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게 휘두르며 4
히구치 아사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200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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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듬읽기 / 숲노래 글손질 2024.12.19.

다듬읽기 247


《크게 휘두르며 4》

 히구치 아사

 설은미 옮김

 학산문화사

 2005.9.25.



  오늘날 우리가 누리는 여러 가지를 보면 ‘일본사람이 지은 말’이 무척 많습니다. 일본말인 줄 알면서 그냥 쓰는 사람이 있고, 이제 와서 어떻게 새말을 짓느냐고 나무라는 사람이 있고, 일본말인 줄 여태 몰랐다는 사람이 있습니다. 새롭게 짓거나 엮거나 배우기란, 언제나 처음에만 고비를 맞습니다. 고비를 넘으면 이다음부터 수월하지요. 어린이는 모든 말이 낯설면서 새롭습니다. 우리가 ‘이미 온갖 말이 익숙한 나이든 사람 눈높이’가 아닌 ‘이제 모든 말을 새로 익힐 어린이 눈높이’로 보려고 한다면, 모든 말을 우리 나름대로 쉽고 알맞으며 넉넉하게 짓고 엮을 수 있습니다. 이웃나라 일본도 제 나라 어린이를 헤아려서 숱한 말을 어마어마하게 지었어요. 《크게 휘두르며》는 ‘야구’를 바탕으로 줄거리를 폅니다. 그냥 일본말일 ‘야구’인데, ‘나이든 사람’끼리 머리를 맞대서는 길을 못 냅니다. 어린이 스스로 공과 방망이와 주머니를 놓고서 놀며 생각하자고 하면 길을 낼 만합니다. 무엇보다도 ‘들(필드)’에서 하는 공놀이입니다. ‘들공’인 셈입니다. 이러면서 공을 치거나 때려요. ‘공치기’입니다. 공으로 하는 놀이가 여러모로 비슷하다지만, 하나씩 자리를 잡으려고 하면 말길도 새록새록 찾아나설 만하리라 봅니다.


ㅅㄴㄹ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낙제를 피해야 해

→ 그러자면 먼저 안 떨어져야 해

→ 그러려면 먼저 미끄덩을 말아야 해

《크게 휘두르며 4》(히구치 아사/설은미 옮김, 학산문화사, 2005) 43쪽


공 찾는 시간이 엄청 짧아졌어

→ 공 찾는 틈이 엄청 짧아

→ 공을 일찍 찾아

《크게 휘두르며 4》(히구치 아사/설은미 옮김, 학산문화사, 2005) 109쪽


베이스에서 2∼3보 떨어져 리드하고 있는 장면

→ 칸에서 2∼3걸음 떨어져서 끄는 모습

→ 자리에서 2∼3발 떨어져서 가는 대목

《크게 휘두르며 4》(히구치 아사/설은미 옮김, 학산문화사, 2005) 131쪽


화낸 거 아냐. 목소리에 노기가 섞여 있지 않은걸

→ 성내지 않았어. 목소리에 성이 안 섞였는걸

→ 부아 아니야. 목소리에 부아가 안 섞였는길

《크게 휘두르며 4》(히구치 아사/설은미 옮김, 학산문화사, 2005) 156쪽


자비로 사신 거야?

→ 손수 사셨어?

→ 혼벌이로 사셨어?

《크게 휘두르며 3》(히구치 아사/설은미 옮김, 학산문화사, 2005) 10쪽


다른 포지션도 움직여야 하니까

→ 다른 자리도 움직여야 하니까

→ 다른 곳도 움직여야 하니까

《크게 휘두르며 3》(히구치 아사/설은미 옮김, 학산문화사, 2005) 131쪽


역시 성장통이 맞았다며 여름에도 계속 던지게 했는데

→ 자람앓이가 맞다며 여름에도 내처 던지라 했는데

→ 자람앓이 맞다며 여름에도 그대로 던졌는데

《크게 휘두르며 3》(히구치 아사/설은미 옮김, 학산문화사, 2005) 200쪽


얕보지 않는 점은 요주의 사항이지만 힘이 들어갔다면 요리하기 쉽다

→ 얕보지 않으니 들여다봐야 하지만 힘이 들어갔다면 다루기 쉽다

→ 얕보지 않으니 살펴야 하지만 힘이 들어갔다면 주무르기 쉽다

《크게 휘두르며 2》(히구치 아사/설은미 옮김, 학산문화사, 2005) 14쪽


녀석한테는 그게 최고일 거란 생각이 드니까

→ 녀석한테는 그래야 한다고 생각하니까

→ 녀석은 그 길이 으뜸이라고 생각하니까

《크게 휘두르며 2》(히구치 아사/설은미 옮김, 학산문화사, 2005) 40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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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어제책 / 숨은책읽기 2024.12.19.

