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 100층짜리 집 (양장) 100층짜리 집 2
이와이 도시오 글.그림, 김숙 옮김 / 북뱅크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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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함께 즐기는 그림책 537



지구별 이웃을 헤아리는 마음

― 지하 100층짜리 집

 이와이 도시오 글·그림

 김숙 옮김

 북뱅크 펴냄, 2010.11.10.



  이와이 도시오 님은 ‘100층짜리 집’ 이야기를 그림책으로 빚습니다. 먼저 《100층짜리 집》(2009)이 나왔고, 《지하 100층짜리 집》(2010)이 나왔으며, 《바다 100층짜리 집》(2014)이 나왔어요. 지구별에 100층으로 솟은 집 이야기 다음으로는 땅속으로 파고드는 100층짜리 집이요, 다음으로는 바닷속으로 파고드는 100층짜리 집이니, 앞으로는 지구별 바깥으로 뻗는 100층짜리 집이 될 수 있겠구나 싶습니다. 어쩌면 우리 몸속에 아주 조그마한 핏톨이나 세포가 어우러진 100층짜리 집을 이야기할 수 있겠지요.


  그리고, 구름 위로 뻗는 100층짜리 집을 생각할 수 있습니다. 무지개를 타고 흐르는 100층짜리 집을 그릴 수 있어요. 바람을 타고 하늘을 날아다니는 100층짜리 집이라든지, 커다란 바윗돌에 깃든 100층짜리 집이나 큼지막한 나무 안쪽에 있는 100층짜리 집도 헤아릴 만합니다.



.. 어느 날, 쿠가 목욕을 하고 있는데, 갑자기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렸습니다. “쿠, 지하 100층에 있는 우리 집에서 곧 잔치가 열려. 놀러 오지 않을래?” ..  (2쪽)




  그림책 《지하 100층짜리 집》(북뱅크,2010)을 차근차근 넘깁니다. 열 층마다 새로운 이웃이나 동무가 나옵니다. 열 층을 두고 한 가지 짐승이나 벌레가 요모조모 알뜰살뜰 살림을 꾸립니다. ‘지하 100층짜리 집’을 찾아가는 ‘쿠’라는 아이는 열 층을 지날 적마다 그동안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모습을 마주하면서 깜짝깜짝 놀랍니다. 그리고, 다른 짐승이나 벌레도 사람하고 비슷하게 살림을 가꾸는구나 하고 깨닫고는 즐겁게 어우러져서 놀거나 일손을 거듭니다.


  그나저나, 쿠라는 아이는 어떻게 지하 100층짜리 집에 나들이를 갈 수 있을까요? 아마 여느 때에 땅속 나라를 찬찬히 헤아리거나 생각하면서 살았겠지요. 다른 100층자리 집 그림책에서도 100층짜리 집에 나들이를 가는 아이들은 여느 때에 생각이 깊고 마음이 넓습니다. 착한 마음결로 살아가는 아이들이기에 사람이 아닌 별님이 속삭이는 소리라든지, 거북이가 읊는 말이라든지, 풀잎이나 꽃씨가 노래하는 소리를 알아듣습니다. 고운 마음씨로 살아가는 아이들이기에 바람을 읽고 해님을 읽으며 냇물을 읽습니다.



.. 지하 50층에 다다랐습니다. 다음 층에는 누가 살까요 ..  (15쪽)




  곰곰이 돌아보면, 어른들은 100층짜리 집에 나들이를 못 갑니다. 시멘트나 쇠붙이로 척척 올려세운 도시 한복판 100층짜리 집에 일터가 있을는지는 모르나, 별나라 100층짜리 집이라든지 바닷마을 100층짜리 집이라든지 땅속 나라 100층짜리 집을 생각하지 못합니다. 구름이나 무지개하고 동무하지 못하는 어른이요, 별빛이나 햇빛이 들려주는 노래를 못 듣는 어른이며, 풀벌레랑 개구리하고 사이좋게 지내는 삶을 모르는 어른입니다.


  어른들은 도룡뇽이 사는 집이나 마을을 하루아침에 허뭅니다. 어른들은 두더지나 수달이 사는 집이나 마을을 우지끈 뚝딱 무너뜨립니다. 어른들은 꾀꼬리와 제비가 지은 집이나 마을을 아무렇지 않게 부숩니다. 더군다나 어른들은 사람이 지은 집과 마을조차 함부로 망가뜨려요. 전쟁무기를 밀어붙여서 망가뜨리기도 하고, 재개발을 한다면서 망가뜨리기도 합니다.



