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의 라이온 9
우미노 치카 지음 / 시리얼(학산문화사)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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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책시렁 88


《3월의 라이온 9》

 우미노 치카

 서현아 옮김

 시리얼

 2013.12.25.



  아이들이 눈부시게 자랍니다. 뛰놀면서, 비를 맞고 놀면서, 구르며 놀면서, 먹고 놀면서 자랍니다. 즐겁게 웃으면서 자라고, 때로는 곯아떨어져 잠들면서 자랍니다. 노는 아이들은 다치는 일이 없습니다. 놀다가 다치는 까닭이라면 아무래도 어른이 끼어든 탓입니다. 또는 어른이 벌여 놓은 자질구레한 것이 널린 탓입니다. 놀이로 가득한 곳에는 서로 돌보면서 어우러지는 길이 있습니다. 《3월의 라이온》 아홉걸음을 읽습니다. 학교에서 여러 아이가 부대끼는데 어느 아이는 따돌림을 받는 곳에서 듬직히 보듬는 손길을 보금자리에서 느끼며 자라고, 어느 아이는 따돌림을 일삼으면서 아무런 손길을 받을 수 없는 보금자리에서 쓸쓸히 자랍니다. 따돌림이란 뭘까요? 누가 누구를 따돌릴 수 있을까요? 돌림질을 하는 아이는 이 돌림질로 무엇을 얻을까요? 돌림질을 받은 아이는 굳이 학교라는 곳을 더 다니거나 졸업장까지 따야 할까요? 기사 자격증을 일찍 얻으려는 아이는 이 자격증으로 밥벌이를 할 수 있으리라 여깁니다. 틀림없이 자격증은 돈이 되겠지요. 그러나 삶은 돈으로만 이루지 않습니다. 삶을 이루는 바탕은 아주 가까이에, 마음속에 있어요. ㅅㄴㄹ



“네가 아무 데도 힘을 쏟기 싫어하는 건, 자기의 크기를 알고 실망할까 봐 두렵기 때문이지. 하지만 타카기. 실망해도 괜찮아. ‘자기의 크기’를 알면 ‘뭘 해야 할지’를 비로소 알게 되지.” (19쪽)


“‘즐거울 것 같아서’ 그러면 어때? 이유 같은 건 그거 하나면 충분해. 할아버진 말이지, 네가 즐겁게 살아 주는 게 제일이란다.” (48쪽)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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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린세스 메종 1
이케베 아오이 지음, 정은서 옮김 / 미우(대원씨아이) / 201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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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책시렁 83


《프린세스 메종 1》

 이케베 아오이

 정은서 옮김

 미우

 2018.2.23.



  서울이나 부산 한복판에 비행시험장을 세우려는 개발업자는 없습니다. 서울이나 부산에 안 어울리기 때문이 아니라, 비행기를 시험하다가 떨어지면 피해배상을 엄청나게 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다른 나라에서 비행시험장을 세운다면 사막이나 사막하고 비슷한 곳에 합니다. 이때에는 비행기를 시험하다가 떨어져도 피해배상을 할 일이 매우 적을 테니까요. 한국에 사막이 있을까요? 없습니다. 사람이 적게 사는 곳은 있되, 사람이 적게 사는 시골이나 멧골은 도시사람이 누리는 밥이며 옷이며 집이 태어나는 터전입니다. 《프린세스 메종》을 읽으면서 집을 떠올립니다. 이 만화에 나오는 사람들은 도쿄 한복판에서 보금자리가 될 아파트를 장만할 꿈을 꾸거나, 아파트를 파는 일을 합니다. 아파트란 어떤 곳이 될까요? 아파트 곁에 공항이나 고속도로나 기찻길이 지나가면 살 만할까요? 도시가 커지면서 위험·위해시설을 ‘도시에서 먼’ 시골에 자꾸 지으려 합니다. 조용하면서 깨끗한 삶을 지키던 시골사람은 갑작스레 위험·위해시설을 떠맡아야 할 노릇인데, 이런 삽질은 얼마나 올바를까요? 집을, 보금자리를, 아늑한 쉼터를 바라는 꿈이란 무엇일까요. ㅅㄴㄹ



