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시도는 따뜻할 수밖에
이내 지음, 미바.서귤 그림 / 이후진프레스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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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인문책시렁 72


《모든 시도는 따뜻할 수밖에》

 이내

 이후진프레스

 2018.10.29.



다음 걸음은 무엇이어야 할까. 처음 먹은 마음처럼 뭐라도 시작하는 것, 또는 쏟아지는 생각을 멈추지 않으며 행동하는 것, 그것으로 정말 괜찮을까? (17쪽)


그렇게 코 묻은 돈이 돌 때에는 이야기가 생겨난다. 자, 나와 함께 새 인생을 시작했으니 새 옷을 입고 새로운 이야기들을 만들어 가야지. (46쪽)


늘 빈털터리였던 나는 부모님이 나와 같은 상황이 되자 이상하게 마음이 편했다. 일단 두 분이 바빠져서 나에게 취직해라, 결혼해라 다그칠 여유가 없기도 했고, (65쪽)


생명의 특징은 변화라고 한다. 나는 아직도 여전히 살아 있고, 그래서 조금씩 변화하고 있으며, 그 사실이 때론 슬프기도 때론 다행스럽기도 하다. (189쪽)



  아침에 일어나면 마당에 서서 우리 집 나무를 바라보고, 줄기를 쓰다듬고는, 뒤꼍으로 가서 풀밭을 맨발로 거닐고, 뒤꼍 나무를 마주보고, 잎사귀를 어루만지고는, 둘레에서 자라는 꽃을 들여다봅니다. 나무가, 잎이, 꽃이, 풀줄기가 말을 걸기도 하고, 곳곳에 깃든 풀벌레가 가만히 쳐다보기도 합니다.


  겨우내 뒤꼍에서 함께 지낸 참새떼가 아침저녁으로 노래하고, 새봄을 맞이해 찾아온 새도 이 나무 저 나무를 오가면서 노래합니다. 밤에는 뒷골에서 소쩍새가 노래해 줍니다. 온갖 새들 갖은 노래를 듣다 보면 철이 이렇게 흐르고, 하루가 이처럼 달라지는구나 하고 새삼스럽습니다.


  《모든 시도는 따뜻할 수밖에》(이내, 이후진프레스, 2018)를 읽으며 노래라는 결을 돌아봅니다. 어느 곳에서나 스스로 노래할 수 있다면, 무엇이든 기쁘게 노래할 수 있습니다. 누구를 만나더라도 노래할 수 있다면, 언제라도 노래할 수 있습니다. 이와 맞물려, 때나 자리를 가려서 노래한다면 노랫사위는 차츰 스러지다가 자취를 감출 수 있어요.


  노래하는 새는 노래하려는 마음입니다. 노래하는 풀벌레는 노래하려는 살림입니다. 노래하는 풀잎이나 나무는 노래하며 자란 숨결입니다. 노래하는 아이나 어른은 어떤 넋일까요. 노래하지 못하는 아이나 어른은 어떤 모습일까요.


  모든 눈짓이, 목소리가, 손길이, 발걸음이 따뜻하리라 느낍니다. 그나저나 책 하나에 똑같거나 엇비슷한 이야기가 자꾸 겹칩니다. 같은 이야기를 다시 해도 나쁘지는 않지만, 여러 고장을 두루 다니고 여러 이웃을 고루 사귄 이야기를 새로 쓰는 길이 한결 좋았으리라 봅니다. 애써 책 하나로 노래걸음을 갈무리해서 펴낸다고 한다면.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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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여행 회화 - 어느 여행자의 북한어 공부
김준연 지음, 채유담 그림, 허서진 감수 / 온다프레스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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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인문책시렁 68


《북한 여행 회화》

 김준연 글

 채유담 그림

 온다프레스

 2019.1.3.



