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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 우리 역사 ㅣ 강만길 저작집 12
강만길 지음 / 창비 / 2018년 12월
평점 :
까칠읽기 . 숲노래 책읽기 / 인문책시렁 2025.2.20.
인문책시렁 401
《20세기 우리 역사》
강만길
창작과비평사
1999.1.25.
그동안 강만길 님이 쓴 여러 책을 두루 읽었으나, 어쩐지 요 열∼스무 해 사이에 나오는 책은 심드렁했습니다. 예전에 쓴 글에서 벗어나는 결이 없기도 했지만, ‘발걸음’을 언제나 ‘자리다툼’으로 보는 틀에서 안 빠져나오는 대목에 질리기도 합니다.
《20세기 우리 역사》는 두즈믄(2000)이라는 해로 넘나드는 길목을 돌아보자는 뜻으로 편 이야기를 꾸렸다고 합니다. 강만길 님이 여태 편 이야기를 단출히 여민 얼거리라고 느낍니다. 여러모로 헤아릴 대목이 있되, ‘발걸음’을 어느 곳에 서서 바라보느냐에 따라서, 책으로 담아낼 이야기는 사뭇 다르게 마련입니다. 그러니까 ‘산미증식계획’이라는 지난일을 다룰 적에, 그무렵에 시골에서 논밭을 짓는 여러 사람은 어떤 살림이었는지 짚는 글을 이제야말로 쓸 때이지 않을까요?
조선총독부가 벌이는 짓에 맞서며 나라밖에서 ‘임시정부’를 차린 어른이 많고, 만주에서 총을 쥐고 싸운 어른이 많습니다만, 거의 모든 사람들은 이 나라를 떠날 길이 없습니다. 논뙈기도 밭뙈기도 없이 빌려서 짓는 수수한 시골지기가 가장 많았던 우리나라입니다. 그런데 여태까지 ‘빌리는 땅을 지은 수수한 시골지기’가 걸어온 길을 글이나 책으로 차곡차곡 여미는 글바치는 거의 못 찾아봅니다.
우리가 돌아볼 ‘발걸음’이라면, 바로 논밭지기 발걸음과 손길이어야 한다고 봅니다. 논밭지기는 어떤 살림집을 이루었는지, 논밭지기는 어떤 밥옷집을 꾸렸는지, 논밭지기는 아이를 어떻게 낳아 돌보았는지, 논밭지기 집안에서 태어난 아이들은 어떤 소꿉놀이를 했는지, 논밭지기 집안에서 나고자라는 아이들은 말을 어떻게 물려받았는지 같은, 수수한 논밭지기는 설거지와 밥짓기와 옷짓기를 어떻게 일구며 이어 왔는지 같은, ‘작은발걸음’을 그릴 적에 비로소 ‘역사’라고 봅니다.
어떤 ‘그들’도 으레 윗자리에서 오가는 발걸음만 다루면서 ‘역사’라고 이름을 붙입니다. 강만길 님을 비롯한 둘레에 있는 사람들도 ‘논밭자리’나 ‘시골자리’나 ‘마을자리’ 이야기를 ‘역사’로 못 느끼는 발걸음이었다고 봅니다. 2000년과 2020년 우리 발자취를 그릴 적에 무엇을 다룰 만할요요? 2024∼25년에는 ‘계엄령·탄핵’을 둘러싼 윗자리 쌈박질을 다루려나요? 아니면, 서울에서는 서울대로 시골에서는 시골대로 수수하게 살림을 짓는 ‘작은이 발걸음’을 다룰 수 있을까요?
