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4.8.17.


《숙론》

 최재천 글, 김영사, 2024.5.10.



낮에 옆마을로 걸어간다. 논둑길에서 흰새무리를 본다. 천천히 하늘을 가르면서 눈앞에서 날갯짓이다. 집에서는 아침 낮 저녁으로 꾀꼬리노래를 듣지만, 들로 나오면 못 듣고, 시골버스를 타고서 읍내에 가도 못 듣는다. 시골살이라 하더라도 읍내나 면소재지에서는 어떤 소리가 감돌까? 마당이 없는 곳에서 지낸다면, 서울하고 시골은 무엇이 다를까? ‘우리말로 노래밭’ 여덟걸음을 편다. 오늘은 ‘풀이름·씨·하얗다’ 세 가지로 쪽글을 쓰고서 이야기를 들려준다. 저녁에 집으로 돌아와서 두 아이하고 이야기를 잇는다. 잠든 작은아이 곁에서 한참 부채질을 한다. 밤노래가 온집안을 감싼다. 《숙론》을 곱씹는다. 곰곰이 새긴다. 다시 곱새긴다. 우리말에 ‘곱·거듭’이 있고 ‘곰·가’가 있다. 말끝 하나로 뜻과 결과 너비와 이야기가 확 바뀐다. 이곳에서 살아가지만 이곳에서 이웃이 어떻게 눈을 뜨고 귀를 열고 마음을 틔워서 생각을 밝힐 적에 스스로 빛나며 서로 아름답게 사랑으로 만날는지를 헤아린다면, ‘아무 낱말’이나 안 쓴다. 말 한 마디도 씨앗처럼 말씨(말씨앗)요, 글 한 줄도 씨알처럼 글씨(글씨앗)이다. 깊이 보려고 하기에 ‘살피다’라 한다. 더 깊이 보고 싶기에 ‘들여다보다’라 한다. ‘보다’를 알아야 본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숲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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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4.8.16.


《측광》

 채길우 글, 창비, 2023.8.23.



고흥에서 ‘우리말로 노래밭’ 일곱걸음을 펴는 하루이다. 우리 집 꾀꼬리가 들려주는 노래를 들으면서 도덕면으로 간다. 어린배움터가 닫은 곳에 깜돌(아스팔트)을 깔고서 뚝딱집(전원주택)을 똑같이 세우고서 ‘청년 농촌보금자리’라는 이름을 붙였다. 2019년에 80억 2500만 원을 들여 세웠다는데 ‘샌드위치 판넬집’이다. 나랏돈을 이렇게 써도 될까? 애써 시골살림을 그리며 찾아온 서울 젊은이한테 이처럼 후줄그레하고 어이없는 집을 내주어도 될까? 시골집은 바람이(에어컨) 없이 ‘숲바람’을 쐬면서 여름을 누리고 여름소리를 즐길 수 있는 얼거리로 지어야 맞다. 서울이 아니잖은가? 서울하고 까마득히 먼 시골에 지을 집에서 살아갈 사람은 시골다움을 익히고 사랑하는 길이어야 알맞을 텐데. 《측광》을 읽었다. 오늘날 글(문학·논문·기사·공문서)을 쓰는 사람은 삶을 담는다고 내세우기는 하겠으나, 살림이 안 보이고, 사랑이 아닌 사랑타령에 그치고, 숲은 아예 없다. 두바퀴(자전거)로 15∼20킬로미터쯤 달려야 마을가게(편의점) 하나 나오는 삶터에서 지낸 적이 없기에 어떤 글을 어떻게 써야 하는지 모를 만하다. 똥오줌을 받는 천기저귀를 삶고 헹구고 말려서 아기 샅에 대는 살림을 지은 적도 없으니 글빛을 잊을 만하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숲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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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4.8.15.


《벼랑 끝에서》

 마농 드바이 글·그림/이성엽 옮김, 지양사, 2023.12.12.



