세이지

 조은하 옮김

 애니북스

 2017.8.25.



  어릴 적부터 망설이든 일이 있습니다. 왜 그런 바보같은 짓을 했는지 끝없이 뉘우치면서 울 때가 있는데, 이때마다 마음속에서 목소리가 흘러나와요. ‘그러면 이곳 이때를 다시 살면 바보같은 짓을 안 하겠니?’ 하고. 이 목소리를 들을 때면 늘 괴롭습니다만, ‘아니, 다시 살지는 않겠어.’ 하고 대꾸합니다. 이렇게 대꾸를 한 날 잠이 들면 ‘바보같은 짓을 했던 하루를 다시 그리고 새로 그리는 꿈’을 어김없이 꾸었어요. 《이 삶을 다시 한번》을 읽으며 옛생각이 떠오르기도 하고, 오늘이 새롭게 보이기도 합니다. 오늘 저는 아침부터 저녁까지 잘한 일을 앞으로도 잘할 만하고, 못한 일은 앞으로도 더 못할 만할까요? 이 삶을 다시 맞이한다면 훨씬 느긋하거나 넉넉한 마음이 될 만할까요? 아마 그럴 수도 있을 테지만, ‘다시 살자’는 마음으로 자꾸자꾸 되살아나다가(윤회) 똑같은 일을 고스란히 저지르지 싶기도 합니다. 굳이 이 삶을 다시 맞이하기보다는, 오늘 저지른 잘못이 있으면 바로 오늘 털어내어 스스로 말끔해져야지 싶습니다. 스스로 가려는 꿈길을 씩씩하게 되새기는 길이 제 앞길이라고 여깁니다. ㅅㄴㄹ



“발상은 재미있었어요. 하지만 저번 거랑 마찬가지로 개성이 부족해 보여요. 너무 나가는 건 제가 제동을 걸 테니까 표현하고 싶은 대로 다 해보세요.” (58쪽)


“그림에 목숨 걸고 매달려야 할 이유 같은 건 없어. 그냥 원없이 뭔가를 해보고 싶었을 뿐이야. 난 병 때문에 그림을 그리게 됐어. 순탄하게 살아온 사람이 좋은 작품을 쓰는 건 더 힘들겠지. 다카코 씨가 더 힘들 거라고 봐.” (67쪽)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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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속으로의 여행 2
타카 아마노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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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만화책시렁 77


《책 속으로의 여행 2》

 아마노 타카

 박선영 옮김

 학산문화사

 2009.2.25.



  제가 읽는 책은 제가 지켜보고 싶은 삶이자, 제가 바라는 삶이지 싶습니다. 또는 제가 가려는 길에 벗으로 삼으려는 책이거나, 제가 미처 깨닫지 못한 길을 넌지시 알려주는 동무이지 싶어요. 삶에 기쁨이 있고 슬픔이 있습니다. 처음부터 두 가지가 나란히 있었는지, 어느 하나만 있었는지는 모릅니다. 아마 늘 두 가지가 같이 있었을 수 있는데, 기쁨이나 슬픔은 더 좋거나 나쁘지 않은 삶으로 흐를는지 몰라요. 《책 속으로의 여행》 두걸음을 읽습니다. 도깨비 키이치 삶하고 몸짓이 이 만화책에서 고갱이가 되는데, 도깨비 아이 이름 ‘키이치’를 놓고 두 가지 뜻풀이 이야기가 나옵니다. 하나는 도깨비이니 그저 도깨비라고 일컫는 이름입니다. 다른 하나는 어머니가 아이한테 사랑으로 붙인 이름이에요. 어느 쪽이든 소리가 같으니 받아들이는 이 몫입니다. 살갑게 마주하든 짓궂게 괴롭히든 그쪽에서는 그쪽 마음대로 어느 이름이든 골라서 부르겠지요. 그렇다면 이 이름을 듣는 쪽에서는 어떤 마음으로 살아갈 적에 ‘나다울’ 만할까요? 키이치가 키이치답게 걸어가는 길, 키이치가 가는 길을 지켜보는 눈, 모두 너그럽기를 빕니다. ㅅㄴㄹ



