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5.1.26.


《로지와 마법의 말》

 러셀 호번 글·퀜틴 블레이크 그림/정이립 옮김, 살림어린이, 2012.12.3.



구름이 몰려든다. 새벽에 멧개구리 소리를 듣는다. 설마 싶으면서도 멧개구리는 첫봄이 아닌 늦겨울에 깨어나니까, 이른개구리일 수 있다. 낮에 밥을 하는데 아무래도 바람에 비내음이 묻어난다. 큰아이더러 바깥마루를 덮으라고 얘기한다. 비는 가볍게 먼지잼만큼 오는데, 밤에는 가랑비로 바뀐다. 오늘 따라 ‘군청 산불 안내방송’이 유난히 길고 오래 나온다. 비가 오건 눈이 오건 시끄럽게 트는 알림말은 그저 허울이다. 쇠밥그릇인 무리는 언제나 입벙긋만 한다. 《로지와 마법의 말》을 돌아본다. 꿈을 그리는 아이는 삶에서 꿈을 편다. 어릴 적부터 꿈씨앗으로 살림을 지으며 어른으로 자라는 사람이라면, 가시밭길이건 자갈길이건 불수렁이건 씨앗 한 톨을 심는다. 우리나라는 두 달째 우두머리가 없다. 우두머리가 없어서 매우 조용할 뿐 아니라, 말썽거리가 없다. 그러나 이쪽저쪽으로 갈라서 싸운다는 새뜸(언론보도)이 넘친다. 알쏭달쏭하다. 새뜸은 왜 ‘무안참사’는 입을 씻을까? 우두머리를 둘러싸고서 목소리를 높이는 두 쪽은 왜 ‘슬픈죽음’에 불씨가 된 무안나루 파헤치기(진상조사)는 팔짱을 끼는가. 잘잘못은 어느 쪽이건 마찬가지이다. 모든 잘잘못을 말끔히 털고서 새나라로 서려면, 논밭을 갈아엎고서 씨앗을 심어야 한다.


#RosiesMagicHorse

#RusselHoban #QuentinBlake


ㅍㄹㄴ


※ 글쓴이

숲노래·파란놀(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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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5.1.25.


《촘스키, 만들어진 세계 우리가 만들어갈 미래》

 노엄 촘스키 글/강주헌 옮김, 시대의창, 2014.1.6.


새벽에 멧비둘기가 한참 노래한다. 날이 차츰 포근하게 바뀌면서 새노래가 조금 더 넘실거린다. 어느덧 새노래가 봄빛을 닮아간다. 텃새가 베푸는 가락은 철마다 다르다. 설을 앞두고 저잣마실을 한다. 시골버스를 타는 손님은 적으나, 읍내는 이미 쇳덩이에 사람으로 북적거린다. 한갓진 시골은 설과 한가위에만 시끌시끌하다. 해가 지고서 구름이 모인다. 구름이 제법 낀 밤이어도 별빛이 밝다. 《촘스키, 만들어진 세계 우리가 만들어갈 미래》를 읽었다. 아무래도 2010년에 나온 책이기에 ‘프리즌 폭로’라고 하는 ‘NSA 기밀자료 폭로사건’까지 나오지는 않았으나, 오바마가 나라지기 자리에 서기 앞서 얼마나 돈·싸움(전쟁·군산복합체)에 기울었는지 짚으면서, 미국이라는 나라에서 이쪽(민주당)도 저쪽(공화당)도 똑같이 담벼락(기득력)이 무시무시하다는 줄거리를 찬찬히 풀어낸다. 이 얼거리는 미국 이야기일 뿐일까? 우리나라 담벼락은 얼마나 높을까? 그들은 담벼락을 이미 높이 쌓아올렸는데, 우리는 담벼락 안쪽으로 들어가려고 용을 써야겠는가, 아니면 모든 담벼락을 허물고서 들숲바다가 어우러지는 푸른길을 바라보아야 할까? 살갗이 희기에 ‘흰겨레’가 아니고, 살갗이 검기에 ‘검은겨레’가 아니다. 우리는 여태까지 살빛에 얽매인 채 숱한 꼭두각시와 우두머리가 뒤에서 일삼는 저지레에 눈감았다고 느낀다.


http://namu.wiki/w/NSA%20%EA%B8%B0%EB%B0%80%EC%9E%90%EB%A3%8C%20%ED%8F%AD%EB%A1%9C%EC%82%AC%EA%B1%B4


#Makingthe Future #OccupationsInterventionsEmpireandResistance (2010년)

#AvramNoamChomsky


ㅍㄹㄴ


※ 글쓴이

숲노래·파란놀(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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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숲마실 . 마을책집 이야기


미운놈 (2025.1.19.)

