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죽지 마라 - 우리가 백기완이다!
백기완노나메기재단 엮음 / 돌베개 / 2023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숲노래 인문책 / 숲노래 책읽기 2023.6.10.

헌책읽기 13 그들이 대통령 되면 누가 백성 노릇을 할까



  둘레를 보면 ‘정권퇴진 운동’에 목소리를 내는 분이 제법 있습니다. 저는 그분들한테 이따금 묻습니다. “그놈들만 끌어내리면 이 나라가 깨끗한가요?” 그저께쯤 고흥읍내 한켠을 걷다가 ‘100억짜리 사방공사’를 보았습니다. 멀쩡한 멧자락 한켠을 깎아내고 시멘트를 조금 들이붓고서 ‘100억 예산집행’이라고 떳떳이 밝히더군요. 예전 어느 우두머리가 ‘4대강 삽질 22조’를 썼다는데, 다른 분은 ‘들숲바다에 햇볕판(태양광패널)에 바람개비(풍력발전기)을 200조 넘는 돈을 쏟아부어 때려박았’습니다. 전남 고흥에서 ‘누리호’를 쏜다지만, ‘다도해 해상 국립공원’ 바닷가에서 꽝꽝 쏘면 27킬로미터가 떨어진 우리 집도 흔들리고 큰소리가 울립니다. 자, 그럼 ‘나로기지’가 있는 바다와 갯벌 살림은 ‘떨림(진동·소음)’으로 몽땅 죽겠지요? 오늘 우리가 아이들 앞에서 어른스럽게 할 일이라면 “모든 썩은짓(부정부패) 씻기”여야지 싶습니다. 저놈들만 썩지 않았어요. 이쪽에 있다는 ‘분들’도 나란히 썩었습니다. 그대는 걸어다니거나 버스를 타는가요? 시골버스나 시내버스에서 푸름이(청소년)들이 얼마나 ‘썩은 입내’를 풍기면서 막말(욕설)을 일삼는지 듣거나 보는지요? 골목 한켠에서 얼마나 많은 푸름이(청소년)들이 담배를 태우면서 침을 찍찍 뱉고 떠드는지 보는지요? 이 아이들은 ‘누구한테서 막말을 배우고 누구한테서 막짓을 물려받았’을까요? 집과 배움터(학교)에서, 또 글(문학)과 영화·웹툰에 흔하게 퍼진 ‘폭력·욕설·살인·강간’을 아이들이 고스란히 보고서 따라하는 줄 느끼지 않는다면, 엉터리 우두머리를 끌어내리고 또 끌어내려도 쳇바퀴일 뿐입니다. 그놈 하나뿐 아니라, ‘모든 썩은놈’을 끌어내릴 때라야, 비로소 이 나라가 똑바로 설 수 있습니다. 어린이한테 차마 보여줄 수 없는 꼴은 저 우두머리 한 놈뿐일까요? 제발 눈을 뜰 노릇입니다. 우리가 ‘나이만 먹은 꼰대’가 아닌 ‘철든 어른’이라면 이제부터 ‘착하고 참한 사람’이어야 합니다.



《그들이 대통령 되면 누가 백성 노릇을 할까?》(백기완, 백산서당, 1992.1010.첫/1992.12.30.6벌)


ㅅㄴㄹ


지금은 도대체 어떻게 되어 있는가. 돈 있는 사람들이 돈만 내면 광고 등으로 얼마든지 나오게 되어 있다. 전파 방송을 돈 있는 사람이 차지하고 있다는 사실, 바로 그것이 틀렸다는 것이다. 지금 농민들은 피눈물이 나건만 호소할 데가 없다. 지금 노동자들은 할 소리가 그렇게 많아도 그 소리를 ‘보는틀’을 통해 한 마디도 못해 보고 있다. 양심은 침묵을 강요당하고 그 대신 사기꾼 정상배들은 감기만 들어도 ‘보는틀’에 나오고, 제아무리 악덕재벌이라 하더라도 돈만 내면 얼마든지 상품광고를 할 수 있는 저 방송매체, 그것이 바로 있는 자들의 폭력기구이지 어떻게 공영방송, 공정한 방송이라고 할 수가 있는가 말이다. 오늘도 단추만 누르면 “이놈들아 내 물건부터 팔아주지 않고 무엇을 꾸물대느냐”고 공갈만 하는 저 간악한 장사치들의 지겨운 광고방송을 보라. (144쪽)


