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리즈, 플리즈 미! 3 팝툰 컬렉션 7
기선 글 그림 / 팝툰 / 2010년 10월
평점 :
절판


만화책시렁 91


《플리즈, 플리즈 미 3》

 기선

 팝툰

 2010.10.25.



  저는 한국 만화하고는 거의 등을 집니다. 만화가 만화다운 길을 걷지 않고서 연속극이나 영화를 닮으려 하기에 대단히 재미없더군요. 때로는 연속극이나 영화로 다시 그리기를 바라는 듯한 만화를 보면 도무지 볼 마음이 들지 않아요. 만화로 아름답다면 연속극이나 영화로도 태어날 수 있을 테지만, 무엇보다 만화를 만화로 그리는 결이 한국에서는 자꾸 옅어지는구나 싶습니다. 간추려 말하자면 ‘생각을 그리는 붓결’이 없다고 할 만합니다. 틀에 박힌 사회를 고스란히 담으려 하면서 살짝살짝 익살맞은 대목을 넣는대서 만화라고 할 수 없습니다. 만화는 익살잔치가 아닙니다. 만화는 삶을 새로 지으려는 꿈을 사랑으로 아름다이 담아내어 생각이 훨훨 날아오르도록 지피는 이야기꽃입니다. 이런 결을 읽지 못하면 앞으로도 한국 만화는 아주 재미없으리라 느낍니다. 《플리즈, 플리즈 미》 세걸음을 읽다가 ‘연속극 흉내’를 자꾸 느껴 책을 덮습니다. ‘틀에 박힌 사회’조차 있는 그대로 담아내지 못하는구나 싶습니다. ㅅㄴㄹ



‘오늘처럼 우울한 날도 가끔은 있는 거야. 그러니까, 오늘 하루만 견뎌내자. 내일이면 다 괜찮아질 거야.’ (59쪽)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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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막의 꽃 이야기 페르시아 신화로부터 2
스와 미도리 지음, 정은서 옮김 / 애니북스 / 2013년 6월
평점 :
품절


만화책시렁 86


《사막의 꽃 이야기》

 스와 미도리

 정은서 옮김

 애니북스

 2013.6.4.



  무화과꽃은 무화과알이기도 합니다. 가을로 접어들면 날마다 한 소쿠리씩 무화과알을 얻어 온식구가 즐깁니다. 무화과알은 사람뿐 아니라, 개미 무화과말벌 날파리 모기 파리 나비 무당벌레 새 …… 참으로 많은 숨결이 즐깁니다. 모두 넉넉히 먹을 만큼 잔뜩 맺지요. 무화과나무는 알을 맺을 즈음부터 잘 알 테지요. 저한테 얼마나 많은 숨결이 날마다 끝없이 찾아들어 노래하고 춤추는지를. 《사막의 꽃 이야기》를 읽으며 꽃송이가 왜 곱게 피어나는가를 돌아봅니다. 곱게 피어난 꽃송이를 어여삐 여기는 손길이 있으면, 꽃송이가 얼마나 기뻐하면서 더욱 향긋하게 꽃내음을 피우는가를 함께 되새깁니다. 사랑받는 나무는 무럭무럭 자랍니다. 사랑받지 못하는 나무는 시름시름 앓습니다. 사랑받는 아이는 튼튼하게 큽니다. 사랑받지 못하는 아이는 주눅이 듭니다. 우리가 이 별을 사랑한다면, 흙 한 줌을 사랑한다면, 글 한 줄을 사랑하고 노래 한 가락을 사랑한다면 얼마나 아름다울까요? 이러면서 스스로 사랑하는 길을 걸을 줄 안다면 더없이 아름답겠지요. ㅅㄴㄹ



‘옛날에 나는 사막 한구석에서 핀 꽃이었다. 꽃잎에 몇 방울의 물을 머금었다 여행자에게 건네고 인간의 자그마한 기쁨을 양분으로 삼아 살았다. 그런 나에게 사자의 임무를 주신 분이 있었다. 하찮은 날 눈여겨봐 준 사람, 보답을 바라지도 않고 무언가를 준 사람은, 잘 너와 루시펠 님뿐이었다. 나는 그분에게 들판의 꽃을 바치련다.’ (174쪽)


“괜찮아요. 인간은 모두 잘 잊는답니다. 그러니까 잊으면 다시 생각해내면 돼요. 신은 언제나 우리 곁에 계시니까요.” (182쪽)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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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카자키에게 바친다 2
야마모토 사호 지음, 정은서 옮김 / 미우(대원씨아이) / 2016년 10월
평점 :
품절


만화책시렁 85


《오카자키에게 바친다 2》

 야마모토 사호

 정은서 옮김

 미우

 2016.10.31.



  얼마나 사랑받고 자라는가를 모를 수 있습니다. 어쩌면 사랑받는 줄 모르는 채 자라기 일쑤라고 할 만합니다. 무럭무럭 자란다면, 걱정없이 큰다면, 마음껏 놀면서 자란다면, 신나게 꿈꾸면서 큰다면, 모두 좋겠지요. 《오카자키에게 바친다》 두걸음을 보니, 그린이는 나이가 들어도 철이 들 생각이 없이 그저 하루하루 재미나게 놀 생각이 가득할 뿐입니다. 참으로 철이 없다고 할 노릇이지만, 어린 날을 걱정도 근심도 없이 뛰어놀려 하는 터라, 둘레에 있는 여러 동무도 뜻밖에 근심걱정을 문득문득 내려놓고 어울리면서 마음을 쉴 수 있었을는지 모릅니다. 놀이란 몸에 새숨을 불어넣는 몸짓이거든요. 놀이를 할 줄 아는 마음이기에 새롭게 배울 수 있어요. 깨닫기야 어른이 되어서 해도 됩니다. 철들기 또한 나이를 더 먹고서 느즈막히 해도 되지요. 오래도록 못 깨닫거나 철들지 않았더라도, 한결 홀가분하게 뛰고 달리고 노래하고 웃고 춤추면서 하루를 누린 나날이 있다면, 바로 이런 나날을 밑바탕으로 삼아서 어떤 가시밭길이나 수렁도 씩씩하게 헤쳐나갈 만하지 싶습니다. 아이는 홀가분하게 뛰놀기에 바로 아이입니다. ㅅㄴㄹ



