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우리말 / 말넋 2025.2.2.

오늘말. 남누리


빨래를 마치고서 구럭에 담아 마당에 섭니다. 여름에도 겨울에도 해바람에 옷가지를 말립니다. 햇볕이 넉넉한 날에는 해내음이 옷자락에 스밉니다. 바람이 싱그러운 하루라면 바람빛이 옷마다 깃듭니다. 혼자 살림을 할 적에는 빨래꾸러미가 없다가, 둘이 살림을 펴면서 빨래고리가 생기고, 아이가 하나둘 태어나면서 보따리가 부쩍 늘어요. 셋을 넘고 넷에 이르니 그야말로 날마다 한바구니씩 빨래가 나옵니다. 넷이니까 네셈을 하는구나 싶고, 이 네가지셈으로 더 넉넉히 누리자고 여깁니다. 옷도 밥도 집도 한결 느긋하게 나누는 길입니다. 작은아이는 갓 딴 열매도 말린과일도 즐깁니다. 딴아이가 어떤 밥을 즐기는지 몰라도 돼요. 우리 보금자리에서 짓는 길을 헤아립니다. 멀디먼 다른 곳을 쳐다볼 적에는 그만 저마다 마음에 담을 이야기를 놓쳐요. 우리누리도 남누리도 등질 까닭은 없되, 먼저 살림누리를 살피면서 온누리에 흩뿌리를 사랑씨앗을 생각합니다. 서두르며 부엌일을 하면 그만 칼에 손가락을 베고, 찬찬히 도마질을 하면 핏덩이를 볼 일이 없습니다. 봄끝에는 어떻게 일하나요? 겨울끝에는 무엇을 보나요? 굴뚝새와 때까치가 노래하는 늦겨울입니다.


ㅍㄹㄴ


고리·구럭·버들고리·꾸러미·꾸리·꿰미·뒤주·주머니·집·칸·모둠·모음·타래·함지·바구니·보따리·보퉁이·한바구니·싸다·넣다·담다·두다 ← 상자(箱子), 박스(box)


핏덩이·핏덩어리·핏더미·핏뭉치 ← 혈전(血栓)


네셈·네가지셈·네갈래셈·덧뺄나곱·덧셈 뺄셈 나눗셈 곱셈 ← 가감승제(加減乘除)


셋·세·석·세사람·석사람·그·그들·남·남남·남나라·남누리·멀다·멀디멀다·머나멀다·딴사람·딴놈·딴아이 ← 삼자(三者)


고지·마른과일·말린과일·말린것·말린살림 ← 건과(乾果)


※ 글쓴이

숲노래·파란놀(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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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우리말 / 말넋 2025.2.2.

오늘말. 읽꽃


가만히 숨을 쉬면서 두근두근하는 가슴을 느낍니다. 겨울바람이 스밀 적하고 여름볕이 깃들 적에는 숨빛이 다릅니다. 철마다 늘 다르게 기운이 일어요. 겨울 첫머리는 어떠했는지 떠올리면서 늦겨울에 글 한 줄을 읽고 씁니다. 다가올 새봄을 헤아리면서 책 한 자락을 읽고 여밉니다. 풀밭에는 풀벌레가 있는데, 풀꽃나무를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풀사람’이면서 풀깨비에 풀벌레입니다. 바다를 곁에 두면서 품는 사람이라면 ‘바닷사람’이면서 바다깨비에 바다벌레예요. 책을 언제나 토닥이는 살림이기에 책살림이자 책깨비에 책벌레입니다. 그런데 모든 벌레는 새처럼 꽃을 반깁니다. 풀벌레도 바다벌레도 꽃한테 다가갑니다. 책빛을 밝히는 책꽃이 되려고 합니다. 책나래를 펴면서 이야기에 파고드는 읽빛이 되고 싶습니다. 책밭에서 삶을 일구는 읽꽃으로 춤추려고 합니다. 오롯이 읽고, 함박만 하게 읽습니다. 게걸스럽게 읽기보다는 노상 누리는 책누리이기를 바라요. 함께 책꽃길을 걷습니다. 서로 책너울을 타면서 웃습니다. 이제 다 읽었으면 빨래를 합니다. 많이 안 읽어도 즐거워요. 날마다 조금조금 읽노라면 어느새 모두 읽어낼 만합니다.


