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속으로의 여행 1
타카 아마노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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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책시렁 99


《책 속으로의 여행 1》

 아마노 타카

 박선영 옮김

 학산문화사

 2008.4.25.



  우리는 종이꾸러미인 책을 손에 쥘 수 있습니다. 온 슬기나 사랑을 담은 이야기꾸러미를 손에 쥘 수 있고, 기쁨이나 슬픔이 노래처럼 흐르는 삶꾸러미를 손에 쥘 수 있어요. 책꽂이에 넘치도록 책을 건사할 수 있고, 몇 가지 안 되더라도 마음이 넉넉하도록 책을 품을 수 있습니다. 《책 속으로의 여행》 첫걸음을 읽으면서 돌아보는데, 책을 더 많이 읽었기에 책을 잘 아끼지 않으리라 느낍니다. 책을 거의 읽은 적이 없더라도 책을 잘 아낄 뿐 아니라 글쓴이 속내를 잘 알아챌 수 있기도 합니다. 수천 수만 수십만에 이르는 책을 손에 쥐어 보았어도 읽는이 스스로 마음을 활짝 열면서 이야기를 받아들인 뒤에, 책을 덮고 나서는 스스로 삶을 새로 가꾸는 길을 가지 않는다면, 책읽기란 더없이 덧없는 노릇이라고 느낍니다. 우리는 더 읽어치우려고 더 읽지 않아요. 우리는 새로 깨어나서 새로 사랑을 지으려는 마음이 되려고 꾸준히 읽습니다. 어버이한테서 사랑어린 책읽기·마음읽기·삶읽기를 물려받은 아이가 무럭무럭 자라면서 사랑읽기·꿈읽기·노래읽기라는 길을 사뿐사뿐 걷습니다. 한 손에는 이야기 얹은 노래를, 다른 한 손에는 씨앗이랑 호미를 쥐고서. ㅅㄴㄹ



“이거, 엄마가 자주 읽어 주셨던 책이에요.” “이 책에 담겨진 많은 마음이 이것을 움직이게 한 거란다.” (64쪽)


“마을 밖에 나갔던 적은?” “없는데요.” “그렇다면 온 세상이 모르는 거 천지겠구나. 봐야 할 것이 무엇인지, 우선 스스로 판단할 수 있도록 되어야 한다.” (103쪽)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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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 비블리아 고서당 사건수첩 2
나카노 지음, 최고은 옮김, 미카미 엔 원작 / 디앤씨미디어(주)(D&C미디어)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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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책시렁 98


《비블리아 고서당 사건수첩 2》

 미카미 엔 글

 나카노 그림

 최고은 옮김

 디앤씨미디어

 2014.5.22.



  오늘날 누구나 손쉽게 ‘우유’를 마십니다. 우유란, 유제품을 다루는 회사에서 준 사료를 좁은 우리에 갇혀서 받아먹으며 햇볕 한 줌 쬐기 어려운 젖소한테서 짠, 이러고서 비닐로 감싼 종이팩에 담긴 물입니다. 이를 ‘소젖’이라 할 수 없습니다. 소젖이라고 한다면 풀을 먹고 햇볕을 쬐며 들판을 거닐거나 달리면서 놀던 소한테서 얻은 젖이에요. ‘소젖·우유’는 같을 수 없는 말입니다. 한국말하고 한자말이기 때문이 아니라, ‘살림·공산품’이란 대목에서 갈립니다. 《비블리아 고서당 사건수첩》 두걸음을 읽다가 생각합니다. 오늘 우리는 누구나 손쉽고 값싸게 매우 훌륭한 책을 사서 읽을 수 있습니다. 고작 만 원이나 이삼만 원만 치르면 어느 한 사람이 온삶을 바쳐 일군 어마어마한 책을 누리책집으로 시켜서 아주 빨리 받을 수도 있지요. 옛날에는 엄두도 못 낼 일이에. 이렇게 책을 손쉽고 값싸게 누구나 누릴 수 있은 지는 얼마 안 되어요. 그렇다면 우리는 책다운 책을 얼마나  아보거나 가리거나 즐기는 하루일까요? 훌륭하거나 아름다운 책맛을 어느 만큼 느끼거나 누리면서 새길을 걸을까요? 책맛, 책멋, 책결, 책넋, 책숨을 ……. ㅅㄴㄹ