“나 같은 놈에겐 죽어도 이룰 수 없는 꿈이에요. 아파트 구입이라니 환상이에요, 환상.” “그렇지 않아. 노력하면 가능할지도 모르는 일을 불가능하다고 상상만으로 판단하고는 시도해 보지도 않고 멋대로 비굴해지면 안 돼.” (92쪽)


“커다란 꿈이 아니에요. 내가 하기에 따라서 얼마든지 이룰 수 있는 목표예요. 집을 사는데, 나 말고 다른 누구의 마음은 필요없으니까요.” (177쪽)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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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마미코 1
요시모토 마스메 지음, 이병건 옮김 / 노엔코믹스(영상노트)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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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책시렁 82


《쿠마미코 1》

 요시모토 마스메

 이병건 옮김

 노블엔진

 2016.3.25.



  멧골에 사는 아이는 도시로 가고 싶습니다. 멧골에서는 만날 사람도 적고, 뭔가 새롭다 싶은 일이 적다고 여깁니다. 이 말 그대로 도시에는 사람으로 늘 북적이고 뭔가 새롭다 싶은 일이 잔뜩 있을는지 모릅니다. 그러면 사람을 자주 만나기에 즐거울까요? 늘 뭔가 일이 있으니 재미있을까요? 그리고 멧골에서는 아침저녁으로 어떤 새로운 하루를 열 만하고, 어떤 이웃하고 사귀면서 즐거울 만할까요? 《쿠마미코》 첫걸음은 멧골에서 곰이랑 함께 살아가는 아이가 나옵니다. ‘쿠마’라는 이름이 들어간 멧골마을은 마을이름처럼 곰을 가까이 두면서 지낸다고 합니다. 곰을 꺼리는 일이 없고, 곰도 사람하고 말을 섞는다고 해요. 어느 모로 본다면 사람들이 곰말을 못 알아듣거나 안 하니, 곰이 사람말을 배워서 한달 수 있습니다. 다시 말해서, 곰은 사람하고 이웃이자 동무로 지내고픈 마음입니다. 멧골이나 숲에서 갖가지 숲짐승도 이와 같은 마음일 테고, 풀이며 나무이며 돌이며 바위이며 흙이며 냇물이며 다 같은 마음일 테지요. 어느 쪽이 더 낫다고 할 수 없습니다만, 멧골에서도 하루 내내 신나고 새로우면서 복닥거리는 이야기가 흘러넘칩니다. ㅅㄴㄹ



“매번 그렇지만 쿠마데 마을사람들은 긴장감이 없구만. 이런 산속에 사는 사람들이니 곰은 친구겠지.” (33쪽)


“‘나츠, 안 돼! 겨울잠 자면 안 돼.’라고 마치가 매년 울어서 그만뒀었지, 겨울잠.” “그런 일이 있었나?” “그래서 이때도 마치가 말야…….” “나츠. 나츠. 역시 나 도시의 고등학교로 가고 싶어.” (87쪽)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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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의 가방 2 (완결)
다니구치 지로 글.그림, 오주원 옮김, 가와카미 히로미 원작 / 세미콜론 / 201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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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책시렁 81


《선생님의 가방 2》

 가와카미 히로미 글

 다니구치 지로 그림

 오주원 옮김

 세미콜론

 2014.2.17.