여기서 이들 두 김씨(김대중·김영삼)가 우리에게 안겨준 30년 동안의 정신적 피해를 반드시 점검하고 넘어가야 한다. 첫째는 국민들의 무력감이다. 둘째는 그들이 정치판의 전면으로 나서던 60년대 말경만 하더라도 임금노동자는 불과 백만 명, 그러나 90년대인 지금은 그 열다섯 배인 1500만 명이다. 이와 같이 계급분화가 일어나 일하는 일꾼이 생산판에서 또는 역사적 현실 속에서 분명한 역사의 알기(주체)로 등장했는데도, 밤낮 두 김씨가 역사를 주도하는 것처럼 꾸며대는 현실에서 오는 자기상실증이요, 셋째로는 두 김씨에 대한 기대망상이 아니라 기대파국에서 오는 냉소주의다. 백 번 설쳐 보아라. 무엇이 달라질 것인가 하는 식의 냉소주의가 끝내는 허무주의로 된 현실이다. 이 점은 지금 여당 야당은 말할 것도 없고, 언론계와 학꼐, 심지어는 민중운동을 자처하는 사람들에게까지 만연된 심각한 문제다. (212쪽)


한마디로 보수야당 갖고는 안 됩니다. 그것은 오늘의 독재체제 부패구조의 일부입니다. 먼저 그 뿌리부터 말씀드릴까요? 오늘의 야당의 뿌리는 친일파 민족반역자의 집단입니다. 왜놈들이 우리의 처녀들을 수십만 명씩이나 잡아다가 성의 노리개로 몰살시킨 이른바 정신대 이야기는 치가 떨리지요. 그 악귀 잡신이 왜놈들뿐인 줄 아세요? 오늘날 야당의 뿌리의 하나인 박순천 여사가 바로 일제 때 우리네 처녀들에게 정신대로 나가라고 강권하고 혹은 연설을 하고 다니던 대표적인 친일파, 여성의 적이며 인류의 양심을 저버렸던 정신대 범죄의 장본인입니다. 조병옥 박사는 또 어떤 인물일까요. 해방 직후 통일을 염원하는 세력을 대량 학살한 장본인의 하나입니다 … 장준하 선생의 증언에 따르면 신익희 씨는 독립투사가 아니라 사기 협잡꾼이라는 것이지요. 이러한 인맥의 뿌리를 오늘에 이어받은 야당이야말로 오늘의 분단독재체제의 일부라는 것을 부인할 도리는 없으며 따라서 보수야당은 부패청산의 해결자가 될 수가 없다는 것입니다. (259쪽)


그러면 무엇이 희망일까요. 사람이 돈을 다스리는 세상을 만들어야 합니다. 돈에 의한 지배착취, 돈에 의한 불균등을 청산하고 사람이 돈을 다스리고 사람이 역사창조의 알기가 되는 세상, 그것을 만들기 위한 실천과 이상의 통일이 곧 우리의 희망이라고 믿습니다. (274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세상의 균열과 혼의 공백
유미리 지음, 한성례 옮김 / 문학동네 / 2002년 5월
평점 :
절판


숲노래 인문책 / 숲노래 책읽기 2023.6.10.

