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르는 남매 5
츠부미 모리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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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그림꽃 / 숲노래 만화책 . 만화비평 2025.2.5.

책으로 삶읽기 989


《구르는 남매 5》

 츠부미 모리

 장지연 옮김

 학산문화사

 2024.12.25.



《구르는 남매 5》(츠부미 모리/장지연 옮김, 학산문화사, 2024)을 읽었다. 서로 다른 두 아이가 한집안에서 사랑을 찾아가려는 살림살이를 아주 천천히 느끼고 배우는 나날을 그린다. 닷걸음에서는 여름놀이 이야기를 다룬다.


그냥 살림집에는 ‘엄마아빠 누나오빠 동생’ 누구나 ‘똑같은’ 뒷간을 쓴다. 집에 뒷간이 하나여도 누가 무어라 안 할 뿐 아니라, 가릴 까닭이 없다. 한집안이니까 ‘하나인 뒷간’이다. 온갖 사람이 뒤섞인 바깥(사회)에서는 한집안과 다르기에 뒷간을 나눈다. 바깥에서 사람들이 어울릴 적에는 이곳이건 저곳이건 그저 알맞게 나눈다. 따돌림(차별)을 하려고 나누지 않는다. 서로 한결 즐거우면서 알맞게 어울리려고 가볍게 나눌 뿐이다. ‘살림집 한집안 뒷간’에서는 누구나 똑같이 쓰더라도 모든 때와 곳에서 ‘똑같이’ 쓰거나 칸칸이 갈라야 한다면, 그저 ‘똑같이’ 밀어붙이는 몸짓이야말로 따돌림이게 마련이다. 바름(공정·정의)이란 무엇일까? 다 다른 때와 곳을 살피고 맞춰서 다 다르게 가누고 나누면서 어깨동무를 할 줄 알아야 ‘바름’이지 않을까? 다르기에 다른 줄 받아들이고, 나란하기에 나란히 누리면서, 모든 마음을 스스럼없이 주고받는 길이 바로 ‘바름’이라고 느낀다. 오늘날에는 어쩐지 ‘바른길’이나 ‘바른말’보다는 “이렇게 해야만 바르다”고 여기는 외침만 너무 많지 싶다. 살림을 집에서 안 하기에 마을과 나라에서도 살림을 잊은 채 ‘가름(갈라놓기)’만 하려는 몸짓이 넘친다.


ㅍㄹㄴ


“나 배고파. 가급적 빨리 차려 줘. 배 많이 고프니까.” “너도 거들어. 점심 준비.” (5쪽)


“숲의 맛이 나거든. 너도 해 봐.” (85쪽)


“나 있지, 여름방학 끝나면 저, 전학 가. 엄마랑 아빠가 헤, 헤어져서, 난 엄마 쪽으로 가게 됐어.” (99쪽)


‘나, 훌륭하진 않지만 건강히 잘 지내고 있어. 그러니까 안심해.’ (172쪽)


#森つぶみ #?がる姉弟


+


있는 건 다 때려넣는다

→ 있는 대로 때려넣는다

→ 있으면 다 때려넣는다

32


다 함께 최고의 추억을 만들어 봅시다

→ 다함께 즐겁게 하루를 새겨 봅시다

→ 다함께 멋지게 하루를 놀아 봅시다

42


호오∼ 그건 좀 기대된다∼

→ 호오! 그럼 좀 궁금하다!

→ 호오! 그럼 좀 설렌다!

45


불타는 석양이라는 게 바로 이런 거구나

→ 불타는 노을이란 바로 이렇구나

→ 오늘이 불타면 바로 이렇구나

76


숲의 맛이 나거든

→ 숲맛이 나거든

85


애들이 중요한 얘기를 하는데, 배드 캠프가 됐네

→ 애들이 깊이 얘기를 하는데, 어둠 들하루 됐네

→ 애들이 뜻깊이 얘기하는데, 까만 들살림 됐네

103


여기 있는 단란한 공간에서

→ 여기 있는 따스한 곳에서

→ 여기 있는 아늑한 데에서

142


※ 글쓴이

숲노래·파란놀(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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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하고 문화적인 최저한도의 생활 2
가시와기 하루코 지음, 고현진 옮김 / 문학동네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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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그림꽃 / 숲노래 만화책 . 만화비평 2025.2.5.