― 부산 〈책과 아이들〉



  미운놈은 그야말로 밉고 끔찍하게 밉습니다. 믿음을 저버리는 미운놈이니 이곳에서 밀쳐내기를 바라고, 저곳에서도 밀어내기를 꾀합니다. 우리는 미운놈을 죽여서 없애더라도 밉마음을 못 떨치거나 안 삭이게 마련입니다. 싫은놈은 참으로 시시하기에, 싫은놈이 뭔 말이나 짓을 벌이기만 하면 심드렁하게 콧방귀를 뀌거나 등집니다. 우리한테 싫은놈이라면, 이이가 아무리 훌륭하거나 아름답게 보람을 일구어도 콧등으로 안 쳐다봅니다. 그저 다 시들시들하다면서 손사래를 칩니다.


  어디까지 ‘바른돌봄(정당방위)’일는지 헤아릴 노릇입니다. 저놈이 칼을 휘두르거나 총을 쏘는데, 맨몸으로 고스란히 맞아야 할는지, 저놈은 틀림없이 나를 죽이려고 달려들 테니 저놈을 먼저 고꾸라뜨려야 할는지 생각할 일입니다.


  내 목소리가 바르고 네 목소리가 틀렸기에, 나 혼자 말하고 너는 입다물어야 할는지 곱씹을 노릇입니다. 붓나래(언론자유)는 어느 한쪽만 붓을 쥘 나래이지 않습니다. 모든 곳 누구나 붓을 쥘 나래를 누릴 적에 붓나래입니다. ㅈㅈㄷ이 아무리 썩어문드러진 뻘짓을 하더라도 ㅈㅈㄷ 입을 틀어막거나 주리를 틀지 않을 줄 아는 매무새와 마음이지 않다면 붓나래라고 할 수 없습니다. 그들이 했던 짓을 우리가 고스란히 한다면, 우리도 나란히 주먹질(폭력)일 수밖에 없어요.


  이달에 〈책과 아이들〉에서 펴는 ‘바보눈(바라보고 보살피는 눈) 모임 9걸음’에서는 《이 세상의 한 구석에》라는 그림꽃을 놓고서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우리나라도 이웃나라도 으레 ‘발자취(역사)’라고 하면 우두머리나 벼슬아치나 싸울아비가벌인 주먹질(전쟁·폭력)을 한복판에 두기 일쑤입니다. 그러나 싸움질만 발자취일 수 없고, 싸움질은 그만 들출 일입니다. 저마다 어떻게 하루를 짓고 살림을 가꾸고 사랑을 나누면서 아이를 돌본 나날이었는지 그리는 이야기야말로 발자취라고 느낍니다. 여태까지 나온 모든 ‘역사책’은 모두 내려놓고서, 오늘부터 ‘살림자취’를 새롭게 써서 우리 스스로 되읽고 아이들한테 물려주어야지 싶습니다.


  미운놈을 자꾸 떠올리기에 미움씨를 심습니다. 아이 곁에 서면서 아이하고 짓는 살림을 헤아리기에 살림씨를 심습니다. 네가 나를 괴롭혔기에 내가 너를 괴롭히거나 따돌려도 되지 않습니다. 네가 나를 괴롭히건 말건, 나는 이 삶에서 배울 살림길을 차분히 일구면서 사랑씨를 심으면 넉넉합니다.


  저는 어릴 적부터 오래도록 날마다 얻어맞고 시달리고 따돌림받는 나날을 보냈습니다만, 누가 저를 때렸기에 저도 똑같이 때릴 마음이 없습니다. 새길을 그립니다. 사랑받지 못 했다고 여기는 이들이 주먹을 휘두르기에 사랑꽃과 사랑숲을 그려요.


