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벌레의 하극상 제2부 : 책을 위해서라면 무녀가 되겠어 10
스즈카 지음, 시이나 유우 그림, 카즈키 미야 원작 / 대원씨아이(만화)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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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그림꽃 / 숲노래 만화책 . 만화비평 2025.3.8.

책으로 삶읽기 1005


《책벌레의 하극상 2-10》

 카즈키 미야 글

 스즈카 그림

 문기업 옮김

 대원씨아이

 2025.2.28.



《책벌레의 하극상 2부 10》(카즈키 미야·스즈카/문기업 옮김, 대원씨아이, 2025)을 돌아본다. 이미 글로 나온 줄거리를 모조리 그림으로 옮기려 하다 보니 앞뒤가 엉킨다든지 군더더기 같은 대목이 자주 나온다. 글판을 그림판으로 옮길 적에는 굳이 모든 줄거리를 안 살려도 될 텐데, 그저 끝없이 가지를 친다고 느낀다. 사람살이에 끝이 없기에 그림꽃도 끝이 안 나는 얼거리로 그릴 수 있다. 그런데 이제는 ‘왜 책벌레 뒤엎기’라는 이름인지 까맣게 잊어버린 듯싶다. 책벌레가 어느 다른누리에서 새몸을 입고서 태어나서 살아가는 까닭이 무엇인지, 다른누리에서는 어떤 책살림을 펴려고 하는지, 다른누리와 옛누리 사이를 잇는 실이 무엇인지 모두 잊었다고 할까. 종이에 얹어서 묶는 책이 있되, 종이도 붓도 없이 마음에 새기는 책이 있다. 아주 오랜 옛날 옛적부터 사람들은 마음에 새기는 이야기를 물려주고 물려받으면서 즐겁게 살림을 지었다. 풀꽃나무와 돌과 바람과 물방울도 언제나 마음빛에 이야기를 새기면서 어울린다. ‘책’이란 무엇인지 잊은 채 줄거리만 잔뜩 늘어뜨리는 얼거리라면, 《책벌레의 하극상》은 이미 재미도 뜻도 잃어버린 채 장사만 하는 셈이리라. 아니, 이미 ‘책벌레’ 이야기가 아닌 ‘장사하는’ 이야기로 넘어온 지 오래이기도 하다.


ㅍㄹㄴ


“오히려 가장 피해가 컸던 분은 마인 님이에요. 무모하게 행동하신 거죠?” “신관장님이 설교를 하겠대요.” (88쪽)


“다음으로 역사가 바뀐다는 점에 관해 묻고 싶다. 인쇄가 시작되면 지금까지 사람의 손으로 직접 옮겨적은 책은 어떻게 되지?” “필사본 말인가요?” (138쪽)


“책이 보급되면서 사회는 어떻게 변했지?” “사회 정세나 식자율에 따라서 다르지만 바뀐 일이 많아요. 민중이 정보를 공유해 지식을 얻어 지배층을 타도하거나, 반대로 자신에게 유리한 정보를 인쇄한 종이를 뿌려 민중을 선동하거나.” “영향이 너무 거대해서 어떤 식으로 사태가 전개될지 알 수 없는 건가.” (139쪽)


+


숙박하는 곳으로 가려고 보니

→ 묵는 곳으로 가려고 보니

→ 머물 곳으로 가려고 보니

29


무모하게 행동하신 거죠?

→ 함부로 구셨죠?

→ 마구 달리셨죠?

88


민중이 정보를 공유해 지식을 얻어 지배층을 타도하거나

→ 사람들이 서로 알려주고 배워서 우두머리를 내쫓거나

→ 사람들이 서로 가르치고 배워서 꼭두머리를 허물거나

139


※ 글쓴이

숲노래·파란놀(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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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우리말


 알량한 말 바로잡기

 식신 式神


 식신을 조종하는 비법은 → 도움깨비를 부리는 길은


  ‘식신(式神)’은 일본말입니다. 우리 낱말책에 없습니다. ‘しきがみ(式神·識神)’을 그저 한글로 옮긴 글결입니다. ‘심부름꾼·심부름이’로 고쳐쓸 만합니다. ‘도움이·도움지기·도움꾼·도움님·도움깨비’로 고쳐쓰지요. ‘곁사람·곁꾼·곁님·곁지기’나 ‘옆사람·옆꾼·옆님·옆지기’로 고쳐쓸 수 있어요. ‘도와주다·따까리·모시다·섬기다’로 고쳐써도 어울립니다. ㅍㄹㄴ



그중 첫 번째는 식신의 재능입니다

→ 여기서 첫째는 도움꾼 재주입니다

→ 첫째는 도움깨비 힘입니다

→ 첫째는 심부름꾼 솜씨입니다

《사주 인사이트》(하나사주, 혜윰터, 2025) 11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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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우리말


