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어제책 / 숨은책읽기

숨은책 1015


《코쟁이네 세퍼트와 판돌이네 똥개》

 이현주·서정오 엮음

 물레출판사

 1987.8.8.



  손가락이 얼어붙어도 길을 걸으며 책을 읽습니다. 붓이 얼면 입김을 불고서 겨드랑이에 끼고 비비고 녹이면서 글을 씁니다. 그냥 그렇습니다. 겨울이니까 이렇게 어는구나 하고 여깁니다. 2004년 1월은 여러모로 추웠습니다. 잘 다니던 일터를 2003년 늦여름에 갑자기 그만두어야 했고, 얼결에 충주 이오덕 어른 옛집을 드나들며 새일을 맡는데, 지난가을에 ‘한길사 김언호’ 씨가 이오덕·권정생 두 분 글월을 몰래 펴내는 막장사를 벌이느라, 이 일 탓에 하루하루 고되었어요. 숨을 돌리려고 대구로 책숲마실을 갔다가 〈제일서점〉에서 《코쟁이네 세퍼트와 판돌이네 똥개》를 만났습니다. “대구 중구 봉산동 63-4”에 있었다는 ‘물레’에서 펴낸 어린이책입니다. 1987년 언저리에 새로 쓴 이오덕·권정생 노래가 깃든 꾸러미입니다. 머리말은 권정생 님이 맡았더군요. 책을 펴내는 곳에서 돈을 아예 안 벌 마음일 수 없으나, 알맞게 벌면서 즐겁게 글결을 추슬러서 늘 온사랑으로 이 터전을 가꾸는 눈빛을 밝힐 노릇이라고 봅니다. 왜 책을 쓰고 읽고 내는지 돌아볼 일입니다. 왜 글을 쓰고 읽고 나누는지 돌아보아야지 싶습니다. 어린이 곁에서 창피한 짓을 일삼는다면 어른일 수 없습니다.


ㅍㄹㄴ


동화나 소설은 남의 이야기지만 어떻게 보면 모든 사람의 이야기이기도 하고 나의 이야기로 삼을 수도 있는 것입니다. 우리는 때때로 어려운 일에 부딪치면 두렵기도 하고 답답하기도 하여 어떻게 했으면 좋을지 모를 때가 있읍니다. 그럴 때 우리는 남의 살아가는 이야기, 남의 지혜로운 생각을 동화나 소설에서 찾아내어 나와 이웃의 삶을 아름답게 꾸려나가는 세상이 이렇게 해서 만들어지는 것입니다 … 몇 마디의 표어나 구호는 사람을 기계로 만들고 한 순간의 충동으로 끝나지만, 이야기는 영원히 마음속에서 사라지지 않습니다. 덴마크의 아이들은 안델센의 동화를 읽고 덴마크의 어린이로 자라고, 독일의 어린이들은 그림 형제의 동화를 읽고 독일 어린이로 자라듯이, 나라마다 이야기의 모양이나 내용이 다르기 마련입니다. (3, 4쪽/머리말 : 권정생)


+


쓸모없는 일이 어디 있고, 쓸모있는 일이 남달리 있을까? 그런데 내가 느끼기로 세상 살아가는 퍽 많은 이들이 쓸모없는 일에 너무 기울고 있다. 자기를 좀더 사랑하고, 자기 사랑을 듬뿍 쏟을 수 있으며, 자기에게 사랑받는 모든 것들이 즐겁게 이 사랑을 받아들일 수 있는 일과 놀이를 하는 사람은 참으로 보기 드물구나. 아니다. 많다! 배운 사람, 가진 사람, 있는 사람들이 이런 데에 눈길을 안 둘 뿐이다. 이 세상 깨끗하고 아름답게 살아가는 못 배우고 없으며 가난한 사람들은 가장 작고 초라하더라도 할 수 있는 가장 쓸모있는 삶을 꾸린다. (2004.1.14.쇠. ㅎㄲㅅㄴ. 대구 제일서점)


※ 글쓴이

숲노래·파란놀(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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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은책 1014