만화책시렁 716


《건강하고 문화적인 최저한도의 생활 2》

 가시와기 하루코

 고현진 옮김

 문학동네

 2024.1.9.



  아기는 어버이하고 마음을 소리로도 나누고 싶기에, 문득 어버이 말씨를 알아듣고서 말마디를 내놓을 수 있다고 느낍니다. 아직 낯선 이웃이기에, 이웃이 쓰는 말을 귀담아들으면서 천천히 이웃말에 우리 마음을 맞추면서 하나하나 눈과 귀와 입을 틀 테지요. 《건강하고 문화적인 최저한도의 생활 2》을 읽고서 우리나라 벼슬꾼(공무원)을 돌아봅니다. 참하고 착한 벼슬꾼이 있고, 시시껄렁하고 죽치는 벼슬꾼이 있습니다. 그런데 벼슬꾼이 좀 지나치게 많습니다. 서울이나 큰고장은 벼슬꾼이 알맞다고 여길 만하지만 시골은 넘치도록 벼슬꾼이 많습니다. 이 그림꽃에 나오는 ‘복지계 새내기 아가씨’는 두바퀴(자전거)를 달리면서 일합니다만, 오늘날 이렇게 두바퀴를 달리는 벼슬꾼은 거의 못 봅니다. 다들 쇳덩이(자가용)를 몰아요. 다만, 하나는 알아둘 노릇입니다. 벼슬꾼이라서 좋거나 나쁘지 않아요. 논밭지기라서 훌륭하거나 안 훌륭하지 않아요. 스스로 사랑이라는 마음으로 일하는 사람이라면 어느 자리에서나 사랑스럽고 아름답습니다. 그리고 우리나라 벼슬꾼은 ‘공무원이라는 자리에 앉기’ 앞서까지 ‘바깥일이나 바깥살림을 제대로 마주한 나날’이었다고 여기기 어렵습니다. ‘국회의원·대통령·장관’에다가 적잖은 글꾼(작가·기자)도 비슷합니다. 어린날부터 ‘대학교를 마쳐서 일자리를 얻는 날’까지 집안일이나 마을살림이나 들숲길을 어느 만큼 품어 보았을까요?


ㅍㄹㄴ


“그분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세요. 전 남편의 폭력에 시달리며 받은 상처, 두 아이를 책임져야 한다는 불안, 생활보호비를 받는 것에 대한 자괴감, 일해야 한다는 세간의 압박, 잠은 안 오고, 밥도 제대로 못 먹고, 체력이 떨어지니 가사나 육아도 제대로 할 수 없는 상황이죠.” (17쪽)


“그렇다고 처음부터 얘기해 줬으면 대처를 했을 텐데.” “구리하시 씨. 그것 때문에 지금까지 계속 사람들한테 속고 놀림받고, 괴롭고 억울한 경험을 너무 많이 했을 거야. 그런 일은 쉽게 꺼낼 수 있는 얘기가 아니지 … 여기에 오기 전에도 속아서 일을 했다가, 월급을 받지 못해서 아키타현부터 걸어서 상경했다 하더군.” (58, 59쪽)


“확인도 안 하고 아르바이트를 권유하는 것은 무책임한 행동이에요. 최악의 경우 정학을 받을 수도 있어요.” (138쪽)


“제대로 한 일이 하나도 없네. 그 상황에서 어떤 말을 하는 게 좋았을까? 긴야 군의 마음을 생각한다면.” “아니, 딱히. 잘못한 건 없어.” (182쪽)


#健康で文化的な最低限度の生活 #ケンカツ #柏木ハルコ 


+


《건강하고 문화적인 최저한도의 생활 2》(가시와기 하루코/고현진 옮김, 문학동네, 2024)


그런 행동들이 상대를 불안하게 만들 수도 있습니다

→ 그렇게 하면 그쪽이 걱정할 수도 있습니다

→ 그처럼 굴면 그분이 덜덜댈 수도 있습니다

16쪽


어쨌든 지금은 체력을 비축해야 합니다

→ 어쨌든 이제는 힘을 모아야 합니다

→ 어쨌든 이제는 몸을 아껴야 합니다

62쪽


간병에 아르바이트에 두 아이 양육까지

→ 돌보고 곁일에 두 아이까지

87쪽


조금은 정상참작 해줄지도 몰라요

→ 조금은 헤아려 줄지도 몰라요

→ 조금은 보아줄지도 몰라요

→ 조금은 살펴줄지도 몰라요

130쪽


※ 글쓴이

숲노래·파란놀(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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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 호텔 1
마키 히로치 지음, 마로 원안 / 시리얼(학산문화사)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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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그림꽃 / 숲노래 만화책 . 만화비평 2025.2.5.

