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삶읽기 / 숲노래 마음노래

하루꽃 . 챙겼다 2023.9.15.쇠.



스스로 무엇을 하는지 바라볼 줄 안다면, 스스로 어떤 하루로 나아가려는 길인 줄 스스로 느끼고 받아들여서 배우겠지. 안 바꾸는 사람은 왜 안 바꿀까? 배울 마음이 없으니 안 바꿔. 바라볼 마음이 없으니 안 배워. 그리는 꿈이 없으니 안 배워. 배우는 사람은, 똑같은 하루가 없는 줄 알기에, 아침마다 꿈을 새로 그리고, 낮이면 늘 새롭게 바라보고, 저녁이면 새록새록 배우고, 밤이면 다시 잠들면서 “자, 오늘 하루 새롭게 그리고 보고 배운 살림을 이 몸과 마음에 사랑으로 녹여서, 아침에 새롭게 깨어나기를 바랍니다” 하는 말을 스스로 들려준단다. 먼길을 나서며 무엇을 챙겨? 집으로 돌아가며 뭘 챙겨? 넌 몸과 마음에 어떤 씨앗을 차곡차곡 두니? 생각이란, 몸과 마음이 새롭게 자라나도록 일으킬 빛씨앗이야. 넌 생각을 챙겨서 심니? ‘생각이 없이 똑같은 틀’을 짜맞추면서 길들이니? 무언가 챙길 적마다 문득 멈춰서 돌아보렴. ‘챙긴다’고 하는 몸짓에 어떤 숨결이 스며드는지 지켜보렴. 어디 가는 길에 뭘 빠뜨릴 수 있어. 무슨 이야기를 하다가 깜빡 잊을 수 있어. 빠뜨리거나 잊어도 되는 줄 아니? 잃거나 없어도 되는 줄 아니? 못 챙겨도 되니까, 하루를 그리렴.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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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삶읽기 / 숲노래 마음노래

하루꽃 . 오른발 2023.9.16.흙.



외발로도 ‘걷는다’고 할까? 외날개로도 ‘난다’고 할까? 가만히 봐. ‘걷기’를 하려면, 왼발·오른발이 나란히 있을 노릇이야. ‘날기’를 하려면, 왼날개·오른날개가 짝을 이룰 노릇이지. 외발이나 외날개로는 나아가지 않는단다. ‘외롭다’고도 하는 말은, 나란히 서서 함께 한길로 나아갈 짝이 없다는 뜻이지. ‘외로움’은 안 나빠. 나란히 서거나 있거나 하지 않을 뿐이야. 그런데 ‘한길’을 가는 삶이 아닌 ‘외길’을 갈 적에는, ‘함께 빛나는 사랑’이 아닌 ‘외곬’로 치닫더라. 생각해 봐. 너희는 왼손이나 왼발이 오른손이나 오른발보다 크면 몸이 기우뚱하다가 쓰러져서 다쳐. 오른손이나 오른발이 왼손이나 왼발보다 클 적에도 기울어서 자빠져 다치지. ‘걷기’란, 너희 몸이 ‘어울림’으로 빛나는 오늘을 이루면서 나란히 나아가는 살림짓기야. 기울어지려고 하지 마. 기대거나 기다리지 마. 옆에 누가 있어야 ‘짝’을 이루지 않아. 늘 고이 고요히 곰곰이 마음을 차분히 참하게 착하게 바라보렴. 네가 스스로 오롯이 사랑일 적에 네 숨결이 빛나면서 춤춘단다. 걷기나 날기란 춤짓이야. 걷기는 땅을 디디면서 흙빛을 일구는 사랑춤이지. 날기는 하늘을 가르면서 바람빛을 가꾸는 사랑춤이야. 다리로 걷고 팔로 날지. 발로 디디고 손으로 받는단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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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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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살림말