ㅍㄹㄴ


《전설의 초콜릿》(미야니시 타츠야/고향옥 옮김, 달리, 2024.1.26.)

#みやにしたつや #でんせつのチョコレト

《엄마는 그림책을 좋아해》(이혜미, 톰캣, 2024.12.30.)

《황새알마을 아이들》(안미란 글·공동환 그림, 부산 연제구 거제1동, 2020.11.30.)

《09:47》(이기훈, 글로연, 2021.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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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파란놀(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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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숲마실 . 마을책집 이야기


도시락 (2025.1.18.)

― 부산 〈카프카의 밤〉



  갈수록 ‘도시락’이 무엇인지 잊는 사람이 늘고, 아예 모르는 어린이가 많습니다. 그러나 조용히 도시락을 싸는 사람이 있고, 호젓이 도시락을 누리는 수수한 이웃이 있습니다. 도시락을 잊고 잃은 오늘날 배움터와 살림터이기에, 손수 짓는 손길을 나란히 잊고 잃을밖에 없다고 느낍니다. 배움터와 일터에는 ‘밥터(급식실)’가 아니라 ‘부엌(함께 밥을 짓고 누리는 자리)’이 있을 노릇이라고 느끼는데, 곰곰이 보니 ‘부엌’이라는 낱말을 처음 듣는다는 어린이도 꽤 늘었습니다.


  〈카프카의 밤〉에서 ‘이응모임(읽고 잇고 있으며 이야기하는) 9걸음’을 엽니다. 《이오덕 일기》를 놓고서 어제·오늘을 맞대고, 이제부터 새로 바라볼 모레를 곰곰이 그립니다. 참살림이 사라진 곳이라면 아무리 잘 가르친들 손수짓기가 없는 쳇바퀴나 말잔치에 그칩니다. 지난날에는 놀이터가 없이도 모든 어린이가 신나게 뛰놀았으나, 오늘날에는 놀이터가 ‘잿터(아파트 단지)’마다 있으나 아이 그림자를 보기 어려워요. 요사이는 글쓰기를 하는 이웃이 아주 많지만, 막상 스스로 일구는 삶·살림이 아니라 ‘잘 써서 잘 보이려는 치레’에 기울기 일쑤입니다.


  둘레 사람이 좋아하는 글이라면, 내가 사랑하는 글이기는 어렵습니다. ‘좋다’라는 낱말은 ‘좁다’를 나타냅니다. ‘좋다 = 마음에 들다’인 터라, 둘레 사람들이 마음에 든다고 하는 글은 “둘레 사람이 가까이하면서 누리는(소비하는) 글”이고, 이런 글은 늘 물갈이하듯 바뀌는 부스러기(소모성·일회성 정보)입니다. 이를테면 서로 다투거나 싸우도록 불씨를 붙이는 줄거리를 좋아하게 마련입니다. 이런 줄거리에는 우리가 스스로 이 삶을 사랑하는 살림길하고 동떨어지더군요.


  ‘잘 쓴 글 = 좋은글’인 얼거리입니다. 그렇다면 글을 왜 잘 써야 할까요? 왜 ‘둘레에서 좋아하는 글’을 써야 할까요? 저마다 ‘스스로 마음을 들여다보면서 하루를 사랑으로 짓는 이야기’를 쓰면 넉넉하지 않을까요? ‘눈치(남이 좋아하느냐 마느냐 하는)’를 내려놓으면 ‘눈빛(내가 나로서 나답게 보는)’을 가꾸면서 비로소 ‘이야기(좋은글도 나쁜글도 아닌 우리 삶)’를 쓸 수 있습니다. 언제나 오늘 이 하루를 손수 추슬러서 몸소 다독이는 글을 쓴다면, 누구나 아름답게 반짝이는 별빛이로구나 싶은 이야기를 여미어서 나눌 만하다고 봅니다.


  어린이가 도시락을 손수 싸기를 바라요. 푸름이도 도시락을 스스로 싸기를 바랍니다. 또는 어린이와 푸름이가 배움터에서 11시 30분쯤 이르면 다들 부엌으로 가서 스스로 누릴 밥을 지으면서 수다판을 누리기를 바라요. 살림짓기를 배우는 곳이어야 배움터입니다. 하루짓기를 누리는 곳이기에 보금자리요 마을입니다.


