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 엄마야 - 발달장애인 자녀를 둔 엄마들의 이야기 대한민국을 생각한다 27
인권기록활동네트워크 ‘소리’ / 오월의봄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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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읽기 / 인문책시렁 2024.5.26.

인문책시렁 357


《그래, 엄마야》

 인권기록활동네트워크 소리

 오월의봄

 2016.4.22.



  《그래, 엄마야》(인권기록활동네트워크 소리, 오월의봄, 2016)를 읽는 내내 ‘장애·비장애’라는 이름을 곱씹습니다. 아니, 두 이름은 예전부터 늘 곱씹었습니다. 어린이한테 그저 ‘어린이’라 하고, 어른한테 그냥 ‘어른’이라 하듯, 서로 바라보는 이름을 이제는 다시 살펴서 처음부터 새롭게 붙일 일이라고 느낍니다.


  이쪽을 ‘장애’로 볼 까닭이 없습니다. 저쪽을 ‘비장애’로 볼 까닭이 없습니다. 이쪽이 ‘여성’이라면 저쪽이 ‘비여성’이지 않습니다. 이쪽이 ‘남성’이라면 저쪽이 ‘비남성’이지 않습니다. 한쪽을 ‘장애’라는 이름을 자꾸 붙이면서 가른다면, 또다른 곳에서는 ‘비장애’라는 이름을 자꾸 붙이면서 스스로 가르는 굴레라고 느낍니다.


  ‘발달장애’나 ‘언어장애’나 ‘시각장애’나 ‘청각장애’나 ‘지체장애’ 같은 이름은 오히려 아이도 어른도 굴레에 가둡니다. 수수하게 ‘어리다’고 할 일이라고 느낍니다. ‘더듬는다’고, ‘눈으로 보지 않는다’고, ‘귀로 듣지 않는다’고, ‘몸을 쓰기 힘들다’고 말하는 길부터 다시 살필 노릇이라고 느낍니다.


  《그래, 엄마야》는 “나이가 들어도 어린” 아이를 돌보는 엄마들 목소리를 귀담아듣는데, 여러 엄마가 들려준 말처럼 ‘아빠도 아이 곁에 있고 싶’습니다. 그런데 엄마아빠 둘이 아이 곁에 있으면 그 집안은 돈이 없습니다. 한 사람은 집밖에 나가야 하고, 더구나 ‘집밖에서 더 오래 일하면서 돈도 더 벌어’야 합니다. “나이가 들어도 어린” 아이를 돌보는 집은 돈이 더 들 뿐 아니라, 두 엄마아빠가 늙은 다음에도 아이가 스스로 돈을 못 벌리라 여기기 때문에, 그야말로 “있는 힘껏 돈을 벌어서 모아 놓아야 한다는 짐과 굴레”를 뒤집어씁니다.


  책을 엮은 분들은 이런 대목을 알면서도 지나쳤는지 너무 가볍게 스쳤는지 모르겠습니다만, ‘아빠(남성)가 아이한테 너무 등돌린다’고 여기는 쪽으로 자꾸 몰아가려 한다고 느꼈습니다.


  책에도 나오는 대목인데, ‘배움(교육)’은 오히려 배움터(학교)가 아닌 집에서 함께 펴고 누리고 나누게 마련입니다. 아이들한테 ‘졸업장’이 있어야 할 까닭이 없어요. 졸업장은 잔뜩 땄지만, 집안일을 할 줄 모르는 젊은이가 수두룩하고, 아기를 어떻게 낳아서 돌보아야 어버이다운지 모르는 사람도 많습니다. “나이가 들어도 어린” 아이들이 나중에 아기를 배면 어떡하나 걱정할 일이 아닌, 이 아이들한테 ‘아기’란 무엇이고 ‘어른·어버이’는 어떤 자리이며, ‘사랑’과 ‘살림’과 ‘삶’이 무엇인지 차분히 짚고 가르치고 새롭게 배우면서, 함께 보금자리를 도란도란 일구는 길을 바라볼 수 있어야지 싶어요. 그리고 이런 눈길과 이야기를 더 넓게 펴면서, 이런 이야기를 엄마아빠 모두 듣고 돌아볼 노릇이어야지 싶습니다.