《정치언론》

 이효성 글

 이론과실천

 1989.9.16.첫/1990.9.24.3벌



  2017∼19년에 방송통신위원회 우두머리를 맡은 이효성 씨는 ‘문재인 정부 고위공직 배제 기준 5가지’를 모두 채웠어도 버젓이 자리를 꿰찼습니다. 나라지기도 이녁을 쳐내지 않았습니다. ‘병역법 위반·논문 표절·세금 탈루·부동산 투기·위장 전입·자녀 미국 국적’이 모두 말썽거리이니 적어도 지켜야 한다던 다섯 가지를 다 어기고 하나를 더 어긴 셈입니다. 《정치언론》은 이녁이 서른여덟 살이던 1989년에 처음 냈고 꽤 읽혔으나 조용히 사라졌습니다. 아무래도 ‘베낌질’ 민낯이 드러날 테니 슬그머니 치웠다고 여길 수 있습니다. 곰곰이 보면 이녁이 높벼슬을 맡으려 하지 않았으면 사람들한테 숨긴 뒷낯이 두고두고 안 드러났을 만합니다만, 잔꾀를 써서 이름·힘·돈을 거머쥐려는 분들은 으레 끝간 데 없이 더 군침을 흘리면서 이름·힘·돈을 노리게 마련이라, 어쩔 길 없이 들통나는구나 싶어요. ‘그들’을 나무라려면, 나무라려는 손가락부터 깨끗해야 하지 않을까요?


ㅍㄹㄴ


언론은 정치적이다. 그 까닭은 언론이 정부나 정치가의 언행을 주로 다룬다는 현상적인 이유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보다는 정치권력의 획득·유지·행사를 위한 실제적 수단으로 역할한다는 본질적인 이유 때문이다 … 그렇다고 언론의 정치성이 노골적으로 드러나는 것은 아니다. 노골적으로 드러나는 경우도 더러 있지만 그러나 대개는 노골적으로 드러나지 않는 것이 오늘날 상업적 대중언론의 정치성이다. 언론은 이윤을 위한 순수한 상품인 양하기도 하고, 현실을 있는 그대로 아무런 편견 없이 불편부당하게 전달한다고 주장하기도 하고 … (6쪽/머릿말)


※ 글쓴이

숲노래·파란놀(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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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은책 1012


《10.17宣言은 民族史의 새 轉機마련》

 김성진 엮음(청와대 대변인)

 청와대

 1972.10.



  1961년에 총칼을 앞세워 나라힘을 거머쥔 ‘그분’은 1972년에 온나라를 새삼스레 얼음밭으로 바꿉니다. 이른바 ‘10월 유신’이라 일컫는데, 10월 17일에 고삐(계엄령)를 채워서 가시담벼락을 꽁꽁 세웁니다. 이때에 ‘그분’은 ‘민주’와 ‘평화통일’과 ‘남북대화’를 외치지요. 사람들한테 재갈을 물리고, 나라일꾼은 오직 ‘그분’ 손아귀에서 놀도록 틀어쥐면서, 막상 ‘그분’이 하는 일만 ‘민주평화’라고 내세웁니다. 그런데 어떤 아름나라(민주공화국)에서 열두 해씩이나 혼자 우두머리에 앉을까요? 1961년부터 1972년까지 힘·돈·이름을 휘어잡으면서 온통 바보나라로 내몬 민낯은 가리거나 감출 수 없습니다. 다 발자국으로 남거든요. 《10.17宣言은 民族史의 새 轉機마련》은 아마 1972년 10월 17일에 확 뿌린 듯싶습니다. 워낙 서둘러 찍어댔기 때문인지 이 작은 꾸러미에는 책자취(간기)조차 없습니다만, 그무렵 청와대에서 입(대변인) 노릇을 하던 분 손끝에서 태어났을 테지요. 작은 꾸러미는 쉰 해가 넘는 나날을 어느 헌책집 책시렁 귀퉁이에서 고이 잠들다가 깨어납니다. ‘그분’으로서는 뒷날 남겨서는 안 될 부끄러운 종이뭉치일 텐데, 고삐나라·사슬나라·얼음나라·재갈나라로 짓누르는 동안 이런 꾸러미를 샅샅이 되찾아내어 불사르려고 했다던데, 용케 오늘까지 버티었습니다. ‘군사독재’를 ‘민주·개혁’이라는 허울을 씌워서 눈가림하던 무리는 2025년에까지 사그라들지 않습니다. “민주주의 = 대화 + 타협”이라 여기는데, 이야기나 어울림이 아닌 총칼을 앞세운 고삐(계엄령)를 채우려던 그분은 누구 말을 들었을까요. 혼자만 옳다고 여겼기에 다른 사람은 입틀막을 하면서 외곬로 치닫지 않았는지요.