만화책시렁 718


《나 혼자 호텔 1》

 마로 글

 마키히로치 그림

 나민형 옮김

 시리얼

 2024.4.25. 



  오늘 우리가 살아가는 터전은 “누구 것(소유)”인 적이 없고, 앞으로도 “누구 것”이라고 할 수 없다고 느낍니다. 이 별은 “사람 것”만이라고 할 수 없어요. 사람도 살고, 사람인 나도 살고, 사람인 너도 살고, 풀벌레와 새와 지렁이와 벌나비도 살고, 풀과 꽃과 나무도 살아요. 바람이 지나가고 비가 내립니다. 눈이 날리고 구름이 흘러요. 모두 어우러지는 터전인 줄 제대로 바라보고 받아들이는 마음으로 나아갈 수 있다면, 서울 한복판도 시골 한켠도 앞으로는 아름살림으로 거듭날 만하리라고 봅니다. 《나 혼자 호텔 1》를 읽다가 덮었습니다. 요사이에 ‘호캉스’라는 말이 꽤 퍼지는 듯싶은데, “나 혼자 길손채”를 누리려는 까닭은 너무나 알기 쉽습니다. “집이 마음에 안 들”고 “일자리가 마음에 들지만 너무 힘들”거든요. 집이 마음에 안 들기에 느긋하게 못 쉽니다. 일자리가 힘들지만 마음에 드는 터라 어찌저찌 끊지 못 합니다. 그러니 아주 아무것도 마음을 안 쓰면서 그저 드러누워서 멍하니 손을 놓을 쉼터를 바라고 말아요. “남이 지어서 차리는 밥”을 가장 맛있다고 여기고, “남이 다 치워 주는 곳”이 가장 호젓하다고 여기고, “남이 꾸며 놓은 데”가 가장 멋스럽다고 여기면서, “스스로 살림짓기를 등지는 하루”이기에 ‘집밖’으로 떠도는데, 이 ‘집’을 정작 들숲바다나 골목에 못 둡니다.


ㅍㄹㄴ


“아아∼. 너무 행복해. 깨끗한 방, 갓 세탁한 시트, 나만의 공간. 이제 한 발짝도 방에서 나가고 싶지 않으니까 룸서비스 시켜야지. 와아∼. 크로켓 맛있겠다―. 일 열심히 했으니까 오늘은 샴페인 마시자∼.” (33쪽)


‘31세에 남친 없고 일은 점점 즐거워지는 중이다. 좋아하는 옷을 입을 수 있고, 가고 싶은 곳에 갈 수 있고, 먹고 싶은 걸 먹을 수 있는, 굉장한 자유.’ (39쪽)


‘타케다성 산자락에 짓거나 닌자 거리의 저택을 사용하거나, 매번 재미있는 장소에 만든단 말이지∼.’ (48쪽)


#おひとりさまホテル

#まろ #マキヒロチ


+


《나 혼자 호텔 1》(마로·마키히로치/나민형 옮김, 시리얼, 2024)


여행 마지막날 체크아웃을 하고 집으로 돌아가는 순간 늘 생각했다

→ 나들이 마지막날 나오고서 집으로 돌아갈 적에 늘 생각했다

→ 마실길 마지막날 비우고서 집으로 돌아갈 즈음 늘 생각했다

6쪽


많이 좋아졌어

→ 많이 나았어

17쪽


써본 적 없는 어메니티에 텐션도 올라가고∼!

→ 써본 적 없는 꾸러미에 목소리도 올라가고!

→ 써본 적 없는 살림살이에 목청도 올라가고!

32쪽


31세에 남친 없고 일은 점점 즐거워지는 중이다

→ 31살에 사내 없고 일은 즐겁다

→ 31살에 짝꿍 없고 일은 더 즐겁다

39쪽


완식! 잘 먹었습니다!

→ 끝! 잘 먹었습니다!

→ 마감! 잘 먹었습니다!

