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주 아편스쿼드 9
시카코 지음, 몬마 츠카사 원작 / 대원씨아이(만화)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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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그림꽃 / 숲노래 만화책 . 만화비평 2024.5.29.

책으로 삶읽기 928


《만주 아편스쿼드 9》

 시카코 글

 몬마 츠카사 그림

 허윤 옮김

 대원씨아이

 2023.11.30.



《만주 아편스쿼드 9》(시카코·몬마 츠카사/허윤 옮김, 대원씨아이, 2023)을 읽었다. 앞선 꾸러미 못지않게 ‘사람을 죽이거나 괴롭히는 모습’을 낱낱이 그린다. 이러니 열아홉 살 밑으로는 읽지 말라고 할 텐데, 일본사람은 이런 그림을 ‘아무렇지 않게 그릴’ 뿐 아니라, ‘아무렇지 않게 본다’고 느낀다. 우리도 이런 그림결에 길들곤 한다. 이 그림꽃을 보면서 ‘일본 관동군’뿐 아니라 ‘일본 헌병’과 ‘일본 군인’이 여태 무슨 짓을 했는지 조금이라도 어림하는 사람은 얼마나 있을까? 숱한 일본 허수아비는 이 그림꽃에 차마 담지 못 할 짓을 늘 일삼았다. 그런데 일본 허수아비만 이렇지 않다. 미국도 러시아도 중국도, 우리나라도, 숱한 나라 숱한 허수아비는 나라(정부)가 시키는 대로 고분고분 따르면서 목숨을 버티려고 했다. 죽이고 죽는 수렁에 옳고 그름이 있을까? 돈을 벌어서 수렁에서 살아남는 길에 옳고 그름을 따질까? 나라(정부)가 서면, 착한 사람조차 멧숲에 숨기 어렵다. 멧숲에 조용히 깃들어 혼자서 흙을 일구며 살더라도 어느 날 불쑥 찾아와서 싸움터로 붙잡아 가기 일쑤였고, 여태 거둔 낟알과 살림을 ‘낛(세금)’이라며 모조리 빼앗기까지 했다. ‘일본 관동군’은 옛날에만 있지 않다. 저들만 사납빼기였지 않다. 총을 쥐고 칼을 쥐면서 돈을 부리는 모든 무리는 매한가지이다.


ㅅㄴㄹ


“가장 슬퍼할 사람은 바로 린이야. 영리한 아이잖아. 전부 각오하고 잡혔을 테니까.” (30쪽)


‘내 운명은 두 가지뿐. 당신과 함께 죽든가, 당신을 지키고 죽든가.’ (46쪽)


“사랑을 위해 목숨을 거는 게 아니라, 목숨을 거는 게 내 사랑이야.” (134쪽)


+


일시적인 감정으로 전황 판단을 그르쳐선 안 돼

→ 발끈하면서 싸움판을 그르쳐선 안 돼

→ 불끈하면서 판을 그르쳐선 안 돼

52쪽


한결같이 직무에 매진하는 그 모습에 고개가 숙여집니다

→ 한결같이 땀흘려 일하는 모습에 고개를 숙입니다

→ 한결같이 땀바쳐 일하니 절로 고개를 숙입니다

127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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킬러 고양이의 일기 난 책읽기가 좋아
앤 파인 글, 베로니크 데스 그림, 햇살과 나무꾼 옮김 / 비룡소 / 199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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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어린이책 / 맑은책시렁 2024.5.29.

맑은책시렁 324


《킬러 고양이의 일기》

 앤 파인 글

 베로니크 데스 그림

 햇살과나무꾼 옮김

 비룡소

 1999.4.22.



  《킬러 고양이의 일기》(앤 파인·베로니크 데스/햇살과나무꾼 옮김, 비룡소, 1999)를 가만히 읽었습니다. 어린이한테 읽힐 글이라면 영어 ‘킬러’를 그냥 쓰지 않아야 합니다. 어른한테 읽힐 글도 매한가지입니다. 우리말 ‘죽이다’나 ‘앗다’나 ‘빼앗다’가 있기도 하고, ‘사냥’이 있어요. 고양이라면 “사냥꾼 고양이 하루”라든지 “사냥냥이 하루”쯤으로 옮길 만합니다.