낮에 볕바라기를 하는데, 새앙쥐 한 마리가 마당을 볼볼볼 가로지르다가 왼발에 톡 부딪힌다. 슬그머니 툭 건드리니 깜짝 놀란 새앙쥐는 허둥지둥하다가 뒷걸음을 하고는 바깥마루 그늘자리에 숨는다. 가만히 마주본다. 넌 한낮에 용케 나오는구나? 고양이가 안 무섭니? 두바퀴를 달려 면소재지로 간다. 먼하늘과 멧자락을 바라보면서 구름을 살핀다. 복숭아 한 꾸러미를 장만한다. 저녁에 먼하늘을 보니 번개가 친다. 비가 오려나? 비가 오시기를 바란다. 《벼랑 끝에서》를 읽었다. 두 아이하고 얽힌 줄거리를 다루지만, 두 아이 어버이가 어떤 삶길을 걸었는지 고스란히 드러나고, 두 아이를 둘러싼 마을과 배움터에서 스치는 여러 아이들이 저마다 어떤 하루인지 낱낱이 드러난다. 왜 나이로 잘라야 할까? 왜 겉모습을 보아야 할까? 왜 어울림길이 아닌 다투고 겨루고 싸우면서 위아래를 갈라야 할까? 아이들 탓은 없되, 아이들이 스스로 꿈을 안 그린다면, 쳇바퀴를 고스란히 되풀이한다. 굳은틀이란 있지 않다. 굳은틀을 느낀 우리가 물줄기로 바꾸고 샘물로 돌릴 노릇이다. 얼마든지 달아날 수 있지만, 달아나다가 닿는 곳은 벼랑이다. 이 담벼락과 쳇바퀴와 굳은틀도 담벼락이고, 저쪽도 담벼락이다. 바로 이곳에서 일어서야 닫힌 담을 허문다.


#ManonDebaye #TheCliff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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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4.8.14.


《김밥의 탄생》

 신유미 글·그림, 봄개울, 2024.5.5.



꾀꼬리노래를 아침과 낮과 저녁마다 들으면서 가락과 결이 때마다 어떻게 다른가를 헤아린다. 볕날을 언제까지 이으려나. 비날은 언제 찾아오려나. 집안일을 하고, 씻고, 밥을 차리고, 빨래를 하면서 하루가 지나간다. 아이들이 자리에 누우면 부채질을 한다. 일하면서 셈틀한테도 부채질을 한다. 여름이란 땀을 빼는 철이니, 신나게 땀을 쏟고서 씻는다. 여름에 더위를 기쁘게 받아들이기에, 겨울에 포근하게 날 수 있다. 우리 몸속에 남은 찌꺼기가 땀하고 때로 빠져나오기에 새살이 돋고 한결 튼튼하다. 이렇게 여름을 보내기에 겨울 찬바람이 거뜬하면서 반갑다. 《김밥의 탄생》은 아이들한테 어떤 살림을 보여줄 만할까? 이 그림책은 어른들한테 어떤 하루를 속삭일 만할까? 우리나라는 그림책이건 그림꽃(만화)이건 자꾸 ‘얼굴(캐릭터)’에 파묻히려고 한다. 몸이 있으니 얼굴을 볼 테지만, 너무 얼굴만 쳐다보느라 막상 마음을 잊고 몸속을 이루는 숨빛을 놓친다. 이쁘장한 얼굴(캐릭터)이 아니면 볼만하지 않다고 여기면, 이미 글과 그림과 이야기가 사라진다. ‘그림부터’ 그리다가 어느 날 문득 태어나는 얼굴이라면 어울리지만, 처음부터 얼굴만 꾸미려 하면 그림부터 몽땅 흔들린다. 글책도 매한가지이다. 글감만으로는 못 쓰는 글이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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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4.8.13.


《집에서 쫓겨났어》

 구구단 청소년출판팀 글·그림, 니은기역, 2024.1.6.



여러 날 잇달아 꾀꼬리노래로 아침을 열고 낮을 누린다. 비는 오지 않을 듯싶고, 구름조각이 조금 흩뿌린다. 〈책숲 1014·1015〉를 받아서 글자루에 넣는다. 혼자 조용히 일을 했더니, 두 아이한테서 혼자 일을 다 하지 말고, 도울 수 있는지 물어보라는 핀잔을 듣는다. 17시 시골버스를 타고 읍내로 간다. 책숲종이를 부친다. 달걀서껀 몇 가지를 저잣마실로 장만하고서 집으로 돌아간다. 《집에서 쫓겨났어》는 작고 야무지게 나왔다. 구례 푸름이가 손수 쓴 글이라고 하는데, 글결을 가다듬을 어른이 있다면 훨씬 나았으리라 본다. 어린이하고 푸름이는 말과 삶과 살림과 숲을 하나씩 익히는 길인 터라, 둘레 어른이 어질게 길잡이 노릇을 해야 한다. 이동안 어른은 어린이하고 푸름이한테서 사랑을 펴고 나누고 짓는 맑고 밝은 웃음과 눈물을 배울 일이다. 숱한 숲이웃이 숲에서 쭃겨난다. 온누리 들동무가 들에서 쫓겨난다. 아이들은 마을에서 쫓겨나니, 놀거나 쉴 틈이 없다. 숲이웃과 들동무와 아이들을 쫓아낸 ‘어른 아닌 꼰대’는 막상 집에서 느긋하게 지낼 짬이 없다고 할 만한 오늘날이다. 스스로 쫓아내면서 쫓겨난다. 스스로 살림할 때에라야 스스로 어깨동무하면서 함께 사랑하는 길을 연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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