105쪽


※ 글쓴이

숲노래·파란놀(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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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의 지배자들 - 우주론의 새로운 패러다임
존 보슬로 지음, 이충호 옮김 / 새길아카데미 / 201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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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숲책 / 환경책 읽기 2025.2.5.

숲책 읽기 233


《스티븐 호킹의 우주》

 존 보슬로우

 홍동선 옮김

 책세상

 1990.9.10.



  눈으로 보더라도 안 믿는 사람이 많습니다. 왜 그럴까요? 이미 마음속에 “스스로 믿는 바”가 있거든요. “스스로 믿는 바”하고 어긋나거나 틀리거나 엉뚱하도록 다른 모습을 눈앞에서 지켜본들, “스스로 새길을 열려는 마음으로 바꾸지” 않는다면 꼼짝을 안 합니다.


  눈앞에서 안 보더라도 받아들이는 사람이 많지는 않으나 꾸준히 있습니다. 눈앞에서 안 보았는데 어떻게 받아들일까요? 이미 마음을 “스스로 활짝 열고서 사랑으로 바라보려는 눈빛”이거든요. “스스로 사랑으로 바라보는 눈빛”일 적에는, 이이한테 누가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 적에 참인지 거짓인지 아름빛인지 눈속임인지 이내 알아차립니다.


  눈으로 보더라도 안 믿는 사람을 바꾸거나 돌려세울 수는 없습니다. 이미 스스로 딱딱하게 굳은 마음을 어느 누구도 못 건드리고 못 깹니다. 다만 “돌덩이 마음을 스스로 붙잡은 사람”을 햇볕과 별빛처럼 부드러이 타이르고서 지나갈 수 있습니다. 그저 이이한테 참사랑과 아름빛을 보여주고서 “네가 스스로 알아서 하렴” 하는 말 한 마디를 남길 수 있어요.


  《스티븐 호킹의 우주》를 오랜만에 다시 읽었습니다. 열여섯 살에 인천 〈대한서림〉에서 서서읽기를 했고, 그 뒤로 까맣게 잊다가 모처럼 찬찬히 짚어 보고서 ‘오늘(2025년)’ 열다섯 살인 작은아이한테 건네었어요. 작은아이한테 책을 건네면서 “네가 못 알아들을 대목이 있을 텐데, 못 알아들었으면 한 벌 다시 읽으면 되고, 다시 읽어도 못 알아듣겠으면 엄마아빠한테 물어봐.” 하고 보태었어요.


  “알고 보면” 우리 둘레에는 우리가 모를 일이란 없습니다. “모르고 보면” 우리 둘레에는 온통 모르거나 알쏭달쏭으로 가득합니다. 우리는 두 가지를 살필 노릇입니다. ‘배우’려고 마음을 품은 사람은, 여태까지 보거나 듣거나 겪은 바가 없어도 스스럼없이 보고 듣고 겪으면서 받아들입니다. ‘안 배우’려는 마음이자 몸짓인 사람은, 여태까지 숱하게 보거나 듣거나 겪었어도 스스로 가로막거나 닫아걸면서 안 받아들입니다.


  스티븐 호킹은 대단하지도 안 대단하지도 않은 사람입니다. 스티븐 호킹은 옳지도 안 옳지도 않은 사람입니다. 스티븐 호킹은 그저 스스로 보고 듣고 겪고 생각하며 알아낸 대로 말을 하고서 길을 찾으려는 사람입니다. 이 대목을 바라보고 받아들인다면, 우리는 누구나 스티븐 호킹한테서 배울 수 있을 뿐 아니라, 이이하고 이야기도 하고 이이를 ‘가르칠’ 수도 있습니다.


  “많이 알기”에 가르치지 않습니다. 스티븐 호킹은 “스티븐 호킹으로서 살아온 바”를 알 뿐이기에, “먼나라 아무개가 살아온 나날”은 하나도 모를 뿐 아니라 어림조차 못 합니다. ‘배우다·가르치다’란 높거나 낮은 사이를 나타내지 않습니다. ‘배우다·가르치다 = 주고받다’인 얼거리입니다. 듣기만 할 적에는 못 배워요. 듣고서 말을 해야 배웁니다. 말을 하기만 해도 못 가르칩니다. 말을 하고서 들어야 비로소 가르칩니다.


