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어제책

숨은책 239


《행복은 자전거를 타고 온다》

 이반 일리히 글

 박홍규 엮어 옮김

 형성사

 1990.10.20.



  1990년에 처음 한국말로 나오고, 2004년에 새옷을 입은 다음, 2018년에 거듭 새옷을 맞춘 《행복은 자전거를 타고 온다》라는 책이 있습니다. 어째 열네 해 만에 새옷을 입은 걸음인데, 앞으로는 새책집에서 자취를 감추지 않고서 사랑받을 수 있을까요. 책이름에 책을 한 줄로 갈무리합니다. “자전거를 타면 즐겁습”니다. “자전거를 타니 기쁘”지요. 생각해 봐요. 자동차나 비행기를 타면서 수다를 떨기에 좋을까요? 아마 귀도 목도 눈도 머리도 다 아프겠지요. 그렇다고 자전거를 달리며 수다를 떨 만하지는 않습니다. 수다를 떨려면 자전거에서조차 내려야 합니다. 걷거나 풀밭에 앉아야지요. 그렇다면 자전거는? 자전거를 타면 서로 말이 없습니다. 아니, 입말을 하지 않고 마음말을 합니다. 찬찬히 바람을 가르면서 천천히 마음이 흐릅니다. 자전거를 달리면서 길바닥 개미하고 달팽이하고 사마귀하고 눈짓을 합니다. 자전거로 다니며 이웃하고 가볍게 목절을 합니다. 자전거를 몰며 구름빛이며 햇빛을 고스란히 품습니다. 자전거가 ‘느릿느릿’ 다닐 만한 곳이라면 아이들이 뛰놀 만하고 어른이 일할 만합니다. 자전거마을이 아름마을이요 아름터입니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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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어제책

숨은책 235


《실패로부터 배운다는 것》

 심상정 글

 웅진지식하우스

 2013.8.5.



  나라를 누가 다스리면 좋을까 하고 묻는다면 ‘아이를 낳고, 아이를 사랑하고, 아이한테 말을 가르치고, 아이하고 나무를 심고, 아이하고 꽃을 노래하고, 아이하고 파란하늘을 마시고, 아이하고 맑은물을 먹고, 아이하고 밥이며 옷이며 집을 짓고, 아이하고 춤을 추고, 아이하고 숲에 안겨서 하루를 사랑으로 가꿀 줄 아는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어울릴 만하다고 이야기합니다. 이제껏 이 나라에서 나라지기나 나라일꾼을 맡은 이 가운데 ‘아이하고 어깨동무’할 뿐 아니라 ‘아이를 사랑으로 돌보는 살림길을 걸은’ 분이 하나라도 있었을까요? 앞으로는 있을까요? 《실패로부터 배운다는 것》은 판이 끊어졌습니다. 선거를 앞두고 엮은 숱한 책 가운데 하나로 여길 수 있을 테고, ‘나라지기란 살림지기’일 때에 비로소 아름다운 터전이 된다는 이야기를 얼마쯤 담은 책으로 바라볼 수 있습니다. 저는 나라일꾼을 뽑는 때가 되면 으레 ‘푸른길·바른길’ 두 곳을 갈마들면서 제 몫을 주었지만, 참답게 푸르거나 사랑스레 바르지 않으면 어느 곳에도 제 몫을 주지 말자고 생각하며 2018년부터 손을 뗐습니다. ‘손떼기’도 ‘투표’ 가운데 하나이거든요.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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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은책 238


《영어의 탄생》

 사이먼 윈체스터 글

 이종인 옮김

 책과함께

 2005.4.25.



