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어제책 / 숨은책읽기 2025.3.8.

숨은책 997


《길에 관한 명상》

 최인훈 글

 청하

 1989.3.25.



  처음 ‘최인훈’을 읽던 1991년 열일곱 살을 돌이켜봅니다. 그무렵은 ‘고1’이었고, 고등학교 국어교사는 “야, 이 사람은 입시에 안 나올 텐데 왜 읽냐?” 하고 묻더군요. “선생님, 입시에 나오든 안 나오든, 우리가 배울 글이라면 읽어야 하지 않습니까? 입시에 최인훈을 다루는 문제가 안 나오더라도, 최인훈을 읽고 나서 생각너비를 키우면 틀림없이 이바지하겠지요.” 하고 대꾸했습니다. 그러나 그때 《길에 관한 명상》을 읽으면서 ‘대학입시’를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거꾸로 불굿(입시지옥)이 아닌 제 앞길을 그리고 싶어서 ‘대학입시에 안 나올 듯한 글’을 더더욱 챙겨서 읽으려 했습니다. 어느새 서른 몇 해가 훌쩍 지난 2022년 어느 날 《길에 관한 명상》을 다시 만납니다. 푸름이일 무렵 읽던 책은 갓 나왔으니 반드레했다면 쉰 살 언저리에 헌책집에서 새로 마주한 책은 더께를 머금고 빛이 바랩니다. 우리가 읽는 책은 열 해나 서른 해쯤 지나면 다 바랠까요, 아니면 더 빛날까요? 우리가 쓰는 글은 스무 해나 마흔 해쯤 지나면 철없어 보일까요, 되레 한결 반짝일까요? 예나 이제나 “길에 관한 명상”이라 하면 둘레에서는 어렵겠거니 여깁니다. 최인훈 님은 글멋을 부리거든요. 수수하게 “길을 생각하다”나 “길을 돌아보다”로 이름을 붙였다면, 수더분하면서 숲빛으로 나아가는 글꽃이었으리라 봅니다.


ㅍㄹㄴ


※ 글쓴이

숲노래·파란놀(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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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어제책 / 숨은책읽기 2025.3.8.

숨은책 1019


《빨간머리 앤 노트》

 高柳佐知子 글·그림

 변은숙 옮김

 보성출판사

 1995.10.25.



  일본에서 책엮기를 하는 이웃님이 어느 날 《빨간머리 앤을 좋아합니다》라는 책을 날개에 띄워 보내주었습니다. 한글판이라면 우리나라에서 손쉽게 찾을 수 있는데, ‘우리나라 펴냄터’에서 ‘일본으로 보낸 책’을 거꾸로 저한테 베푸셨어요. “이야, 이 책은 날개를 타고 두 나라 사이를 슥슥 오갔네!” 싶어서 반갑게 맞이했습니다. 그런데 어쩐지 낯익다 싶어서 이모저모 살피니 1995년에 살짝 나온 《빨간머리 앤 노트》하고 같은 판이더군요. “독서글짓기 賞”이라고 속에 찍힌 책을 헌책집에서 찾았고, ‘다카야나기 사치코’ 님이 빚은 이 알뜰한 판을 날개에 띄어서 일본으로 보내었습니다. 일본 이웃님은 1995년에 이런 책이 이미 나온 모습을 저보다 훨씬 반기셨어요. ‘몰래책’이든 말든 그저 기뻐하시더군요. 1995년에는 제법 읽히다가 사라진 듯하고, 2019년판은 영 안 읽히는 듯싶습니다. 여러모로 보면, 옛판은 아기자기하고 알록달록한 그림을 겉에 곱게 넣으면서 눈길을 끕니다. 2019년판도 점잖은 꾸밈새가 아니라 가볍게 말괄량이처럼 노는 꾸밈결로 했다면 한결 눈길과 손길을 사로잡았을 텐데 싶어요. ‘앤’ 아가씨는 얌전빼기가 아니니까요. 수다쟁이에 꽃순이에 노래순이다운 결을 살려야 책도 나란히 살 테지요.