ㅅㄴㄹ


실없지만 이런 질문을 해봅니다. 동물세계에도 발달장애가 있을까? (14쪽)


발달장애인이 있는 가정은 가족 간 불화를 겪거나 아예 해체되는 일도 많습니다. 누군가는 장애 아이에게 매달려 있어야 하는데 대개는 엄마가 그 역할을 맡습니다. (23쪽)


아이를 어디로 보낼 것인가 하는 문제는 결국 어떻게 남겨놓을 것인가 하는 문제와 닿아 있습니다. (25쪽)


내가 오롯이 짊어지는 이 짐을 사회가 나눠 들었으면 좋겠습니다. (26쪽)


그이가 자책하며 힘겨운 싸움을 하는 동안 ‘네 탓’이 아니라고 편이 되어준 사람이 있었다면 어땠을까 … 자녀의 장애를 마주한 엄마들이 자책의 늪에서 조금은 헤어날 수 있도록 ‘완벽한 모성’은 실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문화를 우리가 함께 만들어가면 어떨까. (52쪽)


장애아를 둔 부부의 이야기는 비장애아를 키우는 부부와 크게 다르지 않다. 아이를 돌보는 일을 평등하게 나누기보다 온전히 아내에게 맡긴 탓에 부부는 싸운다. (103쪽)


남편을 배려한다고 그녀 혼자 다했는데, 그게 아빠가 설 자리를 뺏은 거 아닐까 싶었다. 남편도 내가 손 내밀어주기를 기다린 게 아니었을까? (104쪽)


승윤이한테는 일상이 곧 교육이에요. (124쪽)


전화 끊고 우리 남편을 봤지. 이 사람도 많이 상하고 늙었더라. 남편이 올해로 대리운전 딱 10년째야. 낮밤 바꾼 지 10년. 내년부턴 당신도 당신 인생을 살라고 했더니 남편이 자기는 괜찮대. 다만 내가 요즘 너무 내 일에만 빠져 있는 것 같다고. 뭘 하든 애와 가정이 먼저지 않겠냐고 하는데, 한 방 먹었지. 남편도 너무 지쳤나 봐. (155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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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군대를 거부한다 -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자 53인의 소견서
전쟁없는세상 엮음 / 포도밭출판사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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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읽기 / 인문책시렁 2024.5.23.

인문책시렁 356


《우리는 군대를 거부한다》

 전쟁없는세상 엮음

 포도밭

 2014.5.15.



  《우리는 군대를 거부한다》(전쟁없는세상 엮음, 포도밭, 2014)는 싸울아비로 서지 않겠다는 뜻을 밝힌 여러 목소리를 고루 담아내는 터라 뜻깊습니다. 다만, ‘말’이 너무 어렵습니다. 다들 ‘말’이 아닌 ‘선언’을 하느라, 대단히 딱딱합니다. 왜 이렇게 딱딱하게 말하는가 하고 돌아보니, “나는 총을 안 쥡니다”라 말하지 않고서 “군대거부선언”을 하는 분들은 하나같이 ‘대학생’이거나 ‘대졸자’이더군요. 푸른배움터만 마친 채 “총을 안 쥘래” 하고 말하는 사람은 아주 드물거나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어깨동무를 헤아리거나 바라는 일도 으레 ‘대학교 울타리’에서 합니다. 푸른배움터만 마쳤거나, 모든 배움터를 안 다닌 사람하고 손을 맞잡는 ‘전쟁없는세상’이라고는 느끼기 어렵습니다.


  열린배움터로 나아가는 푸름이가 많기도 하지만, 푸른배움터까지만 마치고서 일자리를 찾는 푸름이도 매우 많습니다. 모르는 사람은 모르는데, 푸른배움터만 마치고서 일자리를 찾을 적에는 곧장 싸움터에 끌려갑니다. ‘대학교 입학증서’는 싸움터에 늦게 들어갈 수 있는 또다른 힘(권력)입니다. 때로는 네 해나 여덟 해 사이에 “싸움터에 안 들어가도 될 실마리”를 찾아볼 틈이기도 합니다.


  《우리는 군대를 거부한다》는 2001년부터 2014년 사이에 바깥에 드러낸 목소리를 그러모읍니다. 이 목소리를 날것으로 담아도 뜻있되, 어린이와 푸름이도 읽을 만하게 새로 쓰거나 손질한다면 더 뜻있으리라 봅니다. 모든 어려운 말을 털어내고서 “왜 안 싸우려 하는가”를 수수하고 쉽게 다시 밝힌다면 훨씬 나으리라 봅니다.


  오늘날 우리가 ‘어렵게’ 꼬는 모든 말은 일본말씨이면서 ‘싸움말씨(군대용어)’입니다. ‘일본말씨 + 싸움말씨’는 ‘인문용어 + 전문용어’이기까지 합니다. 그러니까, “안 싸우겠다는 말”조차 ‘일본 싸움말씨’로 외친 셈입니다. 우리나라를 비롯해서 모든 곳에서 “싸움이 없는 길”을 바라고, “어깨동무하는 푸른 살림”을 바란다면, 이제는 ‘푸른말’로 ‘푸른뜻’을 밝히면서 ‘푸른길’을 속삭일 노릇이라고 봅니다.