ㅍㄹㄴ


몇 십년 뒤에 스티븐 호킹은 이렇게 응수했다. “하느님은 주사위 놀이를 할 뿐만 아니라, 때로는 찾아낼 수도 없는 곳에 주사위를 던진다.” (63쪽)


네덜란드 천문학자 빌렘 데 지터(1872∼1934)는 이미 그 방정식을 둘러싼 문제점을 해결해 두고 있었다. 우주는 늘어나지 않으면 줄어들고 있으며, 결코 가만히 있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65쪽)


바로 이와 같이 예측할 수 없는 요인으로 말미암아 아인슈타인은 양자역학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 그는 우주를 질서정연하고 예측가능한 장소로 보려는 고집을 버리지 않았다 … 양자역학에 따르면, 아원자계, 나아가서는 원자의 세계를 넘어서도 인간의 지성이 규정하기 이전에는 독립된 구조가 전혀 없음을 암시하고 있다. (80쪽)


“어느 개념에 훌륭한 이름을 붙이는 작업은 대단히 중요합니다.” 그가 잠시 과학용어와 심리학적 측면을 들먹이며 입을 열었다. “…… 우주에 대한 인간의 두려움을 멋지게 그리고 있다고 할 거예요.” (94쪽)


급속히 성장하는 젊은 우주는 물질의 밀도가 대단히 높아서 블랙홀과 마찬가지로 제물에 무너져내릴 수 있었다. 혹은 물질이 너무 얇게 펼쳐져 은하계로 덩어리질 수 없었고, 우주공간을 그냥 흘러갈 수밖에 없었다. 사실 우주팽창에는 놀랄 만큼 정밀한 조절이 필요했다. (149쪽)


설사 완전한 통일이론에 도달한다고 하더라도 제일 단순한 상황이 아니라면 상세하 예측을 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172쪽)


그 방향은 인간정신이 지시해야 합니다. 그러나 현재의 컴퓨터 발달속도의 연장선상에서 생각해 보면, 컴퓨터가 이론 물리학자의 자리를 물려받을 가능성은 결코 적지 않습니다. (196쪽)


#Masters of time #John Boslough 

#Cosmology At The End Of Innocence

#Stephen Hawking's Universe

《시간의 지배자들》(존 보슬로/이충호 옮김, 새길아카데미, 1995/2012)


※ 글쓴이
숲노래·파란놀(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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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우리말

얄궂은 말씨 1634 : 우선순위 에너지 위 데 집중


씨는 닻을 내리자마자 우선순위를 바꿔, 모든 에너지를 위로 뻗어올라가는 데에 집중한다

→ 씨는 닻을 내리면 일머리를 바꿔, 온힘을 줄기에 쏟는다

→ 씨는 닻을 내리자마자 하늘로 뻗어가려고 한다

→ 씨는 싹트자마자 하늘로 뻗는다

→ 씨는 싹트자마자 하늘을 바라본다

《랩걸》(호프 자런/김희정 옮김, 알마, 2017) 96쪽


꾸밈말을 곁들여야 말이 빛나지 않습니다. 이모저모 빗대는 말씨를 잔뜩 꾸미기에 말이 남다르지 않아요. 그저 이 삶을 이 눈으로 바라보는 대로 그리기에 빛나는 말이고 말빛이고 말씨입니다. 씨는 싹트자마다 하늘로 뻗어요. 이뿐입니다. 씨는 싹트면 이내 하늘을 봅니다. 이뿐이에요. 씨앗을 씨앗으로 마주하는 눈길이기에 글결도 말결도 푸르게 가다듬을 수 있습니다. ㅍㄹㄴ


우선순위(優先順位) : 어떤 것을 먼저 차지하거나 사용할 수 있는 차례나 위치

에너지(energy) : 1. 인간이 활동하는 근원이 되는 힘 2. [물리] 기본적인 물리량의 하나. 물체나 물체계가 가지고 있는 일을 하는 능력을 통틀어 이르는 말로, 역학적 일을 기준으로 하여 이와 동등하다고 생각되는 것, 또는 이것으로 환산할 수 있는 것을 이른다. 에너지의 형태에 따라 운동, 위치, 열, 전기 따위의 에너지로 구분한다

집중(集中) 1. 한곳을 중심으로 하여 모임. 또는 그렇게 모음 2. 한 가지 일에 모든 힘을 쏟아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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