- “民族의 活路를 勇敢하게 開拓하자”


ㅍㄹㄴ


※ 글쓴이

숲노래·파란놀(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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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우리말


 우리 말을 죽이는 외마디 한자말

 -인 人


 민간인 같다 → 여느사람 같다 / 수수하다

 외지인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 손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외국인 선교사 → 나라밖 선교사

 원시인 → 숲사람 / 숲지기

 종교인 → 믿음이 / 믿음쟁이

 한국인 → 한사람

 감시인 → 지킴이 / 지킴님 / 지킴꾼


  ‘-인(人)’은 “‘사람’의 뜻을 더하는 접미사”라고 해요. ‘사람·-이’로 고쳐쓰면 됩니다. ‘-내기·-깨비’로 고쳐쓸 만하고, ‘손·손님·이웃’처럼 고쳐쓸 수 있습니다. ‘-쟁이·-장이·-지기’나 ‘-개·-꾼·꽃·풀’이라든지 ‘-님·-벗·-지기’나 ‘-순이·-돌이’로 고쳐써도 어울려요. ‘꽃나무·꽃풀·들꽃·풀꽃’이나 ‘-바치·-아치·-보’나 ‘-사랑·사랑이·아이’로 고쳐쓸 수 있어요.‘ 살다·살림·삶’이나 ‘-둥이·-퉁이’로 고쳐써도 됩니다. ㅍㄹㄴ