《빨간머리 앤을 좋아합니다》(다카야나기 사치코/김경원 옮김, 위즈덤하우스, 2019.4.19.)

 

#高柳佐知子 (1991년)


ㅍㄹㄴ


※ 글쓴이

숲노래·파란놀(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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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어제책 / 숨은책읽기 2025.3.8.

숨은책 1018


《녹색세계사 1》

 클라이브 폰팅 글

 이진아 옮김

 심지

 1995.10.15.첫/1996.2.15.2벌



  우리나라에도 ‘녹색평화당·초록정치연대·녹색당’이라는 이름으로 푸른길을 밝히겠다는 두레가 태어났습니다. 다만 푸른길을 걷되 ‘푸르다·풀빛’이라는 우리말만큼은 어쩐지 아예 안 쓰려고 하더군요. “굳이 우리말을 써야 할 까닭”이 없지만, “굳이 우리말을 안 써야 할 까닭”도 없습니다. 더욱이 일본한자말 ‘녹색’을 구태여 붙들 까닭이란 없습니다. 앞으로는 ‘푸른길·푸른두레’나 ‘풀빛길·풀빛노래’처럼 어린이 곁에 설 만한 이름으로 새길을 헤아릴 일꾼이 나올는지 궁금합니다. 《녹색세계사》라는 책을 처음 알아볼 즈음에는 이미 판이 끊겼습니다. 푸른길을 걷는 일꾼도 이런 책이 나온 줄 모르기 일쑤였고, 헌책집에서 찾아내어 건네어도 “바빠서 책을 읽을 틈이 없어요” 하며 손사래치더군요. 2010년에 어렵사리 되살아났지만, 되살림판도 오래가지 않았습니다. 이러다 2019년에 다시 살아나는데, 이제는 읽는 이웃이 조금은 있겠지요. 푸른길을 가려면 스스로 걸어야 합니다. 푸른살림을 지으려면 손수 풀꽃나무를 안고 품고 사랑할 일입니다. 푸른노래를 부르려면 늘 아이 곁에 서는 어른으로서 어질고 참하게 하루를 그리게 마련입니다. 즐겁게 꿈과 사랑을 헤아리며 서울을 훌훌 떠날 푸른이웃을 기다립니다.


#AGreenHistoryoftheWorld #ClivePonting


ㅍㄹㄴ


※ 글쓴이

숲노래·파란놀(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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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살림말 / 숲노래 책넋

2025.3.8. 도서협찬



  적잖은 찰칵꾼(사진가·사진작가)은 찰칵이(사진기)를 거저로 받는다. 예전에는 필름까지 거저로 받아서 찍기 일쑤였다. 이들은 으레 ‘CANON’이나 ‘NIKON’이나 ‘PENTAX’나 ‘FUJI’나 ‘KODAK’이나 ‘AGFA’ 같은 이름이 큼직하게 나오도록 끈이나 가방이나 이모저모 차리고서 다니더라. 그들(사진가)이 왜 그렇게 “사진기·필름 회사 이름”을 드러내면서 다니는지 아리송했다가, 아주 나중에야 이 뒷말을 듣고서 한숨이 나왔다.


  벌써 스무 해쯤 지난 일인데, 이른바 우리나라에서 ‘왼쪽(좌파·진보)’이라 일컫는 찰칵꾼이 “넌 왜 그렇게 낡고 싸구려 사진기를 쓰니? 내가 하나 줄까?” 하고 묻더라. “제 찰칵이가 틀림없이 낡고 싸구려이지만, 저는 이 낡고 싸구려인 찰칵이로 제가 담고 싶은 그림을 담아내는 데에 마음을 쏟습니다. 안 쓰는 찰칵이를 주신다면 고맙게 받긴 하겠는데, 안 쓰는 찰칵이가 있을 수 있나요?” 하고 물어보았다. “나는 사진기 협찬을 받거든. 그래서 주변에 너처럼 가난한 후배들한테 하나씩 나눠줘.” “네? 협찬이요? 사진기를 그냥 받는다고요? 사진기를 그냥 받으면서 사진을 사진답게 찍을 수 있어요? 그런 사진기라면 안 받겠습니다.”