  그리고 “싸움터에서 시달린 사람들” 목소리를 한켠에 나란히 담을 수 있을 테지요. 목소리를 낼 짬이 없이 싸움터에서 젊은날을 보내야 한 사람이 수두룩합니다. 싸움터란 어떤 곳인지 민낯을 고스란히 들여다보고 겪고 부대껴야 한 사람들 목소리가 나란히 있을 적에 “왜 안 싸우려 하는가”라는 뜻을 제대로 들려줄 만하리라 봅니다.


ㅅㄴㄹ


수십 년 동안 1만 명이 넘는 병역거부자가 계속해서 감옥에 갔지만, 이 문제가 한국사회에서 공론화되기 시작한 것은 2000년이 지나서부터였습니다. (9쪽)


매일같이 불특정 다수를 대상화하여 총과 칼을 휘둘러야 하는 행위는 그 목적과 방법, 모든 면에서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이었습니다. (15쪽)


저는 제 양심상의 이유로 군사훈련을 거부하는 것이지, 국방의 의무와 군대의 존재 자체를 부정하는 것은 결코 아닙니다. (18쪽)


살인은 모두가 범죄라고 말하지만, 전쟁을 범죄로 생각하는 사람은 소수입니다. (63쪽)


누군가는 먼저 총을 내려놓아야 합니다. (67쪽)


‘군대’와 관계 맺기 시작하면서 누군가 ‘남자’나 ‘여자’로 분류되는 순간들이 거북합니다. ‘군대’를 가고 안 가고의 문제는 그 ‘누군가’가 ‘여자’는 아니거나 ‘남자’다울 수 있을 때 가능했습니다. (112쪽)


군대는 바로 국가가 권력을 유지하기 위한 하나의 도구에 불과합니다. 전쟁이라는 것으로 약자를 비참히 짓밟고 그것으로 잡은 권력을 계속해서 지켜나가기 위한 도구, 그것을 위해 수많은 남성들을 권위주의적이며 전체주의적 사고를 주입해 양성하고 있는 것이 바로 지금의 군대 문화입니다. (132쪽)


모든 이들이 너처럼 총을 들지 않는다면, 누가 나라를 지키느냐고 묻곤 한다. 그럴 때마다, 모든 이들이 총을 들지 않으면 전쟁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답한다. (256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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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만난 하나님 - 개정판
김승옥 지음 / 작가 / 200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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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읽기 / 인문책시렁 2024.4.18.

인문책시렁 330


《내가 만난 하나님》

 김승옥

 작가

 2004.5.3.



  《내가 만난 하나님》(김승옥, 작가, 2004)을 반갑게 읽고서 한참 삭입니다. 글님이 전남 순천에서 어린날을 보냈을 뿐 아니라, 글님 어머님이 전남 순천에서 나고자랐다는 대목을 읽고서 새삼스럽습니다. 이 책이 나온 2004년 무렵에는 이런 얼거리를 모르기도 했고 딱히 눈길이 가지 않았으나, 이제는 순천 곁 고흥에서 살림을 꾸리기에, 지난날 고흥과 옆고을이 어떤 숨결이었을는지 천천히 곱씹습니다.


  순천·벌교(보성)·고흥·장흥은 서로 엎어지면 코 닿을 만큼 맞닿고, 바다를 나란히 품습니다. 네 고을 가운데 고흥은 마치 섬처럼 동떨어진 터라면, 순천·벌교(보성)·장흥은 뭍으로 트인 터입니다. 다만, 길이 아무리 새로 나더라도, 지난날에는 마을하고 마을 사이에 숲정이나 고개가 있습니다. 고을하고 고을 사이에는 재가 있습니다. 고장하고 고장 사이에는 멧줄기가 있어요. 가까우면서 먼 사이요, 먼 듯해도 가까운 이웃입니다.


  김승옥 님은 어느 날 눈앞에서 하느님(하나님)을 만났다고 합니다. 깜짝 놀랐다지요. 설마 싶은 일을 겪었고, 남들은 거의 안 겪을 만한데, 왜 이녁한테 이런 빛이 찾아오나 싶어서 어리둥절했다고 합니다.


  그러나 적잖은 사람들은 눈앞에서 숱한 님을 만납니다. 눈을 감아도 만나고, 눈을 떠도 만납니다. 우리는 ‘몸눈’으로만 보지 않아요. 몸눈으로는 아주 조그마한 데만 볼 뿐이에요. ‘마음눈’을 뜨면서 둘레를 볼 적에는 눈앞을 환하게 틔웁니다. 겉으로 입은 몸이란 그저 옷인 줄 알아차릴 수 있으면, 우리가 가꿀 오늘이란 ‘겉몸을 배불리 먹이는 길’이 아니라 ‘속마음을 넉넉히 살리는 길’인 줄 느낄 만해요.


