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우리말


 '-의' 안 써야 우리 말이 깨끗하다

 -의 부탁


 누구의 부탁인지 감안하여 → 누구 말씀인지 헤아려

 자네의 부탁이라면 → 자네가 물어보면

 동생의 부탁인걸 → 동생이 바라는걸


  ‘부탁(付託)’은 “어떤 일을 해 달라고 청하거나 맡김. 또는 그 일거리”를 가리킨다고 해요.

 이 뜻을 살핀다면 ‘맡다’나 “맡아 주셔요”로 손볼 만할 텐데, 웬만한 자리에서는 ‘여쭈다·여쭙다’나 ‘묻다·물어보다’로 손볼 수 있습니다. 때로는 ‘바람·바라다’로 손보고, ‘맡기다’나 ‘하다·말하다·말·말씀’으로 손보아도 됩니다. ㅅㄴㄹ



아디시노 선생님의 부탁이니

→ 아디시노 샘님이 말씀하니

→ 아디시노 님이 바라니

《충사 1》(우루시바라 유키/오경화 옮김, 대원씨아이, 2005) 209쪽


나는 륀느의 부탁이라면 무엇이든 다 들어주고 싶다

→ 나는 륀느가 말하면 무엇이든 들어주고 싶다

→ 나는 륀느가 바라면 다 들어주고 싶다

《우리들의 선거》(보리스 르 루아/김지현 옮김, 큰북작은북, 2012) 32쪽


그 후 그에게 촬영을 허락해 달라 재차 간곡하게 말했고, 그는 나의 부탁을 끝내 들어주었다

→ 그 뒤 그한테 찍고 싶다고 거듭 엎드렸고, 그는 내 바람을 끝내 들어주었다

→ 그 뒤 그한테 담고 싶다고 거듭 빌었고, 그는 내 비손을 끝내 들어주었다

《우편집배원 최씨》(조성기, 눈빛, 2017) 3쪽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우리들의 선거 다독다독 청소년문고
보리스 르 루아 지음, 엘렌 조르주 그림, 김지현 옮김 / 큰북작은북 / 2017년 3월
평점 :
절판


숲노래 푸른책 / 숲노래 청소년책 2024.12.17.

푸른책시렁 177


《우리들의 선거》

 보리스 르 루아 글

 엘렌 조르주 그림

 김지현 옮김

 큰북작은북

 2012.3.21.



  이끌어 가는 사람을 잘 뽑아야 한다고 여기는데, 누가 앞장서기에 함께 나아가지 않습니다. 누가 앞에 있어서 어느 길을 가지 않아요. 우리는 저마다 다르게 이곳에서 서서 다 다르게 다다르려는 길입니다.


  이끌어 가는 몫으로 누구를 뽑기에 끝나지 않아요. 이끎이는 그저 이끌 길을 먼저 살필 뿐입니다. 무턱대고 이리로 밀거나 저리로 당겨야 하는 이끎이가 아닙니다. 이 길은 왜 갈 만하고, 저 길은 왜 안 갈 만한지, 낱낱이 짚고 알려줄 몫인 이끎이입니다.


  2024년 12월에 우리나라 이끎이라 할 우두머리를 끌어내렸습니다. 끌려내린 이끎이요 우두머리는 사람들이 모조리 못마땅합니다. 그이가 보기에 나라 여러 곳이 곪거나 썩거나 비틀렸다고 할 만합니다. 우리는 잘 모르더라도 그이가 잘 알아볼 길이 틀림없이 있어요. 다만, 이끎이는 혼자 멋대로 달려가는 자리가 아니에요. 아무리 자그마한 일을 꾀하든, 모조리 사람들한테 먼저 차분히 들려주고 밝히고 알린 다음에 귀를 기울일 자리입니다.


  먼저 이모저모 해보라고 일삯을 넉넉히 챙기지요. 먼저 두루 고루 여러 가지를 알아보라면서 여러모로 힘도 챙깁니다. 그런데 끌려내린 그이는 돈과 이름과 힘을 마치 혼자 쥐고서 휘저어도 되는 듯 굴었어요. 우두머리(대통령)란, 일꾼이자 심부름꾼이고 머슴이어야 할 노릇인데, 이 대목을 잊어요. 우두머리 한 사람뿐 아니라 숱한 벼슬아치도 그들이 일꾼이요 심부름꾼이며 머슴인 줄 까맣게 잊습니다.


  《우리들의 선거》는 프랑스 어느 배움터에서 벌어진 일을 차근차근 들려줍니다. “누구를 뽑느냐”는 하나도 안 대수롭다는 대목을 잘 풀어냅니다. 왜냐하면, 누구를 뽑든 “뽑힌 사람”은 고루 살펴서 두루 일할 몫이에요. 일꾼을 뽑은 사람은 일꾼이 제대로 일하도록 옆에서 지켜보고 도울 몫입니다. 일만 맡기고서 팔짱을 끼거나 딴청을 하면, 이때부터 일꾼이 막나가게 마련입니다.


