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과 우리 말 65] OPEN YOUR STYLISH CLOSET

 서울에 볼일이 있어 생극면 버스역에서 시외버스를 잡아탑니다. 동서울로 가는 버스는 놓쳐서 성남으로 갑니다. 성남 버스역에서 내려 전철역으로 걸어갑니다. 길가에 커다란 백화점 비슷한 가게가 있고, 이 가게 앞길에는 똑같은 걸개천이 숱하게 내걸립니다. 걸개천에는 ‘OPEN YOUR STYLISH CLOSET’이라 적힙니다. 이 걸개천을 내건 곳은 ‘espoir’라는 곳인 듯하고, 아마 ‘GRAND OPEN’을 하기 때문에 사람들한테 새소식을 나누고자 이런 걸개천을 걸었는가 봅니다. 그런데 이곳 ‘espoir’는 누가 찾아가서 무엇을 하는 곳일까요. 영어를 모르면 이곳을 찾아가서는 안 되는지 궁금합니다. (4344.1.22.흙.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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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리말(인터넷말) 12] 다시듣기

 시골집에서도 인터넷을 쓸 수 있기 때문에, 멧골 깊은 데에서는 라디오를 들을 수 없으나 인터넷으로 듣습니다. 시골집에서는 전화줄에 인터넷이 딸립니다. 꽤나 느리지요. 그래도, 노래를 듣고파 하는 아이한테 엄마 아빠가 노래를 불러 주다가 힘들 때면, 인터넷을 켜고 ‘쥬니어네이버 동요세상’에 들어가서 국악동요나 여러 동요를 틉니다. 이름은 ‘쥬니어-’라 붙여 아쉽지만, 막상 들어가 보면 어설피 영어로 떡바른 말마디는 많지 않습니다. 이곳으로 들어올 아이들 눈높이를 잘 헤아려 줍니다. ‘반복듣기’ 같은 이름은 ‘되풀이듣기’나 ‘또 듣기’로 적었다면 한결 나았을 테지만, 아마 넉 자를 맞추고 싶은 듯합니다. 그러면 ‘자꾸듣기’나 ‘거듭듣기’처럼 적을 수 있어요. 비록 ‘쥬니어-’라는 영어를 쓰지만, 어린이들 삶과 마음밭을 헤아린다면 ‘리플레이’나 ‘replay’ 같은 이름을 섣불리 쓸 수 없습니다. 누리집을 꾸미며 게시판 이름을 붙이는 분들께서, 이 누리집에는 어른만 드나들지 않고 어린이도 드나들 수 있음을 살핀다면, 또 어른들만 드나들더라도 ‘지식 많고 똑똑한’ 어른만이 아니라 ‘지식이 적거나 모자란’ 어른들을 두루 살핀다면, 한결 쉬우면서 부드러이 이름을 붙일 수 있으리라 믿습니다. (4344.1.22.흙.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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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살아가는 말 34] 눈맞춤

 서로 마음을 맞추며 살아가기에 마음맞춤입니다. 서로 사랑하는 삶을 보듬기에 사랑맞춤입니다. 서로 좋아하는 책을 함께 읽으니 책맞춤입니다. 서로 마주 바라보는 눈높이를 맞추려고 키맞춤을 합니다. 노래를 부르면서 소리맞춤을 합니다. 생각을 나누는 동안 어느새 뜻맞춤을 합니다. 살림이 넉넉하지 않으나 푼푼이 그러모으면서 다 같이 돈맞춤을 합니다. 도란도란 이야기꽃을 피우는 우리들은 이야기맞춤을 합니다. 비좁은 자리라 할지라도 서로 마음을 기울여 다리가 덜 아프도록 자리맞춤을 합니다. 하루하루 차근차근 이루어 가는 우리 꿈을 헤아리면서 꿈맞춤을 합니다. 나와 네가 날마다 꾸리는 이 삶을 아끼고자 삶맞춤을 합니다. 어깨동무하는 좋은 일이기에 일맞춤을 하다가는, 함께 일하고 함께 놀자며 놀이맞춤을 합니다. 아이를 낳아 함께 기르는 어버이는 아이하고 눈맞춤을 합니다. 맞춤 가운데에는 입맞춤이 있어요. 좋아하는 사이이기에 입술과 입술을 맞닿아 따스한 사랑을 나눕니다. 아이 손을 잡고 시골길을 거닐면서 생각하고, 다리가 아프다 하는 아이를 품에 안고 멧길을 오르내리면서 생각합니다. 어떠한 맞춤이든 맨 먼저 눈을 맞추지 않고서야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4344.1.22.흙.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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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야 미안해


 아이가 저녁 일곱 시에 잠들었다. 아이는 저녁 아홉 시 이십 분쯤 깼다. 아빠가 아이 옆에서 함께 잠들었다면, 아이는 저녁 아홉 시 이십 분 즈음에 이래저래 칭얼대다가 옆에서 함께 잠든 아빠를 보면서 걱정없이 즐거이 잠을 이었겠지. 그러나, 아빠는 아이가 잠들었다면서 ‘그래, 이제부터 아빠도 글 좀 쓰고 책 좀 읽자고!’ 하는 생각으로 큰방에서 글을 쓰거나 책을 읽었기 때문에, 아이는 그만 잘 자다가 깨고 만다. 잘 자다가 깼기 때문에 여느 때하고 견줄 수 없이 짜증이 더한 몸짓으로 아빠를 힘들게 한다.

 아빠는 참 힘들다. 그러나, 아빠가 힘들다고 느끼는 만큼, 또는 아빠가 힘들다고 느끼는 만큼보다 더욱, 아이 네가 힘들겠지. 미안하구나. 네가 새근새근 잠들기는 했으나, 네 곁에 엄마가 함께 잠들었다면 네가 살짝 깼다 하더라도 다시 고이 잠들 수 있었겠지. 네 곁에 엄마랑 아빠 둘 다 없으니, 살짝 깼을 때 이렇게 자리를 털고 일어나서 울면서 칭얼댈밖에 없겠지.

 그깟 글조각이 얼마나 대수롭거나 대단하다고, 아빠가 이 글조각 붙잡는다며 너를 제대로 재우지 않으면서 이렇게 살아가는구나. 너 먹이고 아빠랑 엄마 먹자면서 글을 쓰는데, 아빠야말로 얼마나 벌어먹으려고 이렇게 글조각을 붙잡는지 모르겠구나. 아빠는 이렇게 글조각을 붙잡을지라도 우리 세 식구, 곧 네 식구가 될 우리 살림살이를 보듬기에도 꽤나 빠듯한데.

 그래도, 이렇게 네가 깨 주었으니, 아까 네 코를 솜막대로 살살 파면서 코딱지를 떼어낼 때 잠드는 바람에 네 이를 닦아 주지 못했는데, 이참에 네 이를 닦아 주면 되겠구나. (4344.1.21.쇠.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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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1.1.13. 

콧물이 그치지 않아 혼자서도 콧물을 킁 하고 푸는 아이.

 

아이는 하루하루 언제나 새로운 모습으로 살아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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