“그 말과 마음은 빙글빙글 돌다가, 언젠가 그녀에게 전해질 게다. 세상은 그렇게 돌아가는 거니까. 그동안 내내 생각해 왔었는데, ‘키이치’란 이름은 네 어머니가 붙여 주신 거니?” “네, 마을 사람들은 ‘도깨비’의 ‘鬼’랬어요.” “아마 키이치의 ‘키’는 ‘鬼’가 아니라 ‘喜’일 거야. ‘喜一(키이치)’, 즉 유일한 기쁨이란 뜻이지. 기쁨. 그래, 모든 사물에는 의미와 바람을 담아 이름이 붙여지거든. 네 어머니의 뜻이 네 안에 숨쉬고 있다는 증거야.” (61∼62쪽)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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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소년 1
타카노 히토미 지음, 이기선 옮김 / AK(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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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책시렁 78


《나의 소년 1》

 타카노 히토미

 이기선 옮김

 AK코믹스

 2017.2.25.



  바닷물에 몸을 잠그면 어쩐지 포근합니다. 어디에서 비롯했을까 싶은 짠물이 포근하고, 끝없이 밀려오고 밀려가는 물결이 포근합니다. 때때로 확 몰아치면서 머리끝까지 뒤집어씌우는 물결도 재미나면서 포근해요. 《나의 소년》을 읽으며 포근한 손길이나 눈길이란 무엇일까 하고 생각합니다. 곁에 있는다고 해서 포근하지 않습니다. 곁에 있어도 마음이 함께 있지 않다면 안 포근해요. 멀리 있기에 안 포근하지 않습니다. 멀리 있어도 마음으로 함께 있으니 어디에서 어떤 일을 하더라도 포근한 숨결을 느끼며 기운을 새로 냅니다. 그러고 보면, 나이가 제법 있으면서 혼자 살기에 외롭지 않습니다. 혼자란, 손길을 따뜻이 뻗지 못하는 나이면서, 나한테 따뜻한 손길이 오지 못하는 하루일 테지요. 함께란, 손길을 따뜻이 뻗는 나이면서, 뜻하지 않은 곳에서 문득 따뜻한 손길이 찾아오는 하루일 테고요. 두 사람이 사이가 좋다면 나이가 비슷하기 때문도 아니고, 돈을 주고받기 때문도 아닙니다. 두 사람은 문득문득 따스한 손길을 내밀고, 문득문득 따스한 손길을 받아요. 있는 그대로 줄 수 있고 받을 수 있으면서, 상냥한 마음이 흐릅니다. ㅅㄴㄹ



“엄마가, 슬플 땐 사람의 심장 소리를 들으면 좋댔어요.” (53쪽)


‘시합을 보러 오지 않는 아빠. 동생 ‘료이치’. 그리고 없는 엄마. 어떤 집이 이 아이를 만든 걸까.’ (136쪽)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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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월 1
김혜린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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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책시렁 76


《인월 1》

 김혜린

 대원씨아이

 2017.6.30.