조선인에게 있어서나 일본인에게 있어서나

→ 조선사람한테나 일본사람한테나

→ 조선내기한테나 일본내기한테나

《오! 한강 1》(김세영·허영만, 원정출판사, 1988) 39쪽


이집트인은 실용적인 방법을 찾아냈다

→ 이집트사람은 쓸만한 길을 찾아냈다

→ 이집트사람은 좋은 길을 찾아냈다

→ 이집트사람은 나은 길을 찾아냈다

→ 이집트사람은 훌륭한 길을 찾아냈다

→ 이집트사람은 멋진 길을 찾아냈다

《책·시계·등불의 역사》(일리인/심성보 옮김, 연구사, 1989) 76쪽


이것은 무서울 정도로 사악한 자는 유대인이라고 하는

→ 이는 무서울 만큼 나쁘면 유대사람이라고 본

→ 이는 무섭도록 나쁘면 유대사람이라고 여긴

《나의 나무 아래서》(오에 겐자부로/송현아 옮김, 까치, 2001) 165쪽


일단 명색이 사회인이니 무슨 때를 위해서 계절마다

→ 아무튼 돌아다니니 무슨 때를 헤아려 철마다

→ 뭐 바깥일을 하니 무슨 때를 살펴 철마다

→ 그래도 움직이니 무슨 때를 생각해 철마다

《무라카미 라디오》(무라카미 하루키/권남희 옮김, 까치, 2001) 7쪽


후견인이 아지노 소우스케다 보니

→ 뒷배가 아지노 소우스케다 보니

→ 돌봄이가 아지노 소우스케다 보니

→ 아지노 소우스케가 바라지를 하니

《피아노의 숲 8》(이시키 마코토/유은영 옮김, 삼양출판사, 2002) 61쪽


‘시간차공격’이라는 트릭 공격을 처음으로 세계인들 앞에 내놓았다

→ ‘틈치기’라는 눈속임을 처음으로 온누리에 내놓았다

→ ‘사이치기’라는 속임길을 처음으로 널리 내놓았다

《일본에게 절대 당하지 마라》(호사카 유지, 답게, 2002) 99쪽


혼혈인이 한국에서 겪는 아픔과 슬픔과 생채기가 이루 말할 수 없이 크다고 여겨

→ 나란꽃이 이곳에서 이루 말할 수 없이 아프고 슬프고 생채기가 크다고 여겨

→ 함둥이가 여기에서 이루 말할 수 없이 아프고 슬프고 생채기가 크다고 여겨

《또 하나의 한국인, 혼혈인에 대한 사진 보고서》(이재갑, 눈빛, 2005) 머리말


민간인을 만나보고 싶다

→ 여느사람을 만나고 싶다

→ 들님을 만나보고 싶다

→ 이웃을 만나보고 싶다

→ 길꽃을 만나보고 싶다

→ 풀사람을 만나보고 싶다

《평화는 나의 여행》(임영신, 소나무, 2006) 39쪽


심포항은 일찍부터 횟집타운이 형성되어 많은 외지인들이 찾고 있다

→ 삼포나루는 일찍부터 고깃집길이 생겨 손님이 많이 찾는다

→ 삼포나루는 일찍부터 고깃집거리가 생겨 사람이 많이 찾는다

→ 삼포나루는 일찍부터 물살집골목이 생겨 바깥에서 많이 찾는다

→ 삼포나루는 일찍부터 물살집마을이 생겨 바깥손이 많이 찾는다

《새만금은 갯벌이다》(김준, 한얼미디어, 2006) 192쪽


외국인인 우리가 먹기에도 무난하다

→ 이웃사람인 우리도 먹을 만하다

→ 손님인 우리도 잘 먹는다

《나쁜 뉴스에 절망한 사람들을 위한 굿뉴스》(데이비드 스즈키·홀리 드레슬/조응주 옮, 샨티, 2006) 315쪽


첫째는 그가 스페인인이었다는 것이며

→ 첫째는 그가 스페인사람이었으며

→ 첫째는 그가 스페인내기였으며

《슈퍼내추럴》(그레이엄 핸콕/박중서 옮김, 까치, 2007) 117쪽


글로벌 지식 경영능력, 그리고 세계인들을 섬기고 그들과 함께 공존할 수 있는 글로벌 마인드가 필수적이다

→ 열린 슬기로 돌보기, 그리고 이웃을 섬기고 함께할 수 있는 넋이어야 한다

→ 트인 슬기로 이끌기, 그리고 둘레를 섬기고 같이할 수 있는 마음이어야 한다

《이것이 한국어다!》(원동연, 김영사, 2007) 108쪽


설형문자를 발명한 것은 수메르인인데

→ 쐐기글씨는 수메르사람이 지었는데

→ 쐑글은 수메르사람이 생각했는데

《세계역사, 숨겨진 비밀을 밝히다》(장장년·장영진/김숙향 옮김, 눈과마음, 2007) 15쪽


일본 정치인들은 정말 망령(妄靈)이 든 것일까

→ 일본 벼슬잡이는 참말 넋이 나갔을까

→ 일본 감투잡이는 그야말로 얼빠졌을까

《뚝딱 교양 상식》(오승현, 다산에듀, 2009) 140쪽


알바니아인은 학교에서 자신들의 언어를 쓰는 것조차 금지당했다

→ 알바니아사람은 배움터에서 저희 말조차 못 썼다

→ 알바니아사람은 배움터에서 제 나라 말조차 쓸 수 없었다

《평화를 심다》(바바 치나츠/이상술 옮김, 알마, 2009) 145쪽


이대로 떠맡을 수 없다고 사마리아인들과 다투었다

→ 이대로 떠맡을 수 없다고 사마리아사람과 다투었다

《위저드 베이커리》(구병모, 창비, 2009) 94쪽


재산 분배로 문제가 생겨 관리인을 정하지 못하고 있는 건가

→ 돈가르기로 말썽이 생겨 돌봄이를 고르지 못하나