.. 지하 100층에는 거북 할머니가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우리 할머니, 오늘로 100살이 되셔.” “아, 생일잔치였구나! 거북 할머니 안녕하세요? 생신 축하드려요!” ..  (26∼27쪽)




  지구별 이웃을 헤아리는 마음이 있다면 서로 오붓하게 어깨동무를 하리라 생각합니다. 지구별 이웃을 아끼려는 마음이 있다면 전쟁무기랑 군대는 다 같이 몽땅 없애리라 생각합니다. 지구별 이웃을 사랑하려는 마음이 있다면 언제나 평화와 평등을 가르치고 나누는 사회와 학교와 경제와 문화와 과학으로 나아가리라 생각합니다.


  100층짜리 집으로 나들이를 다녀온 아이는 이웃이랑 동무를 더욱 살뜰히 바라봅니다. 우리(사람)를 둘러싼 이웃이 얼마나 많은가를 새삼스레 깨닫습니다. 우리(사람)하고 오순도순 지내는 이웃이 얼마나 따스하고 살가우며 아름다운가를 새롭게 배웁니다. 이 마음을 한결같이 보듬을 수 있으면, 아이들은 앞으로 이 지구별에 따스한 사랑하고 푸른 꿈을 넉넉히 심으면서 아름다운 이야기를 길어올리리라 봅니다. 4348.6.2.불.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시골 아버지 그림책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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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 세상에 기쁨이 가득 작은 곰자리 8
신자와 도시히코 지음, 오시마 다에코 그림, 한영 옮김 / 책읽는곰 / 200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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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함께 즐기는 그림책 536



기쁘게 어깨동무를 해야 웃는다

― 온 세상에 기쁨이 가득

 신자와 도시히코 글

 오시마 다에코 그림

 한영 옮김

 책읽는곰 펴냄, 2009.2.25.



  아이들이 다툴 적에 옳고 그름을 따지려 하면, 아이들은 내가 옳으니 네가 그르니 하면서 더 다툽니다. 아이들이 다툴 적에는 옳고 그름을 따지지 말고, 다 함께 즐겁게 놀 수 있는 ‘새로운’ 길을 헤아려야 합니다.


  어른들이 다툴 적에도 옳고 그름을 가리려 하면, 어른들은 네가 옳으니 내가 그르니 하면서 자꾸 다투기만 합니다. 어른들도 아이들과 마찬가지로 옳고 그름을 가리려 하지 말고, 다 같이 어깨동무를 하면서 웃고 노래할 수 있는 ‘새로운’ 길을 사랑스레 가도록 마음을 기울여야 합니다.




.. 산이가 진흙으로 공을 만들고 있었어요. “있지, 나 여기에 꽃씨를 좀 심고 싶은데.” “안 돼. 안 돼! 저리 가.” ..  (4쪽)



  신자와 도시히코 님이 글을 쓰고, 오시마 다에코 님이 그림을 그린 《온 세상에 기쁨이 가득》(책읽는곰,2009)을 읽으며 생각합니다. 이 그림책에 붙은 이름처럼 온누리에는 기쁨이 가득합니다. 언제 어디에서나 기쁨을 가득 누릴 수 있고, 누구나 기쁨을 널리 나눌 수 있습니다.


  그런데, 언제 어디에서나 기쁨을 누리는 사람이 있지만, 언제 어디에서도 기쁨을 못 누리는 사람이 있습니다. 늘 기쁨을 듬뿍 나누는 사람이 있으나, 언제나 기쁨하고 등을 진 채 사는 사람이 있습니다.


  왜 누군가는 늘 기쁨을 누리고, 왜 누군가는 언제나 기쁨을 못 누릴까요? 돈이 없거나 힘이 여리거나 이름이 안 알려져서 기쁨을 못 느낄까요? 돈이 있거나 힘이 세거나 이름이 널리 퍼져서 기쁨을 잘 느낄까요?




.. “저기 말이야, 나한테 좋은 생각이 있어. 산이가 빚은 진흙 공으로 꽃밭을 만들면 어때? 꽃밭에 꽃이 가득 피면 너희도 좋고 다른 애들도 좋아할 거야.” ..  (7쪽)



  그림책 《온 세상에 기쁨이 가득》은 유치원 어린이가 서로 주고받는 기쁨을 보여줍니다. 처음에는 저 혼자 실컷 놀겠다고 다투는 아이들이 나오지만, 이 아이들 곁에서 함께 노는 기쁨을 찾자고 말하면서 달래는 동무가 있습니다.