  그렇지만 우리가 굳이 ‘몸’이라는 ‘옷’을 입고서, ‘몸눈’으로 둘레를 ‘좁게’ 보는 까닭이 있겠지요. 이 뜻과 길과 까닭을 찾아나서는 하루가 바로 ‘삶’이요, 이 삶을 안팎으로 바라보는 눈썰미를 키우기에 ‘살림’이며, 이 살림을 어떻게 다스리고 북돋우느냐 하고 생각하기에 ‘사랑’으로 나아가서, 어느덧 ‘숲’한테 안기는 ‘사람’으로 섭니다.


  빛을 만난 김승옥 님은 더는 글살림을 잇지 않으셨지만, 빛줄기하고 마주한 한때를 고이 마음으로 품고서 이 조그마한 꾸러미로 여미었기에 더없이 고맙다고 여깁니다. 머잖아 흙으로 돌아갈 몸이라고 들었습니다. 마지막 삶자락을 포근히 누리시면서, 오늘 하루를 언제나 눈부신 빛살로 일으키고 사랑하는 마음이시기를 바라요.


ㅅㄴㄹ


이렇게 위대한 탄생들인데 왜 인간들은 전쟁을 벌이며 서로 죽이는 것일까? 왜 질투하고 비판하며 서로 상처를 입히는 것일까? 인간은 참으로 영원히 살아야 할 고귀한 존재들인데 왜 어느 날 갑자기 죽어 없어지는 것일까? (22쪽)


그날 밤, 아직 배탈난 손자의 배를 쓸어주고 있는 할아버지처럼 내 명치를 천천히 쓸어 주시고 계시는 하나님의 손을 나는 도둑인 줄 알고 내 오른손으로 덮치며 “누구야?” 낮게 외치며 상반신을 일으켰을 때 내 오른쪽 머리 위 방안 허공에서 들려오던 아주 굵은 남성 음성은 “하느님이다.”는 한국어였다. (39쪽)


전남 순천 출신인 어머니는 오사카에서 성장하여 여학교를 졸업한 지 1년밖에 되지 않은 한약국집 외딸이었다. 해방되던 1945년에 귀국하여 순천에 정착했으나 1948년도, 내 나이 8세에 아버지가 세상을 뜨셨다. 가족의 죽음 때문에 나는 ‘인간은 죽을 수 있는 존재’라는 사실을 심각하게 생각하기 시작했다. (77쪽)


+


무신론자無神論者인 내가 하나님을 믿게 된 것은 오직 하나님의 직접적인 은혜 때문이다

→ 안 믿던 내가 하나님을 믿는 까닭은 오직 하나님이 손수 사랑을 베풀었기 때문이다

→ 고개젓던 내가 하나님을 믿는 까닭은 오직 하나님이 몸소 빛을 베풀었기 때문이다

11쪽


유유상종類類相從이야말로 하늘 세계의 영원한 법칙이다

→ 가재나 개야말로 하늘나라 오래길이다

→ 나란살이야말로 하늘누리 늘빛이다

→ 한울타리야말로 하늘밭 한길이다

→ 같이 놀기야말로 하늘터 그대로이다

15쪽


훌륭한 건국 신화에 하나님 권위를 갖다붙이는 건 항다반사 아닌가

→ 훌륭한 첫이야기에 하나님 이름을 으레 갖다붙이지 않는가

→ 훌륭한 새벽노래에 하나님 이름꽃을 늘 갖다붙이지 않는가

→ 훌륭한 새날노래에 하나님 이름씨를 꼭 갖다붙이지 않는가

20쪽


아내는 이젠 나한테 전도를 시작하는 것이다

→ 곁님은 이젠 나한테 퍼뜨리려고 한다

→ 짝꿍은 이젠 나를 이끌려고 한다

29쪽


우리 민족이 써온 일종의 표준어이기 때문이 아닐까

→ 우리 겨레가 써온 두루말이기 때문이 아닐까

→ 이른바 우리 겨레한테 맞춤말이기 때문이 아닐까

39쪽


물론 성지순례라고 하는 여행의 성격이 특수한 탓도 작용했으리라

→ 다만 거룩마실이라고 하는 길이 남다른 탓도 있으리라

→ 그리고 거룩길이 두드러진 탓도 있으리라

→ 또한 거룩걸음이 유난한 탓도 있으리라

92쪽


사회 생활을 배우기 시작하는 나이인 나에게 여순 사건으로 인한 동족상잔의 경험은 참으로 충격적인 것이었다

→ 모둠살이를 배우는 나이인 나한테 여순 벼락으로 불거진 겨레싸움은 참으로 끔찍했다

→ 살림을 배우는 나이인 나한테 여순 불바다로 불거진 피비린내는 참으로 괴로웠다

→ 삶을 배우는 나이인 나한테 여순 불수렁으로 불거진 한핏줄싸움은 참으로 아팠다

133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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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 세대를 위한 건축과 국가 권력 이야기 미래 세대를 위한 인문 교양 1
서윤영 지음 / 철수와영희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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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읽기 / 인문책시렁 2024.4.11.