숨은책 1003


《敎養新書 15 敎育論》

 B.럿셀 글

 유석진 옮김

 신양사

 1958.10.10.첫/1959.8.15.재판



  2024년에 어느덧 쉰 해라고 하는 길을 헌책집지기로 살아온 〈아벨서점〉 일꾼입니다. 헌책집은 새책집하고 다른데, 모든 책시렁이 고르지요. 새책집은 잘팔리는 책을 돋보이는 자리에 놓는다면, 헌책집은 그냥 똑같이 책시렁에 둡니다. 헌책집에서는 똑같은 책을 서넛이나 열이나 서른씩 팔지 않아요. 새책집이라면 꽃보람(노벨문학상)을 받은 책을 하루에 즈믄(1000)을 훌쩍 팔아치울 수 있으나, 헌책집에서는 꽃보람을 받은 책이건, 쉰 해 동안 아직 손이 안 탄 책이건 똑같이 ‘하나’를 ‘한 사람’한테 내놓고 잇습니다. 《敎養新書 15 敎育論》이 보여서 문득 집어듭니다. 〈아벨서점〉이라는 책집을 처음 드나든 1992년 어느 날 얼핏 만나서 읽고는 제자리에 꽂은 적이 있다고 떠오릅니다. 예전 책은 아마 누가 사갔을 테고, 이날 만난 책은 새로 들어왔을 테지요. 조그마한 책은 서른 해도 묵고 일흔 해 즈음 묵기까지 합니다. 1958년에 작은책 한 자락조차 장만하기 힘든 분이 수두룩했을 텐데, 주머니를 털어 이 책을 사읽고서 가슴으로 품은 분이 있어요. 커다랗고 묵직한 판은 어림조차 못 하던 가난살림 배움이한테 이바지한 주머니책이요 손바닥책이고 들꽃책이니, ‘손꽃책’이라고 이름을 살며시 붙여 봅니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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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어제책 / 숨은책읽기 2024.12.19.

숨은책 1001


《神父님 힘을 내세요》

 죠반니노 과레스끼 글

 김명곤 옮김

 백제

 1980.8.1.



  2001년 어느 날 《신부님 우리들의 신부님》이라는 묵은책을 읽자니, 옆에서 일터지기님이 “어머, 너 그 책을 어떻게 아니?” 하고 묻습니다. 1970해무렵 글결을 살피려고 읽는다고 시큰둥히 대꾸했습니다. 일터지기님은 “그 ‘백제’라는 곳 말이야, 우리 집 옆에 있었어.” 하면서 말을 잇습니다. “처음부터 출판사를 할 뜻은 아니었고 신문기자였는데, 술을 잔뜩 먹고 집으로 돌아가는 택시에서 ‘박정희 ○○○!”라고 외쳤더니, 택시일꾼이 집이 아니라 경찰서 앞에 던져놓았다지. 택시일꾼은 경찰더러 ‘여기 간첩 데려왔습니다!’ 했다더라. 끝내 그 한 마디 때문에 기자를 그만둬야 했는데, 어떻게 살아야 할까 하다가 출판사를 차렸어.” 하시더군요. 나중에 윤구병 씨까지 붙어서 “그 책 있잖아, 처음에 내가 한창 옮겼는데, 옆에 김명곤이라고 그때는 가난한 연극지망생인데, 하도 굶고 다녀서, ‘야, 명곤아, 네가 이 책 옮겨라. 그럼 조금이라도 돈을 받는다.’ 하고 넘겨줬어. 그런데 이 책이 엄청 팔렸네. 명곤이한테 안 주고 내가 번역을 끝냈으면 내가 돈을 만졌을 텐데.” 하더군요. 해묵은 수다요, 철지난 얘기일 테지만, 책마을 귀퉁이에 있던 발자국이라고 느낍니다. 그나저나 김명곤 씨는 여러모로 이름을 날리다가 2024년에 엉큼짓(성추행)이 드러납니다. 돈·이름·힘을 거머쥔 끝은 낭떠러지인가 봅니다. 1980년에 이녁이 남긴 글줄을 돌려주고 싶습니다.