→ 돈나누기로 사달이 생겨 보듬이를 찾지 못하나

《Q.E.D. 39》(카토 모토히로/최윤정 옮김, 학산문화사, 2011) 11쪽


도서관인의 자기성찰보다 신분보장에 더 주의를 기울인 것은 약간 유감스럽다

→ 책숲일꾼 스스로 뉘우치기보다 자리지키기에 더 마음을 기울이니 안타깝다

→ 책숲지기로서 돌아보기보다 이름붙잡기에 더 마음을 기울이니 안타깝다

《한 권의 책》(최성일, 연암서가, 2011) 26쪽


무無의 도정道程인가, 무명인無名人의 발자취인가

→ 없는 길인가, 아무개 발자취인가

→ 길이 없는가, 누구 발자취인가

《시간의 목소리》(에두아르도 갈레아노/김현균 옮김, 후마니타스, 2011) 13쪽


갑자기 도시인 행세를 하며

→ 갑자기 서울내기로 굴며

《바라카몬 3》(요시노 사츠키/오경화 옮김, 대원씨아이, 2012) 36쪽


한국을 이미 몇 번 방문한 적이 있는 독일인 아저씨에게

→ 이 나라를 이미 찾아온 적이 있는 독일 아저씨한테

→ 이 땅에 이미 몇 걸음을 한 적이 있는 독일 아저씨한테

→ 이곳에 이미 온 적이 있는 독일 아저씨한테

《나는 영동사람이다》(유디트 크빈테른, 생각하는고양이, 2012) 62쪽


외계인의 몸은 아주 깡마른 다섯 살 아이의 몸 정도밖에 되지 않아서

→ 별사람은 몸이 깡마른 다섯 살 아이만큼밖에 되지 않아서

→ 별사람은 몸이 아주 마른 다섯 살 몸밖에 되지 않아서

→ 별사람은 몸이 깡마른 다섯 살 몸밖에 되지 않아서

《외계인 인터뷰》(로렌스 R.스펜서/유리타 옮김, 아이커넥, 2013) 71쪽


언론인의 펜은 두 마리의 개를 감시하라는 펜이지 아부하라는 펜이 아닙니다

→ 글바치는 두 마리 개를 지켜보라는 붓이지 알랑거리라는 붓이 아닙니다

→ 붓바치는 두 마리 개를 살펴보라는 글붓이지 굽실대라는 글붓이 아닙니다

《새로운 독재와 싸울 때다》(김인국·손석춘, 철수와영희, 2014) 94쪽


수신인 주소를 다 쓸 때쯤에는

→ 받는곳을 다 쓸 때쯤에는

《문》(나쓰메 소세키/송태욱 옮김, 현암사, 2015) 19쪽


그리스인들은 이 새롭게 획득한 기술을 이용하여 전승문학을 기록하기 시작했는데

→ 그리스사람은 이 새롭게 얻은 솜씨를 살려서 오래말꽃을 적었는데

→ 그리스사람은 이 새롭게 배운 솜씨를 살려서 옛이야기를 남겼는데

→ 그리스사람은 이 새롭게 받아들인 솜씨를 살려서 옛말꽃을 옮겼는데

《고대 그리스사》(토머스 R.마틴/이종인 옮김, 책과함께, 2015) 96쪽


정상인이든 정신병자이든 “당신은 미쳤소. 그러니 당신 이야기도 다 미친 거요.”라고 하면 대화할 여지가 없어진다

→ 안 미쳤든 미쳤든 “그대는 미쳤소. 그러니 그대 이야기도 다 미쳤소.”라고 하면 얘기할 틈이 없다

→ 안 돌았든 돌았든 “너는 미쳤소. 그러니 네 이야기도 다 미쳤소.”라고 하면 말할 사이가 없다

《행복하기를 두려워 말아요》(정은혜, 샨티, 2015) 67쪽


꿈의 가치를 망각한 현대인에게

→ 꿈빛을 잊은 오늘 우리한테

→ 값진 꿈을 놓은 오늘사람한테

《마음의 서재》(정여울, 천년의상상, 2015) 150쪽


아무리 예복을 몸에 걸치고 서양인 흉내를 내 봤자

→ 아무리 옷을 차리고 하늬녘사람 흉내를 내 봤자

→ 아무리 갖춘옷으로 하늬사람 흉내를 내 봤자

《강상중과 함께 읽는 나쓰메 소세키》(강상중/김수희 옮김, 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2016) 37쪽


직장인은 돈을 주고 물을 사는구나. 단란주점 같은 데도 가고 그러나요

→ 일꾼은 돈을 주고 물을 사는구나. 질펀가게 같은 데도 가고 그러나요

→ 일꾼은 돈을 주고 물을 사는구나. 노래술집 같은 데도 가고 그러나요

《일하지 않는 두 사람 3》(요시다 사토루/문기업 옮김, 대원씨아이, 2016) 12쪽


네 후견인이면서 박정한 녀석 같으니라고

→ 네 도움이면서 매몰찬 녀석 같으니라고

→ 네 돌봄이면서 무뚝뚝한 놈 같으니라고

《꿈의 물방울, 황금의 새장 7》(시노하라 치에/이지혜 옮김, 학산문화사, 2016) 132쪽


그 연배에서는 지식인 축에 속하는 사람이었습니다

→ 그 나이에서는 글물 축인 사람이었습니다

→ 그 또래에서는 먹물에 드는 사람이었습니다

→ 그 둘레에서는 글바치인 사람이었습니다

《재일의 틈새에서》(김시종/윤여일 옮김, 돌베개, 2017) 32쪽


반려인이 데리고 함께 산책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 길벗지기가 데리고 함께 마실을 할 수 있기에