인문책시렁 352


《미래 세대를 위한 건축과 국가 권력 이야기》

 서윤영

 철수와영희

 2024.1.1.



  《미래 세대를 위한 건축과 국가 권력 이야기》(서윤영, 철수와영희, 2024)는 나라마다 집을 어떻게 달리 여기면서 높거나 크게 세우려 하는가를 짚습니다. 사람들은 저마다 보금자리를 이루면서 살림을 일구려고 지붕을 이고 숲 곁에 있는 길이지만, 임금이나 벼슬아치나 글바치는 사람들을 밟고 올라서면서 휘두르려는 굴레라고 할 만합니다.


  큰일을 하자면 큰집이 있어야 할는지 곱씹을 노릇입니다. 둘레를 내려다보려고 큰집을 올린다고 여길 만하고, 콧대를 높이려고 더 크고 더 높게 세우는구나 싶습니다. 사람들 곁에 서려는 길이라면, 큰일을 하더라도 조촐히 여미는 작은집에 깃들게 마련입니다. 또한, 큰일을 어질게 하려는 길이라면, 서울 한복판에만 으리으리하게 올려세우지 않아요. 참다운 큰일이라면, 나라 곳곳에 알맞게 작은집을 지어서 고루고루 돌아가며 일꾼 노릇을 하겠지요.


  우리나라도 일본도 중국도 하늬녘도 매한가지입니다. 벼슬을 쥐거나 힘으로 부리려 하니 그저 덩치를 키웁니다. 심부름꾼을 잔뜩 두니까 큰집을 더 키우려 합니다. 으리으리한 집에는 텃밭이 없습니다. 커다란 울타리에서는 벌나비도 풀벌레도 개구리도 반기지 않습니다. 멀리 이웃나라를 안 쳐다보아도 알 만합니다. 우리나라 푸른지붕에 찾아드는 개구리나 뱀이 있을까요? 아마 보이자마자 잡아죽이겠지요? 우리나라 벼슬터(공공기관) 지붕에 새가 앉아서 둥지를 틀거나 똥을 누면 어떡하나요? 새를 쫓아내겠지요?


  봄을 맞이하면 봄맞이새가 찾아와서 노래합니다. 제비는 사람을 반기면서 처마 밑에 둥지를 짓거나 추스릅니다. 그런데 오늘날 사람집을 보면 처마가 거의 없어요. 처마가 있더라도 풀벌레나 거미나 벌나비를 잡을 만한 풀밭도 숲도 논밭도 죄 사라지는데다가, 기껏 논밭이나 풀밭이 있더라도 풀죽임물로 뒤범벅이라 몽땅 죽음수렁입니다.


  《미래 세대를 위한 건축과 국가 권력 이야기》는 온누리 모든 나라가 ‘힘(국가권력)’을 쥐거나 펴려고 하면서 얼마나 허울스럽게 몸집만 불리는지 들려줍니다. 다만, 하늬녘 이야기가 너무 길어요. 하늬녘 이야기는 확 줄이고서 우리나라 이야기에 자리를 내준다면 한결 나으리라 봅니다. 그리고 베트남이나 태국이나 몽골이나 티벳이나 네팔을 돌아보면 더욱 나을 테지요. 중국이나 대만에 깃든 작은겨레는 집살림을 어떻게 하는지 살핀다면, ‘힘’하고 ‘살림’ 사이가 얼마나 먼지 잘 짚어낼 수 있습니다.


  어린이하고 푸름이를 바라보는 들꽃사람은 조촐하게 살림집을 짓고 가꾸고 꾸려서 물려줍니다. 어린이도 푸름이도 안 바라보는 임금과 벼슬아치와 글바치는 우람하게 담벼락을 세워서 끼리끼리 힘자랑에 이름치레에 돈잔치를 벌입니다.