  나는 그토록 글을 많이 쓰기에 붓이며 종이를 허벌나게 쓴다. 그러나 여태껏 ‘연필회사·종이회사·수첩회사’한테서 한 자루나 한 자락이라도 받은 적이 없고, 받아보겠다는 마음조차 없었다.


  머잖아 ‘책마을 일꾼’으로 지낸 지 서른돌을 맞을 텐데, 책마을에서 서른 해 즈음 일하는 동안 ‘도서협찬’을 아예 안 받았다. 책이웃이나 책동무로서 베푼다면 받는다. 이러고서 내 책과 낱말책을 드리기도 하고, 누리책집에서 그곳 책을 사서 다른 책이웃이나 책동무한테 베풀기도 한다. 나는 여태까지 책을 거저로 받은 일이란 없고, 앞으로도 거저로 받을 마음이 없다. 받는 자리에서는 절을 하면서 받되, 반드시 나중에 그 책을 다른 책집에서 산 뒤에 다른 이웃과 동무한테 살그머니 건넨다.


  책글(서평)을 쓰는 자리에 있다면, 100원짜리 책이라 하더라도 거저로 받지 않아야 한다. 거저로 받는 책을 놓고서 어떻게 “책글을 책글답게 쓸” 수 있겠는가?


  책글을 쓰려면, 글쓴이와 펴냄터 이름은 싹 지울 노릇이다. 그저 이 책 하나만 놓고서 옳고 바르고 알맞게 쓸 일이요, 잘잘못과 빈틈과 구멍까지도 낱낱이 다룰 일이다. 거저책(증정본·도서협찬)이란, ‘주례사비평’을 부추기는 막장이라고 여긴다. 책글꾼(도서평론가)이 아니더라도 섣불리 거저책을 안 받아야 마땅하다.


  책 한 자락이 얼마나 된다고 거저책을 안 받아야 하느냐고 묻는다면, 그대는 이미 거짓말쟁이에 눈속임꾼에 장사꾼이다. 바늘도둑이 소도둑이 된다는 옛말은 그냥 나오지 않았다. 아무것도 아니라 여길 책 한 자락부터 거저로 주고받다 보면, 어느새 “뭐야? 나한테 책을 안 준다고? 저 글쓴이와 펴냄터는 이제 배부른가 보군?” 하고 거들먹거리기까지 한다. 맞다. 적잖은 책글꾼은 아예 책을 돈 주고 안 산다. ‘신문기자’ 가운데 책을 주머니 털어서 사읽는 이가 몇이나 될까? 다섯손가락으로 꼽을 수 있을까? 아니 한두 손가락으로도 못 꼽지 않을까?


  더 생각해 보자. 책숲지기(도서관 사서)는 책을 사읽을까? 책숲에서 일하는 동안 만나는 아름책을 “이 아름책은 우리 집에 모셔야겠어!” 하고 여기면서 기꺼이 온돈(정가)을 다 치러서 사읽는 버릇이 있을까? 책집지기(책방주인)는 어떨까? 요즈음은 큰펴냄터에서 온나라 마을책집(독립서점)에 ‘드림책(증정본)’을 뿌린다. 큰펴냄터는 ‘드림책’만 1000∼3000자락을 뿌릴 만큼 돈이 많다. 어느 큰펴냄터는 드림책을 5000자락쯤 거뜬히 뿌리기도 한다. 5%는 ‘드림책(홍보용)’으로 돌릴 수 있는 줄 아는가? 작은펴냄터로서는 5%도 빠듯하지만, 큰펴냄터로서는 5%라면 어마어마하게 많다. 어느 큰펴냄터는 ‘주례사서평을 하는 서평단’에 꼬박꼬박 500자락씩 보내는 줄 안다.


