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와 할머니 - 사라지는 골목에서의 마지막 추억
전형준 지음 / 북폴리오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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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빛꽃 2022.1.6.

사진책시렁 93


《고양이와 할머니》

 전형준

 북폴리오

 2019.11.5.



  사랑하는 사람을 빛꽃으로 얹는 분이 있고, 개·고양이처럼 사람 곁에 머물면서 눈빛을 마주하는 숨결을 빛꽃으로 엮는 분이 있습니다. 다 다른 사람은 다 다른 찰칵이를 손에 쥐고서 빛꽃을 일굽니다. 《고양이와 할머니》는 책이름처럼 고양이하고 할머니를 바라보며 빛꽃을 여미려 합니다. 할머니는 부산 골목마을에서 호젓이 살아가는 이웃이요, 고양이는 할머니하고 골목마을에 마지막까지 깃들면서 삶을 누리는 숨결입니다. 빛꽃님은 고양이하고 할머니가 잿빛집에서 살아도 찰칵 하고 옮겼을까요? 아마 아니리라 봅니다. 할머니 손길이 그윽이 밴 수수한 골목마을에 피어난 꽃 사이로 사뿐사뿐 드나드는 골목고양이를 마주했기에 비로소 찰칵 하고 옮깁니다. 잿빛집이라는 터가 빛꽃으로 담기에 나쁘다고는 여기지 않습니다만, ‘사람손길’을 이야기할 눈길이라면 높다란 잿빛집이 아닌, 다섯겹으로 나즈막히 얹은 작은 잿빛집을 둘러싼 나무 사이에 깃드는 마을고양이를 바라볼 테지요. 빛꽃에는 고양이하고 할머니가 나오지만, 알고 보면 ‘골목빛’ 이야기입니다. 살림이 있기에 삶터가 있고, 오순도순 이야기가 있으며, 함께 살아가는 이웃이 있습니다.


ㅅㄴㄹ


살짝 아쉬운 사진책.
밥 먹는 모습이 좀 많다.
고양이가 할머니를 찾아드는
골목마을을 골목대로
더 찬찬히 보면 어떠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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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의 손수건 - 미선이와 효순이에게 보내는 이용남의 포토에세이
이용남 지음 / 민중의소리 / 200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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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숲노래 사진책 2021.11.18.

사진책시렁 89


《어머니의 손수건》

 이용남

 민중의소리

 2003.3.15.



  삶은 왼길도 오른길도 아닌 삶길입니다. 삶은 앞길도 뒷길도 아닙니다. 그저 삶길이에요. 왼날개라서 바르지 않고, 오른날개라서 옳지 않습니다. 삶을 바라보지 않으면 왼켠도 오른켠도 고인물에 썩은물입니다. 살림을 손수 지으면서 사랑을 가꾼다면 왼손도 오른손도 아름손입니다. 《어머니의 손수건》이 나온 지 스무 해 즈음 됩니다. 이 나라에 총칼을 거머쥐고 들어앉은 미국 싸울아비가 저지른 막짓을 둘러싼 이야기를 차곡차곡 담은 책입니다. 그때나 이제나 이 책만큼이나 이 책 비슷하게 ‘효순·미선’ 두 푸름이를 지켜보고서 담아낸 책은 없지 싶습니다. 적잖은 글은 목소리만 높고, 적잖은 글은 새삼스레 금긋기를 하면서 싸우려 듭니다. 두 푸름이가 짓밟혀 죽을 무렵 누가 우두머리(대통령)였을까요? 두 푸름이가 짓이겨 죽은 뒤에 누가 나라지기였나요? 그무렵 벼슬꾼 가운데 이 생채기·슬픔·피고름·멍울을 사랑으로 다스려서 찌끄레기를 풀어낸 이는 아예 없지 싶습니다. 무시무시하게 짓밟는 싸움연모는 미국만 만들지 않습니다. 우리나라도 만듭니다. 우리나라 싸움판(군대)에서 노리개질(성폭력)은 끊임없습니다. 민낯을 보아야 길을 풀어요.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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父さん、四?歲詩人になる。五?歲寫眞家になる。 (單行本)
石川 厚志 / 雷鳥社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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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사진책 2021.11.18.

사진책시렁 91


《父さん、四○歲 詩人になる。五○歲 寫眞家になる。》

 石川厚志

 雷鳥社

 2015.8.8.



