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학교를 뜯어고치자면 서울대학교 안 가면 된다


 서울대학교를 뜯어고치자면 서울대학교에 안 가면 됩니다. 서울대학교에 눈길 한 번 안 두면 됩니다. 우리한테 참답게 보배로운 일을 찾으면 됩니다. 참답게 학문을 갈고닦을 수 있는 곳을 찾으면 됩니다. 이와 마찬가지로 생각해 봅니다. 썩어문드러진 출판사 문제를 푸는 일은, 이처럼 썩어문드러진 출판사에서 내는 책을 안 사 읽으면 됩니다. 아는 척을 할 까닭이 없고 손가락질을 할 까닭이 없습니다. 땅장사를 하든 선인세 장난을 하든 베스트셀러 휘젓기를 하든, 이런 썩어문드러진 출판사에서 내는 책이 아니고도 ‘죽는 날까지 읽으려 해도 미처 못 읽는 좋은 책’은 대단히 많습니다. 우리가 제대로 알아보지 않아서 그렇지, 우리 삶을 밝히고 깨우는 훌륭한 책은 참으로 많아요. 이런 책을 내는 작은 출판사는 아주 많습니다. 그러니까 어떠한 삶이든 일이든 책이든 사람이든 사랑이든 이와 마찬가지로 볼 수 있습니다. 대한민국이라고 하는 코딱지만 한 나라에서는 서울대학교가 가장 훌륭하(?)고 학문을 갈고닦기에 좋은 곳처럼 생각할 수 있겠지만, 알고 보면 하나도 옳은 소리가 아닙니다. 우리 스스로 ‘참답고 아름다우며 좋은 배움터’를 알아보지 않았으니 잘 모른다고 할 수 있습니다. 좋은 책도 우리가 알아보고 찾아보아야 보이듯, 좋은 배움터 또한 우리가 알아보고 찾아보아야 보입니다. 매출이나 이익이 가장 큰 출판사가 가장 훌륭한 책을 내나요? 사람들한테 인기 높은 출판사가 가장 좋은 책을 내나요? 우리 사회를 주무르는 권력자가 많고, 학력수준이 가장 높다고도 하는 서울대학교이지만, 이 학교를 마친 사람들 됨됨이나 마음 씀씀이는 어떠한가요? 그러니까, 우리는 차근차근 생각하고 돌아볼 수 있어야 합니다. 우리가 읽을 책은 베스트셀러가 아닙니다. 스테디셀러 또한 아닙니다. 그럼 무슨 책을 읽느냐고요? 나한테 알맞는 책입니다. 내가 가장 좋아하고 반길 만한 책입니다. 남들한테 추천받는 책이 아니라, 나 스스로 찾아나서고 알아보아서 즐길 수 있는 책입니다. 제아무리 훌륭한 스승한테서 배운다고 하더라도 모든 쓸모있고 값어치있으며 알뜰한 앎과 슬기를 얻을 수 없듯, 제아무리 많은 사람이 읽은 책이거나 읽으면 좋다고 하는 책이라 해도 우리들 모두한테 도움이 되거나 아름다울 수 있는 책은 아닙니다. 눈을 기르고 마음을 닦으며 몸을 움직여야 합니다. 가게에서 사 입는 옷이 아무리 좋아도 우리가 몸크기를 하나하나 살피고 따지며 손수 지어 입는 옷만큼 좋을 수 없듯, 우리가 먹는 밥, 사는 집, 읽는 책, 하는 일, 즐기는 놀이 모두 우리 스스로 찾아내고 빚어내며 즐길 수 있어야 합니다. 이렇게 해야 나(개인)도 살고 우리(단체,사회,나라)도 삽니다. (4338.5.10.불.처음 씀/4344.1.22.흙.말투 손질.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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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피 2011-01-23 23:59   좋아요 0 | URL
뭐 제일 좋은 방법은 프랑스처럼 집 근처 대학에 학생들을 보내는 것이지요.물론 전제 조건이 각 대학에 예산이 공평하게 배분되야 한다는 점인데 영국을 제외한 유럽은 대학이 순수 학문의 전당이어서 그런가 봅니다.

