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까신 아기 시 그림책
최계락 지음, 조은화 그림 / 문학동네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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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노래책 / 숲노래 시읽기 2023.7.12.

노래책시렁 351


《꽃씨》

 최계락

 문학수첩

 1998.10.20.



  어린배움터를 다니던 1982∼87년에 끔찍하고 고된 일 가운데 하나는 ‘동시쓰기’였습니다. 길잡이(교사)는 배움책이나 몇 가지 동시책에서 보기를 뽑아 흰가루(백묵)로 검은판(칠판)에 척척 적고서 읊는데, 우리는 이런 보기글을 따라서 ‘동시흉내’를 냅니다. 따라쓰기나 흉내내기는 다달이 할 뿐 아니라, 무슨 글잔치(백일장)에도 내야 합니다. 어린배움터 여섯 해를 보내며 ‘어린이로서 누리는 삶과 눈’으로 ‘우리 마음을 담는 글쓰기’를 한 적이 아예 없습니다. 《꽃씨》를 읽으면서 어릴 적이 환하게 떠오릅니다. 그무렵 길잡이가 보기글로 삼은 여러 가지 가운데 하나입니다. 참으로 오래도록 ‘최계락 동시’는 온나라 어린이가 ‘베낌노래’로 삼는 보기글이었고, 이 베낌노래는 오늘날까지 잇습니다. 어린이 살림살이를 어린이 눈으로 그리기보다는, 먼발치에서 구경하는 서울어른 눈으로 예쁘게 꾸미는 글이 ‘동시’라 한다면, 어린이는 무엇을 배우거나 느끼거나 가꿀 만할까요? 꾸밈글을 동시문학이라 여기는 어른은 스스로 얼마나 어질거나 슬기롭거나 참할까요? 이제는 “순이 구경”에 “하얀 도화지 위에”에 “동화 속의 마을”에 “빨간 스웨터의 귀여운 소녀” 같은 ‘동심천사주의 구경글’은 걷어내기를 바랍니다.


ㅅㄴㄹ


순이네 집 / 담 너머 / 하얀 / 목련꽃. // 주인 없는 / 집을 지켜 / 혼자 / 피었네. // 봄 살기가 어려워 / 도시로 나간 / 순이는 / 지금쯤 / 뭘 하고 있는지 // 아침 / 저녁 / 학교길에 / 정다운 그 꽃을. (목련/15쪽)


하얀 / 도화지 위에 / 그림을 그린다 // 푸른 산 / 푸른 들 / 푸른 마을. (봄/25쪽)


무엇인가 / 맑고 부드러운 것이 / 한아름 / 안겨든다 // 애타게 / 애타게 / 기다리다가 // 사무치게 / 사무치게 / 불러보다가 (가을 3/36쪽)


들꽃이 / 피어 / 우거진 철둑길을 // 저만치 / 기차는 / 그림처럼 달리는데, // 하얀 손수건을 / 창 밖으로 / 흔들던, // 빨간 스웨터의 / 귀여운 / 소녀. (기적 소리/87쪽)


먼 / 동화 속의 / 그 마을에도 / 지금쯤 / 눈이 올까 / 꽃가루 같은……. (눈 오는 날/108쪽)


+


《꽃씨》(최계락, 문학수첩, 1998)


꽃씨 속에는 노오란 나비 떼가 숨어 있다

→ 꽃씨에는 노오란 나비떼가 숨었다

13쪽


순이는 지금쯤 뭘 하고 있는지

→ 순이는 이제 뭘 하는지

→ 순이는 오늘 뭘 하는지

15쪽


하얀 도화지 위에 그림을 그린다

→ 하얀 종이에 그림을 그린다

25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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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막에서 민음 오늘의 시인 총서 3
천상병 지음 / 민음사 / 199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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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노래책 / 숲노래 시읽기 2023.7.12.

노래책시렁 350


《酒幕에서》

 천상병

 민음사

 1979.5.5.