헌책읽기 12 세상의 균열과 혼魂의 공백



  저는 전라남도 고흥이라는 시골에서 살아갑니다. 전남 작은시골에 깃들어 열 몇 해란 나날을 보내기 앞서까지 ‘전라도가 이다지 썩은 줄’ 조금도 몰랐습니다. 인천에서 나고자라는 동안 ‘인천이 허벌나게 썩었다’고 늘 느꼈고, 서울로 옮겨 대학교를 다니다 그만두고서 출판사에 들어가 일할 즈음 ‘서울이 더럽게 썩었다’고 으레 느꼈으며, 충청북도로 옮겨 이오덕 어른 글자락을 갈무리하며 다섯 해쯤 사는 동안 ‘충청도를 비롯해 글판·배움판(교육계)이 썩어문드러진 꼴’을 언제나 새삼스레 보았습니다. 이따금 부산마실을 하면서 부산 곳곳에 ‘부산시가 헛돈을 쏟아부은 얼나간 관광시설’을 지켜보면서, 그야말로 이 나라 구석구석 안 썩은 데가 있나 고개를 갸웃합니다. 우리나라에 ‘진보·보수’가 있을까요? ‘다 썩은 무리’하고 ‘확 썩은 무리’가 있지 않을까요? 유미리 님이 쓰는 글이 한동안 한글판으로 잇달아 나왔지만 이제는 거의(또는 아예) 안 나옵니다. 《세상의 균열과 혼魂의 공백》을 읽고 보면, ‘속속들이 썩은 일본과 한국 사이’에서 도무지 뭘 할 수 있겠는가 싶어 속으로 앓다가 조용히 눈물을 거두고서 차분하게 ‘오늘 이야기를 글로 남기는 눈빛’을 느낄 만합니다. 한글이되 우리말이라 하기 어려운 “세상의 균열과 혼魂의 공백”은 뭘까요? 이렇게 옮기고서 ‘번역’을 했다고 여기는 쓸쓸한 민낯입니다. “世界のひびわれと魂の空白を”인데 ‘を’는 어디에 팔아먹었나요? ‘ひびわれ’하고 ‘魂の空白’은 ‘틈’과 ‘빈얼’로 옮겨야지 싶습니다. ‘世界’는 “이 땅”으로 옮겨야 할 테지요. 왜 그럴까요? 유미리 님은 “푸른별(지구)이라는 이 땅에 아무런 ‘틈(틈새)’이 없어 싹틀 수도 움틀 수도 없는 사랑이 슬픈 나머지, 사람들이 잊다가 잃어 ‘텅 빈 얼’을 스스로 아파한 나머지, ‘이 꼴을’ 어떡해야 아이한테 안 물려줄까?” 하고 속삭입니다. ‘물려주고 싶은 땅과 틈과 얼을’ 생각하는 글자락입니다. 우리가 ‘어른’이라면 ‘얼차릴’ 일입니다.



《세상의 균열과 혼魂의 공백》(유미리/한성례 옮김, 문학동네, 2002.5.25.)


#이땅에서틈과빈얼을

#世界のひびわれと魂の空白を #柳美里


ㅅㄴㄹ


내 이름은 미리(美理)다. 구청에서 알아보았더니, ‘밀양(密陽)’의 어원은 ‘수룡(水龍/미리리)’이라고 한다. 밀양, 미리리, 미리. 그리고 두 살 때 죽은 외할아버지의 바로 아래 동생은 ‘수룡(水龍)’이라는 이름이었다. (51쪽)


그들의 무례를 따지고 싶은 생각은 없다. 시간 약속이나 일을 진행하는 게 분명하지 않고 약속을 지키지 않고도 사과하지 않으며 깊이 생각하지 않고 우선 행동부터 하고 있는 그들에게 나는 일본이라는 나라에서 살면서 몸에 밴 법칙과 습관으로 반응하고 있었던 것이다. 나는 한국을 방문할 때마다 기분이 나빠지고 화가 났는데 이번에 처음으로, 내 안에 있는 일본이라는 나라의 시스템으로 그들을 비판하고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59쪽)