→ 곁벗님이 데리고 함께 다닐 수 있어서

《반려견 응급처치 매뉴얼》(사토 타카노리/김주영 옮김, 단츄별, 2017) 6쪽


그녀를 에너지가 넘치는 열성적인 서점인이라고 말할 것입니다

→ 이분이 기운찬 책집지기라고 말하겠지요

→ 이이를 힘이 넘치는 책집지기라고 말합니다

→ 이녁이 힘찬 책집지기라고 말하겠지요

《서점을 둘러싼 희망》(문희언, 여름의숲, 2017) 14쪽


옛날얘기라도 장본인이 모르면 누가 아노

→ 옛날얘기라도 스스로 모르면 누가 아노

→ 옛날얘기라도 그이가 모르면 누가 아노

《박남옥, 한국 첫 여성 영화감독》(박남옥, 마음산책, 2017) 119쪽


한정된 자원을 탕진하고 있는 현대인과 견줘

→ 모자란 밑천을 거덜내는 요샛사람과 견줘

→ 조금 있는 밑감을 갉는 요즘사람과 견줘

《식물도시 에도의 탄생》(이나가키 히데히로/조홍민 옮김, 글항아리, 2017) 53쪽


주변인들이 재능을 질투한 나머지

→ 둘레에서 재주를 시샘한 나머지

→ 이웃들이 솜씨를 강샘한 나머지

《마사키의 빵 1》(야마하나 노리유키·타카하시 요시유키/김아미 옮김, 소미미디어, 2018) 19쪽


동물을 잃어버리면 반려인들은 머릿속이 하얘지고 공황 상태에 빠집니다

→ 길벗짐승을 잃으면 사람들은 머릿속이 하얗고 멍합니다

→ 길벗짐승을 잃으면 사람들은 머릿속이 하얗습니다

→ 길벗짐승을 잃으면 사람들은 머릿속이 하얘서 어쩔 줄 모릅니다

《너의 마음을 들려줘》(혜별, 샨티, 2018) 143쪽


당신은 극동인이죠?

→ 그대는 샛끝내기죠?

→ 너는 샛녘사람?

《노란 책, 자크 티보라는 이름의 친구》(타카노 후미코/정은서 옮김, 북스토리, 2018) 37쪽


‘내 삶의 주인은 나’라고 했을 때는 잘 와닿지 않았는데 ‘나는 생활인이다’라고 마음속으로 선언하는 것은 비교적 거리감이 없었다

→ ‘내가 삶지기’라고 할 때는 잘 안 와닿는데 ‘나는 살림꾼이다’라고 할 때에는 제법 와닿았다

→ ‘내가 삶을 짓는다’고 할 때는 잘 안 와닿는데 ‘나는 살아간다’라고 할 때에는 꽤 와닿았다

《동네 헌책방에서 이반 일리치를 읽다》(윤성근, 산지니, 2018) 10쪽


외지인으로 농촌사회에 빨리 안착하기 위해서 가장 먼저 익혀야 하는 것이

→ 바깥사람으로 시골에 빨리 자리잡으려면 가장 먼저 익히는 길이

→ 손님으로 시골마을에 빨리 섞이려면 가장 먼저 익히는

《회사를 해고하다》(명인, 삼인, 2018) 200쪽


외국인이라 하더라도 쿠바인들의 화폐인 모네다를 쓸 수 있으며

→ 이웃사람이라 하더라도 쿠바사람 돈인 모네다를 쓸 수 있으며

→ 다른나라 사람도 쿠바돈인 모네다를 쓸 수 있으며

《북한 여행 회화》(김준연·채유담, 온다프레스, 2019) 127쪽


인기인이 됐으니까 그런 거야

→ 사랑이가 됐으니까 그래

→ 별님이 되니까 그래

→ 꽃순이가 되어서 그래

《서커스의 딸 올가 2》(야마모토 룬룬/이은주 옮김, 대원씨아이, 2019) 31쪽


우연히 동석하게 된 5인의 만화가들

→ 얼결에 같이한 다섯 그림꽃쟁이

→ 문득 함께한 그림꽃지기 다섯

→ 어느새 나란히 앉은 그림꽃님 다섯

《좁은 세계의 아이덴티티 2》(오시키리 렌스케/허윤 옮김, 대원씨아이, 2019) 186쪽


소신 있는 언론인들이 쓴

→ 씩씩한 글님이 쓴

→ 꼿꼿한 글잡이가 쓴

→ 다부진 붓바치가 쓴

→ 곧은 붓지기가 쓴

《붉은 보자기》(윤소희, 파랑새, 2019) 6쪽


일본인 입맛에 맞추어 현지화하기보다는

→ 일본사람 입맛에 맞추기보다는

→ 일본사람 입맛에 따르기보다는

→ 일본사람 입맛대로 하기보다는

《미식탐정 2》(히가시무라 아키코/김진희 옮김, 애니북스, 2019) 61쪽


호텔 관리인이라면 누구나 투숙객을 안전하고 편안하게 유치하는 방법을 알고 있다

→ 길손채지기라면 누구나 손님을 걱정없이 아늑하게 모시는 길을 안다

→ 손님채지기라면 누구나 손님을 좋게 고이 보살필 줄 안다

《당당한 환자 생활》(버니 시걸·요시프 오거스트/문 실버만 옮김, 샨티, 2019) 23쪽


미국인 어머니와 중국인 아버지를 둔 혼혈이며

→ 미국 어머니와 중국 아버지를 두었으며

《태도가 작품이 될 때》(박보나, 바다출판사, 2019) 64쪽


미성년자 후견인 신청은 했어?

