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품사용설명서'를 읽어 보면, 영어로 풀이하는 대목은 한 군데도 나오지 않는다. 그러나 맨 앞쪽에는 언제나처럼 영어를 적어 놓는다. 하기는, 자전거 이름 가운데 우리 말 이름이 아니라 한글 이름조차 하나도 없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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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집에서 노래노래 하던 아쮸끄림(얼음과자)을 서울마실을 하며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먹으며 노래하며 좋아하는 아이. 다 먹고 논둑길을 걸을 무렵 갑자기 두 손을 모아 쪼쪼아 아님(성부와... 하느님)을 왼다.

 - 2010.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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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피 2010-12-15 22:01   좋아요 0 | URL
ㅎㅎ 추운 겨울날이지만 좋아하는 아이스크림을 먹는 따님의 얼굴에서 웃음꽃이 피네요^^

숲노래 2010-12-17 06:56   좋아요 0 | URL
좋아하니 안 줄 수 없답니다.
다만... 읍내에 마실을 나왔을 때만 ^^;;
 
사람이 살고 있었네
황석영 지음 / 시와사회 / 1993년 9월
평점 :
절판


사랑하니까 알아야 할 사람과 삶
― 황석영, 《사람이 살고 있었네》



- 책이름 : 황석영 북한 방문기, 사람이 살고 있었네
- 글 : 황석영
- 펴낸곳 : 시와시학사 (1993.9.17.)



 사랑하는 사람이 무엇을 좋아하거나 싫어하는지를 모른다면, 참말 사랑한다 말할 수 없습니다. 사랑하는 사람이 어디가 아프고 어디가 힘든지 헤아리지 못한다면 참으로 사랑한다 얘기할 수 없습니다. 서로서로 즐겁게 어우러져야 하는 한편, 서로서로 조금 더 깊이 살피어 받아들이는 가슴이어야 합니다.

 내가 먹는 밥을 내가 손수 지었는지, 누군가 지은 쌀을 돈으로 사다가 먹는지를 곰곰이 돌아볼 줄 알아야 합니다. 내가 손수 지은 쌀로 한 밥이라면, 내가 쌀 한 줌 얻기까지 흙이랑 햇살이랑 비랑 바람이랑 얼마나 고마운가를 알아야 하고, 돈으로 사먹는 쌀이라면 내 몫을 애써 일구어 준 농사꾼이 어떻게 고마운가를 알아차려야 합니다.


.. 우리는 말로는 국가보안법을 철폐한다고 하면서도 철저하게 그에 맞추어 우리 생각의 한계까지 그어 놓고 있습니다. 그것은 거의 잠재의식적입니다 … 한참 동구권이 변혁의 소용돌이 속에 있을 때에 신문·잡지마다 사회주의가 망했다느니 안 맹했다느니 하루 걸러서 서로 업어치고 메치고 하는 글들을 읽으면서 많이 배우기도 했지만, 이런 노력의 십분의 일만큼이라도 덜어서 북한을 알려는 노력을 했으면 싶었습니다 ..  (232∼233쪽)


 꽤 여러 해 앞서, 공중전화로 전화를 걸고 나서 책 하나를 그만 전화기에 올려놓고 돌아나온 적 있습니다. 한참 지나서야 책을 놓고 온 줄 깨닫고는 부랴부랴 먼길을 거슬러 찾아갔는데, 한 시간 남짓 지나 공중전화로 돌아와 보니 제 책을 누군가 가져가고 말았습니다. 한 시간 사이에 책을 가져간 이는 공중전화에 얹힌 책임자가 찾으러 돌아올 줄을 몰랐으려나요.

