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갈리아의 딸들
게르드 브란튼베르그 지음, 히스테리아 옮김 / 황금가지 / 199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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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책시렁 89


《이갈리아의 딸들》

 게르드 브란튼베르그

 히스테리아 옮김

 황금가지

 1996.7.1./2016.12.1. 고침판



“자기가 되고 싶은 것이 될 수 없는 것이 더 삭막하고 짜증 나는 일이에요!” (13쪽)


페트로니우스는 불편한 신발을 벗고 둥근 바위 위로 조심스럽게 올라갔다. 바위는 다뜻했다. 공기보다 더 따뜻했다. 정말 사람들은 항상 맨발로 살아야 한다. 신발은 발을 너무 꽉 조이기 때문에 지나치게 꼭 맞으면 발이 까지기도 한다. (89쪽)


그들은 서로 박자를 맞춰 움직이고 있었다. 세 번째 움은 뒤에 앉아서 그의 허리를 잡고 있었다. 이 악몽이 얼마나 오래 계속될까? (94쪽)


“난 정말로 내가 무슨 가치가 있나 의심스러워져요. 난 그저 주방용 기구처럼 항상 집에 있는 거예요.” (153쪽)


그것은 맨움용 광대 복장이었고 맨움의 다른 옷처럼 우스꽝스러웠다. 어째서 물속에서조차 광대가 되어야만 하지? (160쪽)



  목소리를 내지 않으면 알 수 없기 마련입니다. 목소리가 생긴 뜻이 있지 않을까요? 사람들이 살아가는 터전마다 말소리가 다릅니다. 나라나 겨레마다 말소리가 다르기도 하지만, 같은 나라에 같은 겨레라 하더라도 고장마다 말소리가 달라요. 고장이라는 터전은 어디나 다르니 말소리도 마땅히 다를 테지요.


  다 다른 말소리란, 다 다른 삶소리란 뜻이라고 느낍니다. 다 다르게 짓거나 누리거나 가꾸는 삶에 맞추어 다 다른 말이 태어나고 흐릅니다.


  사내가 내는 목소리하고 가시내가 내는 목소리가 다릅니다. 마땅하지요. 사람이라는 목숨으로는 같으나, 결이 달라요. 그런데 결만 다르다면 소릿결만 다를 텐데, 숨결뿐 아니라 삶결이 다르지요. 사내랑 가시내 사이에서는 억누르거나 억눌리는 삶결이 엇갈렸습니다.


  《이갈리아의 딸들》(게르드 브란튼베르그/히스테리아 옮김, 황금가지, 2016)은 두 사람, 바로 가시내랑 사내 사이에 엇갈린 삶결을 확 뒤집는 얼개로 이야기를 폅니다. 곰곰이 보자면 이 문학책은 두 가지를 드러내려고 했지 싶어요. 첫째, 이 책을 읽는 이들이여, 거북하게 느껴라! 왜냐하면, 이 줄거리가 안 거북하다면, 오늘날 이 삶터도 안 거북하다고 느낄 수밖에 없을 테니까요. 둘째, 이 책을 읽는 이들이여, 뭔가 바꿔야 하지 않니? 왜냐하면, 뭔가 바꿔야겠다고 느끼지 않는다면, 이 거북한 얼개를 그대로 떠안고 그대로 살아야 한다는 뜻일 테니까요.


  가시내가 광대 차림으로 살아야 할 까닭이 없습니다. 가시내가 어떤 차림새로 살든 구경거리로 쳐다봐야 할 까닭이 없습니다. 사내도 매한가지이지요. 사내가 어떤 차림새로 살든 광대나 구경거리가 될 까닭이 없습니다. 이쪽 사람이 저쪽 사람을 억누른다든지, 거꾸로 저쪽 사람이 이쪽 사람을 억눌러야 할 까닭이 없어요.


