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어제책

숨은책 279


《호튼》

 닥터 수스 글·그림

 김서정 옮김

 대교출판

 2008.4.25.



  2008년에 나온 영화 〈Horton Hears A Who!〉를 2016년에 비로소 알았습니다. 아이들하고 재미나게 보고 나서 알아보니, 마침 이해에 그림책 《호튼》도 나란히 나온 듯하나 이내 자취를 감추었습니다. 닥터 수스 님은 ‘호튼’ 이야기를 1954년에 처음 선보입니다. 자그마치 쉰 해 남짓 묵은 이야기를 영화로 살려낸 셈인데, ‘먼지로 보이는 곳’에 ‘지구 못지않게 숱한 사람이 마을을 이루며 살아가는 나라’가 있는 줄 알아챈 코끼리가 ‘얼핏 먼지로 보이지만, 알고 보면 숱한 사람들한테 아름다운 별’을 온몸을 다해서 지키는 줄거리입니다. 우리는 1954년에 무엇을 보고 그렸을까요? 1954년에 미국을 다녀온 사람은 그 나라에서 무엇을 보고 느꼈을까요? 그 뒤로 일흔 해쯤 지난 2020년에 이 나라에서는 스스로 무엇을 보고, 미국이란 나라에서 무엇을 볼까요? 얼핏 보고서 지나칠 뿐 아니라 얕잡거나 고개젓는 마음이 있지는 않은가요. 곰곰이 보거나 귀여겨듣거나 두고두고 생각하는 마음은 얼마나 되는가요. 코끼리 호튼은 작은 별 사람들이 어찌 살아가는가를 즐겁게 들으면서 ‘코끼리 호튼이 있는 별’은 어떤 재미랑 보람이 있는가를 신나게 들려줍니다. 우리 손짓 하나로 별이 태어납니다. 우리 몸짓 하나로 별이 반짝입니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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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어제책

숨은책 278


《Clifford's Good Deeds》

 Norman Bridwell 글·그림

 scholastic

 1975.



  1975년에 태어나 1982년에 국민학교에 들어가고 1988년에 중학교에 들어가던 무렵까지 그림책이란 이름은 듣지도 못했습니다. 그림책을 아예 못 보았으며, 이런 책이 있는 줄은 생각조차 못했어요. 이동안 제 곁에는 만화책이 있었어요. 만화책이 그림책 자리를 차지하면서 ‘그림으로 새로운 삶길을 꿈꾸는 길잡이’ 구실을 했습니다. 노만 브리드웰 님은 1972년부터 ‘빨간 개 클리포드’ 이야기를 그립니다. 이 그림책 꾸러미는 꽤 많습니다. 한국에서는 여태 한 자락도 옮기지 않았습니다만, 영어를 쓰는 나라에서는 사랑스러운 이 그림책을 아이도 어른도 몹시 반긴다지요. 《Clifford's Good Deeds》는 빨간 개 클리포드한테 ‘너는 언제나 착하게 마음을 쓰잖니. 다만 네가 힘이 엄청나게 셀 뿐이야.’ 하면서 포근히 달래는 줄거리를 다룹니다. 클리포드란 빨간 개는 처음에는 매우 작아 골골 앓고 쉽게 밟혔다고 해요. 아이는 빨간 개를 품에 안으면서 눈물젖은 마음으로 밤새 꿈을 꾸었대요. 날마다 무럭무럭 자라서 아무도 이 빨간 개를 밟거나 건드리지 못하도록, 또 늘 튼튼하기를. 아이가 눈물로 그린 애타는 사랑꿈은 어떻게 되었을까요? 그림책 ‘빨간 개 클리포드’는 언제나 이 어린이 사랑을 고이 담기에 아름답습니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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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어제책

숨은책 277


《새로운 初等敎育學》

 성내운 글

 홍지사

 1954.7.30.



  ‘성내운’이란 이름은 1994년에 헌책집을 돌다가 처음 만났습니다. 《세 학교의 이야기》를, 이윽고 《제자여 사랑하는 제자여》를, 곧 《선생님께》를, 그리고 《인간 회복의 교육》을 만납니다. 이분 모든 책은 판이 끊어진 터라 헌책집에서 겨우 찾아내어 동무나 이웃한테 건네곤 하는데 “야, 되게 좋은 책인데, 우리 사회에서 먹히겠냐?” 하더군요. 입시지옥을 뚫고 대학교에 들어왔으니 졸업장 기득권을 놓을 수 없다는 말을 듣고 풀이 죽었지만, 그러면 혼자 가야겠다고 여겼어요. 대학교를 그만두고 헌책집을 돌던 어느 날 《새로운 初等敎育學》을 만났지요. 해방 뒤 한국전쟁이란 피비린내가 춤춘 자리에 오직 사랑이란 배움넋을 이 나라에 심으려 하셨더군요. 이 나라 배움판을 싹 갈아엎는 날을 꿈꿉니다. ㅅㄴㄹ