전후 일본인은 무엇을 버리고 무엇을 선택한 것일까? ‘나라를 위해’를 ‘회사를 위해’로 바꾸고 기업 전사가 되어 고도 경제 성장을 이룩했다. 그러나 거품경제가 터진 지금, 사람들의 손에 남은 것은 무엇인가? 평화? 전후 민주주의? (72쪽)


며칠 전에 있었던 일본 교직원 노동조합 대회와 사회당 임시 당대회를 보도로 알았는데, 두 대회가 어쩌면 그렇게 닮았는지 매우 놀랐다 … 무엇이 닮았는가 하면, 논의 끝에 방침을 결정하는 게 아니고 사전에 다수파에 의해 방침이 결정되어 있다는 점이다. 그리고 중간파나 반대파가 뒤엉켜서 자신들의 세력을 과시하게 위해 물밑에서 혹은 공공연히 흥정으로 일관한다. (81쪽)


선거권도 없는 재일한국인에게 왜 납세 의무가 있는지, 이상하다고 생각했지만 이듬해부터 나는 아주 간단하게 납세자가 되었다. (111쪽)


대동아 공영권의 망령은 고도성장기에도 출현했다. 회사를 위해 다른 건 개의치 않고 멸사봉공으로 일했다. 공해로 사람이 죽어도 양심의 가책으로 괴로워한 회사는 없었을 것이다. 아직도 수은중독 공해병인 미나마타병은 해결되지 않고 있다. (127쪽)


대화가 가장 활발하게 오가던 그 당시조차 대리인이라는 무사시 대학의 여교수는 나에게 이런 말을 했다. “네가 불우한 가정에서 태어나 고생하며 자랐다는 얘기를 들었지만 재일한국인들 중에서 너 같은 사람은 흔하다. 그런데 그걸 장사밑천 삼아 텔레비전이나 잡지 인터뷰에서 주절주절 떠들어대고 있다니, 바보 아니냐! 자살 미수 경험도 있다고 하던데 자실을 팔아먹겠다면 지금 당장 죽는 게 어때?” 이렇게 작품과는 전혀 관계도 없는 일로 매도하고 협박하더니 덧붙였다. “두고봐라. 너를 사회적으로 매장시켜버릴 테니. 우리는 너 같은 사람 간단하게 매장시킬 수 있는 인맥과 힘이 있어.” 그래도 나는 어떻게든 화해를 하고 싶다는 생각에 한마디도 하지 않고 잠자코 있었다. (177)


류세이가 아니더라도 자신의 아이 초상화를 다른 가족의 찬성을 얻을 때까지 고쳐 그려야 한다고 요구하면 어떤 화가라도 경악할 것이다. 이런 얘기는 누가 들어도 황당무계한 얘긴데, 회화에서는 있을 수조차 없는 일이 어떻게 소설에서는 가능한지, 꼭 오에 씨에게 묻고 싶다. (190쪽)


그러자 그는 히죽히죽 웃으면서 “문예지에 실린 형편없는 소설 따위를 뭐 하러 읽나? 차라리 플로베르의 작품을 읽는 게 백 번 낫지. 그러고 보니 얼굴이 제법 반반하군. 누드 사진집 내면 팔릴 것 같지 않아?”라고 말했다. 그때까지도 내 손은 가만히 있었다. 내 손이 날아간 것은 바로 그 다음에 그가 내 머리를 쓰다듬었기 때문이었다. (227∼228쪽)


고등학교 1학년 때 학교를 그만둔 무식한 작가가 확고부동한 사회적 지위와 권위를 갖고 있는 인물들을 향해 언론전을 벌였다는 사실도 그들로서는 도저히 용서할 수 없는 행위였을 것이다. 그들은 내 의견을 일축할 수도 없었다. (245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숲노래 어제책 2023.5.14.

숨은책 824


《悅話堂美術文庫 15 韓國의 民畵》

 김호연 글

 열화당

 1976.6.5.