  함께 일하는 사이란, 함께 이야기를 한참 하고 나서, 한 사람이 나서서 이야기를 추스른다는 뜻입니다. 한 사람 목소리만 낸다는 뜻이 아닙니다. 아프거나 괴롭거나 힘들 사람이 없도록, 모두 돌아보고서 일을 할 적에 비로소 일꾼입니다. 이리하여 우리는 우리 민낯과 속낯을 다 살펴야 합니다. “누구를 뽑느냐”에 지나치게 얽매인 나머지 “스스로 하고 함께 나누며 서로 도와가는 길”을 잊지는 않는가요? 설마 “바보는 투표할 권리가 없다”는, 그야말로 바보스런 마음에 사로잡히지는 않나요?


ㅅㄴㄹ


“저런 바보도 투표할 권리가 있나요?” “당연히 있지. 아나르, 친구한테 그런 말 하면 못써. 자, 계속 설명할 테니 잘 들어라.” (61쪽)


“고마워! 하지만 이제부터는 우리 반을 대표할 사람으로서 친구들한테 도움이 되는 일이 무엇인지 그것만 생각하면 좋겠어.” (72쪽)


“그게 뭐가 중요하니?” “그러지 마. 진짜 중요한 문제야! 아무 생각 없이 반장이 되는 건 어쩌면 일종의 사기일지도 몰라. 진짜가 아니라고.” (98쪽)


탁자 위에 놓인 단단한 음식 상자를 보자 입맛이 싹 가셨다. 우리에게 필요한 열랑과 영양소를 고려하여 만들었을 테지만, 오늘 내가 먹고 싶은 음식이 무엇인지는 누구도 생각하지 않았을 것이다. (107쪽)


내 입속에서 계속 이런 말이 맴돌았다. ‘어른들은 이제 상상의 독재를 끝내야 해요! 어른들의 상상은 병들었어요. 너무 틀에 박혔다고요. 이제 우리들의 상상에 맡길 때예요.’ (134쪽)


#Quand J'etais Petit Je Voterai (2007년)


+

《우리들의 선거》(보리스 르 루아/김지현 옮김, 큰북작은북, 2012)


몇 가지 특별 대우를 해주겠다고

→ 몇 가지 더 봐주겠다고

→ 몇 가지 더 누릴 수 있따고

18쪽


다른 나라에서 이민을 왔기 때문이다

→ 다른 나라에서 왔기 때문이다

→ 다른 나라에서 건너왔기 때문이다

22쪽


다음주 이 시간에 투표로 결정한다

→ 이레 뒤 이맘때 뽑기로 한다

→ 이레 뒤에 가리기로 한다

24쪽


나는 륀느의 부탁이라면 무엇이든 다 들어주고 싶다

→ 나는 륀느가 말하면 무엇이든 들어주고 싶다

→ 나는 륀느가 바라면 다 들어주고 싶다

32쪽


아이들을 향해 거침없이 하얀 분무를 뿜어냈다

→ 아이들한테 거침없이 하얗게 물을 뿜어냈다

→ 아이들한테 거침없이 하얗게 뿜어냈다

41쪽


싸워서 이기는 법이 아니라 바로 페어플레이 정신인데 말이야

→ 싸워서 이기기가 아니라 바로 착한 마음인데 말이야

→ 싸워서 이기기가 아니라 바른길인데 말이야

42쪽


마침내 결전의 순간이 왔다

→ 마침내 맞서는 날이다

→ 마침내 붙는 때이다

→ 마침내 겨룬다

56쪽


더 좋은 학교로 만들고 싶을 뿐입니다

→ 더 나은 배움터로 일구고 싶습니다

→ 즐거운 배움터로 가꾸고 싶습니다

81쪽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아이들

→ 척척 움직이는 아이들

→ 살뜰히 움직이는 아이들

→ 반듯하게 움직이는 아이들

106쪽


셀프서비스 줄에 끼어 서게 되었고, 순식간에 배식이 끝났다

→ 혼줄에 끼었고, 어느새 밥을 다 나눴다

→ 스스로줄에 서고, 어느새 나눔밥이 끝난다

106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두 개의 여름
사노 요코.다니카와 슌타로 지음, 정수윤 옮김 / 미디어창비 / 2020년 8월
평점 :
절판


숲노래 푸른책 / 숲노래 청소년책 2024.12.17.

푸른책시렁 178


《두 개의 여름》

 사노 요코·다니카와 슌타로

 정수윤 옮김

 창비

 2020.8.20.