  이때에, 다투던 아이들은 말리는 아이 말을 안 들을 수 있습니다. 그냥 내처 다툴 수 있어요. 그러나, 다투던 아이들도 마음속으로는 서로 기쁘게 웃으면서 사이좋게 놀 수 있다면 참으로 아름다운 하루가 되리라고 느끼지 싶습니다. 그러니까, 곁에서 말리는 동무 말을 고분고분 듣고는 활짝 웃음꽃을 터뜨리는 길로 나아가겠지요.




.. “나도 너희를 기쁘게 해 주고 싶어. 그래! 나는 빨래를 잘하니까 너희를 깨끗하게 씻어 줄게.” ..  (22쪽)



  어린이가 놀이터에서 흙을 파며 놀 적에만 사이좋은 이야기가 흐르지 않습니다. 나라와 나라 사이에서도 얼마든지 사이좋은 이야기가 흐를 수 있습니다. 어린이도 놀이터에서 서로 툭탁거리면서 치고받거나 때릴 수 있습니다. 가만히 보면, 어른들은 나라와 나라 사이에 온갖 전쟁무기와 군대를 두고는 서로 죽이고 죽는 짓을 일삼습니다. 아이들은 바로 이 같은 어른들 몸짓을 고스란히 흉내내면서 툭탁거립니다. 어른들은 전쟁무기를 써서 곧바로 서로 죽인다면, 아이들은 말로 다투고 앙칼진 목소리를 지르면서 서로 마음에 생채기를 남깁니다.


  그러니까, 아이들은 곁에서 따사롭게 달래는 동무가 있어서 부아와 골을 누그러뜨리고는 빙그레 웃음짓습니다. 꽉 움켜쥔 주먹을 풀고는 보드라운 손길로 어깨동무를 합니다. 어른들은 어떻게 해야 할까요? 어른들은 전쟁무기와 군대를 모두 없앤 다음, 지구별에 평화와 평등과 자유와 민주가 넘실거리도록 온 슬기와 힘과 돈과 품을 모아야겠지요.




.. “나에게 기쁨이 되는 일이 너에게도 기쁨이 됐으면. 너에게 기쁨이 되는 일이 모두에게 기쁨이 됐으면. 우리 이 세상을 기쁨 꽃으로 가득 한가득 넘쳐나게 하자. 우리 이 세상을 기쁨 노래로 가득 한가득 넘쳐나게 하자.” ..  (29쪽)



  내가 기쁠 때에 네가 기쁘고, 네가 기쁠 때에 내가 기쁩니다. 나 혼자 기쁘다고 한다면, 이는 기쁨이 아닙니다. 너 혼자 기쁘다고 할 적에도, 이는 기쁨이 아니에요. 기쁨은 언제나 어깨동무를 합니다. 기쁨은 늘 어깨동무를 하면서 짓는 웃음꽃입니다. 기쁨은 언제 어디에서나 함께 노래하고 춤추고 꿈꾸며 사랑하는 따사로운 숨결입니다.


  눈을 부릅뜨고 노려본다서 해서 나한테 기쁠 일이란 없습니다. 매서운 눈으로 째려본다고 해서 너한테 기쁠 일도 없어요. 부드러우면서 따뜻한 눈길이 되어야 합니다. 밝으면서 넉넉한 손길이 되어야 합니다. 착하면서 참다운 마음길이 되어야 합니다. 4348.5.30.흙.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시골 아버지 그림책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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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마 돼지 난 책읽기가 좋아
아놀드 로벨 글, 그림, 엄혜숙 옮김 / 비룡소 / 199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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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함께 즐기는 그림책 535



진흙탕이 없는 도시에 간 돼지는

― 꼬마 돼지

 아놀드 로벨 글·그림

 엄혜숙 옮김

 비룡소 펴냄, 1997.5.20.



  아놀드 로벨 님이 빚은 조그마한 그림책 《꼬마 돼지》(비룡소,1997)를 읽습니다. 꼬마 돼지는 시골집에서 늘 사랑받으면서 지냅니다. 그런데 시골집에서 꼬마 돼지를 아끼는 두 사람 가운데 농부는 돼지가 진흙탕에서 놀도록 해 주고, 농부 아내는 돼지가 놀던 진흙탕이 지저분하다면서 없앱니다.


  꼬마 돼지는 언제나 즐겁게 놀던 진흙탕이 사라지니 ‘살맛’이 사라집니다. 이 시골집을 떠나겠노라 다짐합니다. 진흙탕이 있는 곳으로 가겠노라 생각합니다.