ㅅㄴㄹ


어떤 건물을 어디에 어떻게 지을지는 그 사회를 지배하는 생각 즉 지배 담론을 따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9쪽)


궁전은 산속이나 호숫가에 위치하는 대신 넓은 평지에 자리잡으며 방어적인 요새의 성격 대신 과시적인 형태로 지어집니다. (55쪽)


일제 강점기 일본은 법제, 학문, 도시 계획 등에서 프로이센의 영향을 많이 받았고 이것이 우리나라에도 그대로 전해졌습니다. (65쪽)


조선 초기에 지어진 경복궁은 320여 칸이었는데 중건된 경복궁은 모두 7000여 칸이었으니 규모로 보면 20배가 넘는 엄청난 대공사였습니다. (185쪽)


일제 강점기에는 경복궁 바로 앞에 조선 총독부를 지었습니다. 그리고 해방 후에는 조선 총독부 건물 앞에 그 일본을 패망시켰던 미국의 대사관 건물이 들어섰습니다. (202쪽)


+


어떤 건물을 어디에 어떻게 지을지는 그 사회를 지배하는 생각 즉 지배 담론을 따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 어떤 집을 어디에 어떻게 지을지는 삶터를 다스리는 큰줄기를 따르곤 합니다

→ 어떤 집을 어디에 어떻게 지을지는 나라를 가로지르는 큰틀을 으레 따릅니다

9쪽


잔심부름부터 하면서 일을 배웠는데 이를 도제라고 했습니다

→ 잔심부름부터 하면서 일을 배웠습니다

→ 잔심부름부터 하면서 일을 따라했습니다

21쪽


혁명의 물결이 번지지 않도록

→ 들물결이 번지지 않도록

→ 새물결이 번지지 않도록

29쪽


고대 이집트까지 소급해 올라간 것인데

→ 옛 이집트까지 거슬러올랐는데

→ 예전 이집트까지 올라갔는데

49쪽


더 이상 지어지지 않게 됩니다

→ 더는 짓지 않습니다

→ 더 짓지는 않습니다

54쪽


그만큼 세수도 줄어 경제난까지 가중되었습니다

→ 그만큼 적게 거두어 돈고비까지 큽니다

→ 그만큼 나라돈도 줄어 강파르기까지 합니다

→ 그만큼 낛도 줄어 가난살림까지 이릅니다

96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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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시별 - 한국전쟁의 빛을 찾아서
손석춘 지음 / 철수와영희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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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읽기 / 인문책시렁 2024.4.7.

인문책시렁 306


《원시별》

 손석춘

 철수와영희

 2023.6.15.



  《원시별》(손석춘, 철수와영희, 2023)은 한겨레싸움을 다룹니다. 남녘하고 북녘으로 가른 두 나라가 피를 튀기고 미워하면서 어떻게 멍들고 얼룩졌는가를 차근차근 짚습니다. 1950년 그날뿐 아니라, 2020년을 넘어선 뒤에도 “한겨레 두나라”는 다툽니다. 북녘에서 빠져나온 사람들이 남녘에 깃드는데, 남녘에서는 적잖이 돈과 쌀과 품을 들여서 북녘 벼슬판을 살려놓기도 합니다.


  우리는 어깨동무하는 “한겨레 한나라”로 나아갈 수 있을까요? 이제는 다시 한나라일 수는 없고 두나라로 가는 길이 어울릴까요?


  곰곰이 보면, 남녘·북녘만 둘로 갈린 길이 아닙니다. 전라도하고 경상도가 둘로 갈린 길이고, 서울하고 시골이 둘로 갈린 길인데, 또 서울하고 ‘서울밖’이 새삼스레 둘로 갈린 길이며, 돈·이름·힘을 거머쥔 무리와 안 거머쥔 무리가 새록새록 둘로 갈린 길입니다.


  스스로 기쁨이 우러나오면서 서울을 떠난다든지, 돈·이름·힘을 내려놓는 사람이 드문드문 나타나지만, 서울을 떠나거나 돈·이름·힘을을 내려놓으면 ‘바보’ 소리를 듣는 판입니다. 이 손가락질은 남녘·북녘이 매한가지입니다. 남녘은 ‘서울바라기’라면, 북녘은 ‘평양바라기’입니다. 남녘은 서울로 우르르 몰아놓고서 쳇바퀴라면, 북녘은 평양에 죄다 몰아세워서 쳇바퀴입니다.


  1950년 그날을 새롭게 그려낸 《원시별》은 ‘원시 + 별’입니다. 한자말 ‘원시(原始)’는 모름지기 ‘처음’을 가리키던 낱말인데, 이제는 거의 ‘원시인’을 가리키는 쪽으로만 바라봅니다. “덜떨어지거나 낡거나 까마득히 오래된” 굴레를 빗댈 적에 쓰는 ‘원시’라고 할 수 있습니다.


