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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까신 ㅣ 아기 시 그림책
최계락 지음, 조은화 그림 / 문학동네 / 2009년 12월
평점 :
숲노래 노래꽃 / 문학비평 . 시읽기 2025.3.6.
노래책시렁 408
《꼬까신》
최계락
문학수첩
1988.10.20.
익숙하다고 여기면 안 바꾸기 일쑤입니다. 그냥그냥 이대로 있고 싶은 마음이기에 처음에는 ‘익숙’인데, 어느새 ‘길든’ 버릇으로 굳으면서 ‘안 배우는’ 몸짓으로 뻗습니다. 눈에 익은 대로 바라보기에 막상 코앞에 있어도 못 알아봅니다. 눈에 익은 틀에서 벗어나야 코앞을 알아볼 뿐 아니라 둘레를 하나하나 짚습니다. 《꼬까신》은 지난날 어린배움터를 휘어잡은 몇몇 어린노래(동요)를 이룬 씁쓸한 바탕을 그러모았습니다. ‘아이 곁에’ 있는 어른이 아닌, ‘아이 구경’을 하는 어른이 어떤 눈짓인지 엿볼 만한 꾸러미입니다. ‘아이사랑’이 아닌 ‘귀염글(동심천사주의)’에 갇힌 속내를 들여다볼 만한 글자락이에요. 이제는 모두 걷어낼 창피한 글입니다. “하도 넓은 것이 외로워라”는 어린이 마음일까요, 어린이 흉내를 내는 귀염글이자 ‘어른 시문학 흉내’일까요? “산 넘어 남쪽으로 자꾸만 가면 그리운 내 고향도 있을 테지요”라든지 “바람의 등은 누가 밀까” 같은 말잔치는, 이곳에 아무런 삶이 없이, 이곳에서 어떤 살림도 짓지 않는 채, 그저 붓대만 쥔 ‘사내(남성 문인)’들이 ‘아이들봄(육아)·집안일(가사노동)’은 하지도 않으면서 노닥거린 안쓰러운 글치레라고도 여길 만합니다.
ㅍㄹㄴ
저 고개 넘어가면 어디일까요 / 푸른 하늘 고요한 산너머 마을 // 저 산 넘어 남쪽으로 자꾸만 가면 / 그리운 내 고향도 있을 테지요 (고갯길/15쪽)
하늘은 바다 / 끝없이 넓고 푸른 바다 // 구름은 조각배 // 바람이 사공되어 / 노를 젓는다 // 바람의 등은 누가 밀까? (하늘과 바람과 구름/21쪽)
애타게 / 애타게 / 기다리다가 // 사무치게 / 사무치게 / 불러 보다가 // 귀뚜리도 목이 메어 / 돌아선 / 이 밤 (가을 1/42쪽)
하도 넓은 것이 / 바다는 외로워라 (바다/5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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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까신》(최계락, 문학수첩, 1988)
개나리 노오란 꽃 그늘 아래 가즈런히 놓여 있는 꼬까신
→ 개나리 노오란 꽃그늘에 가즈런히 놓인 꼬까신
→ 개나리 노오란 꽃그늘길에 가즈런히 있는 꼬까신
→ 개나리 노오란 꽃그늘 한켠 가즈런하게 꼬까신
13쪽
푸른 하늘 고요한 산너머 마을
→ 파란하늘 고요한 멧 너머 마을
15쪽
널판 위에 늘어 놓고
→ 널판에 늘어놓고
17쪽
바람이 사공되어 노를 젓는다
→ 바람이 뱃잡이 삿대 젓는다
→ 바람이 뱃사람 상앗대 젓는다
21쪽
※ 글쓴이
숲노래·파란놀(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