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5.2.20.


《미래 세대를 위한 자연사 이야기》

 신나미 글, 철수와영희, 2025.2.13.



새벽에 글손질을 마쳐서 펴냄터로 꾸러미를 보낸다. 마감글 하나를 아침에 매듭짓고서 보낸다. 이제 지난해부터 곰곰이 헤아리는 글 한 자락을 쓸 때이다. 어떤 글을 여밀 수 있을까 하고 내도록 생각해 보았고, 큰덩이로 끝낼 꾸러미를 다 넘겼으니 홀가분하게 마음을 기울일 만하리라. 간밤 꿈자리에서 ‘나한테서 노래(시)를 배우려는 어느 아저씨’가 나왔는데, 이이는 내내 딴청을 하다가 불쑥 손을 들고서 “선생님, 까만 새가 밖에서 깍깍 울어요!” 하고 웃더라. 그래서 이 아저씨가 외친 말과 바깥에서 노래하며 나는 까마귀 모습을 수수하게 넉 줄로 엮으며 바로 종이에 적어서 건네주었다. 꿈에서 한 일이지만, 마치 눈앞에서 벌어진 일 같더라. 오늘도 새가 울고 바람이 불고 하늘이 파랗다. 밤에는 뿌연띠(켐트레일) 넷이 가로지른다. 《미래 세대를 위한 자연사 이야기》를 곱씹는다. 일본에서 쓰는 그대로 ‘자연사(自然史)’라는 이름인데, 이제는 ‘숲길·숲자취’나 ‘푸른길·푸른자취’처럼 우리 눈길로 바라보고 생각하자. 숲을 다루면서 ‘숲’이라는 우리말을 안 쓰기에 아이도 어른도 숲을 잊는다. 푸른 발걸음을 헤아리고 나누자는 뜻이라면 ‘푸른말’을 써야 함께 바꾼다. ‘메리 애닝’ 님이 걷던 바닷길을 그려 본다.


ㅍㄹㄴ


※ 글쓴이

숲노래·파란놀(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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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5.2.21.


《오냐나무》

 이효담 글·강혜숙 그림, 벌레구멍, 2016.1.5.



귀를 기울이면 바람소리 사이로 새소리가 흘러든다. 눈을 뜨면 겨울눈 곁으로 파란하늘이 스며든다. 마음을 틔우면 뭇별이 한낮에도 두 팔로 가만히 내려온다. 나는 이러한 터전을 하룻내 누린다. 우리나라에서 이러한 삶터를 노상 누리는 이웃은 이제 매우 드물다. 값비싼 잿집(아파트)에 깃든 이웃은 많으나, 손바닥만 하더라도 마당에 서서 나무와 새와 하늘과 해를 고스란히 맞이하는 이웃은 거의 사라진다. 아이를 아이로 돌보면서, 우리 스스로 어른으로 서려면 “나무를 심어 돌보면서 나비와 개구리가 깃들 만한 마당”을 누려야 하지 않을까? 《오냐나무》를 돌아본다. 요즈음 아이와 어른은 어디에서 어떤 나무를 볼까? 사람이 손대는 탓에 줄기도 가지도 잎도 시들시들 괴로운 나무를 보는가? 숲을 이루면서 다 다른 나무가 어우러지는 푸른빛을 볼까? 새가 찾아들고 나비가 날고 벌레가 고물고물 기는 나무를 볼까? 나무는 줄기도 가지도 곧게 뻗는다만, 억지스런 손길이 닿으면 이리저리 휘며 괴롭다. 오늘날 사람들은 저마다 곧고 푸르게 뻗는 나무 같은 삶이 아닌, 여기저기 들쑤시고 꾸미느라 그만 멋과 빛과 숨을 잊고 잃는 굴레이지 싶다. 오냐오냐 들어주기만 해서는 서로 곪는다. 오순도순 이야기를 펴야 비로소 씻어내고 깨어난다.


ㅍㄹㄴ


※ 글쓴이

숲노래·파란놀(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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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5.2.22.


《살랑살랑 Q 3》

 아마가쿠레 기도 글·그림/오경화 옮김, 서울미디어코믹스, 2024.2.28.