“난 범인을 잡고 싶은 게 아니라 책을 되찾고 싶을 뿐이니까. 순간의 실수는 누구나 할 수 있으니, 따끔하게 한마디 해 주고 싶긴 하지만!” (34쪽)


“우리가 아니라 주인에게 직접 돌려주세요. 그 책 주인은 시다 씨라는 분인데, 학생처럼 ‘이삭줍기’를 무척 좋아하는 분이에요.” (109쪽)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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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지구가 멸망하기 전에 4
네무 요코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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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책시렁 97


《일단 지구가 멸망하기 전에 4》

 네무 요코

 서수진 옮김

 대원씨아이

 2018.6.15.



  아름답구나 싶은 학교를 다녔으면 삶이나 살림을 어릴 적부터 슬기롭게 돌보거나 가꾸는 길을 갔으려나 하고 돌아봅니다. 어쩌면 그럴 수 있습니다. 그리고 아름답지 않은 학교를 다니며 입시에 시달리는 동안 ‘한국에서 학교는 얼마나 끔찍한 감옥이자 군대인가’ 하고 깨달아, 무엇이든 스스로 찾고 배워서 지어야 하는 길을 걸을 수 있습니다. 《일단 지구가 멸망하기 전에》는 네걸음으로 이야기를 마무리합니다. 하늘나라 님들이 서로 장난스레 놀다가 ‘지구 멸망 계획’을 지구별 아이들한테 들려주는데, 지구별 아이들은 처음에는 그저 ‘장난’인 줄 알았다가, 장난이 아닌 줄 알아차리고는 초능력도 힘도 돈도 없는 고등학생으로서 뭘 할 수 있겠느냐고 손을 빼다가 ‘아무튼 지구가 사라지기 앞서’ 스스로 할 일과 이룰 꿈을 찾자고 다시 마음을 먹습니다. 생각해 봐요. 지구가 곧 무너진다고 하더라도 대통령을 뽑거나 학교에 아이들을 보내거나 회사를 다녀야 할까요? 지구가 곧 무너진다는데 군대나 전쟁무기를 건사해야 할까요? 무엇을 해야 할까요? 다툼질, 미움질, 짜증질을 이어야 할까요, 아니면 사랑하고 꿈하고 기쁨을 찾아야 할까요? ㅅㄴㄹ



“유키 선배는 농구를 좋아하지 않았어요?” “좋아해. 그래서 내년에도 농구를 하기 위해 지금 어떡할지 생각하는 거야.” (23쪽)


‘확실히 전보다 훨씬 많은 게 보이기 시작했어. 좀더 보고 싶어! 좀더 많이. 그러니까 꼭 이겨야 해!’ (119쪽)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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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엔 아무것도 없어 1 - 버리기 마녀의 탄생
유루리 마이 지음, 정은지 옮김 / 북앳북스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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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책시렁 96


《우리 집엔 아무것도 없어 1》

 유루리 마이

 정은지 옮김

 북앳북스

 2015.4.15.



