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살림말


허물 : 허물이 있으니 허물을 본다. 허물이 있으니 허물을 벗는다. 허물을 벗으니 새롭게 깨어난다. 허물벗기를 하면서 새삼스레 배운다. 허물은 나쁘지도 좋지도 않은, 그저 살아가는 이 길에 거치는 작은 목이로구나. 허물을 감추거나 숨기려 하니 허울을 스스로 쓴다. 허물을 감추면서 허울을 뒤집어쓰니 겉을 꾸미고 치레한다. 이러다가 어느새 수렁에 잠겨 새카맣게 죽어간다. 2002.11.2.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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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삶읽기 / 숲노래 마음노래

하루꽃 . 길을 잃어 2022.10.22.흙.



네가 똑바로 본다면 길은 똑바르겠지. 샛길이 많더라도 둘레가 시끄럽더라도 잔소리꾼이 많더라도 꼬이려는 목소리가 있더라도 넌 네 길을 똑바로 갈 뿐이야. 네가 두리번거린다면 네 길은 엇갈리고 헤매겠지. 샛길이 없더라도 샛길이 있나 하고 찾으려 할 테고, 둘레가 조용하더라도 네 마음을 세우지 못할 테고, 아무도 널 안 꼬드기더라도 그만 주저앉기조차 할 테지. 누구는 길을 잃고, 누구는 새길을 가지. 누구는 걱정이 가득하여 길을 몰라 떠돌고, 누구는 아무 걱정이 없어서 낯선 길조차 두근두근하면서 새롭게 받아들여. 마음을 세우지 않으니 마음을 차츰 잊다가 잃어. 마음이 서지 않아 어느새 사라지기에 자꾸 길을 잊다가 잃는데, 이러기를 되풀이하면서 목숨까지 잊다가 잃지. 하루아침에 잃지 않아. 갑자기 잃지 않아. 날마다 꾸준히 잊어갔기에, 너 스스로 숨빛이 꾸준히 옅어가게 마련이고, 너 스스로 길도 목숨도 버린 셈이야. 그러면 길을 어떻게 찾을까? 먼저 마음을 차분하면서 똑바르게 일으켜세워야지. 마음이 없으면 길을 못 보거든. 마음을 하나하나 세우고서 고요히 바라보렴. 잊다가 잃은 길은 저 멀리 있지 않아. 늘 네 앞이나 곁이나 뒤에 있단다. 길을 잊다가 잃는 까닭이라면, 네가 앞곁뒤를 여태 등돌리면서 먼발치만 바라보았기 때문이야. 눈앞에 있는 길을 안 바라보고 안 느끼는 사람이 먼길을 보거나 느낄 수 있을까? 스스로 나아가는 길은 늘 스스로 가꾸고 짓는단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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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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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삶읽기 / 숲노래 마음노래

하루꽃 . 너처럼, 나처럼 2022.10.23.해.



저기에서 너를 쳐다보는 사람이 있구나. 저이는 왜 너를 볼까? 너는 저쪽을 쳐다보네. 너는 왜 저쪽을 쳐다보니? 저쪽 사람은 너한테서 무엇을 느끼고 배우며 삶을 돌아보려는 마음일까? 또는 멍하니 너를 쳐다볼 뿐일까? 또는 그이 마음속은 바라볼 줄 모르는 채 허둥지둥 헤매는 셈일까? 너는 무엇을 느끼고 배우려고 저쪽을 쳐다보니? 너는 저쪽을 쳐다보면서 즐겁거나 새롭거나 마음 가득 사랑이 흘러넘치니? 자, 그럼, 생각해 볼까? 네가 숲에 있다면 넌 무엇을 보겠니? 네가 바다에 있다면 넌 무엇을 보겠니? 네가 시골에 있다면 넌 무엇을 보겠니? 네가 멧골에 있다면 넌 무엇을 보겠니? 네가 서울(도시)에 있다면 넌 무엇을 보겠니? 숲하고 서울은 무엇이 다를까? 숲하고 서울에서는 무엇을 볼 수 있을까? 네가 숲에 있을 적에는 무엇 하나도 너한테 “네 눈길을 받고 싶어!” 하고 달라붙지 않아. 바다에서도 멧골에서도 그렇지. 서울(도시)이라면 네가 주머니를 얼른 열어 돈을 내놓도록 붙잡으려는 눈길이 가득해. 또 너를 구경하면서 재고 따지는 눈길이 넘실거려. 예전에는 시골이 숲·멧골·바다하고 비슷했지만, 요새 시골은 서울을 닮더라. 너는 언제나 너로서 살고 너처럼 생각하고 너답게 노래하면 돼. 누구나 ‘나처럼(너처럼)’ 살 노릇이야. ‘남처럼(놈처럼)’ 되기를 바라면, 시나브로 네 숨빛을 그쪽한테 내주고서 죽음길로 간단다. 숲은 숲이기에 숲이고, 새는 새이기에 새이고, 나무는 나무이기에 나무이지. 너는 ‘어떤 너’이기에 ‘너로서·너처럼·너답게’ 있니?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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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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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살림말