집안일과 글손질을 하다가 숨돌리면서 밥을 짓는다. 이러고서 등허리를 살짝 편 뒤에 저잣마실을 간다. 봄맞이새가 날아오기 앞서까지는 살짝 고즈넉한 시골이다. 겨울새는 떠나지만 텃새는 한결같이 부산하게 날고 앉고 노래하면서 “너도 아니? 바람이 바뀌었어. 이제 이 겨울도 끝이야.” 하고 알려준다. 앵두나무도 매나무도 꽃망울이 부푼다. 모과나무도 무하과나무도 뽕나무도 잎망울이 살살 오른다. 《살랑살랑 Q》 넉걸음까지 읽는다. 이 그림꽃은 몇 걸음까지 나올 수 있을까. 대여섯이나 예닐곱으로 마치려나, 열이나 열다섯쯤으로 살을 입힐 수 있으려나. 작게 빛나는 씨앗을 들려주는 글·그림·그림꽃·빛꽃일수록 으레 단출히 끝나게 마련인데, 때로는 제법 느긋하면서 넉넉히 펴는 가람줄기처럼 여미어도 어울린다고 본다. 억지로 힘을 쏟더라도 사랑은 싹트지 않는다. 서두르거나 다그친들 꽃봉오리가 맺지 않는다. 산들산들 부드러우면서 아늑하게 일렁이는 바람결과 같은 사랑이다. 하루하루 차근차근 살림을 짓는 손끝에서 가만히 싹트고 움트고 눈뜨는 사랑이다. 우리는 어른으로서 모든 나날을 사랑으로 지을 노릇이다. 우리 아이들은 어질며 슬기로운 어른한테서 사랑을 물려받아 새롭게 씨앗으로 심을 일이다.


#ゆらゆらQ #雨隠ギド


※ 글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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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5.2.23.


《뉴욕의 책방》

 최한샘 글·빛꽃, 어라운드, 2012.12.27.



오늘은 모처럼 떡볶이를 한다. 조금 남은 고추장을 다 넣는다. 얼마 안 넣는다고 여겼으나 제법 맵다. 아이들이 “아버지는 코와 얼굴이 벌써 빨간걸요?” 하며 웃는다. 엊저녁하고 오늘저녁은 작은아이하고 다섯돌(오목)하고 장기를 둔다. 작은아이는 어제보다 오늘 조금 더 이기지만 아직 돌길(돌을 놓는 길)을 잘 읽지 못 한다. 너무 이기려고만 마음을 기울이면 오히려 돌길을 놓치면서 길눈을 헤매게 마련이다. 그래도 나날이 길눈을 차츰 알아차린다고 느낀다. 어버이는 아이가 눈길을 트도록 곁에서 지켜보며 기다리는 몫이다. 《뉴욕의 책방》을 돌아본다. 이미 사라진 지 오래인 책이다. 책숲마실을 바지런히 다니던 어느 날 “그래도 책집을 다닌 이야기이니 사자”고 여기면서 품었다만, ‘뉴욕’이라는 이름에 스스로 휩쓸리면서 ‘곁에 있는 작은책집’이라는 길은 놓쳤다고 느낀다. 책집을 이야기하려면 더 놀랍거나 대단한 이야기를 끄집어내야 하지 않는다. 그저 어느 책집이건 천천히 거닐며 찾아가는 발걸음을 헤아릴 일이고, 책집에서 어떤 책을 만나서 스스로 어떻게 배우고 거듭나는지 적을 노릇이다. 그저 이 두 가지이면 된다. 나한테 온 책을 누가 어떤 마음으로 여미었을까 하고 그린다면 반짝일 텐데, 이런 책은 참 드물다.


ㅍㄹ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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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5.2.24.


《카메라 들고 느릿느릿》

 그사람 글·빛꽃, 스토리닷, 2014.3.29.



느긋이 조용히 책더미를 추스른다. 그득그득한 책을 읽어내었으면 차분히 뜻과 결을 새겨서 이야기를 여미자고 돌아본다. 나무를 읽다 보면 다른 나무로 눈이 옮고, 풀꽃을 읽으면 어느새 옆 풀꽃으로 눈이 옮고, 새소리를 듣다 보면 이웃 새소리로 귀가 옮는다. 별을 보면 둘레 별빛으로 문득 눈이 옮으니, 이렇게 보고 듣노라면 하루가 훅 지나간다. 큰아이하고 저잣마실을 다녀오며 청둥오리와 흰새와 왜가리를 본다. 고기잡이와 자맥질과 헤엄질을 즐기는 새를 보면 둘레 어떠한 소리나 몸짓도 못 느낀다. 청둥오리는 고기밥을 즐기나? 얼핏 그리 여길 테지만, 우리는 새가 무엇을 먹든 스스로 살리는 길인 줄 안다. 사람은 무슨 밥을 먹어야 스스로 빛날까? 어느 결에 매인다면 ‘밥굴레’요, 온숨결을 사랑할 적에 비로소 ‘밥살림’이다. 《카메라 들고 느릿느릿》을 모처럼 들춘다. 새삼스럽지만 우리나라에서 확 저물어버린 ‘빛밭(사진계)’이라고 느낀다. 글밭(문학계)은 이렁저렁 말이 많아도 그럭저럭 굴러가는 듯싶으나, 빛밭은 그야말로 “그 나물 그 밥”에다가 “끼리끼리 고인 담벼락”이 우쭐할 뿐이다. 찰칵이를 쥐고서 느릿느릿 걸을 줄 모르는 빛밭에 어떤 빛꽃(사진)이 있겠는가? 뚝딱거리는 손재주가 아닌, 마을에 녹아들어 담아내려는 손빛과 눈빛과 살림빛이 있을 적에라야 빛도 글도 그림도 살아난다.


ㅍㄹ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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