예전에 정몽준이라는 이도 버스삯을 몰랐지만, 김대중·노무현·문재인도 버스삯을 모릅니다. 박근혜·이명박·윤석열도 버스삯을 모르기는 매한가지입니다. 우리나라에서 수수하게 살아가는 사람들한테 ‘발’ 노릇을 하는 버스삯이 어떻게 바뀌어 왔는지 짚는 붓(역사학자)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푼돈이라 여길 버스삯일는지 모르나, 이 버스삯조차 없어서 한나절이나 두나절을 멧숲을 넘고 걸어다닌 숱한 사람들 발걸음이 어떤 ‘역사’인지 적을 줄 아는 붓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발걸음을 굳이 ‘올바로’ 바라보아야 하지 않습니다. ‘올바로’ 바라보기 앞서, 먼저 ‘사람살이·사람살림’을 손수 일구면서 바라볼 줄 알아야지 싶습니다. 파 한 단에 값이 얼마인지, 달걀 하나에 값이 얼마인지, 라면 한 자루에 값이 얼마인지, 번데기 한 줌에 값이 얼마인지, 이러한 밑살림길을 읽지 않고 말할 줄 모른다면, 이제는 ‘역사 아닌 허울’일 뿐일 텐데 싶어요. 이제부터 우리가 바라볼 발걸음(역사)은 바로 우리가 스스로 짓는 오늘과 하루일 노릇이라고 봅니다.
ㅍㄹㄴ
1920년대 조선총독부가 실시한 ‘산미증식계획’은 당초의 계획대로 추진되지 않았음에도, 일본 쪽으로서는 식민지배라는 면에서나 자국의 경제발달이라는 면에서나 나름대로 성과가 있었습니다. (92쪽)
1920년대까지도 각급 학교에서 일본어를 국어라 하여 주로 가르쳤지만, 우리말도 조선어라 하여 약간은 가르쳤습니다. 그러나 일본은 중일전쟁 도발 후 그것마저 완전히 없애버리고(1938.4.) 일본어만을 쓰도록 강요했습니다. (121쪽)
38도선을 없애고 5년간 신탁통치도 안 받을 수 있는 길이 있는가, 38도선을 없애기 위해 5년간 신탁통치를 받는 것이 옳은 일인가, 5년간의 신탁통치를 안 받으려 하다가 38도선이 그대로 민족분단선이 되게 할 것인가 등 몇 가지의 엄중한 선택이 이 시기의 민족사회 앞에 놓여 있었다고 할 수 있지요. (190쪽)
농지를 제외한 과수원·임야 등은 개혁의 대상에서 제외되었습니다. 이 때문에 일반 지주 소유지는 물론이고, 이완용·송병준 등과 같은 반민족행위자의 토지도 소유권이 그대로 인정되어 그 후손들에게 고스란히 유산으로 넘겨지게 되었습니다. (239쪽)
이승만 정권은 좌익세력은 말할 것도 없고, 김구·김규식 등 민족해방운동 우익전선의 지지도 받지 못한 채, 국내 지주세력과 손잡고 미군정에서 물려받은 친일 관료들을 기반으로 하여 수립되었습니다. (250쪽)
이 전쟁은 안으로는 민족분단을 더욱 고착시키고, 이승만 정권과 김일성 정권이 이후 독재체제로 나아가는 계기가 되었으며, 밖으로는 동서 양 진영의 냉전을 격화시키는 큰 계기가 되었습니다. (25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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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 우리 역사》(강만길, 창작과비평사, 1999)
한반도가 처한 이 지정학적 위치를 숙명론적으로 받아들여, 한반도의 역사는 어쩔 수 없이 외세의 작용에 휘둘릴 수밖에 없다는 식의
→ 이 땅이 놓인 여러 자리를 그저 받아들여, 우리 발자국은 어쩔 수 없이 바깥에 휘둘릴 수밖에 없다며
→ 우리나라를 둘러싼 길을 그냥 받아들여, 우리 삶길은 어쩔 수 없이 남한테 휘둘릴 수밖에 없다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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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그것이 가지는 역사적 성격은 결코 긍정적인 것이 아니었습니다
→ 그러나 그러한 삶결은 그리 밝지 않았습니다
→ 그러나 그러한 삶자취는 썩 반갑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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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쓴이
숲노래·파란놀(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