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노래 81. 그림노래



  그림마다 노래가 깃듭니다. 그림은 그림인데 어떻게 노래가 깃들까요? 그림을 그리면서 흥얼흥얼 노래를 부르기 때문입니다. 그림을 그리면서 웃으면 그림에 웃음이 깃들어요. 그림을 그리면서 낯을 찌푸리면 찌푸린 기운이 깃들고, 그림을 그리면서 짜증을 부리면 짜증이 깃들지요. 밥을 지으면서 ‘아이고, 지겨워!’ 하고 마음속으로 생각하면 ‘지겨운’ 기운이 밥에 깃들기 마련입니다. 수수한 밥차림이어도 ‘아아, 기뻐라!’ 하는 마음이라면 수수한 밥 한 그릇이 대단히 맛납니다. 이리하여, 아이들이 스스로 노래하며 그리는 그림은 ‘그림노래’입니다. 어른들이 스스로 노래하며 찍는 사진이라면? 네, ‘사진노래’이지요. 4348.11.12.나무.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사진말/사진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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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로 읽는 책 261] 숲바다



  숲에서 자란 나무는 흙이 되어

  갯벌을 거쳐서 바다로.

  바닷물은 비가 되어 숲으로.



  갯벌은 숲에서 냇물을 타고 흘러나온 찌꺼기를 거릅니다. 숲은 흙을 바다로 흘려보내서 바다를 넉넉하게 살찌웁니다. 그리고, 바닷물은 비가 되어 숲을 포근하게 어루만지지요. 언제나, 어제도 오늘도 모레도, 백 해 앞서도, 만 해 앞서도, 일억 해 앞서도, 이 지구별에서 숲이랑 바다는 늘 한몸이자 한마음이 되어서 흘렀어요. 4348.11.11.물.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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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림노래 7 구름을 보며 사는 하루



  하늘을 볼 적에 하늘을 볼 수 있습니다. 땅을 볼 적에 땅을 볼 수 있습니다. 나무를 볼 적에 나무를 보고, 풀을 볼 적에 풀을 볼 수 있습니다. 문득 고개를 끄덕이면서 생각합니다. 하늘을 보려고 고개를 드는데 하늘을 가리는 건물이나 전깃줄만 가득하다면 어떤 마음이 될까요? 나무를 보려고 둘레를 살피는데 자동차나 가게만 가득하다면 어떤 마음이 될까요? 구름을 보고 싶어 고개를 듭니다. 마당에 서고, 대청마루에 앉습니다. 자전거를 달리고, 고샅을 거닐며, 논둑길을 아이들하고 함께 걷습니다. 오늘 이곳에서 하늘바람을 마시고, 구름빛을 먹습니다. 4348.11.10.불.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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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빛



꽃이 피어

나무가 노래하고

풀이 돋아

새와 벌레 춤추니


따사로운 봄볕

맑은 여름볕

고운 가을볕

좋은 겨울볕


싱그럽게 어우러지는

숲잔치


파란 별님과

붉은 딸기

나란히

오순도순

이야기밭.



2013.6.7.쇠.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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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을 따서



뒤꼍에 있는 커다란 감나무에

내 주먹보다 커다랗고

바알갛게 물든 감알을


차근차근 가지 타고 올라가서

똑 따고는

물로 잘 씻고

행주로 물기 닦은 뒤

칼로 천천히 썰어

접시에 담는다


동생을 부른다

꿀꺽꿀꺽 맛있겠다


한 조각 집어

한입 썩 베어무는데


으, 떫어, 입안이 써

아직 덜 익은 감이었네



2015.10.13.불.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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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pletreeje 2015-11-09 11:57   좋아요 0 | URL
ㅋㅋ~ 으, 떫어, 입안이 써
아직 덜 익은 감이었네 에서 그만 웃음이~^^

숲노래 2015-11-09 12:09   좋아요 0 | URL
감나무에 올라탄 사람은 저였지만
큰아이와 함께 누린 감 따서 먹기를...
한 번 갈무리해 본 글이에요.

아이가 `으 떫어 입안이 써!` 하고 외친 말을 듣고
무척 재미있어서
이 글을 쓸 수 있었습니다 ^^;;;;

옆구리왕짜 2015-11-09 21:08   좋아요 0 | URL
저 지금 때마침 감 먹고 있어요~ ㅋㅋ

숲노래 2015-11-09 22:27   좋아요 0 | URL
저희는 날마다 감을 열 알쯤 넉넉히 먹는 듯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