대중매체를 통해서가 아니라면 북한사람들의 억양을 들을 기회가 좀처럼 없는 우리는, 우리가 국어를 발음하고 구사하는 방식이 무척 자연스럽고 당연하다고 느낄 것이다. 하지만 북한 사람들의 입장에서 본다면 어떠한가. (10쪽)


남북의 교류와 통일까지를 염두에 둔다면 적응은 상호적인 것이 되어야 마땅하다. 통일이 되기 전이더라도 북한을 자유롭게 여행할 수 있게 된다면, 우리는 북한이탈주민을 타자로 바라보며 남한의 문화만을 세련되고도 정제된 것이라 여기는 남한 중심의 시선에서 벗어나게 될 것이다. (71쪽)


북한이 자국의 경공업 제품을 개선하고자 국산화 전략을 추진한 결과다. 우리가 북한의 핵에만 관심을 기울이는 동안 북한은 이 정도로 변화해 왔다. 그러므로 이제는 북한에서도 새 시대에 맞는 새로운 은어들이 탄생할 것이다. (130쪽)



  남녘에서 살아가는 사람은 북녘에서 살아가는 사람이 어떤 말씨인가를 잘 모릅니다. 텃마을이 북녘인 분이 곁에 있다면 북녘 말씨를 곧잘 들을 테지만, 영화나 방송에서는 퍽 오랫동안 북녘 말씨나 강원 말씨를 우스개로 삼기 일쑤였습니다. 거꾸로 북녘사람은 남녘 말씨를 얼마나 알까요? 북녘에서는 남녘 연속극이나 영화를 제법 몰래 본다고 하는데, 남녘에서 흐르는 방송이나 영화만으로 남녘 말씨를 ‘안다’고 해도 될까요?


  북녘하고 남녘은 말씨가 다르기 마련입니다. 남녘에서도 경기 강원 충청 전라 경상 제주, 이렇게 고장마다 말씨가 달라요. 의무교육하고 방송하고 신문이 오랫동안 퍼지면서 고장말이 많이 누그러졌습니다만, 남녘에서도 어디나 말씨가 다릅니다. 그러나 다 다른 고장말을 다 다르게 마주하면서 다 다른 살림새를 익히는 물결은 그리 일어나지 않습니다.


  《북한 여행 회화》(김준연·채유담, 온다프레스, 2019)는 북녘 말씨를 새삼스레 들여다보도록 돕는 이야기책입니다. 다만 이 책은 글쓴이가 북녘을 다녀온 일이 없이 머리로 이야기를 짰다고 해요. 북녘에서 흔히 쓰는 말씨를 갈무리한 다음, 이 말씨로 말을 주고받는 얼거리를 보여줍니다. 이러고서 글쓴이 생각을 죽 펼치지요.


  북녘으로 나들이를 가거나 일을 보러 가는 분이 꽤 늘었지만, 북녘 살림새를 제대로 지켜보거나 느끼기란 매우 어렵습니다. 이는 북녘사람도 매한가지입니다. 남녘에서 북녘으로 마실을 가는 길이 꽁꽁 잠겼듯, 북녘에서 남녘으로 마실을 오는 길도 꽝꽝 잠겨요.


  말은 위에서 밑으로 흐르지 않습니다. 말은 삶자리에서 흐릅니다. 나라에서 틀을 세우기에 쓰는 말이 아닙니다. 사람들 스스로 보금자리를 일구어 마을을 이루니 비로소 태어나는 말입니다. 새로운 물결이 일면 사람들 스스로 새물결에 맞추어 새말을 빚습니다. 남·북녘이 모두 같지요. 이런 흐름으로 보자면 《북한 여행 회화》는 재미난 곁책이 될 수 있지만, 북녘말을 들여다보는 칸보다, 글쓴이 생각을 늘어놓는 칸이 너무 길어 아쉽습니다. 글쓴이 생각은 머리말로도 넉넉해요. 더욱이 쿠바나 다른 나라 이야기를 군더더기처럼 자꾸 곁들인 대목도 이 책을 펴내는 뜻하고 사뭇 동떨어졌지 싶습니다.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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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 우리는 정말 알고 있을까? - 정밀화로 그려낸 우리 시대 노동자의 삶, 노동orz
노현웅 외 지음, 이재임 그림 / 철수와영희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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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책시렁 62


《노동, 우리는 정말 알고 있을까》

 노현웅·고한솔·신민정·황금비·장수경·임재우 글

 이재우 그림

 철수와영희

 2018.11.3.