숲노래 2011-01-24 05:00   좋아요 0 | URL
아이들이 굳이 대학교라는 데를 갈 까닭이 없어요.
누구나 즐겁게 살아갈 터전이면 넉넉하고,
졸업장 때문이라면
초중고등학교 모두 부질없는 노릇이라고 느껴요.
대학교를 나왔대서 훌륭하게 살거나
훌륭하거나 좋다 싶은 책을 쓰지도 않아요....
 



 출판사 편집자들이여


 출판사 편집자들이여, 다른 출판사에서 낸 좋은 책을 꾸준히 살펴보고 알아보며 기쁜 마음으로 제값을 주고 부지런히 사서 읽자. 그래야 내가 만드는 책을 더 알뜰히, 훌륭히 엮을 수 있다. 내가 만드는 책을 교정하고 교열 보고 원고를 살피느라 바쁜 줄 누가 모르랴. 일터에서도 밤늦게까지 있고, 일 마친 뒤 작가들과 술자리도 함께 할 테며, 집에 오면 온갖 집안일이 산더미 같고, 밥해 먹기도 귀찮을 뿐 아니라 힘이 들 텐데, 이리하여 집에 오면 잠자기 바쁠 텐데, 그래도 잠자기 앞서 책 한 줄이라도 읽자. 아니면 우리들은 그냥 ‘시계바늘처럼 왔다갔다 회사를 오가는 월급쟁이’일 뿐 아니겠는가? 내 삶이나 생각이나 모두 똑같이 되풀이되는 기계처럼 되어 버린다면, 우리가 만드는 책도 마찬가지가 된다. 우리 스스로 없는 시간을 쪼개어 조금 더 배우고 책을 읽으며 부지런히 살면서 옳고 바른 생각을 품고 일하면, 이 마음을 고스란히 우리가 만드는 책에 담기 마련이다. 그래서 우리는 책읽는이를 믿을 수 있고, 우리가 애써 만든 책 하나를 찬찬히 찾아보고 살펴서 기꺼이 읽어 주는 고마운 사람들이 틀림없이 있다고 다시 한 번 믿을 수 있다. 힘들고 지쳐서 괴롭다 하더라도 책을 읽자. 다른 사람보고 책을 읽으라 말하지 말고 우리들, 출판사 편집자들이 먼저 읽자. 출판사끼리 거저로 책을 주고받지 말고, 우리 돈을 내고 책을 사서 읽자. 달마다 받는 월급으로 술만 사 마시지 말고, 담배만 사 피우지 말고 책을 사서 읽자. 그러면 자연스럽게 서로서로 살아날 수 있다. (4338.3.22.불.처음 씀/4344.1.22.흙.말투 손질.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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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상 밑의 도깨비 - 꿈을 먹는 나무 4
타케다 미호 글 그림 / 태동출판사 / 2001년 12월
평점 :
품절




 다 함께 즐기는 ‘좋은 새책’이란
 [다 함께 즐기는 그림책 40] 타케다 미호, 《책상 밑의 도깨비》(태동어린이,2001)



 2008년 8월에 태어나 어느덧 서른두 달째 접어드는 아이한테는 어떠한 책을 안겨 주며 읽히더라도 ‘새책’입니다. 아이한테는 모든 책이 처음 마주하는 책인 터라, 2011년 1월에 나온 책이든 2001년 1월에 나온 책이든 1991년 1월에 나온 책이든 똑같이 ‘새책’이에요.

 2011년 오뉴월에 태어날 둘째한테도 모든 책은 새책입니다. 제 언니가 읽던 책을 고스란히 물려받아 함께 읽는달지라도 둘째한테 ‘헌책’은 한 가지조차 없습니다.

 둘째 아이 아닌 어른들이 보기에는 둘째 아이가 펼쳐 놓고 읽을 책이란 ‘헌책’으로 보이리라 생각합니다. 그러나 둘째한테는 어김없이 새책입니다. 게다가 첫째 아이한테도 이 책들은 똑같이 새책이에요.