  《이갈리아의 딸들》은 목소리가 없는 어수선판에서 목소리를 내기에 뜻있습니다. 다만, 목소리는 내되 이다음길까지는 짚지 않거나 못합니다. 마땅하지요. 문학책 하나가 뒷길까지 모조리 짚어야 할 까닭은 없습니다. 우리가 새롭게 가꿀 이다음길이나 뒷길은 바로 우리 스스로 생각을 바꾸고 목소리를 내어서 지어야지요.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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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라선 - 김지연 사진 산문
김지연 지음 / 열화당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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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책시렁 87


《전라선》

 김지연

 열화당

 2019.6.10.



서울의 부암동 숲이 손질이 잘된 비단옷 같은 느낌이었다면 전주의 건지산 길은 무명이나 삼베 옷 같았다. (18쪽)


미카엘 수녀님은 아침에 휴대폰으로 찍은 수많은 사진들을 내게 보여주었다. 구름과 꽃과 나비…… ‘아름다운 것’들을 보는 대로 다 찍었고 그것을 보여주면서 기분이 들떠 있었다. (24쪽)


나는 그이가 나온 페이지를 펼쳐 보였다. “아, 풍신나게 생겼네.” 그이는 자기 모습을 보며 쑥스러워했다. 내가 보기에는 지금보다 훨씬 예쁜데 말이다. 그이는 “붕어빵을 좀 많이 구워 놨더라면 사진이 보기가 더 좋았을 텐데” 하며 아쉬워했다. (84쪽)


아이의 예쁜 손가락에는 요즘 보기 드문 꽃반지가 끼워져 있었다. 그들이 돌아가는 길에 대문 앞에서 손을 흔들었더니 한 아이가 달려와서 내 손에 사탕 두 알과 초콜릿 과자 하나를 쥐여 주고 달아났다. (231쪽)



  전라도에서 열 해 즈음 살면 ‘전라사람’이 될까요? 전라도에서 나고 자라야 비로소 ‘전라사람’일까요? 전라도에서 나고 자랐으나 일찌감치 이 고장을 떠났으면 그이는 어떤 사람일까요?


  저는 인천에서 나고 자랐습니다만 열아홉 살에 그 고장을 떠났습니다. 한동안 인천으로 돌아가서 몇 해를 살았는데요, 아무튼 그 고장에서 나고 자랐으니 저는 오늘 전라도에서 열 해 즈음 살았더라도 ‘전라사람’ 아닌 ‘인천사람’일까요?


  서울이란 고장에서 열 해쯤 산 적이 있는데, 그때에 저는 ‘서울사람’이었을까요? 군대를 강원도에서 보냈으니, 군인으로 지내던 나날은 ‘강원사람’인 셈일까요? 제가 앞으로 경상도로 삶터를 옮긴다면 그때에는 어느새 ‘경상사람’으로 바뀔까요?


  《전라선》(김지연, 열화당, 2019)을 읽다가 ‘전라도’라는 이름을, 또 전라도라는 터를, 또 전라도뿐 아니라 경상도에 강원도에 충청도에 경기도에 인천에 서울에, 갖가지 고장 이름을 혀에 살짝 얹어 봅니다.


  나고 자란 이라면 고작 어린 날 두어 해를 살았어도 ‘그 고장 사람’이라 하기 일쑤요, 쉰 해나 예순 해를 어느 고장에서 살았어도 그 고장에서 나고 자라지 않았다면 ‘그 고장 사람이 아니’라고 말하기도 합니다.


  왜 이렇게 금을 긋는지 모르겠습니다. 금을 굳이 그어야 하는가도 아리송합니다. 어느 고장이든 아름다운 숨결이 흐를 테고, 어느 마을 어느 기찻길이나 버스길이나 들길이나 숲길에도 사랑스러운 손길이 닿을 텐데요.


