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우리말 / 말넋 2024.11.21.

오늘말. 뒷손질


다음에는 잘 하면 된다고 여길 수 있으나, 그다음에 또 넘어질 수 있습니다. 이다음에는 꿋꿋하자고 다짐하지만, 다음길에 거듭 자빠질 수 있습니다. 뒤따르는 온갖 일이 버거워 땀흘리다가 쓰러질 수 있어요. 이때에는 곁에서 보태는 손길을 받으면서 일어날 만해요. 앞손질도 뒷손질도 고맙게 받으면서 천천히 다시 나아갈 만합니다. 우리는 서로서로 돕습니다. 나란히 북돋웁니다. 함께 이끌고, 같이 애써요. 더 큰 도움손은 없어요. 모두 반갑게 도움꽃입니다. 고치는 이웃이 있고, 어루만지는 동무가 있어요. 치다꺼리하는 내가 있고, 다듬는 네가 있습니다. 앞장서는 사람 혼자 일을 맡지 않아요. 뒤따르는 사람도 온갖 일을 맡습니다. 서로 징검다리입니다. 저마다 디릿돌이에요. 먼저 보금자리를 알뜰히 가꾸면서 마을과 푸른별을 차근차근 돌봅니다. 바쁠 적에는 추스를 틈이 없습니다. 쉬엄쉬엄 조금조금 가다듬으려고 하기에 밑바탕을 든든히 이루면서 환하게 피어납니다. 힘이 적으니 모읍니다. 힘이 넘실거리니 이바지합니다. 살짝 베풀어도 대단합니다. 크게 주어도 즐겁습니다. 제 넋을 모시는 마음부터 고이 다스리면서 이 길을 걷습니다.


ㅅㄴㄹ


다음·그다음·이다음·다음길·다음꽃·뒤·뒷일·뒤따르다·뒤따라가다·뒤따라오다·뒷손·뒷손질·뒷갈무리·갈무리·가다듬다·다듬다·손보다·손질하다·추스르다·고치다·어루만지다·치다꺼리·뒤치다꺼리 ← 후속조치


드리다·주다·보태다·이바지·베풀다·모시다·섬기다·올리다 ← 시주(施主)


아기받이·도움이·도움손·도움꽃·애쓰다·힘쓰다·땀흘리다·힘·바탕·밑바탕·밑·밑틀·다리·다릿돌·징검다리·보금자리·둥지·자리·집·거들다·돕다·이바지·이끌다·끌다·북돋우다 ← 산파(産婆)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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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우리말 / 말넋 2024.11.21.

오늘말. 일구다


시골 논두렁에 늦가을이면 노랗고 작게 수북수북 돋는 들꽃이 있습니다. 멧자락에도 노랗게 물들이는데, 자그마치 늦겨울부터 한가을까지 내내 잠들다가 늦가을에 이르러 천천히 줄기를 올려서 돋는 멧노랑(산국)입니다. 여러 해에 걸쳐서 멧노랑 씨앗을 받아서 우리 집 기스락에 뿌렸어요. 올해에 드디어 자리를 잡으면서 곳곳에서 올라오더군요. 텃씨는 이듬해에 곧장 깨어나기도 하지만, 여러 해 걸릴 수 있습니다. 손수 일구면서 더 일찍 싹틔울 수 있고, 느긋이 가꾸면서 두고두고 일으킬 수 있어요. 보듬는 손길이기에 품습니다. 살리는 눈길이기에 아늑하지요. 누가 가르쳐야 깨닫지 않습니다. 씨톨은 이미 속으로 밑자락이 든든합니다. 사람씨도 풀씨도 짐승씨도 헤엄씨도 벌레씨도 나비씨도 매한가지예요. 피톨에는 저마다 몸과 마음을 이루는 밑뿌리가 있어요. 밤이면 드리우는 빛줄기가 깃들고, 낮이면 환하게 퍼지는 사랑스러운 햇빛이 스밉니다. 찬찬히 키웁니다. 하나씩 돌봅니다. 오래도록 토닥입니다. 앞장서서 이끌 사람을 기다리지 않습니다. 누구나 스스럼없이 끌어갈 수 있어요. 오늘은 아이가 이끌어요. 모레는 어른이 이슬받이로 나아갑니다.


ㅅㄴㄹ


씨·씨톨·씨알·씨앗·알씨·피·피톨·피알·밑뿌리·밑싹·밑씨·밑자락 ← 유전자, 디엔에이


가꾸다·일구다·가르치다·갈치다·기르다·이끌다·끌다·끌고 가다·끌어가다·끌힘·돌보다·돌봐주다·돌봄길·돌봄손·돌아보다·보살피다·보듬길·보듬다·토닥이다·품다·불빛·불빛줄기·빛줄기·횃불·사랑·사랑멋·사랑맛·살리다·살려내다·살려주다·살림·살림하다·살림길·어버이·키·키잡이·키우다·키움꽃 ← 육성(育成)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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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우리말 / 말넋 2024.11.21.

