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어제책 / 숨은책읽기
숨은책 1016
《예언자》
칼릴 지부란 글
함석헌 옮김
생각사
1979.11.5.첫/1980.10.10.2벌
2000년 언저리만 해도 1980년 언저리에 나온 책이라면 새책집에서 어렵잖이 보았고, 1960년 즈음 나온 책을 헌책집에서 값싸게 살 수 있었습니다. 2020년을 넘어서니 1960년 무렵에 나온 책은 값이 껑충 오르고, 1980년 앞뒤로 나온 책이 차츰 씨가 마릅니다. 2000년 둘레에 ‘함석헌 님이 옮긴 《예언자》’ 옛판을 심심찮게 만났고, 여러 이웃님한테 책드림을 했습니다. 1960년에 처음 옮긴 뒤에 여러 곳에서 새로 냈는데, 1979년판은 작고 가볍습니다. 함석헌 님이 아니어도 《예언자》는 숱한 곳에서 숱한 사람이 한글판으로 옮겼습니다. 다들 오래말 한 마디를 귀담아들으며 배우려는 뜻이었으리라고 봅니다. 미움씨나 불씨가 아닌 꿈씨에 사랑씨를 심어서 나눌 말씨를 그리려 했을 테지요. 모든 바보스러운 멍청짓은 꾸중으로는 못 바로잡습니다. 언제나 사랑말씨 한 톨로 다독여서 바보나 멍청이 스스로 풀어내어 바로서라고 타이를 수 있을 뿐입니다.
ㅍㄹㄴ
꿀 먹은 사람은 벙어리가 되어도 좋아도, 독을 삼킨 사람은 큰 소리로 토하여야 할 것이다 … 맘이 다 깨끗해진 다음에 말하려다가는 혼이 질려 말라 버리겠더라. (17쪽/옮긴 사람 말)
그는 글을 다듬은 것이 아니라, 제 혼을 다듬은 것이다. (29쪽/옮긴 사람 말)
이리하여 나는 이 글을 우리 말로 옮겼다. 군인에게도, 학생에게도, 농사꾼에게도, 엉터리 장사꾼에게도, 깡패에게도, 사창굴의 짓밟힌 꽃에게도, 철창 밑에 매이는 승냥이에게도 다 한 권씩 주고 싶어서, 그들도 내 마음일 것만 같아서. 이제 보니 미운 사람 못쓸 사람은 하나도 없어라. (31쪽/옮긴 사람 말)
너희 마음을 서로 주라. 그러나 서로 아주 내맡기지는 말라. 오직 한삶의 손만이 너희 맘을 간직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같이 서되 너무 가까이는 말라. 성전의 기둥은 서로 떨어져 서는 것이요. 참나무, 사이프러스는 서로서로의 그늘 밑에서는 자라지 않는 법이다. (47쪽)
너희는 저들에게 너희 사랑을 주라. 그러나 너희 생각을 주려고는 말아라. 저들은 저들의 생각이 있기 때문이다. 너희는 저들의 몸에 집을 주어라. 그러나 그 혼에까지 주려고는 말아라. (48쪽)
너희가 너희 가진 것에서 줄 때 그것은 주었다 할 수 없다. 참으로 줌은 너희가 너희 자신을 주는 때다. (50쪽)
먼저 네가 줄 자격이 있나, 주는 그릇이 될 수 있나를 물어 보아라. (52쪽)
너희가 만일 쌀쌀한 맘으로 빵을 굽는다면, 너희는 사람의 주림을 반 밖에 못 채우는 쓴 빵을 굽는 것이요. (59쪽)
너희 고통의 대부분은 너희 스스로 고른 것이다. 그것은 너희 속의 의사가 너희 병든 몸을 고치는 쓴 약이다. (83쪽)
사람의 필요는 변하나 그 사랑은 변함이 없는 것이요, 사랑의 필요를 채워 주기를 바라는 그 마음도 변함이 없는 것이다. (114쪽)
드나드는 숨의 결을 만일 너희가 본다면 너희는 다른 모든 것을 보기를 그칠 것이요, 꿈의 속삭이는 소리를 만일 너희가 듣는다면 너희는 다른 모든 것을 듣기 싫어할 것이다. (123쪽)
※ 글쓴이
숲노래·파란놀(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