  푸른배움터에 다니면서 우리말(국어)을 배우던 1991∼93년에는 배움터에서 시키는 대로 외웠습니다. 배움책(교과서)에 나온 대로 외우지 않으면, 셈겨룸(시험)을 치를 적에 틀리고 깎이거든요. 셈겨룸으로 노래를 죽죽 가르거나 잘라서 물어보아도 되는지 아리송합니다. 우리는 ‘평론가·교사가 뜯은 대로’ 노래를 살피거나 외워야 노래를 읽거나 안다고 여길 만할까요? 우리는 배움터를 다니거나 셈겨룸을 치르면서 노래도 말도 넋도 이야기도 삶도 잊다가 잃는 얼거리이지 싶습니다. 《酒幕에서》를 다시 되읽어 보았습니다. 2001년에 《보리국어사전》을 엮으면서 보기글로 실을 글자락을 뽑을 만하려나 하고 되읽은 적 있는데, 스무 해 남짓 지나서 또 되읽자니 “술집에서”라는 책이름부터 걸리고, ‘술집’을 ‘酒幕’처럼 적은 글결도 걸립니다. 1979년 노래이니 한자를 많이 쓸 만하지 않습니다. 그무렵에도 한자를 안 쓰는 사람은 안 썼어요. 그무렵에는 부러 한자를 넣거나 ‘-에게로’나 ‘나의’를 섞어야 노래(시문학)가 된다고 여겼는데, 요사이에도 이 틀은 안 바뀝니다. 어쩌면 우리는 노래가 아닌 ‘노래시늉’에다가 ‘교과서에 나오고 시험문제로 뽑히는 문학’이라는 허울에 오래도록 갇히면서 눈멀었으리라 봅니다.


ㅅㄴㄹ


그리하여 / 고요한 午後는 / 물과 같이 나에게로 와서 / 나를 울리는 것이다. // 귀를 기울이면 / 어머니를 부르는 / 소리가 들려온다. (午後/58∼59쪽)


할아버지도 / 아이도 / 다 지나갔으나 / 한 靑年이 있어, 詩를 쓰다가 잠든 밤에……. (어두운 밤에/66쪽)


산다는 것과 / 아름다운 것과 / 사랑한다는 것과의 노래가 / 한창인 때에 / 나는 도랑과 나무가지에 앉은 / 한 마리 새. (새/67쪽)


+


《酒幕에서》(천상병, 민음사, 1979)


달빛은 교교히 바람만 더불고

→ 달빛은 고요히 바람만 더불고

→ 달빛은 조용히 바람만 더불고

→ 달빛은 환히 바람만 더불고

48쪽


아슬한 그 絶壁 위에서

→ 아슬한 곳에서

→ 아슬한 벼랑에서

49쪽


푸른 하늘에 닿을 듯이

→ 파란하늘에 닿을 듯이

50쪽


그대로의 그리움이 갈매기로 하여금 구름이 되게 하였다

→ 그대를 그리는 갈매기는 구름이 되었다

→ 그대를 그리는 갈매기는 구름이 된다

51쪽


이 絶對한 不可抗力을 나는 내 것이라 생각한다

→ 나는 이렇게 속절없다고 생각한다

→ 나는 이처럼 하릴없다고 생각한다

→ 나는 이렇게 손도 못 쓴다고 생각한다

55쪽


눈오는 날의 서울의 거리는

→ 눈오는 날 서울거리는

→ 눈오는 날 서울은

56쪽


물과 같이 나에게로 와서

→ 물과 같이 나한테 와서

58쪽


한 靑年이 있어, 詩를 쓰다가 잠든 밤에

→ 젊은이가 있어, 글을 쓰다가 잠든 밤에

→ 어느 젊은이가, 노래 쓰다가 잠든 밤에

66쪽


산다는 것과 아름다운 것과 사랑한다는 것과의 노래가 한창인 때에

→ 삶과 아름다움과 사랑하는 노래가 한창인데

→ 살며 아름다우며 사랑하는 노래가 한창이고

67쪽


별을 향하여 그는 쉬지 않고 걷고 있읍니다

→ 별을 보며 쉬지 않고 걷습니다

79쪽


맑은 하늘의 눈 우리들의 눈 憤怒의 너를 부르는 어머니의 눈물어린 눈이다

→ 맑은 하늘 눈 우리 눈 불타는 너를 부르는 어머니 눈물어린 눈이다

111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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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노래책 / 숲노래 시읽기 2023.7.7.

노래책시렁 326


《종이비행기》

 편집부 엮음

 산하

 1990.1.20.



  모든 아이는 어버이 품에서 태어납니다. 낳은 어버이는 아이들을 어질고 슬기로이 돌보면서 가르치기도 하지만, 낳기만 할 뿐 이렇다 할 살림길을 못 보이거나 못 가르치기도 합니다. 오늘날 이 나라를 보면, 아이들은 어버이 곁을 일찌감치 떠나서 어린이집을 들락거리고, 어린배움터에 깃드는 때부터 아예 ‘다른 어른’ 사이에서 배움길을 걷습니다. 그런데 어린배움터·푸른배움터는 ‘삶·살림·사랑’을 보여주거나 알려주거나 들려주면서 함께 이야기하는 터전이 아닙니다. 퍽 오래도록 수렁(지옥)입니다. 수렁을 거친 사람들이 짝을 만나서 낳은 아이를 다시 수렁에 밀어넣고, 이 아이들은 다시 짝을 만나서 낳은 아이를 또 수렁에 넣은 지 한참입니다. 《종이비행기》를 되읽었습니다. 1980∼90년대에 어린이·푸름이가 제 목소리를 내도록 북돋우려는 길잡이가 더러 있었고, 이 꾸러미는 ‘푸른 목소리’를 고스란히 담았다고도 합니다. 그런데 하나같이 ‘어른 시인 흉내’로 끄적거려요. 다 다른 고장에서 태어나 다 다른 하루를 맞이하는 어린이·푸름이는 다 다른 목소리로 삶을 사랑하는 살림길을 짓고 그리고 펼 노릇입니다만, 삶길도 살림길도 사랑길도 못 보고 못 배우는 채 ‘굴레길’에서 쓰는 글이란, 그저 허울이자 수렁입니다.