오늘말. 숲살림


바다만 있는 곳이라면 사람은 어떻게 살까요? 미루어본다면 바닷속에서만 살아갈는지 모릅니다. 바다가 없는 곳에서는 어찌 살까요? 이럼잡는다면 땅밑에 깊이 잠들는지 모르나, 소금도 물도 없으니 말라죽으리라 봅니다. 뭍과 바다 넓이처럼 숨붙이 몸에는 물이 넉넉합니다. 푸른별을 이루는 모두는 푸른빛을 품는 푸른길로 푸른살림을 짓는다고 여길 만합니다. 그런데 서울을 비롯한 큰고장에는 숲이 없어요. 숲빛을 꾸민 자그마한 숲터는 있지만, 숲살이하고는 멀어요. 갈수록 둘레 숲을 잡아먹기까지 하면서 들빛도 들살림도 망가뜨립니다. 이런 길이라면 짐짓 죽음길이라고 여깁니다. 어디에서나 살림길로 서려면 숲살림을 생각하면서 숲집을 가꾸고 숲마을을 열면서 숲누리로 거듭날 노릇이지 싶어요. 이제는 하나하나 이야기를 할 때입니다. 숲하고 등진 모든 삽질은 멈출 일입니다. 숲하고 등돌린 모든 말글도 끝낼 일이에요. 푸른별이란 숲별이라는 뜻입니다. 파란별이란 파란하늘과 파란하늘이 어우러진 살림빛이라는 뜻입니다. 주먹셈으로 돈만 바라는 굴레는 하나씩 치우기를 바라요. 아이는 신나게 뛰놀고 어른은 어질게 살림하는 숲살이길을 걸어가요.


ㅅㄴㄹ


숲살림·숲살림길·숲살이·숲살이길·숲터·숲터전·숲울·숲울타리·숲빛·숲빛깔·들길·들빛·들빛길·들살림·들살이·들꽃살림·들꽃살이·바람빛·바람님·바람잡이·푸른길·풀빛길·푸르다·푸른빛·풀빛·풀빛깔·푸른숲·풀빛숲·푸른자리·푸른터·풀빛자리·풀빛터 ← 자연유산(自然遺産)


꼽다·미루다·미루어보다·짚다·치다·어림·어림하다·어림잡다·얼추·얼추잡다·-려면·-자면·주먹셈·짐짓·믿다·여기다·보다·생각·셈·얘기·이야기 ← 가설(假說)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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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하고 인천에서

이틀에 걸쳐 #책숲마실 하고서

이제 #고흥으로 돌아간다.

마무리로 아침에 인천골목을

살짝 거닐며

#마계책방 하고 #시와예술

두 군데 들러 보는데

둘 다 달날에는 쉰다.


이다음에 들를 수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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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살림말 / 숲노래 책넋

2024.11.18. 네 목소리



  네가 즐겁게 노래하면 이 소릿가락은 너부터 온누리를 살리는 빛살씨앗이야. 네가 악쓰고 억지쓰고 찡그리면 늘 너 스스로 갉는 수렁이야.


  사람이 죽는 까닭은 쉬워. 안 즐겁잖니. 그러면 왜 안 즐거울까? 마음쓰기가 아닌 악쓰기에 억지쓰기인걸. 네 목소리에 사랑이 없이 쩌렁쩌렁 울리기만 하니 언제나 목숨을 갉고 말아.


  새는 즐겁게 노래하며 하늘을 날고 나뭇가지에 앉아서 짝을 기다려. 둘은 함께 날고 놀며 늘 노래를 새로 퍼뜨려. 새는 얼핏 사람보다 오래 못 산다고 여기는데 참말로 그럴까? 길게 몸뚱이를 붙잡는 나날도 목숨이나 삶이라 여길 수 있을까.


  나는 노래하는 오늘을 살아. 네가 내 노래를 들을 수 있어. 그런데 난 누구한테도 노래를 불러주지 않아. 그저 오늘을 노래할 뿐이야. 새처럼 나비처럼 벌처럼 개미처럼 노래하지. 풀처럼 나무처럼 노래하는 숲이 되는 하루야.


  구름을 함께 볼래? 구름은 늘 노래하면서 춤짓이야. 너도 구름노래랑 구름춤을 맞이하면서 웃기를 바라. 늦가을해가 따뜻하구나.


ㅅㄴㄹ


※ 글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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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살림말 / 숲노래 책넋

2024.11.14. 늦가을은 첫겨울로



  어린이하고 푸름이는 걷지만, 젊은 이웃은 좀처럼 안 걷는다. 시골도 서울도 두다리로 골목과 마을과 논두렁과 들숲과 바다와 하늘을 품는 사람이 아예 안 보이다시피 사라진다.


  걷지 않는 사람은 책을 쥐거나 붓을 잡을 짬을 스스로 낼까? 안 걷는 몸으로는 집안일과 집살림도 스스로 안 하는 나날이지 않을까?


  걷는 어른이어야 늘 아이를 마주한다. 걷는 매무새여야 어른이 된 뒤에도 착하게 살피면서 스스로 노래한다. 그런데 걷는다고 하더라도 혼자 마구 앞서가려고 옆사람을 밀치거나 새치기를 하는 분이 꽤 많다. 발걸음이 느리지만 이웃이 나아갈 자리를 가로챼거나 빼앗더라.


  늦가을은 첫겨울로 넘어간다. 이제 밤에는 풀벌레도 개구리도 없다. 바람소리가 감돌고 별이 속삭이는 노래가 넘실거린다. 다들 나란히 별수다에 귀를 기울이는 듯하다. 고흥읍에 나왔다가 우리 집으로 돌아가는 시골버스를 탄다. 좀 시끄럽다. 눈을 감고서 먼구름과 먼별을 그린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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