ㅍㄹㄴ


숨·숨쉬다·쉬다·가슴·가슴뛰다·두근거리다·뛰다·고동·고동치다·기운 ← 심장박동(心臟搏動)


글사랑·글읽기·책사랑·책읽기·읽다·보다·사랑·사로잡다·읽는길·읽는꽃·읽는눈·읽꽃·읽빛·책꽃·책꽃길·책물결·책너울·책날개·책나래·책길·책누리·책나라·책밭·책바다·책벌레·책빛·책눈·책하루·책숲·책살림·책삶·꼭책·늘책·누리다·즐기다·즐겨보다·즐겨읽다·다읽기·마구읽기·많이 읽다·모두읽기·오롯읽기·함박읽기·파고들다·파헤치다·게걸스럽다 ← 독서(讀書), 독서삼매, 독서삼매경, 독서생활, 독서법


※ 글쓴이

숲노래·파란놀(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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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우리말

[영어] 소셜믹스social mix



소셜믹스 : x

social mix : 사회계층혼합

ソシアル ミックス : x



어디에서 언제부터 쓰는 ‘소셜 믹스(social mix)’일까요? 일본에서는 한자말로 ‘사회계층혼합’을 쓰는 듯싶은데, 잿집(아파트)을 세울 적에 여러 갈래 집안을 섞으면서 쓰는 영어라고 합니다. 가난해서 ‘공공임대’를 하는 집과, 돈이 넉넉해서 ‘일반분양’을 하는 집을 섞기에 ‘소셜 + 믹스’라는 얼거리로 이름을 붙이는 듯하더군요. 우리는 우리말로 ‘한 + 마을’이나 ‘나란 + 마을’처럼 이름을 붙일 만합니다. ‘한마을·한동아리’에 ‘나란하다·나란빛·나란꽃’처럼 쓰면 됩니다. ‘나란살이·나란살림·나란삶’에 ‘나란누리·나란마을·나란길’이라 하면 되어요. ㅅㄴㄹ



완벽한 소셜믹스를 위해서는 되도록 임대 단지의 규모가 작아야 합니다

→ 빈틈없이 한마을이려면 되도록 빌림터가 작아야 합니다

→ 아주 한동아리를 이루려면 되도록 빌린곳이 작아야 합니다

《10대와 통하는 건축과 인권 이야기》(서윤영, 철수와영희, 2022) 12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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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우리말

[영어] 래디컬radical



래디컬 : x

radical : 1. 근본적인, 철저한 2. 급진적인, 과격한 3. 급진파의, 급진주의의 4. 기막히게 좋은, 끝내 주는

ラジカル(radical) : 1. 래디컬 2. 급진적인. 과격한. 급진파. 급진론자 3. 라디칼. 유리기(遊離基). 영어로는 free radical



영어 ‘radical’은 여러 자리에서 저마다 달리 쓰는 낱말이라고 합니다. 우리나라에서 쓰는 보기를 짚는다면, 한자말 ‘과격’하고 맞물립니다. ‘앞장서다·앞서가다·지나치다’로 담아내고, ‘거칠다·괄괄하다·까끌까끌·껄끄럽다’나 ‘드세다·거세다·세다·세차다’로 담아낼 만합니다. ‘마구·마구잡이·마구하다·막나가다’나 ‘함부로·아무렇게나·냅다’로 담아낼 수 있고, ‘확확·윙윙·팍팍·휙휙’으로 담아내어도 돼요. ‘모질다·무섭다’로 담아내어도 어울려요. ‘사납다·억세다·우락부락·콩켜팥켜’나 ‘주먹다짐·휘두르다·휘몰다·휘몰아치다·휩쓸다’로 담아내며, ‘몰다·몰아붙이다·몰아세우다·몰아치다·달려들다’로도 담아냅니다. ‘너무·너무하다·넘치다’나 ‘너울거리다·널뛰다·물결치다’로 담아도 되고요.