ㅍㄹㄴ


《일이어도, 일이 아니어도》(요시나가 후미/김솜이 옮김, 문학동네, 2024.8.30.)

《슬기로운 좌파생활》(우석훈, 오픈하우스, 2022.1.21.)

《예방접종 어떻게 믿습니까》(스테파니 케이브/차혜경·유정미 옮김, 바람, 2005.12.10.)

《아톰의 철학》(사이토 지로/손상익 옮김, 개마고원, 1996.8.20.)

《불새 5》(데즈카 오사무/최윤정 옮김, 학산문화사, 2002.3.25.)

《문조님과 나 1》(이마 이치코/이은주 옮김, 시공사, 2003.6.20.)


※ 글쓴이
숲노래·파란놀(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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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숲마실 . 마을책집 이야기


헌책누리 (2024.11.17.)

― 인천 〈아벨서점〉



  책집으로 찾아가는 발걸음이란 별빛처럼 가만히 깃드는 마음결이라고 느낍니다. 언제 누가 찾아올는지 모를 일이면서, 어느 책손이 어떤 책을 만나서 뿌듯하고 즐거울는지 모를 노릇입니다. 책집지기로서도 어떤 책을 갖출는지 모르고요. 갓 태어나는 새책도 언제 어느 책이 나올는지 모르고, 이미 읽힌 헌책도 언제 어느 책이 들어올는지 모릅니다.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모르는 투성이인데, 모두 모르기에 더더욱 두근거리면서 누리는 책집마실입니다. “꼭 이 책을 찾아내고야 말겠어”라든지 “어떤 새책이 갓 태어나서 나한테 안길까” 같은 마음이 없이 즐기는 책숲마실입니다. 바로 오늘 스스로 새롭게 마주하면서 배울 이야기가 도사리는 책빛마실이지요.


  차츰 해가 질 즈음에 인천 배다리 〈아벨서점〉으로 들어섭니다. 오래 잇던 자리를 멈추고서 〈시 다락방〉으로 한몸이 된 자리를 돌아봅니다. 책꽂이를 다시 짜맞추고서, 책까지 새로 옮기느라 바쁘면서 땀을 한껏 흘리셨겠구나 싶습니다.


  모든 책은 이 별에서 태어납니다. 이 별에서 자라는 나무한테서 살을 얻어 종이를 이루고, 이 별에서 살아온 몸이 스민 돌한테서 피를 얻어 물(잉크)를 이룹니다. 이 별에서 살림한 나날을 밑동으로 삼아서 이야기를 엮고, 이 별에서 살아갈 아이와 이웃 누구나 즐겁게 맞아들이면서 익힐 씨앗 한 톨로 줄거리를 짭니다. 우리 몸에는 엄마아빠뿐 아니라 한어버이 기운을 담습니다. 나도 어느새 어른이라는 자리에 서면 내 기운을 담뿍 실어서 아이를 낳습니다. 모든 사람한테서는 다 다르면서 나란한 온빛(우주생명)이 감돕니다.


  새해를 여는 길에 밥짓기에 빨래로 하루를 누린다면, 한 해가 저무는 길목도 밥차림에 빨래로 하루를 마무릅니다. 바깥일을 보려고 집을 떠날 적에는 이 모든 일거리를 내려놓습니다. 새로 마주할 이웃하고 지피는 이야기에 온마음을 쏟아요.


  누구나 스스럼없이 배우기에 스스로 가르칩니다. 저마다 스스럼없이 말하기에 스스로 익혀요. 글이란, 그저 쓰면 되어요. 저는 걸어다니거나 서서도 으레 씁니다. 못 쓸 까닭이 없어요. 언제 어디에서나 말씨랑 글씨를 마음자락에 심습니다. 책집에서는 숱한 다른 말이 어떻게 들빛으로 번지는지 돌아보고서 우리 보금숲으로 데려갈 풀씨를 어림합니다. 일하고 쉬고 놀다가 다시 책을 쥡니다. 책을 놓고서 새로 일하고 쉬고 놀다가 잠듭니다.


  살림이 깨어난 자리를 읽으면서 살림빛을 익힙니다. 살림이 피어나는 곳을 이야기하면서 살림손을 가다듬습니다. 오늘 만난 책을 기꺼이 묶어서 짊어집니다.