 두 아이가 함께 볼 책들은 갓 나온 책이기도 하고 나온 지 제법 된 책이기도 합니다. 아이들은 어떠한 책이든 저희한테 재미있으면서 즐겁고 아름다운 책을 신나게 읽습니다. 제아무리 이름값이 높다든지 많이 팔린다 하는 책일지라도 아이들 눈높이하고 걸맞지 않거나 따분하다 느끼면 들여다보지 않습니다.

 2001년에 처음 나온 그림책 《책상 밑의 도깨비》는 아이들한테 어떤 그림책이 될까 궁금합니다. 일본에서는 2000년에 처음 나왔고 한국에서는 2001년에 처음 옮겨졌으니 반딱반딱한 책이라 할 만하지만, 이 그림책을 알아보는 사람은 그리 안 많습니다. 아마, 이 그림책은 판이 끊어져 사라질는지 모르고, 나중에 열 해쯤 지나 다른 출판사에서 되살림판을 내놓을는지 모르지요. 모르는 노릇인데 2020년이나 2030년쯤 이 그림책이 되살림판으로 나온다면, 그때 사람들은 ‘새책’으로 받아들이겠지요.

 《책상 밑의 도깨비》를 그린 이는 ‘타케다 미호’ 님입니다. 이분 그림책을 펴낸 다른 출판사(웅진주니어)에서는 ‘다케다 미호’로 이름을 적습니다. 다른 출판사에서 나온 《짝꿍 바꿔 주세요》라는 그림책은 2007년에 옮겨졌는데, 《짝꿍 바꿔 주세요》는 일본에서 1991년에 처음 나왔습니다. 한국판은 외려 늦게 나왔으나 어떤 눈길로 보자면 ‘더 새책’이고, 일본판으로 치자면 되레 ‘더 헌책’이라 할 만합니다. 그렇지만, 이 그림책들을 손에 쥐어 읽힐 어른이나 이 그림책들을 손수 쥐어 읽을 아이한테는 한결같이 ‘새책’이면서 ‘책’입니다. 책에 담은 넋과 얼을 살피는 우리들일 때에는 어떠한 책이든 좋은 ‘그림책’이요 아름다운 ‘이야기책’입니다.


.. 내 방 책상 밑에는 꼬마 도깨비가 살고 있어. 새하얀 솜사탕처럼 폭신폭신하게 생겼어. 반짝반짝 빛이 나 ..  (2∼3쪽)


 우리네 어머님과 아버님 들은 아이와 함께 책방마실을 다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일이 바쁘고 힘들어 집에서 인터넷으로 또닥또닥 찾아보며 ‘무료 당일 배송’으로 책을 받을 수 있겠지요. 인터넷에서는 10%이든 20%이든 깎아 파는 데다가 적립금까지 얹어 주지요.

 그렇지만, 우리네 어머님과 아버님 들은 책에 적힌 값대로 고스란히 치를 뿐 아니라 적립금조차 없을 동네책방으로 마실을 다니면서 책을 사면 한결 기쁘며 좋다고 느낍니다. 책은 지식이 아니고 물건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아이들이나 어른들이나 책을 지식으로 받아들여서는 걱정스럽기 때문입니다. 누구한테나 책을 더 값싸게 사들이는 물건으로 다룰 때에는 책에 깃든 사랑과 꿈을 옳게 받아먹기 힘들기 때문입니다. 모든 책은, 이 책을 쓰거나 그리느라 땀흘린 사람과 이 책을 엮어 내놓거나 이 책을 다루어 파는 사람 모두한테 땀값을 치러 주어야 옳기 때문입니다.