→ 푸름이 도움벗 얘기는 했어?

→ 푸른꽃 바라지는 얘기했어?

《위국일기 1》(야마시타 토모코/한나리 옮김, 대원씨아이, 2019) 153쪽


감자의 존재를 몰랐던 유럽인 중에는

→ 감자를 모른 하늬사람 가운데

《세계사를 바꾼 13가지 식물》(이나가키 히데히로/서수지 옮김, 사람과나무사이, 2019) 30쪽


현지인들이 사는 동네의 작은 골목으로 따라갔다

→ 마을사람이 사는 작은 골목으로 따라갔다

→ 이곳 사람이 사는 작은 골목으로 따라갔다

《나의 히말라야에게》(서윤미, 스토리닷, 2020) 40쪽


보잘것없는 사람들의 대변인처럼

→ 보잘것없는 사람들 목소리처럼

→ 보잘것없는 사람들 이야기처럼

→ 보잘것없는 사람들을 돕듯

《소중한 것들이 가만가만 말을 건다》(김화숙·이도담, 이새, 2020) 5쪽


페이소스라는 단어를 정치인의 입에서 듣게 될 줄은 몰랐다

→ 눈물이라는 낱말이 벼슬꾼 입에서 나올 줄은 몰랐다

→ 눈물꽃이라는 말을 감투꾼이 들려줄 줄은 몰랐다

→ 슬픔꽃이라는 낱말을 벼슬아치가 읊을 줄은 물랐다

→ 마음빛이라는 말을 감투잡이가 할 줄은 몰랐다

《좌파 고양이를 부탁해》(김봄, 걷는사람, 2020) 164쪽


동시인으로 살아온 지 어언 41년째입니다

→ 노래지기로 살아온 지 벌써 41해째입니다

《일어서는 물소리》(신현배, 도토리숲, 2020) 4쪽


그 자식은 관리인님이 1순위인 데다

→ 그 녀석은 돌봄님이 첫째인 데다

→ 그놈은 돌봄빛이 꽃등인 데다

《메종 일각 5》(타카하시 루미코/김동욱 옮김, 서울미디어코믹스, 2020) 160쪽


프랑스에서 특정인을 두고 간첩이다 아니다로 나라 전체의 여론이 격렬하게 양분되었던 사건이 있었습니다

→ 프랑스에서 누구를 두고 샛놈이다 아니다로 나라가 뜨겁게 갈린 적이 있습니다

→ 프랑스에서 아무개를 두고 샛잡이다 아니다로 나라가 확 엇갈린 적이 있습니다

《10대와 통하는 법과 재판 이야기》(이지현, 철수와영희, 2021) 135쪽


한국인은 그렇지 않다

→ 우리는 그렇지 않다

《모국어를 위한 불편한 미시사》(이병철, 천년의상상, 2021) 38쪽


채식주의자라는 단어보다 채식인이라는 표현을 많이 쓰기도 합니다

→ 풀밥바라기라는 말보다 풀밥이라는 이름을 흔히 쓰기도 합니다

《10대와 통하는 채식 이야기》(이유미, 철수와영희, 2021) 22쪽


상인이라 부르는 게 좋다

→ 장사꾼이라 하면 된다

→ 장사한다고 하면 된다

《나쁜 말 사전》(박효미·김재희, 사계절, 2022) 53쪽


지체장애인으로 보이는 여성이

→ 별님 한 분이

→ 절뚝거리는 사람이

《안으며 업힌》(이정임·박솔뫼·김비·박서련·한정현, 곳간, 2022) 18쪽


시각 장애인이라고 하는 게 좋다

→ 장님이다

→ 먼꽃이라 하면 된다

→ 감은눈이라 한다

《나쁜 말 사전》(박효미·김재희, 사계절, 2022) 61쪽


약식동원이 기본이라고 하는 홍콩인도 다들 자격증을 갖고 있는 건 아니잖아요

→ 살림밥을 바탕으로 삼는 홍콩사람도 다들 밑종이가 있지는 않잖아요

→ 밥이 살린다고 여기는 홍콩사람도 다들 빛종이가 있지는 않잖아요

《행복은 먹고자고 기다리고 1》(미즈나기 토리/심이슬 옮김, 서울미디어코믹스, 2022) 41쪽


소녀는 소년의 주변인으로 존재했다

→ 순이는 돌이 둘레에 있었다

→ 가시내는 머스마 곁을 맴돌았다

《우리에게 우주가 필요한 이유》(송수연, 문학동네, 2022) 20쪽