  1996년 여름에 가시울(철책)에서 나왔고, 밀린 말미(휴가)를 보름 받습니다. 싸울아비(군인)는 날마다 헌책집에 가서 책만 팝니다. 이러고서 싸움터(군대)로 돌아간 뒤, 1997년 12월에 마침내 그곳을 떠날 수 있을 때까지 말미를 안 쓰고 틀어박혔습니다. 젊은돌이는 싸울아비로 끌려가면 ‘잊히’는구나 싶어 멧자락에서 멍하니 하늘바라기·별바라기를 하고 눈쓸이를 했어요. 그때 드나들던 헌책집지기는 “군인한테 책값을 받으면 안 되지. 그냥 가져가시게.” 하면서 실랑이를 했습니다. “군인으로 휴가를 나오면 친구도 만나고 술도 마셔야 하지 않아? 왜 맨날 책만 보러 와?” 하고 물으시는 말씀에는 웃기만 했습니다. 《悅話堂美術文庫 15 韓國의 民畵》를 읽으면서 ‘조자용’ 님 말고도 겨레그림을 눈여겨보는 사람이 있었구나 싶어 반가웠습니다. 그런데 김호연 님은 ‘겨레그림’이란 이름을 짓기는 했어도 글은 순 한자투성이예요. 한자는 겨레글이 아니고, 중국말·일본말은 겨레말이 아닐 텐데요. 가만 보면, 우리말·우리글을 살핀다는 분들도 ‘國語·國文學’처럼 한자쓰기를 즐겨요. 스스로 작은이로 발을 디디면 말빛부터 바꿀 텐데요. 그나저나 열화당은 1982년에 껍데기만 바꾸면서 마치 처음 펴낸 듯 눈가림을 했습니다.


- 1996.8.8. 용산 뿌리서점. 내가 하는 일을 믿음과 사랑으로 늘 땀흘려 하길 빌며.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숲노래 어제책 2023.5.14.

숨은책 823


《지구인을 지켜라》

 러셀 글

 편집부 옮김

 소년생활사

 1977.11.15.



  모두 100자락인 ‘소년생활 칼라북스’ 가운데 아흔여섯째인 《지구인을 지켜라》입니다. 1970∼80년대에 잔뜩 나온 이런 꾸러미는 여러 곳에서 조금씩 다르게 선보이는데 ‘옮긴이’ 이름은 없고, 펴냄터 무늬·판짜임은 일본판을 흉내냈고, 줄거리를 베끼거나 훔치면서 우리나라 이야기책을 몇 가지 끼워맞췄습니다. 저는 1982년에 어린배움터(국민학교)에 들어가면서 글붓집(문방구)을 날마다 드나들었고, 이때 이런 꾸러미를 처음 보았습니다. 여덟 살에 글씨를 익히고 혼자 책을 읽을 수 있은 뒤로 글붓집에서 그림종이(도화지)·글붓(연필)·지우개 들을 사면서 멍하니 바라보는데 글붓집 아저씨나 아주머니가 물어봐요, “왜? 사고 싶어?” “아. 그렇지만 100자락을 다 살 돈은 없어요.” “하나만 사도 돼.” “네? 그래요?” 어머니는 저한테 날마다 120원을 주었습니다. 집이랑 배움터를 오가는 길삯(차비)이에요. 늘 걸어다니면서 120원을 아꼈고, 책 한 자락 값이 모이면 두근두근하면서 하나씩 샀습니다. 지난날 어린이는 ‘배움터 앞 글붓집’에서 꿈이랑 이야기를 천천히 사모읍니다. 걸어다니며 다릿심이 붙고, 며칠 걸으면 책 하나가 생깁니다. 책으로 읽으며 ‘이런 앞날이 있을까?’ 궁금했는데 참말로 새날이 왔습니다.


“학교 앞 문방구나 전국 유명서점에서 판매합니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숲노래 어제책 2023.5.14.