 이때 잃은 책이 《사람이 살고 있었네》입니다. 이 책을 잃고 나서 영 쓸쓸하고 씁쓸해서 좀처럼 되사지 못하며 여러 해를 보냈습니다. 한동안 헌책방 책시렁에서 이 책이 안 보이더니 이제는 곧잘 보입니다. 여러 차례 되살까 말까 망설이면서 되사지 않았습니다. 이동안 황석영 님이 보인 매무새가 몹시 달갑잖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끝내 이 책을 되사서 못 다 읽은 대목을 마저 읽습니다. 퍽 두툼할 뿐 아니라, 남녘과 북녘으로 갈린 두 나라 삶자락이 살가이 만날 수 있기를 바라는 이야기를 읽습니다. 가만히 보면, 황석영 님이 만난 북녘사람은 ‘수많은 북녘사람 모습 가운데 1/1000이나 1/10000’일는지 모릅니다. 어쩌면 1/십만이나 1/백만일는지 몰라요. 그렇지만 황석영 님은 북녘땅을 밟았고 북녘사람을 만났으며 북녘마을을 거닐었습니다. 몸으로 겪는다 해서 더 잘 알지는 않으나, 적어도 몸으로 겪으면서 알아보려고 했습니다. 남녘땅 모든 사람이 황석영 님처럼 할 수 없는 노릇이요, 이렇게 하며 모두들 국가보안법 사슬에 걸려 감옥살이를 할 테니까 선뜻 나서기는 어려울 텐데(어쩌면 이렇게 한다면 문익환 목사님 말마따나 쇠울타리가 싹 걷힐 수 있겠지요. 백만 천만 사람들이 기나긴 줄을 이루어 북녘에서 남녘으로 또 남녘에서 북녘으로 걸어가서 만난다면 쇠울타리를 지키는 군인들도 총을 내려놓겠지요.), 적어도 “남녘사람은 북녘사람을 알려고 애쓰기”라도 해야 합니다. 북녘사람은 남녘사람이 쓴 책이나 글을 거의 못 읽는다지만, 남녘사람은 이래저래 북녘사람 이야기를 책으로나 글로나 드문드문 마주할 수 있습니다. 마르크스도 읽고 헤겔도 읽고 체 게바라도 읽고 지젝도 읽고 홍세화도 읽고 진중권도 읽으면서, 왜 북녘사람 삶자락은 읽을 수 없을까요. 남·북녘이 하나되기를 바라거나 꿈꾼다면, ‘남녘 만세!’나 ‘북녘 만세!’가 아니라 남·북녘 한겨레 눈물과 웃음을 읽어 알며 살아야 합니다. (4343.12.14.불.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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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을 사랑할 어른들 삶을 생각해
― 이오덕, 《이 땅에 살아갈 아이들 위해》



- 책이름 : 이 땅에 살아갈 아이들 위해
- 글 : 이오덕
- 펴낸곳 : 지식산업사 (1986.2.25.)


 얼마 앞서 흙으로 돌아간 리영희 님을 비롯해, 앞서 흙으로 돌아간 권정생 님, 전우익 님, 이오덕 님, 성래운 님 같은 어르신들은 입으로 떠들던 사람이 아닙니다. 하나같이 몸으로 살아간 사람입니다. 이분들이 우리한테 선물처럼 남기고 간 책이란 이분들이 몸부림치며 살아온 발자국이 담긴 땀방울입니다. 머리로 떠올리거나 헤아리며 엮은 앎조각이 아닙니다.


.. 이른 봄 시장에 가면 냉이와 씀바귀를 살 수 있다. 그러나 될 수 있으면 아이들과 함께 들에 나가 그것들을 캐면서, 또 죽을 끓여 먹으면서 봄날의 산과 들에 피어나는 풀이름 몇 가지라도 알리도록 하자. 이것이 이 땅에 태어나서 이 땅에 살아갈 아이를 둔 부모의 할 일이다. 그리고 도시에서 아무리 바쁘더라도 봄날에 한 번쯤은 (관광놀이 가는 것이 아니라) 진달래가 만발한 산을 찾아가, 이것이 조국의 강산이란 것을 몸으로 느끼게 하자. 절대로 꽃을 꺾어다 꽃병에 꽂는 따위 철없는 짓을 하게 해서는 안 된다 ..  (115∼116쪽)


 사람들이 책을 잘 읽어 주면 얼마나 좋으랴 하고 생각합니다만, 책을 잘 읽자면 삶을 먼저 잘 읽어야 합니다. 삶을 먼저 잘 읽는 사람이라면 당신 삶을 알뜰히 꾸리기 마련입니다. 곧, 내 삶을 알뜰히 꾸리는 사람이라면 으레 내 삶을 잘 읽기 마련이요, 내 삶을 잘 읽는 사람이라면 책을 잘 헤아려 주기 마련입니다.

 주머니에 돈이 많아 ‘참 좋다고 하는 책’을 잔뜩 사들인달지라도, 스스로 삶을 알뜰히 꾸리지 못한다면, 애써 사들인 ‘참 좋다고 하는 책’마다 무엇을 말하거나 밝히며 보이는가를 깨닫지 못합니다. 더러 알아챈다고는 하나 머리속에 가두는 앎조각으로 그칠 뿐, 막상 이 이야기들을 내 삶으로 받아들이거나 삭이지 못합니다.