  2023년 6월에 읽은 책을 2024년 4월까지 곁에 두었습니다. 섣불리 느낌글을 쓰지 못 하겠다고 여기기도 했으나, 우리 민낯과 뒷낯은 “덜떨어진 놈”일 뿐, “첫발을 떼는 님”하고는 너무 멀거든요. “낡은물에 사로잡힌 틀”을 벗으려는 사람이 아예 없지는 않으나 너무 적습니다. “들꽃이 되고 숲빛을 품는 시골살림”을 지으려는 사람은 더없이 적어요.


  예부터 “똥 묻은 개가 겨 묻은 개 나무란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오늘날 이 나라 벼슬판뿐 아니라 구석구석을 보아도 “된똥범벅 놈팡이가 물똥범벅 놈팡이를 나무라”고, “물똥질 놈팡이가 된똥질 놈팡이를 꾸짖”는 얼거리입니다. 노리개질(성폭력)을 안 한 곳(정당)이 없습니다. 노리개질을 했어도 뉘우치지 않을 뿐 아니라 막질과 더럼질을 일삼고, 다시금 사람들을 홀려서 벼슬(국회의원·대통령·시도지사)을 거머쥐는 얼거리이기까지 합니다. 남녘은 이 꼬라지라면, 북녘은 김씨네 쇠사슬로 꽁꽁 가두어 총칼만 붙드는 꼬락서니입니다.


  이 별이 ‘고약별’이라면, 남이 고약한 짓을 했기 때문이 아닙니다. 우리 스스로 갈라치기를 하고 서로 미워하느라 고약별로 뒹굽니다. 이 별이 ‘들꽃별’이나 ‘처음별’이라면, 남이 아름답기 때문이 아닙니다. 우리 스스로 아름답게 꿈을 그리고 살림을 지으면서 어깨동무를 하니 들꽃별에 처음별입니다.


  그래서 저는 꽤 예전부터 뽑기날(투표일)에 뽑기를 하러 가되, 어느 누구도 안 뽑습니다. 뽑을 놈은 이쪽에도 저쪽에도 그쪽에도 없습니다. 누가 뽑히든 “똥 묻은 놈팡이”이기는 똑같습니다. 여태까지 어린이한테 이바지하거나 푸름이를 헤아리거나 들숲바다를 살리거나 시골에서 풀죽임물·비닐·죽음거름을 치워내려는 뜻을 밝힌 놈팡이는 아직 없습니다. 어린이를 사랑하지 않는 놈팡이가 벼슬을 쥔들, 아름별이나 푸름별로 걸어가지 않습니다. 참 그렇지요. 벼슬을 쥐려는 그들 가운데 쇳덩이(자동차) 없이 두다리로 걷는 놈팡이는 여태 없는걸요. 걸어다니지 않으면서 벼슬을 쥐려는 이들은 거짓말꾼이고, 우리도 쇳덩이를 버리고서 걸어다닐 때라야 비로소 멧새노래를 듣고 풀꽃내음을 맡는 들사람(민중)으로 일어설 수 있습니다. 쇳덩이를 등지고, 끈(학력·지연)을 놓는 들꽃사람이 늘어야, 비로소 뽑기날에 뽑을 만한 ‘놈팡이 아닌 님’을 만나리라 생각합니다.


ㅅㄴㄹ


진철은 공산주의에 흔쾌히 동의할 수 없었다. 일찌감치 동학의 영향을 받은 까닭이다. (53쪽)


“서울에서도 민중들이 시민대회를 열고 있소. 하지만 미국 대통령 트루먼의 초상을 들고 행진하는 일은 없소. 그런데 평양에선 어째서 스탈린 초상을 들고 만세를 외치며 행진하오?” (159쪽)


생지옥에서도 아이들은 하하거렸다. 낙동강 지천에서 피라미와 수수미꾸리를 잡았다. 감자를 구워 먹으며 딱따그르르했다. (219쪽)


“미안해요, 진철 동무. 어쩌면 오늘이 지상에서 보내는 인간 유정인의 마지막 날일 것 같아서요.” (251쪽)


“기자님보다 한참 어린 내가 그 끔찍한 시체를 보며 아무렇지도 않았던 까닭이 뭐겠어요? 이 전쟁이 터지기 전에 내 고향에서 그 이상의 주검들을 보았기 때문이지요.” (286쪽)


전쟁을 취재해 오며 ‘민중의 관점’을 되뇌었지만 정작 중요한 삶의 영역을 지금껏 놓치고 있었다. (301쪽)


“더구나 어디가 조국인가요? 둘 다 우리 조국 아닌가요?” (334쪽)