ㅅㄴㄹ


베네통 상표가 화려하게 붙은 / 옷가게 앞에서 / 외국에 온 듯한 착각에 빠졌다 / 번쩍이는 영문간판 아래 앉아 있으면 // 귀걸이가 팔찌보다 커다란 여자 / 손톱에 색색의 매니큐어 / 야할대로 야해 버린 도시의 여자 (혜화동 거리에서―김정하 ㄱ여고 1/21쪽)


쉬는 시간 / 교실 베란다에서 / 날린다 종이비행기를 / 접어서 자율학습의 피로를 / 가득 실어 날린다. // 형광등 조명을 반사한 채 / 비행기는 정적을 가르며 / 날았다 아무도 없는 곳까지 / 어둠을 간직한 운동장까지 / 바람을 타고 높이 / 높이 날았다 (야간비행―송승환 고 2/72쪽)


간이역을 서성이다 / 되돌아서던 옛 추억이 / 쓸쓸히 비에 젖어 있다 // 삽교천 다리 아래 비가 내리고 / 굳게 닫힌 철문으로 비가 내리고 // 어머니 갯벌을 후비던 손을 잡고 / 내 가슴을 휩쓸고 가는 / 파도소리를 듣는다 (막차를 기다리다가―노시영 ㄱ여고 2/129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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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학 시선 K-포엣 시리즈 5
안상학 지음, 안선재(안토니 수사) 옮김 / 도서출판 아시아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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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노래책 / 숲노래 시읽기 2023.7.7.

노래책시렁 324


《그대 무사한가》

 안상학

 한길사

 1991.10.5.



  저는 1995년에 어버이집에서 제금나면서 몇 가지를 안 쓰기로 다짐했습니다. 보임틀(텔레비전)·쇳덩이(자동차)·바람이(선풍기)·빨래틀(세탁기) 없이 살아갑니다. 이 가운데 빨래틀은 2013년 무렵 비로소 들였으나, 혼자 빨래할 적에는 안 씁니다. 겨울에도 으레 손빨래를 하고, 빨래틀은 선반 구실입니다. 싱싱칸(냉장고) 없이 열다섯 해쯤 살기도 했습니다. 손발에 두바퀴(자전거)가 있으니, 이모저모 없대서 삶이 고단할 일이 없습니다. 그리고 눈코귀로 둘레 숨결을 느끼고, 마음으로 풀꽃나무를 마주하면 하루가 느긋하면서 넉넉합니다. 《그대 무사한가》는 1991년에 나온 꾸러미입니다만, 적잖은 분들은 이 꾸러미에 나오는 글 비슷하게 적어야 ‘시·문학·예술’인 듯 여긴다고 느낍니다. 곰곰이 생각할 노릇입니다. ‘실내포장 아저씨’라든지 ‘공장으로 떠난 돌쇠’라든지 ‘진달래꽃 따먹던 어린 아버지’를 글로 담는 ‘글순이(여류시인)’이 있을까요? 아주 없지는 않겠습니다만, 우리나라 글쟁이는 스스로 굴레에 가두어 ‘글 아닌 굴레’를 퍼뜨린다고 느낍니다. ‘굴레를 쓰기’에 나쁘지 않습니다만, 이 나라 ‘시·문학·예술’이 온통 ‘글쓰기 아닌 굴레쓰기’라면 좀 걷어내야지 싶어요. 굴레가 있어야 삶이 있지 않아요.