 책방마실을 하면서 아이한테 ‘책 아끼는 매무새’를 가르쳐야 합니다. 책방에 있는 책은 ‘새책방일 때에는 출판사에서 주문을 넣고 받은 다음 맡아 파는 책’입니다. 새책방 책은 책방 것이 아니라 출판사 것입니다. 내가 돈을 치러 사기까지는 출판사 것이에요. 함부로 다루어서는 안 되고, 살몃살몃 아끼면서 넘겨야 합니다. 집에서 ‘내 책’으로 볼 때에는 볼펜으로 밑줄을 긋든 책장을 접든 아랑곳할 일이 없어요. 그러나 책방 책은 살며시 다루어야 합니다. 어버이들은 아이와 함께 책방을 다니면서 “여기에서 어떤 책을 사면 좋을까?” 하고 아이한테 물으면서 책을 살펴야 합니다. 아이가 좋아하는 그림을 살피고, 아이한테 읽히고파 하는 ‘어른이 보기에 좋다 할 만한 책’은 무엇인지 헤아려야 합니다.

 책방마실과 함께 도서관마실을 하면 더욱 좋습니다. 책을 마음껏 사서 읽기 어려운 사람들이 도서관에서 ‘책 하나를 여럿이 돌려서 본다’고 일깨우면서, 책방에서뿐 아니라 도서관에서 ‘책 아끼는 몸가짐’을 익히도록 거들어야 해요.

 생각해 보면, 아이가 책을 아끼도록 일깨우거나 가르치기 앞서, 우리 어른부터 책을 아껴야 합니다. 우리 어른들 스스로 책 아끼는 매무새로 살아갈 때에 아이들은 저절로 책을 아낍니다.

 곧, 어른 스스로 책방마실과 도서관마실을 즐기면서 책 아끼는 매무새를 아이들한테 몸으로 보여주어야, 아이들은 책을 한결 사랑하거나 가까이하면서 따스하고 넉넉한 꿈을 키웁니다.


.. 도깨비도 가끔 외로움을 느끼나 봐. 놀아 달라고 종종 내 다리를 간질이곤 해. 도깨비는 숙제도 도와줘. 그렇지만, 가끔 틀리기도 해 ..  (6∼7쪽)


 책방마실을 할 때에는 새책방과 헌책방을 함께 다녀야 합니다. 헌책방이란, 새책으로 사들인 누군가 ‘이제 집에 두지 않아도 될 책’을 스스럼없이 내놓아 ‘다른 사람이 돌려 볼 수 있게끔’ 하면서 마련한 책쉼터임을 알려주어야 합니다. 우리 집에 ‘이제 안 보는 책’이 있으면 이 책들을 ‘버려야’ 하는지 ‘동무한테 주어야’ 하는지 ‘헌책방으로 가져와서 팔아야’ 하는지를 깨닫도록 도와야 해요.

 하루가 다르게 크는 아이들이기 때문에, 세 살 적 옷이 다섯 살 때에 안 맞고, 다섯 살 때 옷이 예닐곱 살에 안 맞아요. 작은 옷은 이웃끼리 돌려입든 어디에 보내 주든 합니다. 이와 마찬가지로, 이제는 안 읽는 책이라지만 나 스스로 소담스레 여기는 책이라 할 때에는 ‘다른 사람이 소담스레 여기며 즐겁게 읽을 수 있도록’ 헌책방에 내놓는 삶을 어버이부터 보여주면서 물려줄 노릇입니다.

 여기에 한 가지 더 있습니다. 어린이한테는 어떠한 책이든 모두 새책인 만큼, 책을 바라보는 눈썰미를 달리 품거나 새롭게 가다듬도록 헌책방마실을 하면 더욱 즐겁습니다. 나로서는 처음 알아보는 책이 새책입니다. 책은 물건이 아니라 이야기인 터라, 처음 알아보는 꽤나 묵은 책이란 반가우며 고마운 새책이에요. 책방마실은 ‘헌책방’마실이지만, 막상 헌책방에서 내가 사들이는 책은 ‘헌 물건’이 아닌 ‘새로운 책’입니다.