이선균이 누구야? : 이선균이 누구야? 나는 이선균이란 이름을 처음 들을 뿐 아니라, 이이가 나왔다는 그림(영화)을 하나조차 본 적이 없다. 꽃님(배우) 이름은 아예 모르며 살아간다. 집에 보임틀(텔레비전)을 안 들여놓을 뿐 아니라, 어린이하고 푸름이가 볼 만하지 않고 봐서도 안 될 만한 그림(영화)은 쳐다보지도 않으니, 웬만한 꽃님 이름은 다 모른다. 김혜수나 이영애 같은 이름은 떠오르지만, 이이가 나온 그림을 우리 아이들한테는 하나도 안 보여주었다. 뭘 보여줄 수 있는가? 엊그제 우리 집 네 사람이 둘러앉아 〈호그 파더〉를 보았다. 이레쯤 앞서는 〈디스크 월드 : 마법의 색〉을 보았다. 좀더 앞서는 〈엘리멘털〉을 함께 보았고, 〈빌리 엘리어트〉를 새삼스레 다시 보았고, 〈부에나비스타쇼설클럽〉은 노래만 다시 들었다. 〈바다노래 Song of the Sea〉도 새롭게 다시 보았지. 꽃님으로 일하면서 돈을 벌기에 나쁘지 않다. 알림그림(광고)을 잔뜩 찍는대서 나쁠 일도 없다. 그러나 어린이 곁에서 어린이하고 어깨동무할 만한 이야기를 들려주는 그림(영화·광고)이 아니라면, 그런 짓을 왜 하지? 푸른별을 사랑으로 북돋우고 돌보는 일에 이바지하는 그림(영화·광고)을 찍지 않는다면, 그런 이는 쳐다볼 까닭도, 이름을 알 일도 없다. 말밥에 오르면서 구렁텅이로 치닫는 이들을 보라. 이런 치는 하나같이 서울 한복판에서 번쩍번쩍하는 자랑을 한다. 말밥에 오르지 않고 한결같이 푸르게 빛나는 이들을 보라. 이런 사람은 다들 시골이나 멧골이나 바닷가나 숲에서 고즈넉이 풀꽃나무를 품으면서 하늘빛을 머금는다. 서울 한복판에 10억이든 100억이든 값비싼 집을 거느린들 삶이 아름다울 턱이 없다. 시골에서 한 채에 100만 원이든 1000만 원이든 조그맣고 조촐한 보금자리를 푸르게 일구는 사람은 아무런 말썽을 안 일으킨다. 돈을 벌었거나 이름을 날렸다면, 부디 서울을 떠나서 시골에서 호미랑 낫이랑 삽이랑 쟁기를 쥐고서, 다른 쇳덩이(자동차)는 부리지 않으면서, 나무를 품고 들꽃을 사랑할 수 있기를 빈다. 나무를 등지고 들꽃을 멀리하니까 엉뚱한 곳에서 바보짓을 일삼을 수밖에 없다. 2023.10.21.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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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살림말


정복 : ‘내 것’이 아직 아니니, 나로서는 어느 것도 쓸 수 없다. ‘네 것’이라면 네가 쓰겠지. 너한테서 빼앗는대서 내가 쓸 수는 없다. 내가 너한테서 빼앗으면 ‘내 소유’라는 이름으로 둘 수 있더라도, 껍데기(허울·겉)를 곁에 둘 뿐이니, 이 껍데기로는 제값·속값을 못한다. 제값도 속값도 못하는 껍데기는 내 것이 되지 않는다. 거꾸로 ‘내 소유’가 아닌 ‘네 소유’가 되도록 내 것을 너한테 빼앗겼다고 하더라도, 이 또한 ‘정복’이 아닌 ‘강탈·강압’일 뿐이니, 너는 나한테서 빼앗은 그 껍데기(허울·겉)만 붙잡고서 나대는 셈이다. 우리가 저마다 ‘내 것’으로 삼는다고 할 적에는, 우리 손아귀에 거머쥐도록 한다는 뜻이 아니다. 우리 스스로 온마음을 다해서 지켜보고 가꾸어서 늘 새롭게 빛나도록 돌보는 길을 간다는 뜻이다. 거머쥐거나 빼앗으면서 무릎을 꿇려 보았자 껍데기일 뿐이다. 마음을 다스릴 줄 알아야 하고, 살림을 다룰 줄 알아야 하고, 사랑을 돌볼 줄 알아야 한다. 이렇게 할 적에는 ‘우리 것(내 것)’을 오롯이 누리고 편다. 1997.8.14.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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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7년 한여름.

군대에서 이런 쪽글을 남겼구나.

삶죽음 사이를 날마다 오가면서

안 미치고 제넋을 찾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하고 생각하던

어느 날

중대장과 행보관 꼬락서니를 보고서

남긴 글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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