외계인이 지구를 닭의 행성으로 오해할 만해요

→ 별사람이 푸른별을 닭별로 여길 만해요

→ 별님이 푸른별을 닭별로 넘겨짚을 만해요

《키워드 기후위기 이야기》(이상수, 철수와영희, 2023) 34쪽


타고난 내향인인 나는 말하는 게 힘들다

→ 타고난 잠잠이인 나는 말하기가 힘들다

→ 타고난 얌전이인 나는 말이 힘들다

《엄마, 내향인, 프리랜서》(김민채, 취미는독서, 2023) 66쪽


3세이든 4세이든 고려인의 직계비속이기만 하면

→ 셋째이든 넷째이든 고려사람 핏줄이기만 하면

→ 석길이든 넉길이든 고려사람 한핏줄이라면

《10대와 통하는 생활 속 법률 문해력》(서창효와 네 사람, 철수와영희, 2024) 10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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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살림말 / 숲노래 책넋

2025.2.3. 우리한테 있는 빛



  요사이 들어 ‘살림’이라는 이름을 살려서 쓰는 이웃을 이따금 본다. 얼마 앞서(2025년 1월) 《살림문학》이라는 이름을 붙인 책이 나오기도 한다. ‘살림글’이라면, 한자말로는 이른바 ‘생활글·생활문학’일 텐데, 모든 살림이란 시골에서 논밭을 짓는 일부터 우리가 보금자리에서 맡는 모든 집안일부터 헤아린다.


  ‘우리한테 있는 빛’이라면, 먼먼 옛날부터 물려주고 물려받으면서 저마다 가꾼 ‘살림’이 있다고 느낀다. 오늘날에야 왼날개와 오른날개를 가르지만, 지난날에는 누구나 왼날개와 오른날개를 나란히 품고 헤아리면서 ‘온날개’로 하루를 그리고 짓는 온살림을 했다고 본다. 우리한테 왼손과 오른손이 있어서 살림을 빚거나 짓거나 가꾼다. 우리한테 왼발과 오른발이 있어서 기쁘게 거닐면서 이웃한테 마실한다.


  어쩐지 요즈음 자꾸 번지는 ‘극우·극좌’ 같은 이름은 그만 서로서로 미워하는 마음에 싫어하는 등돌림과 따돌림과 손가락질을 부추기는 밉말(혐오표현) 같다. 다 다른 사람을 끌어안자는 마음이 아름답다고 여기지만, 정작 걷는 길이 조금이라도 다르면 “넌 틀렸어!” 하고 윽박지르면서 가르치려고 드는 물결이 대단히 드세다. 날마다 싸움판 같다.


  틀림없이 “넌 틀렸어!” 하고 말할 만한 자리까지도 ‘그들’이 하려는 말을 가만히 귀담아듣는 길부터 걸어야지 싶다. 그들이 하려는 말을 하나하나 새기고 짚으면서 ‘함께 배울 살림’을 이야기로 들려줄 수 있다고 본다. 처음부터 “넌 틀렸어!” 하고 딱 끊을 적에는 아무 어깨동무(평등)를 못 이룬다. 아무 살림도 못 나누는 담벼락을 그들뿐 아니라 우리부터 높고 단단하게 세우는 굴레이지 싶다.


  ‘우리한테 있는 빛’이라면, 모름지기 ‘살림’ 하나와 ‘사랑’ 둘이 있다. 살림과 사랑을 심고 가꾸는 ‘두손’이 있다. 살림과 사랑을 나란히 바라보는 ‘두눈’이 있다. 살림과 사랑을 함께 그리고 펴는 ‘두다리’가 언제나 있다. 여기에 하나를 더 꼽는다면, 눈으로 보든 못 보든 살림과 사랑으로 피어나는 꿈을 그리면서 날아오를 ‘두날개’가 가만히 있다.


ㅍㄹㄴ


※ 글쓴이

숲노래·파란놀(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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