숨은책 822


《테레비전, 그 作用에서 受像까지》

 J.벤딕·R.벤딕 글

 윤상해 옮김

 음향문화연구회·신문관

 1962.3.30.



  우리 아버지나 이웃 아저씨는 ‘1986년 아시안게임’과 ‘1988년 올림픽’을 맞추어 집에 보임틀(텔레비전)을 들이려고 무던히 애썼습니다. 나라에서는 큰 놀이판(스포츠)을 자랑해야 한다면서 작은 살림집끼리 어깨를 맞댄 골목마을을 하루아침에 난데없이 밀었고, 커다란 가림담(차단벽)을 세워 큰길에서 안 보이도록 했어요. 《테레비전, 그 作用에서 受像까지》는 ‘우리나라 방송국’이 열고서 온날(100일)이 되는 때를 기려서 나옵니다. 1962년이라면 보임틀을 생각조차 못 하던 사람들이 훨씬 많고, 집전화조차 들이기 힘들었어요. 손으로 짓고, 몸으로 일하고, 다리로 걷고, 눈으로 마주보고, 살갗으로 느끼는 살림인 나날입니다. ‘지음머리(인공지능·AI)’ 같은 말은 우스개로 여겼어요. 2020년대에 태어난 아이는 1940년대에 태어난 아이가 꿈조차 못 꾸던 모습을 스스럼없이 만납니다. 앞으로 2300년에 태어날 아이는 어떤 새길을 스스럼없이 만날까요? 1962년에는 ‘보임틀을 풀이하는 책’이 따로 나와도 몰라보는 사람이 수두룩했으나 2023년에는 ‘지음머리를 풀이하는 책이 굳이 없어’도 스스럼없이 알아보거나 알아차릴 텐데, 2300년 즈음에는 새길을 새롭게 밝히는 이야기를 새삼스레 새기는 아름누리일 수 있기를 빕니다.


ㅅㄴㄹ


우리나라에 텔레비죤이 들어온것은 8년전의 일입니다. 그러나 우리의 손으로된 분격적인 텔레비죤방송을 보고 들을 수 있게 된것은 인제 겨우 백날밖에 되지 않읍니다. 오늘날에 있어서는 텔레비죤은 이미 우리 국민생활의 필수품으로 등장하고 있는것이지만 아직도 우리네의 살림이 생활과학에 밝지 못한지라 일반적으로 텔레비죤에 대한 이해와 인식이 깊지 못한터에 이번에 ‘음영문화연구회’ 동지들의 수고로 ‘벤딕크’ 씨의 자미있는 그림과 알기쉬운 풀이로 엮어진 이책을 부드러운 우리말로 옮겨서 까다로운 것으로 생각되기 쉬운 텔레비죤 이야기를 힘들이지않고 알아볼수있게 해준것은 매우 유익하고 보람있는 일이라고 아니할수 없읍니다. 그 수고를 치하하며 이책이 널리 읽혀져서 우리 텔레비죤의 시청자는 물론 국민전체가 생활과학에 대한 이해가 깊어지기를 마음 깊이 바라면서 감히 일독을 권하는 바입니다. 1962년 4월, 텔레비죤방송국 개국 100일을 기념하는날에, 서울텔레비죤방송국 국장 황기오 (책머리에)


또한 텔레비젼은 군사상으로도 중요한 존재입니다. 무인비행기, 유도탄에 텔레비전·카메라를 장치하면, 모니터로 감시하여 유도할 수도 있읍니다 … 언젠가는 텔레비젼을 부리어 물건을 사들이기도 하며, 친구를 방문하며, 학교에 다닌다는 시대가 올지도 모르는 것입니다. 텔레비젼은 우리들의 오늘의 생활에서 없어서는 안 될 한 부분이 되게 되었읍니다. (62쪽/未來의 텔레비 : 그밖의 텔레비전에 대하여)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