  낱말을 모아서 엮은 꾸러미인 사전이라는 책을 짓는 길은 혼자 걷습니다. 둘이나 셋이 걷지 않습니다. 사전 지음이 곁에 여러 사람은 거들 뿐, 처음부터 끝까지 혼자서 해내어야 비로소 사전이라는 책이 태어납니다. 사전이란 책을 여럿이 짓지 못하는 까닭이라면, 여럿이 뜻풀이를 하거나 보기글을 붙이면 뒤섞이거든요. 돌림풀이나 겹말풀이가 불거지고, 비슷한말이 어떻게 비슷하지만 다른가를 가리지 못합니다. 그러나 한국은 사전을 제대로 짓는 발자국이 매우 얕고 짧아서 이러한 얼거리를 처음부터 읽지 못했고 아직도 헤맵니다. 《영어의 탄생》은 얼마 못 읽히고 잠들었다고 합니다. 이 나라에서 영어를 배우려고 하지 않는 사람은 없다시피 하다지만, 막상 이 영어라고 하는 말이 어떤 길을 걸었고, 영어가 오늘날처럼 이래저래 ‘자라거나 퍼진’ 발판이 된 영어사전을 헤아리는 눈길은 그야말로 없다시피 하다지요. 그냥 나오는 말이란 없습니다. 삶에서 비롯합니다. 우리가 짓는 하루가 고스란히 말이 됩니다. 스스로 짓는 삶이면 스스로 짓는 말이요, 사들이거나 받아들이는 삶이면 다른 나라 말씨를 그대로 따르거나 받아들이는 몸짓이 됩니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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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어제책

숨은책 236


《낙동강 before and after》

 지율 스님·‘낙동강 숨결 느끼기’ 순례 동행들

 녹색평론사

 2010.3.31.



  인천 배다리에서 사진책도서관을 꾸리면서 한창 인천시 막삽질하고 맞서던 무렵 《낙동강 before and after》를 만났습니다. 큰고장에서는 오랜 마을을 밀어없애려는 벼슬아치하고 맞서야 한다면, 숲에서는 냇물을 망가뜨리려는 나라일꾼하고 붙어야 했습니다. 2010년 무렵, 낙동강을 비롯한 너른 물줄기에 함부로 삽질을 하려는 이들을 나무라는 사람을 놓고서 ‘뭘 모르는 소리!’라며 손가락질하는 이가 많았습니다. 그러나 2020년에 ‘4대강 사업’은 적어도 22조 원을 날린 바보짓이라고 ㅈㅈㄷ조차 밝힐 뿐 아니라, 이 일을 밀어붙인 이명박 씨는 사슬에 묶인 몸이 되었지요. 그때 손가락질을 하던 이들은 어느새 말도 몸짓도 바꾸었는데, 그들이 남긴 말이나 몸짓은 어디로 갔을까요? 가볍고 작게 꾸민 사진책 《낙동강 before and after》를 본 분은 으레 두 갈래가 되었습니다. 한숨을 쉬거나 주먹을 떠는 분, 거짓말이며 눈속임이라고 하는 분. 새책집에 넣지 않고 알음알음으로 읽은 작은 사진책은 그저 작게 보여줄 뿐이었습니다. 목소리를 내지 않고 그냥 온몸으로 보여주었어요. 어제하고 오늘을 보자고, 오늘하고 모레를 생각하자고, 우리 꿈이 무엇이냐고.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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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어제책

숨은책시렁 154


《내 마음속의 자전거 12》

 미야오 가쿠

 오경화 옮김

 서울문화사

 2004.11.25.



  짐자전거는 톱니가 하나입니다. 짐자전거로도 발판질을 엄청나게 하면 빨리 달릴 수 있습니다만, 길자전거처럼 가볍고 빠르게 달리지는 못합니다. 길자전거에 짐받이나 바구니를 붙여서 짐을 실 수 있습니다. 그러나 길자전거에 짐을 실으면 쉽게 흔들릴 뿐더러 바퀴나 몸통이 버티기 어렵습니다. 자전거마다 쓰임새가 다르고, 다니는 길이 달라요. 씽씽 바람을 가르는 자전거는 이대로 아름답습니다. 멧길을 오르내리는 자전거는 투박한 대로 사랑스럽습니다. 짐을 잔뜩 싣고서 움직이는 자전거는 이대로 멋집니다. 신문을 앞뒤로 싣고서 짐자전거를 달려 새벽을 열 적마다 한겨울에도 땀이 빗물처럼 쉴새없이 흘려요. 그렇지만 새벽바람을 실어 이야기꽃을 집집마다 돌린다는 생각에 뿌듯해요. 《내 마음속의 자전거》는 다 다른 사람들이 다 다른 자전거하고 얽힌 삶을 들려줍니다. 빨리 달리려고 타기도 하는 자전거이면서, 살림을 즐거이 지으려고, 아이를 태우려고, 먼길을 가려고, 새벽을 열려고, 또 새로운 내가 되려고 자전거를 달린다지요. 한국에서는 열세걸음까지만 나오고 판이 끊어졌으나, 일본에서는 마흔걸음 넘게 나오는 자전거 만화책입니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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