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물 줄게



  소포를 부치러 읍내에 나왔습니다. 읍내 한쪽 고갯마루에는 공원이 있기에, 고갯마루 공원으로 가서 가방을 내려놓고 쉽니다. 두 아이는 고갯마루 공원을 마음껏 달리다가 나무를 타면서 놉니다. 이러다가 작은아이가 나한테 다가옵니다. “선물 줄게.” 빙그레 웃음짓는 작은아이는 “눈 감아 봐.” 하고 말하더니, 붉게 물든 나뭇잎 둘하고 솔방울 하나를 고갯마루 공원 걸상에 살짝 내려놓고 달려갑니다. “고마워.” 아이들은 늘 선물을 주는 님입니다. 아이들은 참말로 늘 선물을 주는 고운 님입니다. 아이들은 참말로 아침저녁으로 어버이한테 따스한 사랑을 담아서 늘 선물을 주는 하느님입니다. 2017.6.22.나무.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살림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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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진을 예전에 쓴 적이 있는지 모르겠으나

오늘 
살림노래 이야기를
오마이뉴스에 기사로 띄우다가
문득 보여서
참 아련하도록 애틋한 모습이네 하고
새삼스레 생각합니다.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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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래를 미루는 재미



  아이들하고 살면서 하루라도 빨래를 안 하고 지나가는 날이 없었습니다. 하루라도 밥을 안 하고 지나가는 날이 없듯이 빨래도 날마다 어김없이 하면서 보냈어요. 이러다가 지난해부터 가끔 빨래를 안 하는 날이 생깁니다. 올해 들어 하루나 이틀쯤 빨래를 안 해도 되지 하고도 생각합니다. 저는 늘 손빨래를 하는데요, 빨래를 미룬다기보다 빨랫감을 조금 더 모아서 해도 넉넉하다는 생각으로 달라집니다. 어제 낮에 제법 수북하게 쌓인 빨랫감을 보면서도 일부러 하루를 지나갔고, 오늘 아침에 꽤 많이 쌓인 빨랫감을 보면서도 이튿날 하자고 지나갑니다. 마침 오늘은 하늘이 찌뿌둥하기에 아침부터 노래했어요. 비야 비야 신나게 오너라, 우리 고장 못마다 물이 다시 넘치도록 비야 비야 기쁘게 오너라, 하고 노래했습니다. 두 아이가 어릴 적에는 비야 비야 오지 마라, 기저귀 말려야 한단다, 비야 비야 멈추어라, 똥오줌에 젖은 이불 빨아서 말려야 한단다, 하고 노래했지요. 작은아이가 일곱 살을 지나가는 이즈음이라, 이제 제 노래가 달라지는구나 싶은데요, 이제 저 스스로 살짝 느긋하면서 넉넉해진 마음인가 하고 돌아봅니다. 두 아이가 갓난쟁이일 무렵에는 하루에 천기저귀를 서른∼마흔 장을 거두어 빨아서 말려야 했으니 참말로 하루라도 빨래를 쉴 틈이 없어요. 그때에는 이불도 이레에 한두 차례씩 꼬박꼬박 빨아야 했고요. 빨래를 이틀째 안 하는 오늘 낮, 어쩐지 집안일이 매우 줄었구나 싶어 홀가분한 마음에 평상에 살짝 드러누워 봅니다. 얼마 앞서까지만 해도 이렇게 평상에 등허리를 펴려고 드러누울 겨를이 없이 지냈어요. 오늘 새삼스레 이 멋지고 아름다운 살림을 되돌아봅니다. 아이들이 그동안 얼마나 튼튼하고 씩씩하게 자라 주었는지, 두 아이가 개구지게 노는 모습을 마당 한켠에 모로 누워서 빙긋빙긋 웃음지으면서 바라봅니다. 2017.6.20.불.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살림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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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죽박죽 전주마실



  서울도서전에 가 보자는 생각을 아침에 굳혔고, 작은아이가 따라나서기로 합니다. 마침 고흥서 서울 가는 일요일 시외버스에 두 자리가 있어서 기쁘게 마실길에 나섭니다. 행사장을 뒤로 하고 삼성역에서 지하철을 탔는데 그만 거꾸로 가는 지하철을 탔기에 돌아갔고, 남부버스역에서는 한 시간 넘게 다음 버스를 기다려야 했어요. 마음이 가는 대로 눈길이 닿아 만나는 이웃님이 있고, 생각을 짓는 대로 손길을 마주하는 동무님이 있습니다. 전주에서 묵는 길손집은 한옥으로 꾸몄다는 선간판 알림글과 달리 침대가 놓인 방입니다. 작은아이는 이 침대에서 자다가 배가 고프다며 일어나 김밥을 먹고서야 새근새근 잠드는데, 새벽 세 시 무렵 쿵 소리를 내며 굴러떨어집니다. 작은아이가 굴러떨어질 즈음 문득 눈을 떠서 어라 이 아이가 굴러떨어지려고 하네 하는 모습을 지켜보았으나 붙잡지는 못했어요. 작은아이는 침대에서 굴러떨어졌어도 눈을 감은 채 부시시 일어나고, 저는 아이 손을 잡고 침대에 다시 누입니다. 온통 뒤죽박죽 같으나 사뿐사뿐 즈려밟는 마실길입니다. 서울 가는 시외버스와 전주 가는 시외버스에서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지막 글손질을 했어요. 곧 아침을 맞이하면 느긋하게 움직이며 광주로 가는 시외버스에 오르려 해요. 수다꽃을 피우는 작은아이하고 광주까지 가는 길은 또 어떤 새로운 재미가 될까 하고 생각해 봅니다. 2017.6.19.달.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살림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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낡지 않은 자전거



  저한테는 자전거가 몇 대 있습니다. 이 가운데 하나는 낡아서 더는 달릴 수 없습니다. 저하고 한몸이 되어 십만 킬로미터가 넘는 길을 달려 준 자전거는 이제 저희 도서관학교 한켠에서 고이 쉽니다. 그러나 이 낡은 자전거는 어느 때부터인가 작은아이 놀잇감이 됩니다. 너무 오래 많이 달린 탓에 뼈대와 이음줄이 닳고 삭았는데, 작은아이는 제 몸보다 큰 이 자전거를 끌고 밀고 당기면서 놀아요. 작은아이가 보기에는 멀쩡하면서 멋스러운 자전거라고 합니다. 작은아이는 “왜 이 자전거는 안 타? 왜 이 자전거는 달릴 수 없어?” 하고 물어요. 아무래도 작은아이가 보기에 이 자전거는 낡은 자전거 아닌 그냥 자전거입니다. 멋스럽고 이쁜 자전거예요. 작은아이 말을 듣고서 오래도록 그 말을 곱씹습니다. 아버지가 이제 말을 바꾸어야겠구나. 이 자전거는 아버지랑 오래도록 한몸이 되어 온 나라를 누빈 씩씩한 자전거란다. 튼튼하고 아름다운 자전거야. 2017.6.16.쇠.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살림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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