  사라진 기차역을 떠올리는 김지연 님은, 사진으로 남은 아스라한 이야기하고 오늘 코앞에서 마주하는 새로운 이야기를 맞물려 놓습니다. 까르르 웃던 먼먼 옛날 아이들하고 쿡쿡쿡 웃고 뛰노는 오늘날 아이들을 나란히 마주하면서, 둘 사이에 흐르는 따스한 기운은 뭘까 하고 스스로 물으면서 이야기를 풀어냅니다.


  전라도도 경상도도 모두 아름다운 고장으로 나아가면 좋겠습니다. 모든 고장이 사이좋게 어깨를 겯으면서 함께 피어나면 좋겠습니다. 높거나 낮거나 크거나 작은 금을 모두 털어내고, 오붓하게 수다를 하며 뛰노는 마을길을 누리면 좋겠습니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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밈 : 언어가 사라진 세상
앨리너 그래이든 지음, 황근하 옮김 / 검은숲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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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책시렁 81 


《밈 : 언어가 사라진 세상》

 앨리너 그래이든

 황근하 옮김

 겊은숲

 2017.11.30.



“너까지가 아니라, 거의 모든 인간들처럼 저 역시 모호한 단어 뜻은 가끔씩 까먹고, 그러니까 찾아보는 거고.” (32쪽)


10년 전인 그때조차 다른 학교의 교수들은 서서히 컴퓨터와 기계로 대체되고 있었다. 밈이 개발된 지금, 아이들은 무엇이든 그저 다운로드 받기만 하면 된다. (44쪽)


그의 말은 수수께끼 같았다. “이제 단어도 그와 같아집니다. 여러분은 모든 단어를 소유하게 될 것입니다. 심지어 찾아볼 필요조차 없을 겁니다.” (313쪽)


“그가 그렇게 심각한 단어 독감을 그렇게 오랫동안 앓았음에도 지금까지 잘 버틴 건, 글을 쓰고 있었기 때문이었던 것 같아. 그건 그저 유아론적인 연습이 아니었어. 그것은 대화였어. 너와의 대화.” (504쪽)



  말이 사라진다면, 삶이 사라진다는 뜻입니다. 아주 마땅한 소리입니다만, 모든 말은 삶에서 비롯하거든요. 삶이 있기에 말이 있고, 삶이 없기에 말이 없습니다. 삶이 없는 사람은 죽은듯이 살 텐데, 죽은듯이 산다면 말을 할 일도 까닭도 뜻도 보람도 없어요. 곧 ‘삶 = 새로운 말’이요, ‘죽음 = 말이 사라짐’인 셈입니다.


  손으로 짓는 삶이란, 스스로 말을 짓는 삶입니다. 우리 손을 쓰지 않을 적에는 우리 스스로 누리는 삶이 없는 셈이니, 우리가 오늘을 누리는 모습을 나타낼 말이 없기 마련입니다.


  이는 한국이나 유럽 어디를 보아도 매한가지입니다. 삶이 있을 뿐 아니라, 삶을 두 손으로 지은 수수한 흙사람은 언제나 스스로 모든 말을 낱낱이 즐겁게 지었습니다. 삶이 없이 손가락만 까닥이며 시킨 벼슬아치나 임금이나 힘꾼은, 중국말을 빌려서 썼습니다. ‘내 삶’이 없으니 ‘내 말’이 없기 마련이라, 딴나라에서 말을 빌려서 우쭐거리지요.


  《밈 : 언어가 사라진 세상》(앨리너 그래이든/황근하 옮김, 겊은숲, 2017)은 삶을 기계한테 내주고는 스스로 뭘 해야 할는지 몰라 그저 톱니바퀴가 되거나 노닥거리는 하루가 된 사람들이 스스로 말을 잊거나 잃으면서 무엇을 잊거나 잃는가를 까맣게 모르는 모습을 그립니다.