  아이가 싱글싱글 웃으면서 다가옵니다. 웃는 낯을 보면서 웃지 않을 수 없습니다. 아이가 잔뜩 찡그린 채 다가옵니다. 찡그린 낯을 보면서 나도 찡그려야 하나, 웃음으로 풀어낼 길을 찾아야 좋을까 하고 생각합니다. 아주 작아 보이는 일을 놓고도 함께 웃는 사이가 있고, 아주 작아 보이는 일을 둘러싸고 끝없이 다투거나 악다구니가 되는 사이가 있습니다. 왜 두 갈래로 길이 벌어질까요. 《선생님의 가방》은 두걸음으로 이야기를 맺습니다. 할아버지인 선생님 나이를 생각한다면 세걸음이나 네걸음이 좀 벅찰는지 모르지요. 그러나 나이라는 틀을 벗어던진 마음을, 겉모습이라는 허울을 내려놓은 사랑을, 얼마든지 여러 걸음으로 더 찬찬히 그릴 만했으리라 생각합니다. 포근히 흐르는 두 마음 사이에는 대단하다 싶은 일이 없어도, 바로 이 수수한 바람 한 줄기로 기나긴 날이 즐겁거든요. 넉넉히 만나는 두 사랑 사이에는 대수롭지 않은 일투성이라 하더라도, 참말 이 자잘한 이야기 하나로 오래오래 웃음꽃이 피어나면서 하루가 기쁘거든요. 작은 사람들 사랑은 작지 않으면서 이쁩니다. 수수한 사람들 마음은 수수하지 않으면서, 아니 환히 빛나면서 곱습니다. ㅅㄴㄹ



‘선생님은 평소와 전혀 다름이 없었다. 지금 여기에서 차를 마시고 있어도 사토루 씨의 가게에서 함께 술을 마실 때와 똑같았다. 그래도 이렇게 여기 함께 있다.’ (55쪽)


‘진지하게 이야기했다. 우리는 항상 진지했다. 농담을 나눌 때도 진지했다. 그러고 보니 참치도 진지하다. 가다랑어도 진지하다. 살아 있는 것은 대부분 진지하다.’ (173쪽)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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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의 가방 1 세미콜론 코믹스
다니구치 지로 글.그림, 오주원 옮김, 가와카미 히로미 원작 / 세미콜론 / 201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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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책시렁 80


《선생님의 가방 1》

 가와카미 히로미 글

 다니구치 지로 그림

 오주원 옮김

 세미콜론

 2014.2.17.



  저는 모르는 것이 많습니다. 이를테면 자동차를 몰면 기름을 꽉 채워서 얼마나 달릴 만한지 모릅니다. 자동차에 붙인 바퀴는 얼마나 쓸 수 있고, 어느 만큼 달린 뒤에 갈아야 하는가를 모릅니다. 한국뿐 아니라 지구별 온나라에 보험회사가 왜 이리 많고 다들 돈벌이를 잘하는가도 몰라요. 그렇지만 새록새록 배워서 아는 것도 있어요. 가만히 두 팔을 벌리고 나무 곁에 서면, 바람이 나뭇잎을 스치면서 부르는 노래를 알아듣습니다. 몸에 가만히 힘을 빼면 물에 뜨지만, 몸에 가만히 힘을 주면 찬찬히 냇바닷이나 바닷바닥에 가라앉아서 물바닥에 흐르는 물살이 어떤 노래를 들려주는지 알아차려요. 《선생님의 가방》 첫걸음을 읽으며 여러 가지 눈치를 채기도 하고, 여러모로 아쉽기도 합니다. 다만 오직 제 삶에서 보는 눈입니다. 할아버지하고 갓 마흔 줄에 들어서려는 사람 사이에도 얼마든지 따뜻하고 맑은 사랑이 피어날 수 있습니다. 몸을 섞어야만 사랑이 아닌, 마음이 하나로 만날 적에 사랑인 줄 느낄 수 있어요. 어디에서나 누구한테서나 배울 수 있듯, 우리는 마음을 뜨고 몸을 활짝 펴면 무엇이든 다 할 수 있는 줄 압니다. ㅅㄴㄹ



“열심히 날 위해 일해 준 건전지가 가여워서 버릴 수가 없었어요. 지금까지 불을 밝히거나 음악을 들려주거나 모터를 움직여 주었던 건전지인데, 떨어지자마자 버리는 건 너무 매정하다 싶어서요. 그렇지 않나요, 쓰키코 씨?” (25쪽)


“저도 학교에서 중요한 걸 배운 기억이 없네요.” “아뇨, 그게 아닙니다. 마음가짐만 있다면 어떤 곳에서든 인간은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지요.” (91쪽)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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