  두 사람이 쓴 《두 개의 여름》을 읽었습니다. 책이름이 좀 얄궂습니다. 우리말로 제대로 옮기자면 “두 여름”이나 “두 가지 여름”입니다. 줄거리를 살핀다면, 두 사람이 다르게 바라보고 품은 여름을 들려주니, “두 사람 여름”이라 해도 어울립니다.


  이러한 이름 그대로 두 사람이 두 눈썰미로 어느 여름을 돌아보면서 차분히 풀어낸 얼거리입니다. 개구지게 노는 아이가 있고, 짐짓 뽐내는 아이가 있어요. 들숲바다에 해바람비를 고스란히 안는 아이가 있다면, 먹물만 잔뜩 드느라 들숲바다에 해바람비를 멀리하는 아이가 있어요.


  오늘 우리 삶자락을 돌아보면, 오늘날 아이어른은 나란히 먹물만 잔뜩 들어요. 손전화나 누리집을 다루는 솜씨는 빼어나되, 막상 하늘을 보며 날씨를 못 읽습니다. 부릉부릉 몰거나 버스·전철을 잘 갈아타되, 정작 숲길과 들길을 호젓이 거닐 줄 모릅니다. 가게에 가서 더 낫거나 싸거나 좋다는 살림살이를 살 줄 알지만, 거꾸로 손수 품을 들여서 짓거나 가꾸거나 일구는 하루는 까맣게 잃습니다.


  두 여름 가운데 어느 쪽이 낫다고 하지 않겠습니다. 두 아이어른 가운데 어느 자리가 맞다고 할 마음도 없습니다. 나란히 놓으니 두 길이 사뭇 또렷하게 보일 뿐입니다. 우리는 이제 서울이나 시골이나 똑같은 얼개이면서 똑같이 가르쳐요. 시골아이라고 해서 들놀이나 숲놀이나 바다놀이를 누리지 않습니다. 오히려 시골은 아이들을 모두 부릉부릉 태워서 집이랑 배움터 사이를 슥 가로지릅니다.


  서울에서도 걸어다니는 아이는 드물어요. 엄마아빠가 부릉부릉 태웁니다. 이제 아이들은 거의 ‘짐’이에요. 실어서 날라 주는 짐입니다. 배움책(교과서)을 달달 외워야 하는 짐이고, 배움수렁을 거쳐서 종이(졸업장·자격증)를 거머쥐지 않고서는 아무런 꿈을 못 그리는 짐입니다.


  이런 판에 다들 무엇을 하는 하루일까요? 아이들이 죄다 일찌감치 늙어가는데, 애늙은이로 뒹구는 아이를 그저 신나게 뛰놀면서 눈망울이 반짝이는 아이로 품으려는 길은 누가 살피고 생각하는가요?


ㅅㄴㄹ


아버지는 침에 젖은 못을 가져가 울타리에 쾅쾅 박습니다. “겐타로 아버지는 학자라서 아무하고도 말 안 하는 거야?” 아버지는 말없이 못을 쾅쾅 박습니다. “겐타로는 있잖아, 장수풍뎅이도 냄새난다고 못 만져. 무서운 거겠지.” (14쪽)


나는 잘난 척하는 교코를 흉내 내며 두 사람 뒤를 따라갑니다. 둘이서 돌아보더니 번갈아가며 “워이, 워이.” 하고 나를 내쫓습니다. 나는 그 애들을 제치고 달려가 뱀 허물을 넣어둔 나무 동굴에 숨었습니다. (25쪽)


“어릴 때부터 무덤을 좋아했습니다.” “애치곤 섬뜩하네요. 어릴 때 불행한 일이라도 있었나?” “왜요? 평범했어요.” 남자는 운전을 하며 잠든 도시코를 몇 번이나 돌아봤다. “귀엽네.” (102쪽)


#ふたつの夏 #佐野洋子 #たにかわしゅんたろう


+


《두 개의 여름》(사노 요코·다니카와 슌타로/정수윤 옮김, 창비, 2020)