.. 농부와 농부 아내는 꼬마 돼지를 사랑했어요. “우리는 네가 세상에서 제일 가는 돼지라고 생각한단다.” 하고 두 사람은 말하곤 했지요 ..  (9쪽)



  돼지한테서 진흙탕을 빼앗는 일은 삶을 몽땅 빼앗는 일하고 같다고 할 만합니다. 돼지로서는 진흙탕 없는 보금자리는 생각할 수 없습니다. 즐거움을 빼앗긴 채 지내야 한다면, 돼지는 무엇을 해야 할까요. 그림책 《꼬마 돼지》에서 농부 아내는 왜 돼지한테 물어 보지 않았을까요. 꼬마 돼지가 날마다 진흙탕에서 노는 줄 안다면 진흙탕을 섣불리 없애지 않았을 텐데, 꼬마 돼지가 ‘사는 보람’을 어떻게 누리는가를 왜 헤아리려 하지 않았을까요.


  가만히 생각하면, 돼지한테서 진흙탕을 빼앗는 일이란, 나무한테서 흙땅을 빼앗는 일하고 같다고 할 만합니다. 돼지는 시멘트바닥에서 살 수 없고, 나무는 시멘트바닥에 뿌리를 내릴 수 없습니다. 도시 한복판이라면 진흙도 뻘흙도 찰흙도 없습니다. 도시 한복판은 자동차가 달리기에 좋은 길바닥이요, 구두를 신고 또박또박 걸어다니는 길바닥입니다. 그래서 돼지는 도시에서 살 수 없습니다. 진흙탕이 있는 시골에서만 삽니다.



.. 농부 아내는 돼지우리로 왔어요. “맙소사! 여기가 가장 지저분하구나.” 농부 아내는 소리를 질렀어요. 그래서 농부 아내는 돼지우리를 치우고, 꼬마 돼지를 깨끗이 목욕시켰어요 ..  (16∼17쪽)



  진흙탕은 지저분한 곳이 아닙니다. 그렇지만 그림책에서 농부 아내는 진흙탕은 ‘지저분한 곳’이라 여겼고, 꼬마 돼지는 이 말을 고스란히 따릅니다. 집을 떠난 꼬마 돼지는 ‘지저분한 바람이 부는 도시’를 보고는 ‘저 지저분한 곳’에 틀림없이 진흙탕이 있으리라 여깁니다.


  도시에는 진흙탕이 있을까요? 없습니다. 꼬마 돼지는 도시에서 어떤 일을 겪을까요? 꼬마 돼지가 도시에서 진흙탕이라고 여겨서 뛰어든 곳은 어떤 곳일까요?


  어느 모로 보자면, 그림책 《꼬마 돼지》는 살짝 에둘러서 도시 문명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습니다. 도시는 돼지가 살기에 알맞지 않은 곳입니다. 도시는 돼지뿐 아니라, 소도 닭도 살기에 알맞지 않은 곳입니다. 도시는 토끼나 노루나 사슴이 살 수 없는 곳이요, 도시는 범이나 늑대나 여우나 사자가 살 수 없는 곳입니다. 도시는 코끼리도 기린도 살 수 없는 곳이며, 두더지나 고슴도치도 살 수 없는 곳입니다. 더군다나 도시는 나무 한 그루가 느긋하게 뿌리를 내리거나 가지를 뻗을 수 없는 곳입니다. 풀 한 포기도 섣불리 씨앗을 드리울 수 없는 데가 도시입니다.



.. 길 맨 끝에는 커다란 도시가 있었어요. “여기는 공기조차 지저분하구나. 보드랍고 기분 좋은 진흙탕이 가까운 데 분명히 있을 거야.” 하고 꼬마 돼지는 말했어요 ..  (34쪽)



  도시에서는 사람들만 삽니다. 사람들만 왁자지껄하게 몰려서 사는 도시에서 사람들은 적잖이 외롭다거나 쓸쓸하다고 여깁니다. 다른 모든 짐승과 풀과 나무가 살 수 없도록 꾸민 도시에서, 오히려 귀염둥이 짐승을 집에 두려고 합니다. 개하고 고양이는 그저 개하고 고양이이지만, 도시에서는 집개와 집고양이가 됩니다.


  모든 짐승을 모조리 몰아낸 도시에서 경제성장이나 문명사회를 이룹니다. 도시에는 정치와 교육과 예술이 있습니다. 도시에는 관공서와 학교와 공원이 있습니다. 그런데, 도시에서는 무엇보다도 나락 한 톨이 나지 않고, 딸기 한 알이나 파 한 뿌리도 자라기 어렵습니다. 도시에는 돈이 있으나 풀도 나무도 없고, 새도 벌도 나비도 없습니다. 아무래도 도시에는 논이나 밭이나 들이나 숲이 없으니까요.