  바늘도둑이 소도둑이 된다. 책 한 자락을 거저로 받는 버릇이란, 바로 나라를 망가뜨리는 지름길이다. 여태까지 책을 거저로 받아왔다면, 모든 거저책을 헌책집에 그냥 맡기기를 빈다. 이러면서 앞으로는 거저책을 안 받기를 빈다.


  거저책을 ‘알라든중고샵’에 팔지 마라. 거저책을 ‘알라딘중교샵’에 팔면서 돈벌이를 하는 분이 제법 많은 줄 안다. 바늘도둑과 윤씨가 뭐가 다른가? 거저책으로 주례사서평을 써대는 짓과 이씨·박씨가 뭐가 다른가? 다 한통속이다. 부피나 크기가 다르더라도 밑동은 똑같다.


ㅍㄹㄴ


※ 글쓴이
숲노래·파란놀(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알라딘서재에

어쩐지

도서협찬 홍보글이

너무 자주 너무 많이

올라온다.


보다 못해서

이런 글을

하나 적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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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주 인사이트 - 사주는 내 삶 속에서 어떻게 작동하는가
하나사주 지음 / 혜윰터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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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읽기 / 인문책시렁 2025.3.8.

인문책시렁 403


《사주 인사이트》

 하나사주

 혜윰터

 2025.1.25.



  책을 품고 가는 사람도, 남은 책을 쓰다듬는 사람도, 책집을 찾아가는 사람도, 책집을 지키는 사람도, 몸은 늘 같은 곳을 맴돌지만, 마음은 언제나 새롭게 춤춘다고 느낍니다. 하늘은 늘 그곳에 있고, 밤에 바라보는 별도 언제나 그곳에 있어요. 책집이 한결같이 그곳에 있기에 사람들은 책집을 길잡이와 별님과 해님으로 삼아서 돌고돌면서 만날 수 있구나 싶어요.


  머잖아 ‘엄마손 집밥’은 가뭇없이 사라지리라 봅니다. ‘엄마손 집밥’이 사라진 자리에 ‘아빠손 집밥’이 깃들 수 있을까요? 아니면 ‘집밥 시늉 시킴밥(배달요리)’이 차지할까요?


  어느 모로 보면 앞날을 알 수 없지만, 곰곰이 보면 앞날을 얼마든지 알 수 있습니다. 오늘까지 못 했기에 오늘부터 새로 해보려고 나설 만합니다. 오늘까지 뒤틀렸기에 오늘부터 하나씩 펼 만합니다. 오늘까지 무너졌기에 오늘부터 새로 세우려고 나섭니다.


  마음을 쓰는 사람이 마음을 일으킵니다. 마음을 안 쓰는 사람이 쳇바퀴를 돌다가 어느새 굴레에 갇힙니다. 마음을 기울이는 사람이 삶을 일굽니다. 마음을 안 기울이는 사람이 늘 똑같이 굴다가 어느새 늙어요.


  《사주 인사이트》를 읽었습니다. 한글로만 적은 ‘사주 인사이트’라면 어린이는 하나도 못 알아듣습니다. 시골 할매할배도 못 알아들을 테지요. 그러나 서울사람은 어렴풋이 헤아리거나 그냥그냥 알아들으리라 봅니다. 그렇다면 “四柱 insight”라 적으면 얼마나 알아들을 만할까요? 아마 ‘사주 인사이트’로 적을 때보다 훨씬 더 못 알아들으리라 봅니다.