ㅅㄴㄹ


이런 날엔 당신이 생각납니다 할머니 / 죽어서도 갈 수 없었던 당신의 고향 황해도와 / 진달래꽃 따먹던 유년의 봄을 그리워하신 / 생전의 당신 모습이 진달래꽃 수놓인 / 북한제 고무신 한짝을 보노라면 불현듯 생각납니다 (꽃 고무신/15쪽)


감꽃 속에 웃던 웃음 그대로 여섯 해를 / 천방따라 학교길 잘도 따라 오가더니 / 중학교에 갈 때는 더는 따라 못 오고 / 대구 어느 공장으로 떠나간 순연이 (어개골/22쪽)


총각, 총각은 어쩌다가 혼자 술을 마신당가 / 내가 결혼하고 돌아서서 서방 잃고 / 전라도 충청도 떠돌다 / 사람 설은 경상도로 흘러왔지만, / 총각, 오늘이 내 결혼 십주년 기념일이여 / 비에 젖어 뽕짝에 한잔했지라 / 오늘은 내가 한잔 낼 텐께 마음 놓고 한잔혀 / 그래 그날도 오늘같이 비가 억수로 내렸제 / 비내리는 인천 송도 바닷가에서 / 다홍치마 적셔가며 사진 찍을 때 그랬지라 / 내 평생 비바람은 이 사람이 막아줄끼라 (실내포장 아줌마/56쪽)


※ 글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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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노래책 / 숲노래 시읽기 2023.7.7.

노래책시렁 346


《주민등록》

 하일

 민음사

 1985.4.15.



  생각을 나타내기 어렵다고 말씀하는 분이 곧잘 있는데, ‘눈치보기’ 아닌 ‘눈길보기’를 하면 누구나 스스럼없이 생각을 밝히며 이야기를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서로 눈길이 아닌 눈치를 볼 적에는 생각도 마음도 느낌도 뜻도 못 밝히거나 가리거나 감추거나 꾸밉니다. 말을 안 하는 사람은 없기에, 뒷북으로 말을 하더라도, 스스로 즐겁게 말을 터뜨린다면, 이 말을 고스란히 옮기면서 하나하나 누릴 적에 저절로 노래로 피어납니다. 사랑이 먼발치에 없듯, 노래도 먼발치에는 없습니다. 살림을 우리 손으로 스스럼없이 일구며 즐겁듯, 글도 노래도 우리 깜냥껏 두런두런 부를 적에 아름답습니다. 《주민등록》은 어느새 감쪽같이 사라진 노래책입니다. 이런 노래책이 진작 나온 적 있어서 놀라고, 이런 노래책이 더 읽히지 않아서 놀랍습니다. 삶을 찾고 살피며 노래하는 목소리는 어느새 사라지거나 파묻히고, 겉으로 훑는 허울에 너스레에 탈춤이 판치는 나라입니다. ‘시’도 ‘문학’도 ‘예술’도 안 해야 노래를 부릅니다. ‘시·문학·예술’에 ‘문화·교육·K’를 붙이는 모든 곳에는 겉치레가 넘실거립니다. 놀이는 누가 가르치지 않습니다. 스스로 놉니다. 노래는 누가 가르칠 수 없습니다. 스스로 불러야 노래입니다.


ㅅㄴㄹ


다섯 명 가족 다 뉘어도 평 반이면 된다. 가구같이 하나님 서 계시리라 믿으며, 부엌 안에 하나님 들어오시리라 믿으며(밥과 반찬 주시니 항상 감사합니다). 아내도 나를 믿는다. 내일은 방세를 낼 것이라 믿으며, 내일은 쌀을 사 올 것이라 믿으며, 아내의 믿음은 참 나를 유능하게 만든다. 아이들의 기도는 참 나를 유능하게 만든다. (유능할 뿐/12쪽)


신문 방송에서 믿을 건 광고뿐이다, 아니다, 하고 때로는 다투었지. 때로는 다투며 새벽까지 소주를 나누어 마시다가, 교회의 잠긴 門 밖에서 유행가를 불렀지. 요즈음 잘 팔리는 게 예수냐? 아니면 그리스도냐? 서로 묻기도 했었지. (동행/28쪽)


부산 시립도서관에서 83년도 아동도서목록을 뒤적이다가, 등장하는 영웅들을 세어 보니 83명이었다. 그 중 우리나라 사람은 53명으로 전체의 60%였고 60&를 다시 유형별로 다시 분류해서 장군이 17명(32%) 소위 예술가 3명(약 6%)이었다. 우리나라는 영웅 많구나. 영웅이 많구나. 우리는 그들의 후손이다. 그럴까? 하며 집으로 왔는데 다섯 살 큰딸년이 “아빠, 장군은 별을 달아야지요? 그라마 이순신 장군은 별이 몇 개였어요?” 하고 물었다. 나는 “그때는 장군들이 별을 안 달았어요” 했더니 큰딸년도 둘째딸년도 한참 고개를 갸우뚱한 후 “아빠 거짓말” 하며 내 뺨을 때렸다. (별 이야기/4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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