  생각할 노릇입니다. 스스로 생각하면서 일거리를 짓고 살림살이를 가꾸지 않는다면, 스스로 할 말이 없고, 스스로 펼 이야기가 없습니다. 남이 시키는 대로 일을 하고 돈을 버는 사람이라면 남이 시키거나 펴는 말을 그대로 따라서 씁니다. 오늘 우리는 어떤 모습일까요?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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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사상가 체 게바라 - 새로운 사회와 인간 교육
리디아 투르네르 마르티 지음, 정진상 옮김 / 삼천리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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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읽기, 인문책시렁 85


《교육사상가 체 게바라》

 리디아 투르네르 마루트

 정진상 옮김

 삼천리

 2018.12.14.



“오늘 이야기할 주제로 들어가기 전에 우선 나를 소개한 나란호 씨의 말을 너무 신뢰할 필요가 없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내 생각을 말하면 나는 겸허한 혁명가이고 1년차 학생일 뿐입니다……. 나는 ‘혁명 대학교’의 재정부 1학년 학생입니다.” (100쪽)


체는 자신이 행복해지고 딸이 자신처럼 되기를 바라면서 딸에게 두 가지를 부탁한다. “…… 학습과 혁명적인 태도, 즉 훌륭한 품행, 신중함, 혁명에 대한 사랑, 동지애 등등. 나는 네 나이 때 그러지 못했다. 사람들이 서로의 적이 되어 싸우던 그런 사회에서 자랐기 때문이다 ……” (122쪽)


엘음브리토 캠프에서 찍은 사진에서 체는 에밀 루드비히가 쓴 《괴테》를 읽고 있다. 별로 이상할 것이 없지만 전투 중이라는 조건에서 그 시절 시에라마에스트라처럼 문명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서 그런 책을 구할 수 있었다는 사실이 놀랍다. (142쪽)



  날마다 새로 배우는 길이지 싶습니다. 즐겁다 싶은 일도, 싫다 싶은 일도 배웁니다. 재미난 일도 서운한 일도 배우고, 놀라운 일이나 수수한 일도 배웁니다. 이렇게 배운 모든 일은 우리 마음으로 차곡차곡 스며들어서 아이들한테 이어갑니다.


  아이는 어른이 됩니다. 어른이 된 아이는 아이다움을 되새기면서 어른스러운 빛을 폅니다. 지난날에 배운 빛하고 스스로 지은 빛을 더하니 새로운 빛이 되어 새로운 아이들한테 물려줄 수 있어요.


  《교육사상가 체 게바라》(리디아 투르네르 마루트/정진상 옮김, 삼천리, 2018)는 쿠바라는 나라에서 혁명이란 길을 걸은 체 게바라 님이 어떤 배움넋을 맞아들여서 어떤 배움길을 걷는 동안 어떤 배움빛이 되었는가 하는 실마리를 찾아나서려 합니다.


  체 게바라 님이 딸아이한테 들려준 말을 살피면, 이녁은 ‘싸울 수밖에 없고, 싸워야 하던 때’에 자랐다고 합니다. 그러나 이 싸움이란 이기고 지는 싸움이 아니라, 빛이 빛답게 퍼지기를 꿈꾸는 몸짓이었겠지요.


  오늘 이곳에 어른으로 선 제가 아이들한테 물려줄 길이란 즐거운 배움빛이라고 느낍니다. 신나는 놀이빛을 물려주고, 아름다운 살림빛을 물려줄 노릇이라고 생각해요. 이런 여러 가지가 아니라면 굳이 물려줄 까닭이 없겠지요. 삶을 든든하게 다스리며 알차게 가꾸는 배움손이 되어 하루를 맞이합니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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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30자 - 김인국 칼럼집 철수와 영희를 위한 사회 읽기 시리즈 1
김인국 지음 / 철수와영희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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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읽기, 인문책시렁 83


《2230자》

 김인국

 철수와영희

 2019.6.20.