 삶으로 삭일 때에 책이고 앎입니다. 삶으로 녹일 때에 책이며 앎입니다. 삶으로 태어나는 책이자 삶입니다. 이 땅에 살아갈 아이들 생각하여 내놓은 책 하나는 이 땅에 살아갈 어른들 헤아리며 내놓은 책입니다. 이 땅에 살아갈 아이들하고 이 땅에 살아갈 어른들은 살가운 벗이 되어야 하고, 서로를 아끼는 고운 동무가 되어야 합니다. (4343.12.14.불.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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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버이 성을 둘 다 쓴다고 평등이 아니지만
― 오숙희, 《내가 만난 여자 그리고 남자》


- 책이름 : 내가 만난 여자 그리고 남자
- 글 : 오숙희
- 펴낸곳 : 그린비 (1991.4.30.)



 오숙희 님은 이제 오한숙희 님입니다. 아직 오숙희 님이던 1991년에 내놓은 《내가 만난 여자 그리고 남자》는 당신이 대학교에서 한창 여성학을 강의하던 서른 안팎 나이 이야기를 소록소록 담습니다. 스물을 갓 넘은 풋풋한 젊은이하고 마주한 첫 자리에서 오숙희 님은 큰 벽이 부딪혔다고 말합니다. “강의 처음부터 나는 뜻밖의 벽에 부딪혔다. 학생들의 상당수가 여성이 차별당하고 있는 현실에 동의하지 않는 것이었다(12쪽).”

 어느덧 2011년을 바라보는 2010년 12월 한겨울 복판에서 생각합니다. 다음해면 이 책이 나온 지 스무 해인데, 2011년에 새롭게 대학교에 들어가는 젊은 넋들은 ‘2011년을 잣대로 놓고 볼 때에 이 나라 여성은 푸대접을 안 받는다’고 여길는지 ‘2011년을 잣대로 놓든 2021년을 잣대로 놓든 이 나라 여성은 푸대접을 받는다’고 여길는지 궁금합니다.

 가만히 생각하면, 오숙희 님이 오한숙희 님으로 바뀐 일은 아주 조그마한 몸부림입니다. 찻잔 안쪽에서 비바람이 치는 셈입니다만, 이나마라도 보여주며 살고픈 일입니다. 왜냐하면 ‘오’씨는 숙희 님을 낳은 아버님이요, ‘한’씨는 숙희 님을 낳은 어머님인데, 한씨 어머님이란 당신 아버님, 곧 숙희 님 할아버님입니다. 이래 보나 저래 보나 하나같이 아버님들한테서 물려받은 씨입니다. 그나마 당신 코앞에 있는 어머님을 헤아리며 이렇게나마 몸부림을 칠밖에 없는 오늘날입니다. 우리 나라는 혼인을 해도 ‘여자 성이 안 바뀐다’고 하지만, 우리 나라 여자는 처음에 태어날 때부터 ‘제 성을 못 받으며, 그러니까 제 성이 없는 채’ 살아갑니다.


.. 우리가 배운 여성학은 실천학문입니다. 알고도 행하지 않으면 모르는 것보다 더 나쁘다고 했어요. 그래서 내가 여러분에게 실천의 기회를 드리겠어요. 여성들이 느끼는 최대의 공포가 뭐라고 했죠? ..  (337쪽)


 어느 책을 읽다가 김홍도 님이 그린 그림 가운데 ‘자상한 남편’이 ‘아내는 소에 태워 앉아서 가도록’ 하고 큰 아이를 등에 업고 짐도 등에 짊어진 채 걷는 모습이 있다는 풀이말을 보고는 흠칫 놀랐습니다. ‘자상한 남편이라고? 그러면 자상한 아내란 무엇이지?’

 여자 집식구가 남자 집식구한테 물을 갖다 주거나 술을 따라 주거나 밥상을 차려 줄 때에 ‘자상하다’거나 ‘고맙다’거나 ‘따스하다’고 말하는 일은 거의 못 봅니다. 남자 집식구가 여자 집식구한테 물을 갖다 주거나 술을 따라 주거나 밥상을 차려 줄 때에 ‘저 남자 미쳤군’ 하는 소리를 으레 듣습니다. ‘아내한테 꽉 잡혀 사는군’ 하는 소리를 덩달아 듣습니다. 그래도, 앞으로는 하나둘 바뀔 수 있겠지요. 여자들은 여성학을 하니까요. 아직 남자들이 남성학을 안 하니 걱정입니다만, 무엇보다 남자들이 ‘참 남자다움이란 무엇이고, 남자로서 사람다이 사는 길이란 어떠한가’를 깨닫고 살피며 받아들여야 온누리가 달라지겠지만. (4343.12.14.불.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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