  아무튼, 고양이는 사냥합니다. 사냥하는 몸으로 태어나기도 했고, 사냥을 문득 할 뿐 아니라, 사냥하는 사이에 이 별에서 살아가는 뜻을 누리기도 합니다. 그러나 이 고양이는 사냥을 안 하기도 합니다. 사냥할 적마다 곁사람이 썩 못마땅하다고 여기고 싫어하고 꺼리는 줄 잘 알아요. 타고난 사냥꾼인 고양이인데, 곁사람이 싫어할 일을 굳이 자꾸 하거나 키울 마음이 없습니다.


  이때에 우리 스스로 돌아볼 노릇입니다. 고양이는 사람하고 함께살기로 하면서 ‘사람이 안 반기는 짓’을 멈추거나 줄입니다. 고양이는 ‘사람이 반기는 짓’을 좀더 하려고 마음을 기울입니다. 그러면, 고양이랑 함께살기로 하는 사람은 ‘고양이가 안 반기는 짓’을 얼마나 멈추거나 줄이는가요? ‘고양이가 반기는 짓’을 얼마나 하거나 마음을 기울이는가요?


  고양이는 사람들이 좀 해바라기를 하고, 뜰을 비롯해서 들숲바다에서 돌아다니기를 바랍니다. 고양이는 사람들이 제발 집구석에서 밖으로 나와서 풀꽃나무를 곁에 둘 뿐 아니라, 흙내음을 맡기를 바랍니다. 고양이는 사람들이 제발 쇳덩이(자가용)를 멈추고서 걸어다니기를 바랍니다. 고양이는 사람들이 제발 서울 좀 그만 늘리고, 돈에 그만 얽매이기를 바랍니다.


  고양이 말에 귀를 기울여야 할 사람입니다. 고양이 마음을 읽어야 할 사람입니다. 고양이하고 착하고 참다우며 아름답게 함께살 길을 생각해야 할 사람입니다. 혼자 잘난 척하지 않아야 할 사람입니다. 사람은 ‘만물 영장’이 아니라, ‘뭇숨결 이웃’입니다. 사람도 뭇숨결도 다 다른 ‘하늘빛’입니다.


ㅅㄴㄹ


그래, 그래. 내가 나쁜 놈이다. 내가 그 새를 죽였어. 하지만 난 고양이인 걸 어떡해. (7쪽)


하지만 그 뜰이 어디 자기네 건가? 내 뜰이기도 하다고. 솔직히, 내가 사람들보다 훨씬 오랫동안 뜰에서 지낼걸. 식구들 중에서 뜰을 제대로 이용하는 건 나뿐이라고. (14쪽)


하지만 그 녀석이 병이 들었을 줄이야 어떻게 알았겠어? 동물 병원에 오는 동물들이 모조리 아픈 건 아니란 말이야. 나만 해도 아프지 않잖아? 사실 여태껏 살아오면서 한 번도 아픈 적이 없었어. (57쪽)


엘리가 다시 부모님한테 말했어. “이제 그만 좀 하세요! 터피 좀 가만 내버려 두시라고요! 섬퍼를 땅에서 파낸 건 터피가 아닐 거예요. 틀림없이 피셔 아줌마네 그 못된 개가 그랬을 거라고요. 터피는 섬퍼를 도로 묻어 달라고 우리한테 가져온 것뿐이에요.” (72쪽)


#TheDiaryofaKillerCat #AnneFine #VeoniqueDeiss


+


조그만 구덩이를 팠어

→ 구덩이를 작게 팠어

→ 땅을 조금 팠어

16


그 쥐는 내가 죽은 게 아니야

→ 그 쥐는 내가 안 죽였어

19


너에게 천벌이 내릴 거야

→ 넌 벼락맞아

→ 넌 불벼락 맞아

47


동물 병원에 오는 동물들이 모조리 아픈 건 아니란 말이야

→ 들돌봄터에 오는 짐승이 모조리 아프진 않단 말이야

→ 이웃돌봄터에 오니까 모조리 아프진 않단 말이야

57


우리한테 가져온 것뿐이에요. 터피는 영웅이에요

→ 우리한테 가져왔을 뿐이에요. 터피는 훌륭해요

→ 우리한테 가져왔을 뿐이에요. 터피는 멋져요

72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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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우리말 / 말넋 2024.5.28.