  우리가 쓰는 적잖은 말씨는 우리가 손수 짓기보다는 남이 뚝딱거린 말씨이곤 합니다. ‘사진’도 매한가지인데, ‘빛그림’을 생각한 분이 제법 있으나 막상 ‘빛그림’을 널리 쓰지는 않아요. 빛그림이란 말을 쓴다면 ‘빛그림이·빛그림님’처럼 쓸 만하고 ‘빛그림책’이라 하면 돼요. 빛그림을 담는 살림은 으레 ‘찰칵’ 소리를 내요. 그렇다면 빛그림을 짓는 연장을 ‘찰칵이’란 이름으로 가리킬 만합니다. 《父さん、四○歲 詩人になる。五○歲 寫眞家になる。》를 읽으며 빛으로 담거나 짓거나 옮기거나 짓는 그림을 헤아려 봅니다. 마흔 살에는 노래를 하고 쉰 살에는 빛을 그리는 아버지가 있다지요. 예순 살에 노래를 해도 즐겁고, 일흔 살에 빛을 그려도 아름다워요. 나이는 안 대수롭습니다. 누구한테서 배웠느냐도 안 대수롭습니다. 어디를 다니며 배웠느냐도 안 대수롭지요. 대수로운 한 가지는 스스로 마음에 담는 꿈이라는 씨앗입니다. 글 한 줄은 꿈씨앗을 심는 이야기요, 빛그림 한 칸은 꿈씨앗을 옮긴 이야기예요. 아이들은 아버지 손빛을 탄 그림을 바라보다가 문득 저희 스스로 새 그림길을 여는 눈을 즐겁게 틔우기 마련입니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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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를 좋아한다는 것은 - 자전거와 자전거 문화에 대한 영감어린 사진 에세이
크리스 하던, 린던 맥닐 지음, 김병훈 옮김 / 이케이북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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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사진책 2021.4.11.

사진책시렁 90


《자전거를 좋아한다는 것은》

 크리스 해던 글

 린던 맥닐 사진

 김병훈 옮김

 이케이북

 2014.9.1.



  제 자전거는 ‘짐바리’입니다. 열 살 무렵 어머니가 어렵게 장만해 주신 첫 자전거도, 새뜸(신문)을 돌리려고 스무 살부터 타전 자전거도, 헌책집을 찾아다니면서 몰던 자전거도, 충주랑 서울 사이를 오가며 이오덕 어른 글을 갈무리하던 무렵 타던 자전거도, 두 아이를 태우던 자전거도 늘 짐바리예요. 예전에는 앞바구니·뒷바구니를 붙였어요. 2005년부터는 수레를 붙여요. 2012년으로 접어들면서 샛자전거를 달았지요. 《자전거를 좋아한다는 것은》을 펴면서 무엇보다 짐바리를 눈여겨보려 하지만 몇 자락 안 나옵니다. 아무래도 짐바리보다는 멋스럽거나 날렵한 자전거를 사진으로 찍어야 그럴듯하다고 여기지 싶습니다. 아니, 글을 쓰고 사진을 찍은 이들 스스로 짐바리를 탄 일이 없거나 드물기 때문이지 싶어요. “자전거를 좋아한다는”이라 말하면서 막상 이 책에는 ‘어린이·푸름이 자전거’도 안 나와요. 서울스런 어른 눈높이가 나쁘지 않습니다만, 삽·낫·호미를 매단 시골자전거도, 할아버지가 할머니를 태운 자전거도, 아이들이 땀흘리는 자전거도, 아기를 태운 아줌마 자전거도 볼 수 없다면 무슨 ‘즐거운 자전거’일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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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을 찍는 법 - 양해남 사진시집 2
양해남 지음 / 눈빛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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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빛꽃

사진책시렁 88


《바람을 찍는 법》

 양해남

 눈빛

 2020.11.11.



  똑같은 빛은 없습니다. 나무 한 그루가 맺는 잎은 모두 다른 잎빛이요, 나무꽃도 모조리 다른 꽃빛입니다. 들판에 가득한 들풀도 다 다른 풀빛이면서, 들꽃이라면 다 다른 꽃빛이에요. 철에 따라서도 잎빛은 달라집니다. 달에 따라서도 달라요. 그리고 날에 따라서도 다를 뿐 아니라, 새벽 아침 낮 저녁 밤에 따라서도 다르지요. 풀잎이며 꽃잎이 언제나 다른 빛살이라면, 사람도 나이에 따라 다른 낯빛일 뿐 아니라, 마음이며 생각이며 느낌에 따라 늘 물결치는 얼굴빛이에요. 《바람을 찍는 법》은 금산이란 시골에서 금산스럽게 살아가는 이웃을 마주하는 눈빛을 들려줍니다. 빛꽃 한 칸에 글꽃 한 자락을 맺습니다. 두 눈으로 마주하는 이웃을 빛으로 담고, 마음으로 만나는 마을을 이야기로 엮어요. 우리는 서로 어떤 사이인가요? 우리는 오늘 어떻게 마주하나요? 겨울에 겨울빛을, 새봄에 봄비를, 여름에 여름잎을, 가을에 가을꽃을 그립니다. 겨울에도 새잎을 내놓은 소리쟁이는 찬바람에 아이쿠 하면서 붉게 물듭니다. 가을에 가을물이 든다면, 겨울에는 겨울물이 들어요. 언제나 새삼스레 물드는 삶이요 눈이며 손길이고 발걸음인 하루입니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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