 알량한 말 바로잡기

 소비자 消費者


 소비자인 우리에게는 선택의 권리가 있다 → 쓰는 우리가 고를 수 있다

 생산자와 소비자와 분해자 사이에 → 짓는이와 먹는이와 부숨이 사이에

 소비자에게 전력을 공급하다 → 사람들한테 빛을 보내다


  ‘소비자(消費者)’는 “1. [경제] 재화를 소비하는 사람 2. [생명] 생태계에서, 독립 영양 생활을 하지 못하고 다른 생물을 통하여 영양분을 얻는 생물체 3. [전기·전자] 전력 회사로부터 전기를 받아서 최후로 사용하는 곳. 가정, 산업체나 그 밖의 건물을 통틀어 이르는 말이다”처럼 풀이하는데, ‘사는이·사는분·사는님’이나 ‘사람·사람들’로 손질합니다. ‘우리·우리네·우리들’로 손질하고, ‘살림꾼·살림이·살림바치’로 손질하지요. ‘손·손님’이나 ‘쓰는이·쓰는사람’이나 ‘먹는이·먹는사람’으로 손질해도 어울립니다. ㅍㄹㄴ



리사이클 제품을 제대로 파는 시장이 생겨나면 좋겠습니다. 에코 상품을 선택하는 소비자가 늘어날수록

→ 되살림이를 제대로 파는 가게를 열기를 바랍니다. 푸른살림을 고르는 사람이 늘어날수록

→ 되쓰는 살림을 제대로 파는 터를 열기를 빕니다. 풀빛살림을 사는 사람이 늘어날수록

→ 되씀살림을 제대로 파는 저자를 열어야겠습니다. 숲살림을 찾는 사람이 늘어날수록

《환경가계부》(혼마 마야코/환경운동연합 환경교육센터 옮김, 시금치, 2004) 144쪽


일단 시장으로 유입된 농산물은 촌각을 다투며 소비자를 향해 달려갑니다

→ 먼저 저자로 들어간 남새는 사람들한테 휙휙 달려갑니다

→ 저잣판에 들어온 들살림은 사람들한테 번개같이 달려갑니다

《유기농을 누가 망치는가》(백승우와 네 사람, 시금치, 2013) 53쪽


앞서도 말했듯, 소비자들은 호도당하는 중이다

→ 앞서도 말했듯, 사람들은 속기만 한다

→ 앞서도 말했듯, 사는님은 속고 또 속는다

→ 앞서도 말했듯, 사서 쓰면 내내 속는다

《에콜로지스트 가이드, 푸드》(앤드류 웨이슬리/최윤희 옮김, 가지, 2015) 97쪽


심지어 와인이나 맥주, 사과주이든지 간에 윤리적인 소비자라면 자신이 마시는 것들에 관해 반드시 알아야 할 진실이 있다

→ 더구나 포도술 보리술 능금술이든 올바른 사람이라면 스스로 무엇을 마시는지 반드시 제대로 알아야 한다

→ 게다가 포도술 보리술 능금술이든 착한 살림꾼이라면 스스로 무엇을 마시는지 올바로 알아야 한다

《에콜로지스트 가이드, 푸드》(앤드류 웨이슬리/최윤희 옮김, 가지, 2015) 203쪽


소비자 지갑을 털어가려고 작정하셨군

→ 우리 주머니를 털어가려고 하셨군

→ 사람들 쌈지를 털어갈 셈이셨군

《극주부도 1》(오노 코스케/김시내 옮김, 학산문화사, 2020) 35쪽


1차 소비자, 2차 소비자, 3차 소비자가 순서대로 자리잡고 있어요

→ 첫째 손님, 둘째 손님, 셋째 손님이 차곡차곡 자리잡아요

→ 으뜸 살림이, 버금 살림이, 딸림 살림이가 이어서 자리잡아요

《선생님, 생태계를 지키려면 어떻게 해야 해요?》(이상수, 철수와영희, 2023) 1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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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우리말