  빌려서 살든 장만해서 살든 ‘우리 집’을 누리면서 가꾸려면 처음부터 깊고 넓게 살펴서 차근차근 나아가야 합니다. 그런데 막상 이 대목을 알려주거나 이야기하거나 가르치는 얼거리는 없지 싶습니다. 열아홉 살부터 제금을 나서 사는 동안 늘 스스로 부대끼며 하나씩 익혔고, 영 모르던 대목을 몸으로 맞닥뜨리면서 배우는 나날입니다. 어느 모로 본다면 지난날에는 어디나 ‘집이 배움터이자 일터이자 살림터’였으니 누구나 어버이한테서 제대로 물려받는 살림이었겠지요. 오늘날에는 학교가 입시싸움터 구실만 하니, 학교를 아무리 오래 다닌들 집살림을 도무지 못 배울 뿐 아니라 생각할 틈마저 없습니다. 《우리 집엔 아무것도 없어》 첫걸음을 읽으며 돌아봅니다. 이 만화를 그린 분도 집살림을 어떻게 해야 하는가를 배운 적이 없습니다. 다만 어릴 적 살던 어버이 집이 너무 어수선해서 이녁은 이렇게 어수선히 살고 싶지 않다고 생각했고, 나중에 스스로 하나하나 배우면서 집살림을 줄이고 버리면서 어느새 확 트인 마루하고 부엌하고 방을 누립니다. 스스로 새롭게 배운 살림이기에 이를 만화로 그리고, 이웃하고 생각을 나눌 수 있습니다. ㅅㄴㄹ



물건이 밖에 나와 있지 않으면 청소가 엄청 간단하다는 진리를 깨달은 나는 청소를 더 편하게 하려고 눈에 보이는 모든 물건을 수납장에 넣기로 했다. (86쪽)


청소가 끝난 뒤 집안으로 솔솔 불어오는 바람을 느끼면 이보다 더 상쾌할 수 없다. 우리 집은 아마 이대로 쭉 ‘아무것도 없는’ 텅 빈 길을 계속 달려갈 것 같은 기분이다. (122쪽)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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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부이야기 10
모리 카오루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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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책시렁 104


《신부 이야기 10》

 모리 카오루

 김완 옮김

 대원씨아이

 2018.8.15.



  작은아이 귀를 파기가 만만하지 않습니다. 간지러워 죽겠다면서 도무지 귀를 내놓을 생각을 안 합니다. 이러다가 여덟 살을 보내는 가을날 저녁 “아버지, 귀 좀 파 주세요. 손가락으로 귀를 파 봤더니 많이 나오더라.” 하고 부릅니다. 작은아이를 무릎에 누이고 왼귀는 그럭저럭 파지만 오른귀는 조금도 못 팝니다. 간지러움을 끝내 참을 수 없는 듯합니다. 오른귀는 며칠 사이에 팔 수 있겠지요. 이제 열한 살 가을을 보내는 큰아이도 볼 수 있겠구나 싶은 《신부 이야기》 열걸음을 피아노 건반에 얹어 놓습니다. 앞선 아홉걸음까지는 아직 좀 먼 이야기였지 싶으나 열걸음째에는 사냥, 활쏘기, 수리 길들이기, 드넓은 들에서 보내는 겨울잠, 목숨을 걸고 사랑을 찾아 떠난 아가씨, 신분·계급이 버젓한 터전에서 너그러운 아저씨, 목숨을 걸고 앙갚음하는 벗처럼, 여러 사람들 갖은 삶과 살림 이야기가 부드러이 이어지면서 흐릅니다. 숱한 가시버시 살림자락을 톡톡 건드리면서 걸어가는 이야기는 앞으로 어디쯤에서 마무리를 지을 만할까요? 우리는 어떤 마음으로 짝을 짓고 아이를 낳으며 하루를 짓는 걸음일까요? 머잖아 가을바람도 잠들겠지요. ㅅㄴㄹ



“말을 보고 있으면 즐겁잖아요?” “으응? 응.” “어렸을 때는 손이 비면 늘 이렇게 말을 보러 왔어요. 말이 풀을 먹는 모습을 하루 종일 바라보는 거예요.” (90쪽)


“강하니까 좋아하고, 강하지 않으니까 좋아하지 않고, 그런 게 아니에요. 늑대도 어렸을 때는 어미에게 먹이를 받아먹어요. 늙으면 약해지기도 하겠죠. 그래도 늑대는 늑대예요.” (104∼105쪽)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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