오늘말. 혼꽃


나는 내 얘기를 씁니다. 너는 네 자리에서 네 이야기를 씁니다. 나는 내 하루가 내 삶이니 조용조용 보내는 오늘을 씁니다. 너는 네 삶길을 돌아보면서 네 살림을 추스르는 하루살림을 씁니다. 슬금슬금 옆줄을 볼 일이란 없습니다. 나란히 걸어가면서 줄지을 수 있되, 굳이 옆사람을 따라가야 하지 않습니다. 여럿이 함께 나아가는 살림길이라면 여럿꽃입니다. 둘이서 오순도순 짓는 살림살이라면 둘꽃입니다. 혼자서 호젓이 가꾸는 살림빛이라면 혼꽃입니다. 무리지어도 꽃이고, 덩그러니 피어도 꽃이에요. 다들 제살림을 이루면서 뚜벅뚜벅 혼길을 나서요. 누가 먼저이지 않고 누가 나중이지 않습니다. 누가 위이지 않으며 누가 밑이지 않아요. 줄세울 일이 없는 홀살림입니다. 겉으로 얼핏 드러나는 모습이 아닌, 속에서 고요히 번지는 삶빛을 바라봐요. 겉눈이 아닌 속눈으로 가만히 마주해 봐요. 옆에서 구경하지 말고, 곁에서 어깨동무를 하기에 반갑습니다. 옆에서 좇지 않고, 곁자리를 내어주면서 스스럼없이 웃을 수 있기에 사랑스럽습니다. 해가 뜨면 지고, 별이 돋으면 스러집니다. 올라간 물결은 내려오고, 내려간 물결은 올라갑니다. 하루길이 흘러갑니다.


ㅅㄴㄹ


내 삶·내 살림·내 자리·내 이야기·내 얘기·내가 걸은 길·내 삶길·삶·속살림·속삶·조용살이·조용살림·제살림·제삶·제삶길·하루·하루길·하루살림·하루살이·혼길·혼꽃·홀길·홀꽃·홑길·홑꽃·혼누리·홀누리·홑누리·혼하루·혼틈·혼살림·혼살이·혼삶·홀살림·홀살이·홀삶 ← 개인정보


옆줄·옆길·옆금·곁줄·곁길·곁금·줄맺기·줄짓기·줄맞추기·줄서다·줄세우다·줄잇다 ← 연횡책(連橫策)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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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우리말 / 말넋 2024.5.28.

오늘말. 게걸스럽다


저물녘에 멧새 두 마리가 우리 집 마당으로 찾아옵니다. 후박나무 가지에 내려앉아서 노래를 들려주는데, 더없이 맑게 쩌렁쩌렁하군요. 꾀꼬리가 베푸는 울림빛인가 싶어 한참 귀를 기울입니다. 곁에 책밭과 책숲을 일구면서 책하루를 누리는데, 아름다이 퍼지는 노랫소리를 들을 적에는 종이꾸러미를 내려놓습니다. 바람을 가르는 소리빛다발을 헤아립니다. 둘레를 환하게 감싸는 노랫가락을 품습니다. 꾀꼬리는 어느새 날아가고, 이윽고 밤이 덮으면서 개구리노래가 우렁찹니다. 새삼스레 귀를 틔워서 노래바다에 잠깁니다. 책바다도 즐겁지만, 게걸스레 읽기보다는 봄빛과 여름빛과 가을빛과 겨울빛을 다 다르게 돌아보면서 모두 새록새록 누립니다. 글줄에도 이야기가 흐르고, 노래마디에도 이야기가 흐릅니다. 풀벌레노래도 책이요, 빗방울노래도 책입니다. 숲에서 들려주는 노래에는 아무런 자랑이 없어요. 온누리에서 살아가는 보람이 감도는 푸른노래입니다. 따로 솜씨꾼이나 재주꾼이 아닌 멧새요 개구리요 풀벌레입니다. 사람도 서로 사랑으로 꽃보람을 나눌 적에는 스스럼없이 노래하면서 두런두런 오늘을 즐길 줄 알 테지요.