.. 농장으로 들어서는 바로 그때, 하늘이 어두워지더니 소나기가 쏟아지기 시작했어요. 비가 쏟아지고 또 쏟아졌지요. 농부가 말했어요. “봐라! 저기 돼지우리에 진흙탕이 새로 생겼구나.” 그러자 농부 아내가 말했어요. “내가 약속하지. 다시는 진흙탕을 치우지 않으마.” ..  (59∼60쪽)



  돼지가 살 곳은 시골입니다. 진흙탕이 있는 시골이 돼지한테 살가운 보금자리입니다. 숲바람이 푸르게 불고, 온갖 새와 풀벌레가 노래하는 시골이 돼지한테 기쁜 삶터입니다.


  그러면, 사람한테는 어떤 곳이 보금자리나 삶터로 아름답다고 할 만할까 궁금합니다. 사람은 어느 곳에 보금자리를 두어야 즐겁게 삶을 노래할 만할까 궁금합니다. 사람은 저마다 삶자리를 어떻게 일구어야 사랑스레 어깨동무하는 하루를 지을 만할까 궁금합니다.


  따스한 마음이 피어나는 곳이 즐거운 보금자리가 되리라 생각합니다. 너른 사랑이 샘솟는 곳이 기쁜 삶터가 되리라 생각합니다. 서로 아끼면서 돌볼 수 있는 터전이 아름다운 삶자리가 되리라 생각합니다.


  시골에서도 도시에서도 서로서로 아끼고 도우며 헤아리는 하루가 될 때에 삶이 즐겁습니다. 어디에서 살든 사람하고 다른 숱한 목숨이 곱게 어우러지는 숲이 된다면 우리는 모두 따스한 사랑을 가꾸는 넋이 되리라 봅니다.


  진흙탕이 없는 도시로 간 돼지는, 진흙탕이 있는 집으로 돌아갑니다. 즐거움을 찾아서, 기쁨과 노래와 웃음을 찾아서, 따스한 사랑을 찾아서 나는 내 보금자리로 갑니다. 4348.5.28.나무.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시골 아버지 그림책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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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 모자 꼬마 눈사람 꼬꼬마 도서관 3
오시마 다에코 지음, 육은숙 옮김 / 학은미디어(구 학원미디어) / 200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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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함께 즐기는 그림책 534



숲동무 눈사람하고 놀자

― 빨간 모자 꼬마 눈사람

 오시마 다에코 글

 가와카미 다카코 그림

 육은숙 옮김

 학은미디어 펴냄, 2006.5.5.



  드넓게 우거진 숲이 아름답습니다. 조그맣더라도 사뿐사뿐 거닐면서 그윽하며 짙푸른 풀내음을 맡을 수 있는 숲이 사랑스럽습니다. 숲에서 자라는 나무는 우리 몸을 살찌우는 푸른 바람을 베풉니다. 숲에서 돋는 작은 풀과 여린 꽃은 우리 마음을 북돋우는 맑은 숨결을 베풉니다.


  풀 한 포기는 나물이 되니 풀밥입니다. 풀잎과 나뭇잎이 내뿜는 바람은 큼큼 들이켜면서 싱그러운 숨결로 거듭나니 바람밥입니다. 숨을 쉬며 목숨을 잇는 사람인 만큼, 다른 무엇보다도 우리 보금자리는 숲에 깃들어야 아름다우리라 느낍니다. 시골도 도시도 모두 숲으로 둘러싸인 삶터일 때에 사랑스러우리라 생각합니다.



.. 눈은 점심때가 지나서야 그쳤어요. 단비와 피피는 좋아라 하고 집 뒤 숲으로 달려갔어요. 엄마가 걱정스런 얼굴로 소리치셨어요. “조금만 놀다 와야 한다!” ..  (5쪽)




  오시마 다에코 님이 글을 쓰고, 가와카미 다카코 님이 그림을 그린 《빨간 모자 꼬마 눈사람》(학은미디어,2006)을 읽습니다. 이 그림책은 한겨울에 눈이 소복히 내린 날, 아이가 혼자 숲으로 가서 눈놀이를 하는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아이는 대여섯 살이나 예닐곱 살 즈음이라고 할 만한데, 동무가 곁에 없어도 혼자 씩씩하게 놉니다. 어머니나 아버지가 함께 따라가지 않아도 그야말로 홀로 야무지게 놉니다.


  그림책이라 하지만, 아이는 숲에 거침없이 들어갑니다. 못 갈 일이란 없겠지요. 숲에 무섭거나 두려운 것이 있을 까닭이 없으니까요. 숲은 그저 숲일 뿐, 사람한테 무섭거나 두려운 대목은 없습니다.