원고지 10장 : 글을 써 달라고 하는 곳이 있으면 꼭 “원고지로 몇 장입니까?” 하고 묻는다. ‘A4 한두 장’이나 ‘A4 서너 장’이라고 하면 종잡을 길이 없다. 더구나 이렇게 써 달라고 하는 데치고 글을 글로 바라보거나 여미지 않더라. ‘문화’를 다룬다고 하는 나라일터(공공기관)에서 내라는 글자락(서류)을 보면 ‘200자·400자·800자·1000자’처럼 제대로 밝힌다. 셈겨룸(시험문제)에서도 ‘글씨로 몇’만큼 써야 하는지 똑똑히 밝힌다. 인천 미추홀구에서 내는 〈나이스미추〉에서 우리말 이야기를 써 달라고 해서 써서 보냈다. ‘A4 종이 한두 장’을 말하기에 “그렇게 말하면 안 된다”고 “원고지로 딱 잘라서 몇 장을 써야 하는가 알려주어야 한다”고 했다. 그곳에서는 ‘원고지 10장’이라 하더라. 그래서 ‘원고지 10장’에 맞추어 줄거리하고 이야기를 잡아서 썼다. 그런데 이들은 글이 길다며 ‘A4 종이 한 장’으로 잘라 달라고 한다. “A4 종이 한 장이라고 하면 길이를 알 수 없습니다. 원고지로 셈해서 말씀하셔요.” 하고 대꾸했지만, 딴소리만 한다. 더구나 그들 스스로 글길이를 잘못 말했으면서 “잘못했다”나 “미안하다” 같은 소리도 없다. 그들 할 말만 하더니 전화를 뚝 끊는다. 땀흘려 일하는 벼슬꾼(공무원)도 있을 테지만, 엉터리 벼슬꾼도 많다. 이들은 나한테 “글이 어려우니 쉽게 써 주셔요.” 하는 말을 다섯 벌쯤 보태기도 했다. 이들이 말하는 ‘쉬운 글’이란 뭘까? ‘나이스미추’라는 이름이 쉽다고 여기는가? 인천 남구(미추홀구)는 숲노래 씨가 태어나서 어린날을 보낸 골목마을이지만, 예나 이제나 그 골목마을 벼슬꾼이 참하거나 착하다고 느낀 적이 아직 아예 없다. 우리 어머니가 그들(그 골목마을 공무원)한테서 받거나 겪어야 한 꾸지람을 잊지 못 한다. 어릴 적에 어머니 치맛자락을 붙잡고서 함께 동사무소에 갔는데 어머니더러 “잘못 썼다”는 둥 “한자도 못 읽고 못 쓴다”는 둥 “이런 쉬운 것도 왜 못 쓰느냐”는 둥, 30분 넘게 타박을 했지. 마흔 해쯤 앞서 우리 어머니는 아뭇소리도 못 하고 고개만 주억거릴 뿐이었다. 이 꼴을 여러 해 지켜본 어느 해에 열 살 아이가 천자문을 빠짐없이 익히고서, 이다음부터 동사무소에서 뭘 써서 내야 할 일이 있으면, 어린 내가 다 써서 냈고, 동사무소 공무원이 트집을 잡을라 치면 “아저씨가 잘못 읽었어요”라든지 “아줌마가 틀렸어요” 하고 옆에서 거들었다. 골목마을 다른 할매나 아주머니도 으레 동사무소 공무원한테 타박이며 꾸지람을 들었기에, 어머니를 따라 동사무소에 간 날이면, 이웃 할머니하고 아주머니 글자락도 으레 써 주곤 했다. 열네 살이 되어 중학교에 갈 적부터 더는 어머니하고 동사무소에 함께 가서 어머니를 거들지 못 했다. 2023.9.12.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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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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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살림말