내가 접해 온 진보는 충분히 래디컬하지 못하기에 쓸데없이 과격하고

→ 내가 만난 새길은 제대로 휩쓸지 못하기에 쓸데없이 사납고

→ 내가 마주한 앞길은 찬찬히 앞서가지 못하기에 쓸데없이 무섭고

→ 내가 본 새걸음은 썩 앞장서지 못하기에 쓸데없이 우락부락하고

→ 내가 본 이슬받이는 제대로 물결치지 못하기에 쓸데없이 거칠고

《오늘 나는 대학을 그만둔다, 아니 거부한다》(김예슬, 느린걸음, 2010) 7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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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우리말

[영어] 섹시sexy



섹시 : x

sexy : 1. 섹시한(성적 매력이 있는) 2. 도발적인, 요염한 3. (성적으로) 흥분한 4. 흥미로운, 신나는

セクシ-(sexy) : 섹시; 성적 매력이 있는 모양



우리 낱말책에 없는 영어 ‘sexy’이지만 온갖 곳에 쓰는 분이 꽤 많다고 느낍니다. 여러 쓰임새를 보면 ‘야릇하다·걸쭉하다·갈쭉하다·걸쩍지근하다’나 ‘낯뜨겁다·뜨겁다·화끈하다·후끈하다’나 ‘달다·달아오르다’로 풀어낼 만합니다. ‘맨살·맨살이 훤하다·알몸’이나 ‘발가벗다·발가숭이·벌거벗다·벌거숭이’나 ‘빨가벗다·빨가숭이·뻘거벗다·뻘거숭이’로 풀어낼 수 있어요. ‘벗김질·벗김짓·벗다·벗기다·옷벗기다’나 ‘비비다·비빔질·비빔짓’로 풀어냅니다. ‘빨갛다·빨강·빨간물·빨간빛·빨간것’이나 ‘새빨갛다·시뻘겋다·속보이다’나 ‘엉큼하다·앙큼하다·응큼하다’로 풀어내어도 어울립니다. ㅍㄹㄴ



저 모습? 섹시하잖아!

→ 저 모습? 화끈하잖아!

→ 저 모습? 후끈하잖아!

→ 저 모습? 앙큼하잖아!

《뭘 그렇게 찍으세요》(강무지, 우리교육, 2006) 18쪽


무대 위의 공연이 보여주는 콘셉트는 ‘섹시’이고, 하이라이트 장면에서 요구되는 감정은 ‘모성애’다

→ 마루에서는 ‘벗기기’를 밝히고, 무르익으면 ‘어머니’를 보여준다

→ 마당에서는 ‘벗기기’요, 달아오르면 ‘어머니 사랑’을 외친다

《외롭지 않은 말》(권혁웅, 마음산책, 2016) 225쪽


읽으면서 가슴이 두근거린달까, 문체가 섹시하달까

→ 읽으면서 가슴이 두근거린달까, 글결이 아리땁달까

→ 읽으면서 가슴이 두근거린달까, 글맛이 화끈하달까

→ 읽으면서 가슴이 두근거린달까, 글이 달떠오른달까

《80세 마리코 2》(오자와 유키/이은주 옮김, 대원씨아이, 2019) 69쪽


카페 주인장은 통영이 더 섹시해져야 한다고 입버릇처럼 말했다

→ 쉼터지기는 통영이 더 화끈해야 한다고 입버릇처럼 말한다

→ 쉼뜰지기는 통영이 더 벗어야 한다고 입버릇처럼 말한다

《밥장님! 어떻게 통영까지 가셨어요?》(밥장, 남해의봄날, 2019) 169쪽


대부분의 글방러들은 대체로 … 글방러의 글들은 섹시했기 때문에 글방을 굴려 동지를 만들고 당 같은 걸 조직하고

→ 글둥이는 으레 … 글둥이는 글이 걸쭉하기 때문에 글집을 굴려 또래를 사귀고 무리를 짓고

→ 글지기는 다들 … 글지기는 글이 화끈하기 때문에 글터를 굴려 동무를 모으고 떼를 짓고

→ 글집아이는 거의 … 글집아이는 글이 엉큼하기 때문에 글칸을 굴려 벗을 늘리고 모둠을 세우고

《활활발발》(어딘, 위고, 2021) 106, 18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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