  영화라든지 책이라든지 방송에서는 ‘사람 없는 숲’에서 괴물이 나온다거나 도깨비가 튀어나온다거나 하고 말하기 일쑤입니다. 그러나, 숲에는 괴물이 없습니다. 도깨비가 있다 하더라도 사람을 괴롭히거나 못살게 굴지 않습니다. 숲에는 그저 숲동무가 있고 숲님이 있습니다.



.. 이번에는 손바닥에 올려놓을 수 있는 작은 눈사람을 만들었어요. 눈은 새알 초콜릿, 입은 작은 나뭇가지! 피피가 빨간 꽃을 물고 왔어요. “눈사람 머리에 씌워 줘. 멍 멍!” ..  (11쪽)




  그림책 《빨간 모자 꼬마 눈사람》에 나오는 아이는 제 작은 손을 놀려서 조그마한 눈사람을 빚습니다. 아이 손을 거쳐서 새로운 몸을 얻은 ‘꼬마 눈사람’은 이윽고 기지개를 켜면서 깨어납니다. ‘숲아이’가 ‘눈아이’를 깨웠으니까요.


  눈사람을 빚은 숲아이는 놀라지 않습니다. 눈아이가 팔이랑 다리도 빚어 달라고 하니, 선선히 팔이랑 다리도 빚어서 붙여 줍니다. 숲아이는 눈아이하고 함께 놉니다. 눈밭에서 함께 썰매를 달리고, 눈으로 과자를 잔뜩 빚어 주어서 눈아이하고 샛밥을 먹습니다.



.. 꼬마 눈사람이 말했어요. “나한테 팔이랑 다리를 만들어 줘! 나도 달리고 싶어.” 단비는 눈으로 튼튼한 팔과 다리를 만들어 주었어요. “이제 됐니?” ..  (18쪽)



  아무리 어린 꼬마라 하더라도 밥을 빚을 수 있습니다. 여느 어른들처럼 불을 써서 밥을 끓이거나 빵을 굽지는 못하지만, 아이들은 ‘꿈으로 짓는’ 밥을 늘 마련합니다. 여느 눈으로는 ‘아이가 지은 밥’을 알아볼 수 없지만, 마음을 열고 바라보면 ‘아이가 멋지게 지은 밥’을 알아볼 수 있습니다. 여느 눈으로는 빈손만 보일 터이나, 마음을 열고 바라볼 적에는 두 손 가득 넘치는 ‘맛난 밥’을 알아보면서 냠냠짭짭 고맙게 나누어 먹습니다.


  아이들은 소꿉놀이를 하면서 배불러요. 마음이 부릅니다. 마음이 넉넉합니다. 기쁘게 놀면서 기쁨을 스스로 지어서 먹고, 웃으면서 노래하는 동안 웃음과 노래를 마음밥으로 잔뜩 먹어요.


  아침부터 저녁까지 실컷 논 아이는 ‘놀이밥’이랑 ‘마음밥’을 넉넉히 먹었기에 별이 돋는 밤에 깊이 잠듭니다. 아침부터 저녁 사이에 제대로 놀지 못한 아이는 놀이밥도 마음밥도 제대로 못 먹은 탓에 자꾸 미적거리거나 칭얼거리면서 ‘놀고 싶다’고 투정을 부리기 마련입니다.




.. 그날 밤, 단비는 잠자리에 들기 전에 창 밖으로 하늘을 올려다보았어요. 하늘 가득 별이 반짝거리고 있었어요. ‘지금 꼬마 눈사람은 뭐 하고 있을까? 내일 아침 일어나자마자 함께 놀아야지.’ ..  (29쪽)



  그림책에 나오는 숲아이처럼, 이 땅 모든 아이들이 숲살이를 누려서, 집 둘레에 있는 아름드리 숲에서 숲놀이를 즐길 수 있으면 참으로 아름다웁겠다고 생각합니다. 겨울에는 눈밭에서 구르고, 여름에는 풀밭에서 구릅니다. 가을에는 풀열매랑 나무열매를 즐기고, 봄에는 풀꽃이랑 나무꽃을 즐깁니다.


