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노래 73. 단출하게 아침밥


  밥을 볶고, 멸치를 종지에 얹고, 배추를 씻고, 동글배추를 잘게 썰어서 버무립니다. 달걀도 삶아서 잎접시에 놓습니다. 간장도 올려 볼까. “얼마 못 차렸지만 맛있게 먹자”고 말할 수 있으나, 이렇게 말하기보다는 “오늘 아침도 즐겁게 먹자”고 말합니다. 한 가지를 올리든 두 가지를 올리든 기쁘게 먹자고 생각하면서 웃음으로 노래합니다. 밥상맡에서 함께 조잘조잘 떠들고 노래를 할 적에 사진 한 장을 찍을 마음이 솟습니다. 밥을 먹는 자리에서 서로 방긋방긋 웃으며 수저질을 할 적에 사진 한 장 새롭게 찍을 마음이 자랍니다. 단출하지만 우리 몸을 살리는 밥 한 그릇이라 여기며 슬쩍 사진 한 장을 찍어 봅니다. 4348.10.27.불.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사진말/사진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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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race 2015-10-27 09:34   좋아요 0 | URL
동글배추-양배추ㅎㅎ
저도 오늘은 볶음밥을 하고,
계란을 삶아서 식탁에 올려봐야겠어요~
그리고 즐겁게 먹자~~~라고 말해 보고 싶은데요...^^

숲노래 2015-10-27 09:59   좋아요 0 | URL
그냥 즐겁게 먹으면... 언제나 즐거운 하루가 된다고 느껴요 ^^

어제는 고구마와 당근 넣은 밥을 해서
간장하고 치즈와 배추로 비벼서
비빔밥을 먹었습니다 ^^;
 



살림노래 3 고무신



  나는 2004년 무렵부터 고무신을 신었습니다. 그무렵 고무신을 처음 신고 깜짝 놀랐습니다. 요새는 고무신 한 켤레에 오천 원인데, 그무렵에는 삼천 원이었고, 몹시 가벼우면서 말랑거릴 뿐 아니라, 틈틈이 빨고 곧 말려서 싱그럽게 신기에 훌륭했어요. 고무신 한 켤레를 열한 달쯤 신으면 닳아서 새 고무신을 샀는데, 다른 어느 신보다 이보다 값이 적게 들지 않는다고 느껴요. 아버지를 따라 두 아이도 고무신 꿰기를 즐깁니다. 아이들도 알 테지요. 고무신이 얼마나 꿰기 쉽고 땅바닥을 깊이 느끼도록 이끌며 빨아서 발을 말리기에도 좋은가를. 우리는 어디에서나 고무신 차림으로 신나게 뛰어놀고 흙을 밟으며 풀내음을 맡습니다. 4348.10.26.달.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살림노래/삶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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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별에서



우리 집 개구쟁이

어느 별에서 왔나?


개굴개굴 노래하는

개구진 별에서 왔나.


우리 집 꽃순이

어느 별에서 왔나?


꽃내음 물씬 나는

꽃바람 타고 왔나.


우리 집 장난꾸러기

어느 별에서 왔나?


기차 타고 하늘 날며

신나게 놀러 왔나.


우리 집 고운 아이

어느 별에서 왔나?


누나 동생 서로 아끼며

소꿉놀이 하러 왔나.



2015.10.24.흙.ㅅㄴㄹ


..


어젯밤 아이들을 재우면서

문득 이런 노래를 불렀는데

두 아이가 대단히 재미있어 했다.

나도 재미있어서 

다른 노래를 부르면서도

이 노랫말을 잘 외웠다가

아침에 일어나서 곧바로 옮겨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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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노래 72. 빨래터 치우러 가자



  가을이나 겨울에는 한낮에 빨래터에 갑니다. 아침은 아직 선선하고 저녁에는 쌀쌀하거든요. 해가 하늘 높이 올라올 무렵 드디어 밀수세미를 어깨에 척 걸치고 대문을 나섭니다. 나락을 곱게 어루만지는 따끈따끈한 가을볕이 우리 머리카락도 따끈따끈하게 쓰다듬는 기운을 느끼면서 고샅을 걷습니다. 오늘은 어떤 신나는 놀이를 하면서 빨래터에서 놀면 재미있을까 하고 생각하면서 빨래터랑 샘터에 낀 물이끼를 걷으러 갑니다. 나도 아이들 뒤를 따라갑니다. 아이들은 늘 앞장서서 저만치 달려가려 합니다. 사진기를 목에 걸고, 한손에는 밀수세미, 다른 손에는 바가지랑 작은 수세미를 들고 빨래터로 갑니다. 4348.10.25.해.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사진말/사진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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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림노래 2 아이들 목소리로


  언젠가 이 고샅이, 이 마을 어귀가, 아이들 목소리로 가득 울릴 수 있는 날을 꿈꿉니다. 우리 네 식구가 이 마을에 깃든 지 네 해가 되는 동안 이 마을에서 자라는 아이들은 우리 두 아이만 있고, 이웃 여러 마을에도 아이들 목소리란 명절 언저리나 바쁜 봄가을 일철이 아니고는 없습니다. 이 시골자락에서 봄이랑 여름이랑 가을이랑 겨울을 두루 누리는 아이는 도무지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가끔 며칠 반짝 찾아왔다가 도시로 떠나는 아이들이 아니라, 아침부터 저녁까지 시골바람을 쐬며 시골노래를 부를 싱그러운 아이들 목소리를 꿈꿉니다. 풀을 밟고 나무를 안으며 숲을 가꾸는 아이들 손길을 꿈꿉니다. 4348.10.25.해.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시골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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