완전무장지대 : ‘비무장지대’란 헛소리이다. 거짓말이다. 터무니없다. 이름은 ‘비무장지대’라지만 남녘도 북녘도 꽝꽝꽝·펑펑펑(미사일·폭탄·지뢰·전차) 그득그득하다. 허울만 ‘비무장지대’이다. 그런데 이곳 ‘비무장지대’에 깃들기 앞서까지는 어떤 터전인지 참으로 몰랐다. 둘레에서 ‘비무장지대’라 말하니 그러려니 여겼다. ‘비무장지대’에서 보낸 스물여섯 달(1995.11.∼1997.12.)은 ‘삶눈(삶을 보는 눈)’을 송두리째 바꾸었다. 우리가 다같이 속는 허울말에 치레말에 겉말을 날마다 보고 느꼈다. ‘각티슈 상자’에 투표용지를 넣어서 모으는 ‘1997년 대통령선거’를 싸움터(군대)에서 치르면서 ‘부정선거’란 이런 짓을 가리키는구나 하고 느꼈다. 사단장이 짚차를 타고 지나간대서 한 달 동안 멧길을 반반하게 다지는 ‘도로보수 공사’를 했고, 또 ‘사단장 선물’로 줘야 한다면서 모든 중대원이 멧숲을 뒤져서 ‘곰취작전’을 해야 했다. ‘곰취작전’이란, 사단장이란 놈한테 ‘곰취’를 열 자루 채워서 주어야 하는 일이다. 21사단에 있던 나는 ‘베트남전쟁에서 쓰던 소총에 박격포’를 그대로 물려받아서 썼다. ‘사단 연합 훈련’을 하며 만난 27사단 또래들은 ‘한국전쟁에서 쓰던 박격포’를 쓰더라. 그나마 내가 있던 21사단 박격포는 ‘두어 벌 재면 한 벌은 쏠 수 있’었는데, 27사단 박격포는 ‘아예 쏠 수 없는 헌쇠(고물)’를 그냥 들고 다니더라. 곰곰이 보면, 북녘도 크게 안 다르리라 느낀다. 우리가 쓰던 ‘K2 소총’은 베트남전쟁에서 쓰던 낡은 쇠붙이라서 열 벌이나 스무 벌을 못 쏘기 일쑤였다. 날마다 그렇게 기름을 먹이고 닦고 조여도 서너 벌을 쏘면 걸리거나 먹힌다. 한 벌조차 못 쏘는 총이 수두룩했다. 우리는 뭘 했을까? 쏠 수도 없는 총에 박격포에 기관총에 무반동총을 힘겹게 짊어지면서 멧골을 넘고 눈길을 타고 들길에서 뒹굴면서 뭘 한 셈일까. 북녘 젊은이도 비슷하리라. 숱한 젊은이는 무늬만 ‘군인’으로 젊은 나날을 흘려보내면서 ‘나라가 시키니 허수아비 노릇을 하는 종살이’를 하는 셈이다. 이런 데가 ‘비무장지대’이다. 그러고 보면, ‘겉으로는 잔뜩 쥔 총칼’이지만, ‘막상 쏠 수도 없는 헌쇠붙이’인 꼴이니, ‘완전무장지대인 척하는 비무장지대’가 맞을는지 모른다. 1998.1.6.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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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삶읽기 / 숲노래 마음노래

하루꽃 . 유서 2023.9.7.나무.



하루를 여는 아침에 꿈을 새롭게 마음에 새기고 머리에 띄우는 사람이라면, 하루를 닫는 저녁에 삶을 가만히 짚으면서 새록새록 마음에 담고 머리에 놓지. 이렇게 하루를 살아가며 스스로 사랑일 적에는 “이제 끝말 한 마디를 마음에 심고서 새말을 품는 길로 갈까?” 하고 생각하지. 이른바 ‘유서’는 ‘끝말 + 새말’이야. 너희가 여태까지 살아온 모든 날을 하나씩 짚은 뒤, 이 삶을 함께한 몸을 놓기 앞서, 너를 둘러싼 사랑하는 사람한테 네 ‘옛꿈·오늘꿈·앞꿈’을 하나하나 밝히는 글·말이야. 애써 해온 일을 적고, 미처 이루지 못한 일을 적고, 앞으로 새몸으로 나아가서 이루려는 일을 적어. ‘어제·오늘·모레’ 셋을 하나로 모아서 적는단다. 싫었거나 좋았던 일을 적어도 돼. 다시 안 겪고 안 보고 안 하고 싶은 일을 적을 수 있어. 언제 어디에서 어떻게 사랑을 느끼고 짓고 펴고 나누었는지 적을 만해. 다만, 너희가 적을 ‘마침글(유서)’은 ‘남들(식구)한테 해주기를 바라는 일’이 아니라, ‘스스로 해왔고, 스스로 마쳤고, 스스로 못 마쳤고, 새몸을 얻은 삶으로 지으려는 꿈’이 바탕일 노릇이야. 넌 스스로 할 수 있어. 네가 보기에 ‘못 한 일’이 더 많거나 가득할는지 모르겠는데, 네가 ‘예전에 입은 몸’을 내려놓을 적에 ‘마침글’을 제대로 안 적은 탓이란다. 이제는 ‘꿈글’도 ‘살림글’도 ‘마침글’도 제대로 적으렴.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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