ㅅㄴㄹ


책빛·책바다·책밭·책숲·책벌레·책사랑·책하루·책벗·책동무·책꾸러기·꼭책·늘책·함박책·다읽다·모두읽다·마구읽다·오롯읽다·많이 읽다·듬뿍 읽다·잔뜩 읽다·게걸스럽다·게걸책·파고들다·파헤치다·누리다·보다·읽다·즐겨보다·즐겨읽다·즐기다·사랑·글사랑 ← 독서삼매, 독서삼매경


목걸이·기림돌·보람·목보람·꽃보람·보람꽃·보람빛·빛·빛꽃·빛다발·올림빛·자랑·자랑꽃·자랑빛 ← 훈장(勳章), 메달(medal)


노는이·뛰는이·사람·잔나비·잘하다·-잡이·장이·재주꾼·솜씨꾼·-쟁이·지기·꿰다·환하다·훤하다 ← 운동가, 운동인, 운동선수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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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숲

책숲하루 2024.5.26. 못하고 넘어지고


―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 (국어사전 짓는 서재도서관)

: 우리말 배움터 + 책살림터 + 숲놀이터



  잘하거나 훌륭하다고 여길 만한 일로 여태 무엇을 했는지 잘 모릅니다. 여태까지 으레 못하거나 어설픈 일을 했을 텐데 하고 돌아봅니다. 다가오는 5월 29일에 ‘부산시민도서관’에서 펼 이야기꽃에서는 좀 다르게 얼거리를 풀려고 두 달 동안 헤아렸고, 새벽에 비로소 실마리를 잡고서 한달음에 밑글을 써 보았습니다. 밑글 이름은 “못하는 길”입니다.


  어릴 적부터 툭하면 못하는 나날이었고, 못 먹거나 못 말하는 살림이었습니다. 그런데 어느 모로 보면, 늘 못하다 보니 “나처럼 못하는 이웃”을 헤아리는 길일 수 있었겠구나 싶더군요. 어릴 적부터 툭하면 앓아눕고 다치고 쓰러지면서 살다 보니, “나보다 훨씬 아프거나 앓는 이웃이 많은 줄” 늘 돌아보았고, 아프거나 앓는 쪽에서 이 나라를 바라보려고 했습니다.


  참으로 자주 넘어졌어요. 언젠가 동무하고 “오늘 하루 누가 더 자주 넘어졌는가” 하고 말씨름을 벌이기도 했습니다. 참으로 ‘못난자랑’일 텐데, 다치고 넘어지고 앓고 못하고 부딪히는 삶이었기에, 낱말풀이가 하나도 안 어려웠습니다. 곧바로 할 만한 낱말풀이는 곧바로 하고, 좀 어려우면 몇날이나 몇 달을 묵힙니다. 때로는 몇 해나 스무 해쯤 묵히고서 풀이를 합니다. 못난이라서 스무 해를 묵히고서 풀이를 할 때가 있는데, 이제 와서 돌아보면, 스무 해를 묵히기를 잘했구나 싶기도 합니다.


ㅅㄴㄹ


* 새로운 우리말꽃(국어사전) 짓는 일에 길동무 하기

http://blog.naver.com/hbooklove/28525158


*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 지기(최종규)가 쓴 책을 즐거이 장만해 주셔도 새로운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짓는 길을 아름답게 도울 수 있습니다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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