ㅍㄹㄴ


《순결을 생각하는 당신에게》(루이제 린저/편집부 옮김, 공동체, 1992.10.30.)

《곽말약(郭沫若) 자서전 3 혁명춘추》(곽말약/한국선 옮김, 일월서각, 1990.6.28.)

- 연변인민출판사 1979.3. 몰래판

- 98.2.21. 서울 망우리 〈민중서점〉에서. 松熙.

《노동문학 1호》(김영현 엮음, 실천문학사, 1989.3.1.)

- “자문위원 이오덕·박현채·윤구병”

《日帝植民統治秘史》(조선총독부 경무국 엮음/김봉우 옮김, 청아출판사, 1989.4.1.)

《잃어버린 時間을 찾아서》(김은국, 서문당, 1985.4.15.)

《나의 주장, 反사회안전법 투쟁기록》(서준식, 형성사, 1989.1.15.)

《Chilren are artists》(Daniel M.Mendelowitz, Stanford Univ, 1953.첫/1957.5벌)

- 贈呈 with Compliments of the Asia Fondation

- UESD 2.10

《빼앗긴 일터, 그 후》(장남수, 나의시간, 2020.9.21.)

《꽃도 십자가도 없는 무덤》(끌로드 모르강/문희영 옮김, 형성사, 1979.9.25.)

《나의 혁명 나의 노래》(후고 후퍼트/김희숙 옮김, 역사비평사, 1993.9.30.)

《고향으로 가는 길》(최상수, 고려원, 1987.5.15.)

《씨앗 두 알》(윤동재, 창비, 2023.1.13.)

《햇볕 11페이지》(김륭, 창비, 2023.8.11.)

《언어의 쓸모》(김선, 혜화동, 2020.8.14.)

《빛의 소리》(최은하, 종로서적, 1988.8.20.)

《우리들의 사랑가》(김해화, 창작과비평사, 1991.6.5.첫/1991.12.20.2벌)

- 인천 박문여자중고등학교 도서. 購入 1992.7.11.

《휴맨 카인즈 勝利와 敗北 3 맥아더》(이창록·박대련 옮김, 동도문화사, 1977.3.25.5벌)

《휴맨 카인즈 勝利와 敗北 10 코만도》(이창록·박대련 옮김, 동도문화사, ?/1977.3.25.5벌)

《천국의 이야기꾼 권정생》(정지아, 실천문학사, 2012.6.21.첫/2012.9.19.2벌)

- 《노구치 이야기》나 《스티브 잡스》를 썼다면 ……

《간디의 ‘위험한’ 평화헌법》(C.더글러스 러미스/김종철 옮김, 녹색평론사, 2014.5.20.)

#DouglasLummis

《두레문고 3 연안문예강화·당팔고에 반대한다》(모택동/이동연 옮김, 두레, 1989.7.25.)

《親日文學論, 日帝暗黑期의 作家와 作品》(임종국, 평화출판사, 1966.8.15.첫/1979.11.1.중판)

《汎友에세이選 62 어느 누가 묻거든》(한승헌, 범우사, 1977.8.25.첫/1977.12.10.2벌)

- 一九八五.八.土. 서울 뿌리書店.

- 바람부는 날. 꼬마 서점. 겨레 달음.

《汎友小說文庫 55 人間除隊(外)》(秋湜, 범우사, 1980.7.15)

- 책값 올림 700원. + 제21회 한국출판문화상 수상

《敎養新書 15 敎育論》(B.럿셀/유석진 옮김, 신양사, 1958.10.10.첫/1959.8.15.재판)

《동화 쓰는 법》(이현, 유유, 2018.2.24.첫/2019.8.24.4벌)

《體育運動衛生》(吉田章信新, 右文館, 1922.2.15.첫/1922.3.10.4벌)

《고려원 소설문고 1 하늘의 다리》(최인훈, 고려원, 1987.11.25.첫/1989.7.31.3벌)

- 진중문고 256

- 구십이년의 정월에. 133탄약과

《正生, 어그러진 삶의 산물》(홍인표, 대장간, 2024.9.2.첫/2024.11.4.2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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