  저는 늘 ‘밥하기·밥짓기’를 합니다. 저는 ‘요리’도 ‘조리’도 안 합니다. 저는 ‘식사’를 하지도 않습니다. ‘밥’이라는 낱말을 쓸 적에는 ‘밥’이라는 낱말을 바탕으로 얽힌 숱한 말밭이 마음으로 스미고, 이 낱말이 아이들하고 둘레에 퍼집니다. ‘하다·짓다’라는 낱말을 쓰면 ‘하다·짓다’에서 퍼지는 숱한 말살림과 말빛이 고루고루 퍼집니다.


  네 기둥이란, 네 고리이기도 하고, 네 길이기도 합니다. 이 삶을 네 갈래로 읽기도 하고, 넷을 다시 여덟 가지로 풀기도 하며, 열두 가지에 열여섯 갈래로 살필 만합니다. 다만 어느 기둥이나 길이나 골이나 고리로 읽든, 스스로 눈을 틔우면 모든 곳을 알아볼 수 있어요.


  지난날에는 누구나 손수 살림을 지으면서 바람을 읽고 해와 별을 알았어요. 예전에는 누구나 손수 아이를 낳아 돌보면서 해바람비흙과 풀꽃나무를 익히고 품었어요. 이제는 누구나 살림을 손수 안 짓고, 바람도 해도 별도 안 읽기 일쑤입니다. 아니, 서울에서는 논밭을 손수 가꾸기도 어렵고 해바람비도 풀꽃나무도 늘 마주하면서 품기 힘듭니다. 이럴 적에는 이따금 《사주 인사이트》 같은 길잡이책을 곁에 둘 수 있겠지요. 스스로 살림짓기를 잊었기에 한동안 곁에 책을 두되, 앞으로는 누구나 손수짓기로 하루를 그리면서 모든 길을 스스럼없이 읽어내고 알아볼 수 있기를 바라요. 누구나 스스로 읽어야 스스로 빛납니다.


ㅍㄹㄴ


명리학은 심리학, 철학, 인문학처럼 사람을 들여다보는 학문 중 하나입니다. (23쪽)


집에 따라 나의 활동 범위가 달라지고 어울리는 사람들도 달라지며 심리적으로도 영향을 받게 됩니다. (30쪽)


각각 휴식이 필요할 때도 있고 활동이 필요할 때가 존재하듯 놀 때는 양이, 잘 때는 음이 필요합니다. (38쪽)


서로가 다름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것이야말로 명리학을 공부하는 순기능 중 하나가 아닐까요? (77쪽)


어떤 역할이든 균형이 중요할 뿐 모두가 내 사주에 필요한 역할을 하는 존재입니다. (93쪽)


+


《사주 인사이트》(하나사주, 혜윰터, 2025)