 알량한 말 바로잡기

 시작점 始作點


 변화의 시작점 → 바뀌는 첫걸음 / 바꾸는 첫발 / 새길

 모든 준비의 시작점은 → 모든 첫싹은 / 모든 새걸음은 / 모든 물꼬는


  ‘시작점(始作點)’은 “어떠한 것이 처음으로 일어나거나 시작되는 곳 = 기점”을 가리킨다고 하지요. ‘가다·나다·나가다·나서다·걸음마·아장아장’이나 ‘내다·내딛다·나아가다·나오다’로 다듬습니다. ‘-부터·붙다·비로소·비롯하다·그렇다·-에서’나 ‘새·새롭다·새눈·새걸음·새길·새날’로 다듬고, ‘샘·샘물·샘꽃·샘터·옹달샘’이나 ‘열다·오다·이다·하다’로 다듬어요. ‘지피다·펴다·펼치다·태어나다’나 ‘씨앗·씨알·종·해오름’으로 다듬을 만하고, ‘처음·첨·첫·첫걸음·첫길·첫날·첫자리·첫터’나 ‘첫단추·첫마당·첫마디·첫말·첫물·첫싹·첫씨’로 다듬어도 어울려요. ‘첫발·첫발짝·첫소리·첫손·첫삽·첫일·첫코’나 ‘꾸리다·꺼내다·끄르다·조금씩·하나씩’으로 다듬을 만합니다. ‘꼭두·꽃등·꽃샘·기지개·엄지’나 ‘이제·이제부터·갓·막’으로 다듬으면 되어요. ‘들다·들어가다·들어서다·들머리·들목’이나 ‘마루·마수·맏이·맏·먼저’로 다듬지요. ‘모·모락모락·물길·물골·물꼬’나 ‘밑·밑동·밑바닥·밑바탕·및꽃·밑판’으로 다듬어도 어울리고, ‘밑받침·밑밭·밑밥·밑뿌리·밑싹·밑씨’나 ‘밑줄기·바탕·바탕길·바탕틀·뿌리’로 다듬을 만합니다. ‘벌어지다·벌이다·빗장열기·뿌린씨’나 ‘싹·싹트다·움·움트다·트다·틔우다’로 다듬습니다. ‘앞·앞꽃·앞길·애-·으뜸씨’로 다듬고요. ‘일다·일어나다·일어서다·일으키다·일으켜세우다’로 다듬으며, ‘찾다·찾아가다·찾아나서다·찾아오다’나 ‘가게를 차리다·가게를 내다·길나서다·새터맞이·처음맞이’로 다듬기도 합니다. ㅍㄹㄴ



해파랑길 1구간의 시작점이기도 하다

→ 해파랑길 첫자락 첫머리이기도 하다

→ 해파랑길 첫길을 여는 곳이기도 하다

《우리나라 해양보호구역 답사기》(박희선, 자연과생태, 2011) 52쪽


가장 간단한 시작점이자

→ 가장 손쉬운 첫발이자

→ 가장 쉬운 첫자리이자

→ 가장 쉬운 첫걸음이자

《미생물군 유전체는 내 몸을 어떻게 바꾸는가》(롭 드살레·수전 L. 퍼킨스/김소정 옮김, 갈매나무, 2018) 87쪽


이내 그것은 나를 사랑할 방법을 찾는 시작점이 됩니다

→ 이내 나를 사랑할 길을 찾는 첫걸음입니다

→ 이내 나를 사랑할 하루를 찾는 첫발입니다

《작사의 시대》(조동희, 휴머니스트, 2023) 21쪽


여름의 시작점인 입하를 기준으로 펼쳐지는 시간입니다

→ 여름맞이입니다

→ 여름 첫머리입니다

《사주 인사이트》(하나사주, 혜윰터, 2025) 16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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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어제책 / 숨은책읽기 2025.3.8.

숨은책 997


《길에 관한 명상》

 최인훈 글

 청하

 1989.3.25.



  처음 ‘최인훈’을 읽던 1991년 열일곱 살을 돌이켜봅니다. 그무렵은 ‘고1’이었고, 고등학교 국어교사는 “야, 이 사람은 입시에 안 나올 텐데 왜 읽냐?” 하고 묻더군요. “선생님, 입시에 나오든 안 나오든, 우리가 배울 글이라면 읽어야 하지 않습니까? 입시에 최인훈을 다루는 문제가 안 나오더라도, 최인훈을 읽고 나서 생각너비를 키우면 틀림없이 이바지하겠지요.” 하고 대꾸했습니다. 그러나 그때 《길에 관한 명상》을 읽으면서 ‘대학입시’를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거꾸로 불굿(입시지옥)이 아닌 제 앞길을 그리고 싶어서 ‘대학입시에 안 나올 듯한 글’을 더더욱 챙겨서 읽으려 했습니다. 어느새 서른 몇 해가 훌쩍 지난 2022년 어느 날 《길에 관한 명상》을 다시 만납니다. 푸름이일 무렵 읽던 책은 갓 나왔으니 반드레했다면 쉰 살 언저리에 헌책집에서 새로 마주한 책은 더께를 머금고 빛이 바랩니다. 우리가 읽는 책은 열 해나 서른 해쯤 지나면 다 바랠까요, 아니면 더 빛날까요? 우리가 쓰는 글은 스무 해나 마흔 해쯤 지나면 철없어 보일까요, 되레 한결 반짝일까요? 예나 이제나 “길에 관한 명상”이라 하면 둘레에서는 어렵겠거니 여깁니다. 최인훈 님은 글멋을 부리거든요. 수수하게 “길을 생각하다”나 “길을 돌아보다”로 이름을 붙였다면, 수더분하면서 숲빛으로 나아가는 글꽃이었으리라 봅니다.


ㅍㄹㄴ


※ 글쓴이

숲노래·파란놀(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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