+


사랑조차 편히 나눌 수 없다면 삶은 얼마나 비루할까

→ 사랑조차 가붓 나눌 수 없다면 삶은 얼마나 너절할까

9쪽


지혜의 갸름한 얼굴에 애수의 그늘이 더 짙어갔다

→ 지혜는 갸름한 얼굴에 슬픔빛이 더 짙다

→ 지혜는 갸름한 얼굴에 그늘이 더 짙다

9쪽


바닥 모를 심연으로 깊이깊이 가라앉고 있었다

→ 바닥 모르도록 깊이깊이 가라앉는다

→ 바다 깊이 가라앉는다

9쪽


찬찬히 석조건물에 들어섰다

→ 찬찬히 돌집에 들어섰다

16쪽


지혜에겐 재색을 겸비했다는 중론이 일었다

→ 지혜는 곱고 똑똑하다고 여겼다

→ 지혜는 두루거리라고 보았다

→ 지혜는 온꽃이라는 뭇뜻이었다

31쪽


자네의 비분 내가 왜 모르겠나

→ 자네 눈물 내가 왜 모르겠나

→ 자네 눈물꽃 내가 왜 모르겠나

41쪽


시국을 잘 모른다 했지만

→ 나라를 잘 모른다 했지만

→ 길을 잘 모른다 했지만

→ 판을 잘 모른다 했지만

46쪽


푸른 바다와 판연히 딴판이다

→ 파란바다와 똑똑히 딴판이다

→ 파란바다와 딴판이다

63쪽


진철은 부끄러움이 앞섰다

→ 진철은 부끄러웠다

→ 진철은 확 부끄러웠다

105쪽


약산의 존함을 함부로 입에 놀리는 자가 궁금했다

→ 약산 이름을 함부로 입에 놀리는 놈이 궁금했다

→ 약산 어른을 함부로 입에 놀리는 이가 궁금했다

123쪽


충심으로 보필했다

→ 꽃넋으로 따랐다

→ 고분고분 모셨다

157쪽


그게 무슨 후과를 불러올지 제가 모를 정도로 순진하진 않습니다

→ 무슨 뒤끝이 있을지 모를 만큼 어리석진 않습니다

→ 무슨 옹이가 있을지 모를 만큼 멋모르진 않습니다

→ 무슨 생채기가 날지 모를 만큼 바보이진 않습니다

169쪽


아무런 연고가 없잖은가

→ 아무런 뿌리가 없잖은가

→ 아무런 터가 없잖은가

→ 아무런 집이 없잖은가

→ 아무런 이웃이 없잖은가

→ 아무런 끈이 없잖은가

175쪽


속전속결로 통일을 이루면

→ 거침없이 하나를 이루면

→ 몰아서 한나라를 이루면

→ 대번에 한누리를 이루면

180쪽


다행히 방어선을 가까스로 구축했다. 대한민국의 마지노선이다

→ 겨우 가로막았다. 우리나라 마지막이다

→ 가까스로 맞받았다. 우리로서 끝줄이다

255쪽


보통 취중진담이라는 말이 있잖습니까

→ 으레 술김속말이라고 있잖습니까

→ 흔히 술자리속빛이라고 있잖습니까

→ 다들 곤드레속말이라고 있잖습니까

274쪽


내가 죽으면 청상과부 될 아내의 탐스런 자태를 떠올리니

→ 내가 죽으면 홀로일 곁님 흐벅진 모습을 떠올리니

→ 내가 죽으면 홀어미일 짝꿍 봉긋한 몸을 떠올리니

297쪽


기실 역사 속에서 우리 민중들의 꿈은 정말 소박하지 않았던가

→ 모름지기 그동안 우리 들사람 꿈은 수수하지 않은가

→ 여태 우리 들꽃사람 꿈은 참으로 조촐하지 않은가

301쪽


이건 동무를 위해 챙겨둔 전투식량이오

→ 여기 동무한테 챙겨줄 싸움밥이오

→ 동무한테 이 길밥을 챙겨두었오

→ 동무한테 이 도시락을 챙겨두었오

318쪽


더 좌고우면하지 않았다

→ 더 망설이지 않았다

→ 더 서성이지 않았다

→ 더 둘러보지 않았다

360쪽


우리 동무들 정말 영웅적으로 싸우지 않았는가

→ 우리 동무들 참말 대단하게 싸우지 않았는가

→ 우리 동무들 참으로 훌륭히 싸우지 않았는가

→ 우리 동무들 참 아름다이 싸우지 않았는가

374쪽


사고무친 두 청년을 구렁에 묻었다

→ 혼자인 두 젊은이를 구렁에 묻었다

→ 외로운 두 젊은이를 구렁에 묻었다

→ 쓸쓸한 두 젊은이를 구렁에 묻었다

410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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