억센 손이라도 가만히 만져 보면 따뜻하다. 밖에서는 몰라도 집에서는 틀림없이 누군가를 어루만지는 살가운 손이다. (21쪽)


나라가 사위어가는 시절에도 쾌활한 색상과 고요하고 늠름한 자태를 잃지 않던 옛사람들에 비하면 지금 우리는 너무나 이상하고 초라해졌다. (65쪽)


대통령은 여소 야대를 만들어낸 민의를 받드는 대신 사드라는 미국산 미사일 방어시스템 카드를 들고 나왔다. 국면 전환에는 안보 이슈가 특효라고 믿었을까. (79쪽)


즉각 ‘해라’ ‘하게’ 등의 반말투를 버리라는 엄명에 양반들의 언사를 익혀 낮춤말만 쓰던 (서양) 신부들은 어리둥절하였다. 삼일 혁명은 이처럼 민주 공화제를 표방한 임시정부의 수립, 대대적인 소작 쟁의 말고도 삶의 전반에 걸쳐 엄청난 변화를 불러일으켰다. (114쪽)



  또박또박 쓰고 뚜벅뚜벅 걷습니다. 할 말은 또박, 걸음걸이는 뚜벅, 언제나 힘차면서 야무집니다. 나긋나긋 쓰고 나풀나풀 걷습니다. 들려주는 이야기는 포근, 어우러지는 손길은 따뜻, 늘 고우면서 반갑습니다.


  똑같은 일을 놓고서 두 가지로 말합니다. 때로는 억세게, 때로는 보드랍게. 때로는 세게, 때로는 여리게. 때로는 깊이, 때로는 넓게.


  시골에서 항공방제란 이름으로 농약을 뿌립니다. 일손이 적어서 무인 헬리콥터나 드론으로 농약을 뿌리기도 하지만, 무인 헬리콥터나 드론을 만드는 데에 돈을 엄청나게 쏟아붓고서 농약을 뿌리기도 합니다. 굳이 농약을 뿌려야 한다면, 무인 헬리콥터나 드론에 들일 돈을 처음부터 ‘사람’한테 들일 노릇 아닐까요? 더 헤아려서, ‘사람 손길’로 논밭을 다스리면 아예 드론도 농약도 기계도 시골자락에 발붙일 일이 없이 젊은 일꾼이 넓게 발붙이지 않을까요?


  《2230자》(김인국, 철수와영희, 2019)라는 이야기책은 천주교 신부님이 꾹꾹 눌러쓴 글을 엮습니다. 하나도 바르지 않은 길을 가는구나 싶은 정치를 나무라면서, 썩 곱지 않은 길로 뒤틀리는구나 싶은 경제를 꾸짖으면서, 참답거나 착한 삶하고는 등을 지는 학교를 지청구하면서 적바림한 글이라고 합니다.


  말 한 마디로 천 냥이란 빚을 지기도 합니다. 거꾸로, 말 한 마디로 천 냥이란 빚을 갚기도 합니다. 말 한 마디는 씨앗이 되어 온누리를 확 갈아엎곤 합니다. 말 한 마디는 대수롭지 않다며 싹둑 잘리거나 꽉꽉 밟히기도 합니다.


  우리 곁에서는 어떤 말이 흐르는가요. 우리 삶에서는 어떤 말이 태어나는가요. 우리 눈은 어떤 글을 좇는가요. 우리 마음은 어떤 글을 새로 지어서 이웃하고 함께하려는 바람이 흐르는 데로 나아가나요.


  칠월 아침에 후박나무 곁에 사다리를 대고 척척 디디고 서서 우듬지 언저리에 돋은 열매를 직박구리하고 함께 훑습니다. 나뭇가지를 이리저리 쓰다듬으면서 열매를 훑으니, 가까이에서 멧새가 찌이째애 노래하면서 함께 있으니, 나무가 몹시 반기면서 시원하다고 솨락솨락 춤을 춥니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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