배운 것보다 더 많은 것을 잊었다

→ 배웠지만 더 많이 잊었다

→ 배웠는데 더 많이 잊었다

→ 배웠어도 더 많이 잊었다

9쪽


생글거리고 싶지 않지만 이상하게 생글거리게 됩니다

→ 생글거리고 싶지 않지만 얄궂게 생글거립니다

→ 생글거리고 싶지 않지만 어쩐지 생글거립니다

21쪽


오후에 산보도 할 겸

→ 낮에 마실도 하려고

→ 낮에 나들이 삼아

→ 낮에 좀 걸으면서

22쪽


너무 지루에서 벼랑 위 나무에 올랐습니다

→ 너무 심심해서 벼랑나무에 오릅니다

→ 너무 따분해서 벼랑나무에 오릅니다

30쪽


모자가 훨씬 멋있어졌습니다

→ 쓰개가 훨씬 멋있습니다

→ 갓이 훨씬 멋스럽습니다

37쪽


논문은 예정대로 썼지만 건성으로 작업한 기분이 든다

→ 글은 마감에 맞췄지만 건성으로 쓴 듯하다

46쪽


근 한 달 동안 일기를 쓰지 않았다

→ 거의 한 달을 하루글을 안 썼다

→ 한 달 즈음 하루쓰기를 안 했다

46쪽


참관일에 늘 엄마가 온다

→ 구경날에 늘 엄마가 온다

→ 보는날에 늘 엄마가 온다

51쪽


모자 차양을 살짝 고쳤다

→ 해가리개를 살짝 고친다

54쪽


나는 한 번도 작문을 쓰지 않았다

→ 나는 글을 아예 안 썼다

→ 나는 글쓰기를 그냥 안 했다

67쪽


뭐라 대답해야 좋을지 몰랐다

→ 뭐라 대꾸해야 할지 몰랐다

→ 뭐라 말해야 할지 몰랐다

75쪽


게이는 결혼을 못 하니까

→ 한꽃은 짝을 못 맺으니까

→ 나란이는 같이 못 사니까

86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숲노래 살림말 / 숲노래 책넋

2024.12.16. 앉기보다는



  오늘 고흥군 과역초등학교로 왔다. 아침부터 낮 사이에 넉 자락으로 이야기꽃을 편다. 글을 쓰는 길이란 무엇인가 하는 수수께끼를 가만히 짚으면서, 누구나 노래님이고 저마다 말씨를 마음밭에 심어서 말꽃을 피운다는 줄거리를 풀어낸다. 열 살 어린이한테는 ‘별’이라는 낱말로, 열한 살 어린이한테는 ‘눈’이라는 낱말로 하나둘 들려준다.


  과역초 앞마당에는 멀구슬나무가 있더라. 열 살 어린이는 나무이름을 모르고 열한 살 어린이는 다 안다. 다만 이름을 알되 쓰임새랑 이름뜻은 모른다.


  모르면 모르는 줄 받아들이면서 배운다. 모르는 줄 안 받아들이면 누가 찬찬히 짚어 주어도 언제까지나 그저 모르는 채 산다. 모른다고 대수롭지 않되, 새길을 가려는 배움씨앗을 심지 않으면, 이러한 삶은 굴레이자 쳇바퀴이다.


  “난 몰라요!”는 알을 깨려는 첫발이다. “난 모르니 배울래요!”는 살림을 짓는 두발이다. 첫발로 그치면 다시 수렁이고, 바야흐로 잇는 두발부터 모든 하루가 노래로 피어난다. 이리하여 노래(시)란 말만들기나 말꾸미기일 수 없다. 노래란 삶노래 너머 살림노래에 사랑노래이고 숲노래이자 사람노래이다.


  아이어른이 함께 노래님으로 서며 만나는 하루를 그린다. 너랑 나는 말동무이고 노래이웃이다. 나랑 너는 놀이지기이자 사랑님이다. 하루 내내 서서 이야기한다. 우리 집으로 돌아가는 시골버스를 타며 비로소 자리에 앉는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숲노래 우리말


 '-의' 안 써야 우리 말이 깨끗하다

 -의 여름


 우리의 여름이 온다 → 우리 여름이 온다

 올해의 여름은 더욱 → 올여름은 더욱


  ‘-의 + 여름’ 얼거리라면 ‘-의’를 털면 되어요. “몇 번의 여름” 같은 말씨라면 앞뒤를 바꾸어 “여름을 여러 해”로 손보아도 어울립니다. “올해의 여름” 같은 말씨는 ‘올 + 여름’ 얼거리로 손볼 만합니다. ㅅㄴㄹ



향기 좋게 피는 야생화 사잇길의 여름 산보며, 바람이 불어 흔들리는 갈대숲 사이의 가을 산보며, 토끼가 힘들여 뛰는 눈길의 겨울 산보

→ 향긋이 피는 들꽃 사잇길 여름걷기며, 바람이 불어 흔들리는 갈대숲 사이 가을걸음이며, 토끼가 힘들여 뛰는 눈길 겨울나들이

《산사의 하루》(돈연·김대벽·안장헌, 대원사, 1992) 92쪽


몇 번의 여름을 났다

→ 여름을 여러 해 났다

→ 여름을 여럿 났다

→ 몇 해나 여름을 났다

《미스 히코리》(캐롤린 베일리/김영욱 옮김, 한림출판사, 2013) 131쪽


벌써 열여덟 번의 여름을 안다

→ 벌써 열여덟 판째 여름을 안다

→ 벌써 여름을 열여덟 해 안다

《사과에 대한 고집》(다니카와 슌타로/요시카와 나기 옮김, 비채, 2015) 13쪽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