  아이들은 한 해 내내 놀면서 자랍니다. 아이들은 하루 내내 놀면서 큽니다. 숲이 바로 배움터입니다. 들이 바로 배움자리입니다. 냇물과 바다가 바로 배움마당입니다. 하늘과 흙과 풀과 나무가 모두 배움벗입니다. 바람은 언제나 배움노래가 되어 곱게 흐릅니다. 하늘숨을 마시는 아이는 ‘하늘아이’가 되어 너르고 씩씩한 마음으로 자랍니다. 하늘숨을 마실 수 있는 어른이라면, 누구나 ‘하늘어른(하늘사람)’이 되어 너르면서 착한 마음을 가꿀 만하리라 생각합니다. 4348.5.23.흙.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시골 아버지 그림책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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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들레처럼 2015-05-24 00:35   좋아요 0 | URL
일이 있어 하루종일 함께 있지 못해 들어와 아이를 재우려니 놀자고 투정부리고 안자 억지로 재웠지요. 놀이밥과 마음밥을 제대로 못 먹어서 그랬군요. 도서관 터 문제는 잘 해결되고 있는지 궁금하네요. 멀리서 마음으로 기도합니다. ^^

숲노래 2015-05-24 05:29   좋아요 0 | URL
도서관은 아직 그대로 있습니다.
월요일에 고흥군수님한테 편지를 쓸 생각이에요.
아이들은 시간에 맞춰서 재우지 말고
실컷 놀아서 곯아떨어질 때에 재워야지 싶습니다~
 
프리다 문학동네 세계 인물 그림책 2
아나 후앙 그림, 조나 윈터 글, 박미나 옮김 / 문학동네 / 200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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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함께 즐기는 그림책 533



사랑을 찾아 삶을 지으며 그림을 그리다

― 프리다

 조나 윈터 글

 아나 후안 그림

 박미나 옮김

 문학동네어린이 펴냄, 2002.12.24.



  조나 윈터 님이 글을 쓰고, 아나 후안 님이 그림을 그린 《프리다》(문학동네어린이,2002)를 읽습니다. ‘프리다 칼로’라고 하는 분이 그림을 어떻게 그리면서 스스로 삶을 가꾸었나 하는 이야기를 들려주는 그림책입니다.


  프리다 칼로 님은 멕시코에서 1907년에 태어나서 1954년에 숨을 거두었다고 합니다. 어릴 적부터 여러 사고를 치르면서 몸이 아파야 했고, 함께 짝을 지은 사내가 보여준 몸짓 때문에 마음이 아파야 했다고 합니다. 수없이 수술을 하면서 몸을 깎는 아픔을 받아들여야 했고, 이녁을 둘러싼 사람들을 마주하는 슬픔과 기쁨을 오롯이 맞아들여야 했다고 합니다.


  곰곰이 살피면, 프리다 칼로 님은 ‘사랑을 찾는 삶’이었구나 싶습니다. 몸을 내려놓고 마음까지 내려놓으면서, 오직 사랑 하나를 바라보면서 삶을 짓지 않고서는, 하루조차 버틸 수 없는 나날이었으리라 싶습니다.



.. 프리다 집은 파란색이지요. 코요아칸이란 마을에 있어요 ..  (3쪽)





  누가 나를 좋아하든 싫어하든 대수롭지 않습니다. 누가 나를 좋아하니까 내가 더 돋보이지 않고, 누가 나를 싫어하니까 내가 덜떨어지지 않습니다. 나는 언제나 나 그대로 있습니다.


  내가 아이들을 좋아한대서 아이들이 더 도드라지지 않습니다. 내가 아이들을 싫어한대서 아이들이 덜떨어지지 않습니다. 아이들은 언제나 아이답게 그대로 아름다웁고 사랑스러운 숨결입니다.


  좋아함과 싫어함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면, 언제나 마음앓이를 합니다. 누가 나를 좋아해 주기를 바라거나 내가 누군가를 싫어한다면, 언제나 마음이 다치거나 힘들거나 괴롭습니다.


  내가 너를 좋아할 까닭이 없고, 네가 나를 싫어할 까닭이 없습니다. 우리는 저마다 내가 나를 사랑하면서 만나면 됩니다. 내가 나를 스스로 사랑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서로 아름답게 만나지 못합니다. 좋다거나 싫다고 하는 느낌에 끄달리지 않으면서 고요히 흐르는 사랑이 될 때에 비로소 아름다운 삶으로 거듭납니다.




.. 프리다는 그림 그리는 법을 스스로 터득했어요. 그림을 그리면 하나도 슬프지 않았지요 ..  (9쪽)



  프리다 칼로 님은 스스로 그림을 배웠다고 합니다. 뛰어난 스승이나 놀라운 스승을 두지 않았다고 합니다. 학교나 강의나 수업이나 책으로 그림을 배우지 않았다고 합니다. 먼먼 옛날부터 멕시코라는 나라에서 흐른 이야기를 가슴으로 받아들여서 기쁘게 그림으로 그렸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프리다 칼로 님이 보여주는 그림은 ‘멕시코 이야기 그림’입니다. ‘멕시코 민화’라고도 할 만합니다. 프리다 칼로 님이 보여주는 그림은 ‘현대 회화’도 ‘초현실주의’도 아닙니다. 그저 ‘사람 이야기’입니다.