최씨가 퇴근하면 아이는 학교에 가고 없었다. 주간조로 근무할 때도 집에 도착하면 밤 10시가 훌쩍 넘었다. 엄마를 찾던 어린 딸은 스무 살을 넘긴 뒤 집을 나가 따로 산다. (57쪽)


고객은 모른다. 전화를 받는 상담원의 연령대가 어떻게 되는지, 누구의 엄마이고 누구의 딸인지. (101쪽)


“사장님은 미안하다면서도 다른 사람 구할 때까지만 일해 줄 수 없겠느냐고 하더라고요. 그때 정이 확 떨어졌죠. 폭력은 문제가 안 되는구나. 알바생만 바꾸면 되는 일이구나…….” (167쪽)


“야, 이 새끼야. 배달이 차로 하나 잡고 달리면 어떻게 해. 갓길로 가∼.” 4월 25일 업장에 김밥을 픽업하려고 직진 차로에서 신호를 기다리던 중이었다. (221쪽)



  기자라는 일을 하는 사람은 일을 얼마나 알까요? 정치나 경제나 사회나 문화를 글로 다루어 신문에 싣는 기자라는 사람은 삶을 얼마나 알까요? 기자라는 일을 하기 앞서 우리 터전을 얼마나 헤아리거나 살피거나 배웠을까요?


  고등학교만 마친 채 기자가 되는 사람은 거의 찾아볼 수 없습니다. 기자가 되기 앞서 온갖 곁일을 했다는 사람도 퍽 드뭅니다. 기자라는 이름을 내세워 온갖 곳을 돌아다니며 이모저모 물어보면서 이야기를 담아낸다고 하지만, 막상 기자로 일하기 앞서 그러한 곳에 발을 들였다든지 겪은 일이 없기 일쑤입니다.


  기자로 일하기 앞서 사랑을 해보거나 아기를 낳아서 돌본 적이 있는 이는 몇이나 될까요? 호미질이나 낫질이나 텃밭일을 해본 적이 있는 이는 또 몇이나 있을까요? 신문사는 으레 서울에 쏠리는데 시골살이를 해봤거나 시골이웃이 있는 이는 얼마나 되려는지요?


  《노동, 우리는 정말 알고 있을까》(노현웅과 다섯 사람, 철수와영희, 2018)는 신문기자로 일하던 사람들이 신문기자 이름을 내려놓고 우리 삶터 곳곳으로 파고들어 ‘몸소 곁일(알바)’을 해본 뒤에 이 일살림을 풀어낸 이야기책입니다. 이 책을 함께 쓴 기자는 하나같이 ‘이렇게 몸을 쓰는 곁일을 여태 해본 적이 없다’고 합니다. 이들 여러 기자뿐 아니라 다른 기자도 거의 비슷하리라 봅니다. 다시 말해, 일하는 삶이나 사람이나 사랑을 모르는 채 기자가 되어 신문을 낸다고 할 만해요. 사람들 살갗이나 가슴으로 와닿을 만한 몸짓이 아닌 채 신문이나 방송이 흐르는 셈입니다.


  예전부터 곁일을 했다면 이 책에 흐르는 이야기는 모두 알 만합니다. 오늘도 곁일을 한다든지, 가까이에 곁일을 하는 살붙이가 있다면 이 책에 깃든 줄거리는 낱낱이 알 만하지요.


  그런데 신문이나 방송이나 잡지라는 자리는 기자나 작가나 비평가나 교수라는 전문가란 분이 온통 차지하는 터라, 생생한 목소리나 이야기가 안 흐르거나 없기 마련입니다. 《노동, 우리는 정말 알고 있을까》는 참으로 보기 드문 책이면서 값진 이야기꾸러미입니다. 누구보다 ‘일을 모르던’ 기자 스스로 일을 몸으로 부대끼면서 새롭게 배운 삶을 하나하나 풀어내요. 책을 덮으며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대통령이나 국회의원이나 시장이나 군수나 장관으로 뽑히면, 또 기자로 뽑히면, 이들한테 적어도 12달쯤 ‘곁일꾼(알바생)’으로 일하도록 하고서 그 일을 맡기면 좋겠다고. 대통령부터 기자에 이르기까지 그 일을 맡기 앞서 열두 달 동안 열두 가지 곁일을 하면서 ‘일을 배우고, 일하는 이웃을 사귀고, 일하는 살림을 치러’야 이 나라가 비로소 달라질 만하지 싶습니다.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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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동백숲 작은 집 - 햇빛과 샘물, 화덕으로 빚은 에코라이프
하얼과 페달 지음 / 열매하나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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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책시렁 67


《안녕, 동백숲 작은 집》

 하얼과 페달

 열매하나

 2018.11.29.