ㅅㄴㄹ


그동안 우리는 많은 격변을 겪었다. 마치 돈 까밀로와 빼뽀네네 마을서 일어나는 일처럼 말이다. 그런 면에서 우리는 이 희극적이고 암시적인 소설 《神父님 힘을 내세요》를 잘 읽어볼 필요가 있겠다. 이 책도 제1권처럼 끊임없는 극단적인 대결과 화해의 연속이다. 그렇지만 마지막에 가서는 인정과 사랑과 소박함이 항시 잠복해 있다. 그것이 우리를 즐겁게 해준다 … ‘그래, 과레스키란 그런 친구야. 혼란에 가득 찬 이태리라는 나라에 살면서, 자기 조국의 아픔을 자기 아픔처럼 알고서 괴로와하며 살다가 죽어간 사람이야. 그는 그 속에서 살면서 뭔가를 바랐지. 돈 까밀로와 빼뽀네 같은 친구만이 이 사회에 가득하기를 빈 거지.’ (옮긴이 말/9,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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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어제책 / 숨은책읽기 2024.12.19.

숨은책 951


《주머니글집 1 동지여 내가 있다》

 전노문협 엮음

 현장문학사

 1989.4.22.첫/1990.2.28.증보판



  일하는 사람은 읽거나 쓸 짬이 드물거나 없곤 합니다. 스스로 맡은 자리에 마음을 기울여야 일을 제대로 하고, 숨을 돌리거나 쉴 짬부터 밭거나 없어요. 일터지기가 짬을 안 내주기에 버겁거나 힘들거나 지치게 마련인데, 오히려 힘겹거나 고단한 때일수록 조금이나마 짬을 스스로 내기에 새롭게 숨을 돌린다고 여길 수 있습니다. 힘들기에 힘들다고만 여기면 아무것도 못 하거든요. “아, 오지게 힘드네. 이렇게 힘들어 죽겠으니, 이제는 죽지 않을 빛을 내가 손수 내야겠어. 하루 1분이나 10초라도 한 줄씩 읽고 새겨야지.” 하고 마음을 머금으면, 으레 이 조그마한 글줄과 마음길과 손길에 따라서 우리 삶을 저마다 스스로 바꾸어 갑니다. 《주머니글집 1 동지여 내가 있다》는 뒷주머니나 안주머니에 넣을 만큼 작고 가볍고 값싸게 나온 손바닥책입니다. “노래·놀이집 90년 증보판”이라고 하는데, 한때 이러한 책이 제법 나오다가 이제 더는 안 나옵니다. 1990년 앞뒤 여러 해 사이에는 “땀흘려 일하는 엄마아빠”가 쪽틈을 내어 읽을 작은책이 꽤 나왔으나, 요사이는 아예 없다시피 합니다. 다들 손전화에 눈을 박는 탓도 있다지만, 막상 “작은 일꾼” 곁에 어떤 마음빛을 들려주고 밝혀야 할는지 생각하지 않는 탓이라고 느낍니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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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라멘트 Filament - 유키 우루시바라 작품집
우루시바라 유키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0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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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그림꽃 / 숲노래 만화책 . 만화비평 2024.12.18.

만화책시렁 586


《필라멘트》

 우루시바라 유키

 오경화 옮김

 대원씨아이

 2005.9.15.