  그러고 보면, 한겨레가 예부터 그린 ‘민화’라고 하는 그림도 ‘사람 이야기’입니다. 여느 시골자락에서 시골살이를 일구면서 누린 그림입니다. 프리다 칼로 님이 빚은 그림도 멕스코 여느 시골자락에서 시골살이를 일구면서 손수 밥과 집과 옷을 지은 사람들이 빛낸 아름다운 이야기입니다.


  하늘을 바라보면서 땅을 일구는 시골사람입니다. 바람을 마시고, 꽃과 나무를 아끼면서 땅을 가꾸는 시골사람입니다. 비와 눈을 노래하고, 벼락과 천둥을 바라보는 시골사람입니다. 정치나 경제를 하는 권력자가 아니라, 전쟁무기도 군대도 모르는 채, 제 땅을 제 손으로 일구면서 삶을 노래하고 웃음과 춤으로 두레를 엮은 수수한 시골사람입니다.




.. 사고가 난 뒤 프리다는 달라졌어요. 지팡이를 짚고 걸어야 했고, 늘 몸이 아팠어요 ..  (21쪽)



  우리는 누구나 천재이면서 천재가 아닙니다. 우리는 누구나 오직 하나뿐인 목숨을 사랑으로 받아서 태어납니다. 하늘숨을 마시는 넋으로 이 땅에 태어납니다. 그래서 우리는 무엇이든 다 될 수 있고, 무슨 일이든 다 할 수 있습니다.


  오늘날에는 정규 학교를 마치고 회사에 들어가서 돈을 벌어야 ‘먹고살’ 수 있다고 여기는데, 지난날에는 아무도 학교를 안 다녔으나, 모든 사람이 손수 땅을 부치면서 밥을 얻을 줄 알았고, 풀줄기에서 실을 뽑아서 옷을 지을 줄 알았으며, 나무를 베고 흙과 돌과 짚을 얻어서 집을 지을 줄 알았습니다. 아무런 ‘학교교육’이 없이, 지난날 모든 사람이 손수 밥과 집과 옷을 장만하며 살았어요. 게다가, 지난날에는 책 한 권이 없어도 ‘살면서 쓸 모든 말’을 어버이한테서 물려받았습니다. 오늘날에는 한국말사전이나 식물도감이나 곤충도감이나 나무도감 같은 책을 옆에 두어야 ‘풀이름’이나 ‘벌레이름’을 알 만하지만, 지난날에는 누구나 풀과 벌레와 물고기와 새와 숲짐승과 나무 이름을 모조리 알았어요.


  그러니, 예부터 우리는 누구나 ‘천재’였고, 오늘날에는 스스로 천재인 줄 잊으면서 학교교육만 받습니다. 우리는 누구나 ‘스스로 내 삶을 그림으로 그리는 천재’로 살 수 있으나, 정작 오늘날 사람들이 하는 일이란 ‘학교에서 미술교육을 받은 틀에 따라서 남한테 보여주려는 예술작품 만들기’입니다.




.. 프리다는 다른 누구도 흉내내지 않았어요 ..  (27쪽)



  그림책 《프리다》를 천천히 읽습니다. ‘자유’를 뜻한다는 ‘프리다’를 어버이한테서 선물처럼 이름으로 받은 프리다 칼로 님은 이녁 그림에 ‘사람으로 살아가는 자유’를 담았구나 하고 느낍니다. 멕시코라고 하는 나라에서 태어나서 살아가는 ‘아름다운 사랑과 자유’가 바로 프리다 칼로 님이 그림으로 보여주고 싶은 노래요 이야기라고 느낍니다.


  참말 “프리다는 다른 누구도 흉내내지 않았”습니다. 흉내를 내야 할 까닭이 없습니다. 프리다 칼로 님은 오직 이녁 마음속을 바라보면 됩니다. 그리고, 우리는 우리 스스로 내 모습을 고스란히 바라보면 됩니다.


  프리다 칼로 님은 이녁 스스로 사랑한 ‘내 모습’이자 ‘멕시코사람 이야기’를 그림으로 빚었습니다. 우리는 저마다 우리 스스로 사랑할 ‘내 모습’이자 ‘한국사람 이야기’를 그림으로 빚고 글로 쓰며 사진으로 찍으면 됩니다.


  사랑을 찾아 삶을 지으며 그림을 그립니다. 사랑을 찾아 살림을 꾸리며 이야기꽃을 피웁니다. 사랑을 찾아 보금자리를 가꾸며 노래를 부릅니다. 4348.5.20.물.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시골 아버지 그림책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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