그러다가 전근을 가게 된 선생님이 다른 학생들 몰래 나에게만 선물을 주셨다. 안에는 크로키북과 ‘언제까지나 즐겁게 그림을 그리길 바란다’라는 메모가 있었다. 당시의 나는 그 선물이 가진 의미나, 선생님의 마음을 전혀 이해하지 못했다. (68쪽)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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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종 일기 2 - 알코올 병동
아즈마 히데오 지음, 오주원 옮김 / 세미콜론 / 2015년 6월
평점 :
품절


만화책시렁 84


《알코올 병동, 실종일기 2》

 아즈마 히데오

 오주원 옮김

 세미콜론

 2015.6.15.



  술을 입에 대면 그만 스스로 가누지 못하는 사람이 꽤 있습니다. 알맞게 즐기는 길이 아닌 마구 퍼마시다가 넋을 잃는다든지 이웃을 괴롭히는 사람도 꽤 있어요. 그런데 이 같은 술을 제대로 배우거나 가르치는 터전이 있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서로 즐기고, 함께 나누며, 두고두고 누리는 길을 배울 수 없다면 ‘나이가 찼다’고 해서 섣불리 손에 대게는 하지 말아야 할 노릇이지 싶습니다. 《알코올 병동, 실종일기 2》은 만화가 한 사람이 그만 술독에 빠지면서 삶도 만화도 사람도 잃던 나날을 그려냅니다. 술에 절어 지내도 손에 다시 술을 쥐면서 그만 만화를 더는 그릴 수 없었다고 하는데요, 이녁은 ‘알코올 병동’이라고 하는 술독쟁이가 모인 병원에서 지내며 술을 아예 한 모금도 안 하는 삶으로 바뀌었을까요? 아마 뭔가 크게 바뀌었을 테니 다시 만화를 그리고, 이렇게 이녁 발자국을 고스란히 드러내는 만화까지 그렸겠지요. 가만히 살피면 술독뿐 아니라 돈독도 있고, 정치독이라든지 이름독처럼 그만 빠져서 갇히고 마는 수렁이 곳곳에 있습니다. 알맞음·어울림을 잊으면 즐거움·기쁨이 사라지면서 삶·사랑이 나란히 스러지겠지요. ㅅㄴㄹ



‘앞으로 평생 술을 마실 수 없다니 무슨 보람으로 살라고.’ (65쪽)


‘마음의 공동을 메울 것을 찾아라. 그렇구나. 내 경우 역시 일. 만화를 그리는 것이겠지. 잡지가 망해서 중단된 만화, 마저 그려서 단행본으로 만든다거나.’ (293쪽)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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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세모노 여관 1
호즈미 지음, 서현아 옮김 / 애니북스 / 2016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만화책시렁 89


《우세모노 여관 1》

 호즈미

 서현아 옮김

 애니북스

 2016.9.23.



  개미는 어디에서 비롯한 목숨일까요. 마당에 풀벌레나 애벌레가 죽은 채 있으면 어느새 개미가 잔뜩 몰려들어 풀벌레 주검이나 애벌레 주검을 깨끗이 토막내어 개미집으로 옮겨 갑니다. 아마 마당에서뿐 아니라 풀밭이나 숲에서도 개미는 모든 주검을 낱낱이 뜯어서 치우겠지요. 죽은 몸뚱이는 조용히 스러지는데, 몸뚱이에 깃들던 숨결은 어디로 갈까요. 사람은 죽어서 몸뚱이를 내려놓으면 넋은 어디를 떠돌려나요. 《우세모노 여관》 첫걸음은 어딘가 남다른 길손집을 이야기합니다. ‘잃어버린 것’이 있으나 무엇을 잃어버렸는지 모르는 이들이 찾아가는 길손집이라고 합니다. 잘 모르겠으나 찾고 싶은 것이 있기에 이 길손집을 찾아가고, 이 길손집에 머물면서 어느새 마음 한켠을 채울 사랑어린 것을 손에 담고서 아늑하면서 부드러이 이 땅을 떠난다고 합니다. 누구라도 마찬가지일 텐데, 살 적이든 죽을 적이든 ‘잊거나 잃은’ 것이 있으면 바로 이 잊거나 잃은 것을 생각하느라 어디로 어떻게 가야 할는지 하나도 모르겠지요. 잊은 길을 찾고 잃은 꿈을 찾으려 합니다. 앞으로는 더 잊지 않고 싶습니다. 이제부터는 다시 잃고 싶지 않습니다. ㅅㄴㄹ



“정말 후회 없는 사람이라면 여기 오지 않아.” (125쪽)


“모든 것에 의미를 부여하려는 건 인간의 어리석은 속성이에요. 탐욕스럽고, 교만하고, 나약한 인간의 사랑스러운 속성이죠.” (168∼169쪽)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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