  빗물이 돌고 돕니다. 이곳에서 내린 비는 흙으로 스며 땅밑에서 큰 줄기로 모여서 흐르다가 샘으로 솟고 냇물이 되어 다시 땅을 적시더니 어느새 새롭게 비가 되어 내립니다. 말이 돌고 돕니다. 우리 입에서 처음 터진 말은 뭇사람을 거치고 또 거쳐서 다시 우리 귀로 돌아옵니다. 삶이 돌고 돕니다. 사랑으로 지은 삶도, 미움으로 지은 삶도, 끝없이 돌고 돌면서 우리를 감쌉니다. 김혜린 님이 오랜만에 빚는 《인월》 첫걸음은 돌고 돌되 아프게 돌고 도는 삶을 짚으려 합니다. 가슴에 뜨겁게 솟구치려는 아픈 불길을 잠재우려는, 이러면서도 터뜨리고 싶은, 뜨겁게 아픈 사람들이 만나고 헤어지고 다시 만나고 또 헤어지는 갈림길을 짚으려 해요. 아픈 불길은 터뜨리고 자꾸 터뜨리면 잠재울 만할까요? 또는 누그러질 만할까요? 괴로운 불길은 일으키고 거듭 일으키면 비로소 사그라들 만할까요? 먼발치에 있는 다른 사람을 보며 불길을 터뜨리려 하면 아무리 불길을 터뜨려도 시원하지 않습니다. 스스로 고요히, 차분히, 새롭게 사랑으로 태어날 수 있는 씨앗이 되도록 다스리지 않는다면, 미움도 싸움도 종살이도 끝나지 않고 맴돌지 싶습니다. ㅅㄴㄹ



“형, 그 녀석 무사히 지네 패거리 찾아갔을까? 근데 왜구들도 먹을 게 없어서 맨날 쳐들어오나? 그 녀석 꼴 보니까 털어간 거 다 어디다 어쨌는지 모르겠던데.” “도둑놈들이 그렇지 뭐. 그리고 그놈은 졸병이잖아. 거기도 대장이 있을 테니까.” (26쪽)


‘나도, 시주공물이었구나. 그래, 노비는 사람이 아니라 물건이니까.’ (78쪽)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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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멸의 그대에게 6
오이마 요시토키 지음, 김동욱 옮김 / 대원씨아이(만화)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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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책시렁 75


《불멸의 그대에게 6》

 오이마 요시코키

 김동욱 옮김

 대원씨아이

 2018.7.31.



  모두 넉넉히 주어진 곳에서 태어났기에 무엇이든 넉넉히 할는지 모릅니다. 그렇다면 ‘넉넉히’란 무엇일까요? 이른바 좋은 쪽으로 있을 때에만 넉넉할까요, 나쁜 쪽으로 있기에 안 넉넉할까요? 좋다고 하든 나쁘다고 하든 우리한테 밥이 됩니다. 좋다면 좋은 대로, 나쁘다면 나쁜 대로 마음을 살찌우는 길이 되어요. 다만 이를 깨닫기까지 오래 걸릴 수 있어요. 우리한테 나쁜 것이 잔뜩 있기에 너무 어렵다고 여기기 쉽습니다. 《불멸의 그대에게》 여섯걸음은 ‘어버이한테서 받은 삶’을 아이로서 어떻게 받아들여 새롭게 가꾸는가 하는 이야기를 다룹니다. 우리는 어버이가 물려주는 여러 가지가 나쁘다며 싫어할 수 있습니다. 어버이가 무엇을 물려주건 말건, 또 무엇을 보여주거나 들려주건 말건 이를 아랑곳하지 않으면서 우리가 마음에 품는 꿈대로 길을 나설 수 있습니다. 어느 쪽이든 우리 삶이에요. 날이 맑든 궂든 가야 할 길을 갈 뿐입니다. 아이가 아이로서 새롭고 씩씩하게 한 걸음씩 뗀다면, 모든 삶을 고스란히 밥으로 삼는다는 뜻이지 싶습니다. 그야말로 불구덩이 같은 곳에서 나고 자란 아이들이 기운내면서 웃는 모습을 가만히 지켜봅니다. ㅅㄴㄹ



‘나는 안심했다. 그 녀석도 용서할 수 없는 게 있구나 하고. 그건 어쩐지 인간 같았다. 그리고 나 같았다. 내 미래에 그 녀석도 있었으면 좋겠다.’ (38∼39쪽)


“우리 부모는 악마일지도 몰라. 하지만 그런 거랑 상관없이 우린 우리가 하고 싶은 걸 할 뿐이야. 안 그래?” (58쪽)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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