 아이가 한 살 두 살 크면서 새롭게 사귀는 동무를 떠올리면 헌책이란 어떠한 책인지 조금 더 수월히 알아채도록 이끌리라 생각합니다. 열두 살에 처음 사귀는 동무는 ‘헌 사람’이나 ‘헌 동무’가 아닌 ‘새 동무’입니다. 내가 열두 해를 살기까지 몰랐을 뿐, 내 동무는 열두 해를 다른 곳에서 다른 삶을 꾸리면서 아름다이 지냈어요. 내가 오늘 헌책방에서 처음 알아보는 이 책은 ‘내가 몰랐을’ 뿐, 다른 데에서 아름다운 이야기를 꾸준히 나누어 왔습니다.


.. 사촌 누나로부터 물려받은 빨간색 꽃무늬 자전거. 모두가 날 놀려댔어. 그러나 주문으로 짠! 번쩍번쩍 새 자전거로 변신! 저 하늘처럼 새파란 자전거, 안장은 가죽으로 되어 있어. 형의 자전거처럼 아주 빨라. 물론 사람들 눈에는 안 보여. 나만 아는 마법이거든! ..  (12∼13쪽)


 그림책 《책상 밑의 도깨비》는 언제까지나 새책입니다. 이 그림책을 펼칠 아이한테도 새책이요, 이 그림책을 읽어 줄 어버이인 저랑 애 엄마한테도 새책입니다. 새로 펼칠 때마다 새로 맞아들이니 언제나 새삼스레 즐기는 새책입니다.

 오늘 보는 느낌이랑 이듬날 보는 느낌이 다릅니다. 나중에 둘째한테 읽힐 때라든지 첫째랑 둘째를 함께 앉히고 읽힐 때 보는 느낌은 또 달라요.

 아이들이 제법 자란 뒤에는, 그림책 《책상 밑의 도깨비》에 나오는 아이랑 도깨비 삶은, 아버지 어릴 적에도 똑같이 느끼며 사귀고 살아가던 모습이라고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두 아이 아버지로 살아갈 저부터 《책상 밑의 도깨비》에 나오는 아이만 한 나이였을 때에 책상 밑에서 도깨비를 만나서 함께 놀았거든요.


.. 드디어 생각해냈어! 로시에게 복수할 방법! 주문을 외워서 내가 널 투명인간으로 만들어 줄게! 투명인간이 된 너는 슬그머니 로시에게 다가가 실컷 간질여 주는 거야. 그래도 화가 안 풀리면 볼을 꼬집어 버려! 로시는 널 못 보잖이. 넌 으스대며 집으로 돌아오면 돼. 어때? 재밌겠지? ..  (30∼31쪽)


 좋은 책은 언제나 우리 곁에 있습니다. 좋은 책이란 무엇보다 ‘좋은 내 삶’입니다. 좋은 내 삶을 참말로 좋다고 느낄 때에 나로서는 종이책을 백만 권이나 천만 권 읽은 듯 마음이 살찌고 생각이 깊어지며 사랑이 따스해집니다.

 아이하고 복닥이는 하루가 좋은 책이요, 아픈 옆지기를 더 애틋이 돌보며 보내는 하루가 좋은 책이며, 시골집 고즈넉한 살림살이를 이냥저냥 일구면서 오늘 하루도 솔솔 내리는 눈을 하염없이 바라보다가는 얼른 눈을 쓸어야겠다고 부산스레 움직이는 삶이 바로 좋은 책입니다.

 밥을 하고 설거지를 하는 똑같은 하루가 똑같이 좋은 삶입니다. 아이를 자전거수레에 태워 마실을 다니는 하루가 언제나 좋은 삶입니다. 아이하고 함께 노래 부르고 놀며 지내는 하루가 참으로 좋은 삶입니다. 멀리 놀이공원을 찾아다녀야 하지 않고, 애써 나라밖으로 아이한테 영어를 가르치겠다며 나가 보아야 좋은 삶이 되지 않습니다. 이렇게 해도 좋은 삶은 되겠지요. 어떻게 하든 좋은 삶일 테지요. 그런데 우리들은 더 돈을 많이 벌어 더 돈을 많이 쓰는 데에서만 아이한테 좋은 삶을 물려줄 수 있는듯이 잘못 생각합니다. 우리들은 아이하고 눈을 더 마주치고 맞추는 데에 품을 들여야 비로소 좋은 삶을 꾸리면서 함께할 수 있는 줄을 자꾸 잊습니다. 아이랑 손을 맞잡으면서 〈겨울나무〉를 부르고 〈고향의 봄〉을 부르는 나날이 얼마나 좋은 삶인지를 자꾸 잊습니다.

