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덟 살 다섯 살



나는 여덟 살

까치발을 하면

빨랫줄에 손이 닿아요.

옷가지도 옷걸이도 척척

널고 걷지요.


동생은 다섯 살

걸상을 받쳐도

빨랫줄에 손 안 닿아요.

옷가지도 옷걸이도 하나도

못 널고 못 걷지요.


나는 내 옷도

어머니 옷도

고이 갤 수 있지만


동생은 제 옷도

아버지 옷도

아직 잘 못 개요.


그렇지만

우리는 날마다

마을 한 바퀴

함께 달리며 놀아요.



2015.11.2.달.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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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림노래 5 걷고 또 걷는 길


  책순이가 마음에 드는 만화책을 두 손에 쥔 채 걷는 모습을 봅니다. 길에서 이처럼 책을 보며 함부로 걷지 말 노릇이지만, 자동차가 거의 안 다니는 우리 마을 큰길은 걱정스럽지 않습니다. 가만히 돌아보니 아이들도 어른들도 자동차 걱정을 하는 길이 아닌 하늘을 보고 숲을 느낄 수 있는 길을 누리고 싶어서 시골살이를 합니다. 바람이 부는 소리를 듣고, 숲에서 베푸는 냄새를 맡으며, 흙을 밟는 삶을 짓고 싶어서 시골에서 삽니다. 만화책이 더없이 재미있다는 책순이한테, 얘야 책은 집에서 보기로 하고 이 길을 걸을 적에는 하늘이랑 바람이랑 구름을 보아야 하지 않겠니, 하고 살며시 말을 겁니다. 4348.10.31.흙.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사진말/사진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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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노래 76. 나락물결 곁에 가을유채꽃


  유채꽃은 세 가지가 있습니다. 먼저 사람들이 가장 잘 알고 좋아하는 봄유채꽃이 있어요. 그리고, 사람들이 가장 모르는 가을유채꽃이 있고, 마지막으로 겨울유채꽃이 있어요. 가을유채꽃은 이름 그대로 가을에 피어요. 유채나 갓은 흔히 봄에 피어서 여름을 앞두고 모조리 시들어 죽는다고만 알려졌으나, 한여름이 지나고 가을로 접어들어 찬바람이 살몃살몃 찾아들 적에 조용히 잎을 내밀고 꽃대를 올려서 노란 꽃송이가 나락하고 함께 한들거립니다. 가을유채꽃이 저무는 겨울에도 햇볕이 포근하면 어느새 하나둘 고개를 내밀다가 눈을 맞고 아이 추워 하며 벌벌 떨어요. 가실(가을걷이)을 앞둔 논 귀퉁이에 살그마니 고개를 내민 가을유채꽃을 가만히 바라봅니다. 이 가을유채꽃은 며칠 뒤 가실을 할 무렵 모두 잘렸습니다. 4348.10.31.흙.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사진말/사진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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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로 읽는 책 256] 마음노래



  마음을 고이 담은 노래는

  사랑이 함께 울리면서

  기쁜 숨결로 피어나는 꽃



  노래를 부릅니다. 즐겁게 노래 한 가락을 뽑습니다. 노래를 듣습니다. 즐겁게 노래 한 가락을 듣습니다. 내 마음속에 노래가 있기에 노래가 흐르고, 네 마음속에도 노래가 샘솟기에 노래가 터져나와서, 너랑 나는 아름답게 노래물결을 타고 사이좋게 놀면서 웃음으로 하루를 보냅니다. 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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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노래 삶노래 99. 내 이름은



내 이름은

나를 낳은 어머니 아버지

사랑이고


내 이름은

내가 신나게 뛰놀며 품는

꿈이고


내 이름은

동무하고 이웃이 나를 부르는

노래이고


내 이름은

내 마음에 곱게 심는

웃음 어린

상냥한 씨앗이야.



2015.9.22.불.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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