  누구나 모두 보기는 하되, 보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습니다. 우리 눈으로 보는 둘레를 스스로 그대로 받아들일 적에는 딱히 남한테서 배울 일이 없습니다. 스스로 보고 느끼는 사람은 남을 안 가르칩니다. 나랑 너 사이를 읽으면서 이야기를 합니다. 스스로 안 보고 안 느끼는 터라 남한테서 배우거나 남을 가르치려고 들어요. 틀에 짜맞추려는 마음이에요. 《필라멘트》에 흐르는 조그마한 이야기는 나중에 《충사》나 《수역》에 고스란하게 나타납니다. 바라보는 사람하고 받아들이는 사람이 마주하고, 안 바라보는 사람이랑 안 받아들이는 사람이 마주합니다. 북새통에서 숨막히는 삶을 바라보는 사람이 있으면, 북새통을 안 바라보는 사람이 있어요. 고즈넉한 길을 받아들이는 사람이 있다면, 고즈넉길은 아예 안 쳐다보는 사람이 있습니다. 둘 가운데 나은 쪽은 없습니다. 둘은 다르게 걸으면서 스스로 서는 자리요, 언제나 스스로 돌아보고 둘러보면서 하나하나 새로 맞아들이고서 다시금 일어서는 길입니다. 이제 그만 걷고 싶다면, 어느 곳이든 마땅한 곳을 찾아서 살포시 앉거나 누울 만합니다. 이제 더 걷고 싶으면, 언제라도 새삼스레 일어나면 됩니다. 밀거나 믿지 않으면 되어요. 바라보고 받아들이면서 스스로 눈을 밝히기에 사람입니다.


ㅅㄴㄹ


“넌 정말 본 적 없어? 한 번도? 뭐, 장소가 이렇다 보니, 산마루행 버스엔 별별 것들이 다 타게 마련이거든.” (30쪽)


“엄마가 잘못했대.” “싫어. 난 계속 여기 있을 거야. 여기라면 내가 싫어하는 건 아무것도 안 봐도 돼.” “하지만 외톨이 왕은 너무 심심하잖아. 슈우, 너도 이제 세상에 대해 사람들에 대해 자기 힘으로 생각할 수 있지? 왜 공기의 밀도가 다른지 희한하게 여겼잖아?” (146쪽)


“불가사의한 일엔 대개 시시한 속임수가 끼어 있기도 하지만, 평소 당연하게 여겼던 일일수록 흥미로운 이치가 존재하는 법이야.” (214쪽)


+


《필라멘트》(우루시바라 유키/오경화 옮김, 대원씨아이, 2005)


종점 옆의 외딴 집

→ 끝나루 옆 외딴집

→ 마침길 옆 외딴집

10쪽


담배를 한 갑 사고는

→ 담배를 한 집 사고는

→ 담배를 한 짝 사고는

→ 담배 한 고리 사고는

18쪽


배터리가 나가셨구만

→ 밥이 나가셨구만

→ 빛샘이 나가셨구만

22쪽


정토가 있단 신앙이 있잖아

→ 꽃나라가 있다고 믿잖아

→ 꿈나라를 믿잖아

34쪽


태반은 그대로 소식이 두절됐어

→ 거의 그대로 끊겼어

→ 다들 그대로 끊겼어

→ 으레 그대로 끊겼어

34쪽


저번 달 초엽부터

→ 지난달 머리부터

→ 지난달 어귀부터

36쪽


거대한 지하 광맥을 만들어 돌아다니고 있어

→ 땅밑으로 쇳줄을 크게 파서 돌아다녀

→ 밑으로 돌줄기를 크게 파서 돌아다니지

88쪽


종국엔 아가씨의 몸까지 좀먹어 들어갈 겁니다

→ 마침낸 아가씨 몸까지 좀먹습니다

→ 끝내 아가씨 몸까지 좀먹습니다

189쪽


학계란 곳도 결국 인간관계가 생명이라

→ 배움밭도 고작 이름줄로 가느라

→ 배움마당도 그저 옷섶으로 버티니

208쪽


알고 보니 주당이라니

→ 알고 보니 술꾼이라니

→ 알고 보니 말술이라니

211쪽


평소 당연하게 여겼던 일일수록 흥미로운 이치가 존재하는 법이야

→ 늘 그러려니 여긴 일일수록 재미나게 마련이야

→ 흔하게 여긴 일일수록 재미나지

→ 여태 가볍게 여긴 일일수록 재미나단다

214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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