나무일을 하다 보면 나무의 입장에서 생각해 볼 때가 있다. 오랫동안 한 자리를 지키던 나무가 우리 집 아궁이에서 하룻밤 만에 태워지는 과정을 그려 본다. 씨앗으로 땅 위에 떨어져 여린 뿌리를 땅 속에 내릴 때, 높고 큰 나무들 사이로 어린 가지를 뻗어 햇빛을 받으려 했을 때, 어둡고 깊은 밤 고요한 정적 속에서 조용히 산짐승들의 휴식처가 되었을 때…… (52쪽)


화덕 요리는 언제나 사랑하는 사람처럼 대해야 한다. 그래도 장작불이 있으니 늘 요리가 즐거울 수밖에 없는데 이 매력에 한번 빠지면 가스나 전기로 요리하는 게 오히려 밋밋하고 심심하다. (138쪽)


예전에 나주 사시는 어르신께 대나무 짜는 걸 배우러 오갔던 적이 있다. 어르신은여든이 넘은 나이에도 대나무 바구니가 다시 빛을 발할 날이 오리라 믿고 기다리신다고 하셨다. (270쪽)



  자동차를 모는 사람은 처음에는 이것저것 낯설 테지만, 어느새 자동차를 둘러싼 여러 가지를 배워서 하나하나 익숙하게 다루기 마련입니다. 스스로 모는 자동차를 웬만큼 알 무렵에는 다른 사람이 모는 자동차도 곁눈으로 알아볼 테고요.


  나무를 심고 돌보는 사람은 처음에는 아직 모를 테지만, 한 해 두 해 흐르는 사이에 손수 심어서 돌보는 나무를 찬찬히 헤아리기 마련입니다. 나무 하나를 어느 만큼 알 즈음, 다른 나무를 알아보기 마련이요, 해가 흐르고 흐르는 동안 온갖 나무를 고이 사랑하면서 아끼는 손길로 거듭납니다.


  《안녕, 동백숲 작은 집》(하얼과 페달, 열매하나, 2018)은 숲에 깃들어 새롭게 살고프던, 그렇지만 영 서툴거나 엉성해서 늘 부딪혀 넘어져야 했던 젊은 가시버시가 남긴 이야기입니다. 책이름처럼 젊은 가시버시는 이녁이 깃든 숲을 떠납니다. 스스로 숲을 그릴 수 있다면 어디이든 숲이 될 터이니, 알뜰살뜰 가꾸던 동백숲도 숲일 테고, 아이하고 새롭게 디디는 자리도 숲이 되어요.


  하나도 모르기에 서툴기 마련입니다만, 하나도 모르기에 무엇이든 새로 지으면서 즐길 만합니다. 영 엉성하다 보니 이래도 망가지고 저래도 넘어집니다만, 영 엉성하기에 무엇이든 새로 배우면서 누릴 만해요.


  처음부터 자동차를 잘 다루는 사람은 없어요. 처음부터 손전화를 빈틈없이 다루는 사람은 없지요. 처음부터 시골살림을 잘 가꾸는 사람도, 처음부터 숲살이를 환하게 보듬는 사람도 없을 만합니다. 생각해 봐요. 요새는 모두 도시라는 고장에서 나고 자라는데다가, 일찌감치 어린이집에 맡긴 몸이 되고, 초등학교에 들어가면 곧장 입시지옥이라는 굴레에 허덕입니다. 이런 판에 어떻게 숲살림이나 숲바람을 헤아릴 수 있겠어요.


