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로 읽는 책 253] 숲읽기



  함께 사는 숨결을 읽고

  몸을 이루는 넋을 읽고

  마음이 되는 길을 읽고



  옛날에는 누구나 숲에서 살며 숲을 읽었어요. 요새는 거의 모두 숲하고 동떨어져 살아요. 옛날에는 누구도 숲을 함부로 건드리지 않았어요. 요새는 누구나 숲을 함부로 건드려요. 옛날에는 숲을 고이 아끼면서 사랑했어요. 요새는 숲이고 마일이고 뭐고 쉽게 무너뜨리거나 망가뜨리면서 돈만 생각해요. 돈이 나쁘지는 않으나, 숲하고 동떨어진 채 돈만 바라보기 때문에 돈을 살릴 수 있는 길만 생각하지요. 누구나 언제나 스스로 마주하는 숨결을 읽으면서 삶을 지어요. 4348.10.24.흙.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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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림노래 1 서로 아끼는 아이들


  아이들은 서로 아끼면서 놀 줄 아는 숨결입니다. 큰아이는 작은아이를 아끼고, 작은아이는 큰아이를 아낍니다. 어버이는 아이들을 아끼고, 아이들은 어버이를 아끼지요. 서로 아끼는 숨결로 한집을 이루기에 기쁜 보금자리가 됩니다. 아이들이 서로 아끼면서 신나게 놀 수 있는 터를 마련한다면, 어버이로서도 즐거운 하루가 될 수 있어요. 더 큰 복지나 혜택이나 정책이나 교육이 아니라, 따사로운 사랑을 나누는 삶터를 가꾸면 됩니다. 삶을 보여주면서 삶을 배웁니다. 사랑을 나누면서 사랑을 배웁니다. 꿈을 지으면서 꿈을 배웁니다. 4348.10.24.

(최종규/숲노래 . 2015 - 살림노래/삶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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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노래 71. 살림순이 손길


  살림순이는 어릴 적부터 늘 살림순이였습니다. 여덟 살인 요즈음에도 살림순이요, 동생이 막 서서 걸으려고 용을 쓰던 무렵에도 다섯 살짜리 살림순이였으며, 동생이 아직 우리한테 오지 않던 두어 살 적에도 멋진 살림순이였습니다. 아이들하고 복닥이며 사느라 ‘예전에 찍기만 하고 깜빡 잊은 채 지나친’ 사진이 퍽 많은데, 어느 날 문득 예전 사진을 살피다가 마당에서 빨래를 주워서 다시 너는 모습을 새삼스레 돌아봅니다. 동생이 마당에서 기다가 서다가 하면서 빨랫대에 있던 옷가지를 집어서 바닥으로 던지니, 살림순이는 이 옷가지를 씩씩하게 주워서 다시 빨랫대에 얹었어요. 참으로 대단하지요. 요즈음도 이렇게 멋진 살림순이입니다. 4348.10.23.쇠.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사진말/사진비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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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로 읽는 책 252] 알아본다



  때가 안 되니 못 알아봐요

  때가 되면 잘 알아봐요

  사랑도 노래도 숲도 이야기도.



  아이일 때에는 참말 모르기 마련이로구나 하고 느껴요. 어른이 되니 이제서야 무엇이든지 제대로 바라보고 아는구나 싶기도 하고요. 그렇지만, 늘 마주하면서 손수 돌본다면 아이일 때에도 다 알 테지요. 늘 마주하지 못하거나 손수 돌보지 못한다면 어른이어도 다 모르기 일쑤이고요. 그러니, 우리는 언제나 스스로 즐거운 생각과 마음과 꿈을 품고서 하루를 새롭게 여는 길을 걸어가면 넉넉하리라 느낍니다. 4348.10.22.나무.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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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로 읽는 책 251] 내딛다



  한 걸음 내딛으니까

  곧 두 걸음

  이윽고 새로 세 걸음



  한국 사회에서 거의 모든 사람들은 여느 시골에서 농약이랑 비료랑 비닐이랑 항생제를 듬뿍 친 곡식이랑 열매랑 남새를 먹습니다. 아주 적다 싶은 사람들만 자연농이나 유기농으로 거둔 곡식이랑 열매랑 남새를 먹어요. 그런데 새마을운동이 일어날 무렵까지만 해도 이 나라 모든 사람들은 자연농이나 유기농으로 거둔 것만 먹었어요. 새마을운동이 일어났어도 훨씬 많은 사람들이 자연농이나 유기농으로 거둔 것만 먹었고요. 한국 사회를 돌아보면, 어느덧 온 나라에 새마을운동 깃발이 펄럭이기 때문에 거의 모든 사람들이 농약이랑 비료랑 비닐이랑 항생제에서 벗어날 엄두를 못 내는구나 싶은데, 정치와 삶이 한자리에 있는 줄 안다면, 또 문화와 교육과 경제와 삶도 언제나 함께 흐르는 줄 안다면, 조금씩 제자리를 찾아서 아름다운 사랑으로 나아갈 수 있기를 꿈꿉니다. 4348.10.21.물.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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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race 2015-10-21 11:49   좋아요 0 | URL
`남새밭`은 사전에 있는데 `남새`는 없어요.
혹 야채를 이르는 말인가요?^^

숲노래 2015-10-21 11:52   좋아요 0 | URL
네, 맞습니다.
일본 한자말은 야채,
중국 한자말은 채소,
한국말은 남새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