앞에서도 말한 바와 같이 군왕에게 충성을 다 하는 인재를 뽑는데 교육의 목적이 있었기 때문에, 너무 지나치게 훌륭한 사람이 나오면 왕위를 빼앗길 염려가 있어서 용감하고 씩씩한 인물이 많이 나오는 북방의 평안도, 함경도, 황해도 3도에는 교육을 힘쓰지 않았던 것이다. 그리하여 그들은 몇 백년 동안 희생을 당하고 남방보다 문화적인 혜택을 덜 받았으나 실생활에의 활약은 도리어 놀라운 바 있었으며, 특히 여자가 남자에 지지 않게 진출하게 되는 등의 미풍이 생기게 된 것은 반가운 일이라 아니할 수 없다. (7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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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어제책

숨은책 276


《민주복지의 길》

 에드워드 김 글·사진

 형문출판사

 1980.10.31.



  1961년에 군사쿠테타를 일으킨 이는 1979년에 총에 맞아 죽는 날까지 군사독재를 했습니다. 1980년에 새로 군사쿠테타를 일으킨 이는 1987년에 드디어 물러나기까지 다시금 군사독재를 했습니다. 이러한 군사독재 서슬에 밟히거나 눌려서 죽는 이가 숱했고, 이 틈바구니에서 알랑거리며 돈붙이에 이름값에 떡고물을 잔뜩 챙기거나 거머쥔 이도 숱했습니다. 어떤 이는 군사독재가 물러간 뒤에도 떵떵거리면서 자리를 지킵니다. 1980년 10월에 나라돈으로 엮은 《민주복지의 길》은 한글판뿐 아니라 일본판도 나왔습니다. 군사쿠테타가 쿠테타 아닌 ‘민주복지’로 가는 길이라는 허울을 뒤집어씌우려는 사진책입니다. 이 사진책은 ‘내셔널그래픽 잡지 편집장’을 맡기도 했다는 에드워드 김이란 이가 글이며 사진을 모두 맡아서 지었고, 엮는이 노릇까지 했습니다. 에드워드 김은 전두환이 물러나는 날까지 ‘대통령 사진꾼’처럼 여러 나라를 함께 돌며 사진을 찍고는 ‘전두환 사진책’을 여미어 주었습니다. 서울올림픽 사진까지 맡았지요. 나중에는 대학교수도 하더군요. 이이 한 사람만 ‘전두환 따라지’이지는 않았어요. 적잖은 글꾼·그림꾼·사진꾼이 따라지였습니다. 이들은 원로도 어른도 아닌 한낱 앞잡이요 끄나풀이며 허수아비입니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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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어제책

숨은책 273


《paddlewings》

 Wilfrid S. Bronson 글·그림

 E.M.Hale & com

 1931.



  먹고살기 버거울 적에 어떤 어른은 밥벌이를 찾으려고 애씁니다. 먹고살기 벅차다지만 어떤 어른은 틈틈이 그림을 그리고 글을 지어서 아이한테 읽히고 같이 놉니다. 여러 나라가 서로 윽박지르는 싸움판에서 어떤 어른은 살아남으려고 이웃나라 사람을 모질게 죽입니다. 여러 나라가 피투성이가 되어 치고받고 다투는 자리에서 어떤 어른은 조용히 빠져나와 아이들이 앞으로 사랑어린 삶길을 꿈꾸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아름다이 글이며 그림을 남깁니다. 1931년에 책으로 태어난 《paddlewings》를 보면서 어쩐지 찡합니다. “the Penguin of Galapagos”란 이름이 붙은 이 그림책은 ‘갈라파고스 펭귄’이 얼마나 장난꾸러기이며 재미있으며 사람을 궁금해 하는가를 알뜰살뜰 담아냅니다. 처음 태어난 지 백 해가 흘러도 빛이 바래지 않을 책이요, 앞으로 이백 해나 오백 해가 흐른다면 외려 더욱 빛날 책이지 싶습니다. 어른으로 살아가는 길에 무엇을 적바림해서 물려줄 만할까요? 우리 어른은 아이들한테 탱크나 총이나 핵발전소를 물려주어야 하나요? 아름드리숲에서 손수 살림을 짓는 사랑어린 꿈을 물려줄 수 있나요? 군수공장을 멈추어야 앞길이 환합니다. 싸움질에 힘을 빼지 말고, 살림길에 힘을 다할 노릇이지 싶어요. 펭귄살이를 봐요.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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