복슬복슬한 털을 가지고 있는

→ 복슬복슬한 털인

→ 털이 복슬복슬한

5쪽


365가지의 질문이 실려 있습니다

→ 365가지를 묻습니다

→ 365가지를 물어봅니다

8쪽


책 안에는 일상적인 것부터 심오한 것까지 궤를 달리하는 다양한 질문들로 가득합니다

→ 책에는 수수한 곳부터 깊은 데까지 결이 다른 여러 이야기가 가득합니다

→ 책에는 여느 일부터 깊은 자리까지 테두리가 다른 여러 얘기가 가득합니다

8쪽


사주팔자란 우리에게 새겨진 자연의 기운을 뜻합니다

→ 삶길이란 우리한테 새긴 푸른기운을 뜻합니다

→ 하루길이란 우리한테 새긴 숲기운을 뜻합니다

9쪽


따라갈 수 있는 생각과 행동의 나침반이 있다는 것은 퍽이나 편한 일이지만

→ 생각과 몸짓이 따라갈 길바늘이 있으면 퍽이나 수월하지만

→ 생각하고 움직이는 길잡이가 있으면 퍽이나 거뜬하지만

10쪽


사주팔자에 관한 오해와 편견은 왜 생기게 되었는지

→ 길눈을 왜 잘못 보거나 여기는지

→ 삶꽃을 왜 엉뚱하게 바라보는지

→ 네길을 왜 넘겨짚고 뒤트는지

21쪽


우리는 왜 반대에 끌릴까

→ 우리는 왜 달라서 끌릴까

→ 우리는 왜 거꾸로 끌릴까

33쪽


색색의 꽃이 피는 봄이 오면 사람들은 설레기 시작합니다

→ 알록달록 꽃피는 봄이 오면 설렙니다

→ 온갖 꽃이 피는 봄이면 설렙니다

43쪽


다시 동심의 세계로 돌아가게 만듭니다

→ 다시 어린날로 갑니다

→ 어릴적으로 돌아갑니다

→ 어린이로 돌아갑니다

43쪽


허용과 측은지심이 성장의 시간에 필요한 것처럼

→ 베풀고 눈물을 흘리며 자라듯

→ 빗장을 열고 가엾게 여기면서 자라듯

46쪽


계절과 계절 사이를 연결해 주는 간절기가

→ 철과 철 사이인 길목이

→ 철과 철을 잇는 고비가

→ 철과 철을 잇는 고개가

→ 철과 철을 잇는 틈이

59쪽


굉장히 높은 밀도를 지니고 있어

→ 아주 빽빽해서

→ 무척 촘촘해서

66쪽


빽빽하고 조밀하게 빈틈없이 뭉쳐진 금속은

→ 빽빽하게 뭉친 쇠붙이는

66쪽


물속에서 둥둥 떠다니는 것을 무척 좋아합니다

→ 물에 둥둥 떠다니기를 무척 즐깁니다

74쪽


서로가 다름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것이야말로 명리학을 공부하는 순기능 중 하나가 아닐까요

→ 삶꽃을 배우면서 서로 다른 줄 받아들일 수 있지 않을까요

→ 네걸음을 배우기에 서로 다른 줄 받아들이지 않을까요

77쪽


인의예지신 중 지는

→ 길뜻빛알꿈에서

→ 다섯길에서 앎은

→ 닷고리에서 앎꽃은

78쪽


나의 연월일시에 해당하는

→ 내 해달날때에 맞는

→ 난해달날때에 드는

88쪽


그중 첫 번째는 식신의 재능입니다

→ 여기서 첫째는 도움꾼 재주입니다

→ 첫째는 도움깨비 힘입니다

→ 첫째는 심부름꾼 솜씨입니다

118쪽


봄 초입의 시간입니다

→ 봄 어귀입니다

→ 첫봄입니다

163쪽


여름의 시작점인 입하를 기준으로 펼쳐지는 시간입니다

→ 여름맞이입니다

→ 여름 첫머리입니다

164쪽


도화가 예쁘다, 아름답다의 동의어라고 오해하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 복사꽃이 예쁘다, 아름답다와 같은말이라고 여기는 사람도 많습니다

→ 복숭아꽃이 예쁘다, 아름답다와 뜻이 같다고 넘겨짚곤 합니다

168쪽


한낮의 해가 가장 뜨거운 정오의 시간을 의미합니다

→ 한낮에 해가 가장 뜨거운 때를 가리킵니다

→ 해가 가장 뜨거운 한낮을 나타냅니다

172쪽


복습 삼아 잠깐 다시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 다시 살짝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189쪽


와인 오프너 보신 적 있나요

→ 포도술따개 보신 적 있나요

194쪽


팀워크가 맞지 않으면 능력을 제대로 발휘할 수 없듯이

→ 손발이 맞지 않으면 힘을 제대로 낼 수 없듯이

→ 한마음이 아니면 기운을 제대로 펼 수 없듯이

→ 한덩이가 아니면 재주를 제대로 보일 수 없듯이

203쪽


상담을 하다 보면 인간관계에서 상처받는 분들이 꽤 많습니다

→ 얘기를 하다 보면 사람사이에서 다치는 분이 꽤 많습니다

→ 이야기를 해보면 사람일 탓에 들볶이는 분이 꽤 많습니다

225쪽


※ 글쓴이

숲노래·파란놀(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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