  낯설기에 더욱 새롭게 마주하면서 나무하고 속삭입니다. 모르기에 더욱 씩씩하게 만나면서 바람을 마십니다. 처음이기에 더욱 반갑게 골짝물에 풍덩 뛰어들고 시원하면서 달디단 물맛을 보고는, 이제야말로 삶다운 삶을 여는구나 하고 깨닫습니다.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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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이라는 샌드위치를 맛있게 먹는 법 - 나는 어떻게 죽음의 두려움을 넘어 삶의 기쁨을 맛보았나?
리 립센설 지음, 김해온 옮김 / 샨티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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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책시렁 64


《인생이라는 샌드위치를 맛있게 먹는 법》

 리 립센설

 김해온 옮김

 샨티

 2019.1.15.



사람은 자기가 가장 배워야 할 것을 가르치는 법이다. (37쪽)


난 그저 내게 남은 삶을 즐기고 싶었다. 나는 ‘싸우려고’ 하지 않았고, 그것 때문에 아내는 화가 났다. (51쪽)


나는 심오한 배움도 얻었다. 스트레스는 ‘관리’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스트레스는 단지 어떤 사건에 따라 일어나는 반응일 뿐이었다. (71쪽)


바로 그 순간 나는 이 모든 일을 함께 웃어넘길 수 있는 누군가가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윌은 아직 그러지 못했고 케이시는 나를 잃게 될까 봐 두려워하고 있었지만, 세릴은 농담을 할 수 있었다. (127쪽)


일어나기 전에 30분에서 45분 동안 사랑을 명상하기. 이렇게 함으로써 나는 조건 없는 사랑 쪽으로 가도록 뇌를 다시 훈련하는 것이다. (208쪽)



  네가 웃어 주기에 내가 웃을 수 있지 않아요. 네가 웃든 안 웃든 나는 얼마든지 웃으면 됩니다. 너한테 선물을 주었기에 즐겁지 않아요. 누구한테도 선물을 주기 어렵더라도 스스로 활짝 피어나는 즐거움으로 하루를 지을 수 있어요.


  돈을 모아야 주는 선물이 아닌, 마음으로 짓는 선물입니다. 뭔가 넉넉해야 짓는 웃음이 아닌, 넉넉하건 아니건 아침저녁을 기쁘게 받아들이기에 짓는 웃음입니다. 그런데 사회라는 얼거리에서는 이런 틀이나 저런 잣대를 내세웁니다. 무엇을 하지 않으면 떨구거나 어느 틀에 닿지 않으면 내치지요.


  《인생이라는 샌드위치를 맛있게 먹는 법》(리 립센설/김해온 옮김, 샨티, 2019)은 스스로 즐거이 죽음길을 맞아들인 의사 아저씨가 이녁 삶을 되새기면서 쓴 책입니다. 의사라는 자리에 있을 적에는 환자라는 자리에 있는 이웃한테 차분해야 한다고, 걱정하지 말아야 한다고 으레 이야기했다지요. 이러다가 막상 의사 스스로 ‘살 날을 얼마 안 남긴 몸’이 되었을 적에 스스로 얼마나 흔들려야 했고, 어떻게 마음을 다잡을 수 있었으며, 곁님하고 아이들을 어떻게 마주하면서 서로 다독이는 손길이 될 수 있었는가 하고 새삼스레 돌아보았다고 합니다.


  어느 한 곳에만 있는 사람은 없습니다. 이곳에 있으려면 저곳에서 떠나야 합니다. 저곳에 가려면 이곳을 떠나야 합니다. 따지고 보면 이곳이든 저곳이든 모두 같습니다. 몸은 움직이더라도 마음은 한결같고, 몸이 그대로 있더라도 마음은 언제나 새롭습니다.


  몸이 아프기 앞서 ‘내가 나를 사랑한다고 말하기’를 했다면 나았을 텐데 하고 아쉽게 여길 수 있어요. 몸이 아픈 뒤에 비로소 ‘내가 나를 사랑한다고 말하기’를 하면 될 뿐인 줄 깨닫고 즐겁게 첫발을 뗄 수 있어요. 어느 길을 갈 적에 몸이 깨어날까요? 어느 삶을 누릴 적에 마음이 환할까요?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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