 그림책 《책상 밑의 도깨비》가 좋은 책이 되어 한국에서도 옮겨질 수 있던 까닭은 아주 흔하며 누구나 안다 싶은 수수한 이야기를 수수한 결 그대로 사랑하면서 따사로이 얼싸안았기 때문입니다. 내 좋은 ‘새 삶’을 사랑해 주셔요. (4344.1.22.흙.ㅎㄲㅅㄱ)


― 책상 밑의 도깨비 (타케다 미호 글·그림,편집부 옮김,태동어린이 펴냄,2001.12.11./7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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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과 우리 말 65] OPEN YOUR STYLISH CLOSET

 서울에 볼일이 있어 생극면 버스역에서 시외버스를 잡아탑니다. 동서울로 가는 버스는 놓쳐서 성남으로 갑니다. 성남 버스역에서 내려 전철역으로 걸어갑니다. 길가에 커다란 백화점 비슷한 가게가 있고, 이 가게 앞길에는 똑같은 걸개천이 숱하게 내걸립니다. 걸개천에는 ‘OPEN YOUR STYLISH CLOSET’이라 적힙니다. 이 걸개천을 내건 곳은 ‘espoir’라는 곳인 듯하고, 아마 ‘GRAND OPEN’을 하기 때문에 사람들한테 새소식을 나누고자 이런 걸개천을 걸었는가 봅니다. 그런데 이곳 ‘espoir’는 누가 찾아가서 무엇을 하는 곳일까요. 영어를 모르면 이곳을 찾아가서는 안 되는지 궁금합니다. (4344.1.22.흙.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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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리말(인터넷말) 12] 다시듣기

 시골집에서도 인터넷을 쓸 수 있기 때문에, 멧골 깊은 데에서는 라디오를 들을 수 없으나 인터넷으로 듣습니다. 시골집에서는 전화줄에 인터넷이 딸립니다. 꽤나 느리지요. 그래도, 노래를 듣고파 하는 아이한테 엄마 아빠가 노래를 불러 주다가 힘들 때면, 인터넷을 켜고 ‘쥬니어네이버 동요세상’에 들어가서 국악동요나 여러 동요를 틉니다. 이름은 ‘쥬니어-’라 붙여 아쉽지만, 막상 들어가 보면 어설피 영어로 떡바른 말마디는 많지 않습니다. 이곳으로 들어올 아이들 눈높이를 잘 헤아려 줍니다. ‘반복듣기’ 같은 이름은 ‘되풀이듣기’나 ‘또 듣기’로 적었다면 한결 나았을 테지만, 아마 넉 자를 맞추고 싶은 듯합니다. 그러면 ‘자꾸듣기’나 ‘거듭듣기’처럼 적을 수 있어요. 비록 ‘쥬니어-’라는 영어를 쓰지만, 어린이들 삶과 마음밭을 헤아린다면 ‘리플레이’나 ‘replay’ 같은 이름을 섣불리 쓸 수 없습니다. 누리집을 꾸미며 게시판 이름을 붙이는 분들께서, 이 누리집에는 어른만 드나들지 않고 어린이도 드나들 수 있음을 살핀다면, 또 어른들만 드나들더라도 ‘지식 많고 똑똑한’ 어른만이 아니라 ‘지식이 적거나 모자란’ 어른들을 두루 살핀다면, 한결 쉬우면서 부드러이 이름을 붙일 수 있으리라 믿습니다. (4344.1.22.흙.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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