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루와 글쓰기


 내 집을 가지면 아이가 마음껏 뛰며 놀고 노래할 수 있으리라 생각할 만하지만, 내 집이 아파트라면 아이는 내 집이면서 마음껏 뛰지 못하고 놀지 못하며 노래하지 못한다. 골목동네 한켠에 깃든 내 집일 때에도 섣불리 신나게 노래하지 못할 뿐더러 피아노나 다른 악기를 타기란 만만하지 않다. 시골마을에서 한 층짜리 낮은 집을 얻어 지낼 때에도 다르지 않다. 마을 한복판에 깃든 집이라 할 때에는 이웃집 사람이 시끄럽다고 느낄까 걱정스럽다.

 멧기슭에 자리한 우리 살림집에서는 아이가 얼마든지 뛰어도 되고 노래해도 되며 달려도 된다. 뒹굴뒹굴 구른다든지 피아노를 친다든지 다른 악기를 켜거나 두들긴다든지 해도 좋다. 얻어 지내는 우리 집이기는 하나, 가까이에 다른 살림집이 없으니까. 다만, 아직 피아노는 마련하지 못했다.

 나는 눈이 내린달지라도 눈을 잘 안 쓸어 버릇한다. 낮이 되면 금세 녹을 뿐더러, 나한테는 자동차가 없다. 자동차가 미끄러질까 걱정스러워 눈을 쓸 일이란 없다. 자전거 또한 눈을 쓸지 않으면 미끄러질까 걱정스럽다지만, 자전거는 눈이 있을 때가 한결 낫다. 아주 말끔히 쓸지 않으면 자전거한테는 더 미끄럽다. 게다가 눈 내린 날에는 두 다리로 걸어다닐 때가 가장 좋다. 어제 새벽에 눈이 소복히 내렸는데, 나로서는 이 눈을 더더욱 치울 마음이 없었다. 우리 아이한테는 시골집 첫눈이기에 예쁘게 남겨 놓고 아이가 첫 발자국을 찍도록 하고 싶다. 발자국을 내면 눈을 쓸 때에 나쁘기는 하지만, 아이 발자국쯤이야 괜찮다.  아니, 좀 번거롭거나 힘들면 어떤가. 우리 집 앞마당이 하얀 빛깔로 반짝반짝이는 모습을 보며 아침을 맞이하는 즐거움이란.

 아이가 마루이자 큰방에 어질러 놓은 놀잇감을 치운다. 아이는 비로소 이 방에서 저 방으로 신나게 달리고 뛴다. 아이 스스로 바닥에 놀잇감을 어지르지 않는다면 언제나 이처럼 소리치고 노래하며 달릴 수 있겠지. 그러니까, 아이야 제발 좀 말이야, 네가 놀고 난 다음에는 잘 치워 주렴. 다른 누구보다 네가 더 잘 놀기 힘들잖니.

 사람들은 누구나 어김없이 모여서 살아가기 마련이라지만, 한 집하고 다른 한 집 사이는 피아노 소리로 귀가 따갑지 않다고 느낄 만큼 떨어지거나, 아이가 방방 뛰며 외쳐대는 소리가 썩 크지 않다고 느낄 만큼 벌어져야지 싶다. 집과 집 사이에는 마당이나 텃밭이 있거나 감나무나 대추나무나 오동나무나 복숭아나무나 매화나무 들이 몇 그루 자라야지 싶다. 살가운 이웃으로서 나란히 흙을 품고 나무를 안으며 꽃을 마주할 수 있어야지 싶다. (4343.11.30.불.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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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깊은 가을을 밝게 빛내어 주는 노란꽃 가을빛, 가을꽃 노란빛.

 - 2010.11.26. 인천 남구 숭의3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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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까치밥 다섯 알하고 골목집 굴뚝. 감나무는 굴뚝보다 높이 자라났고, 감을 모두 따지 않고 다섯 알이나 남겨 놓아 준 넉넉한 마음결.

 - 2010.11.26. 인천 동구 송림3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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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줌과 글쓰기


 아이는 왜 낮잠을 안 자려 할까. 내가 이 아이만 한 나이였을 때에는 어떠했을까. 나 또한 낮잠을 안 자려 하면서 내 어머니를 힘들게 했을까. 아이는 낮잠을 자지 않으면서 놀기만 하려고 하니까 자꾸 자잘한 잘못을 저지르고, 물건을 여기저기 어지르기만 하며, 이래저래 꾸중을 듣는다. 저녁을 먹고 나서는 퍽 졸렸을 텐데, 이런 몸으로 꿋꿋하게 버티며 더 논다. 이제는 귤을 잔뜩 까면서 논다. 지난주에는 단추 꿰기를 비로소 해낸 뒤에 내내 단추를 꿰었다 끌렀다 하면서 놀더니, 이제는 귤을 혼자 제법 잘 깔 수 있다면서 귤을 열 알 남짓 까서 반으로 갈라 밥상에 엎어 놓는다. 이러더니 마지막에는 아빠한테 와서 무릎에 안긴다. 책상맡 만화책을 하나 끄집어 내고 싶다기에 하나 꺼내어 준다. 아이는 입에 귤 하나 물고 쪽쪽 빨면서 만화책을 넘긴다. 그리 재미없는 만화책을 골라서 넘기더니 고개가 살짝 앞으로 꺾인다. 눈 나빠질라 걱정스러워 아이를 무릎에 앉힌 아빠가 등을 뒤로 눕히려 하다 보니 아이가 눈을 감고 있다. 아, 잠들었구나, 입에 귤을 문 채로. 곧바로 잠자리에 눕히면 자칫 깰 수 있다. 아빠 무릎과 허벅지에 아이를 눕히기로 한다. 이렇게 십 분이나 이십 분쯤 눕히고 방에 들이자고 생각한다. 십 분이 조금 안 지났을 무렵 쏴 하는 소리와 함께 아이가 오줌을 눈다. 윽, 이런. 그렇지만 자리에서 일어날 수 없다. 이러다가는 아이가 깰 테니까. 그렇다고 마냥 앉을 수만도 없다. 겨울이라 방바닥에 이불을 깔았으니 이불이 다 젖어 버리잖은가. 아이 옷까지 젖을까 싶어 아이 웃옷을 얼른 걷는다. 오줌은 아빠 바지로 흐르도록 아이를 안는다. 그제 저녁에는 일산에서 옆지기네 아버님과 어머님이 마실을 오셨는데, 이날 아이는 할머니랑 할아버지랑 논다면서 오줌 때에도 오줌을 안 누고 놀다가 그만 바지에 쉬를 쌌다. 아이가 오줌을 제대로 가린 지 한 해가 조금 넘었는데, 오줌을 제대로 가린 뒤부터 바지에 오줌을 싼 적은 한 번도 없다. 아이가 할머니랑 할아버지가 참으로 좋아 그예 놀기만 하다가 바지에 오줌을 쌌으니 나무랄 수 없다. 그저 아이 오줌바지를 벗기면서 “벼리야, 할머니가 찾아와서 놀아 주니 좋아? 좋지? 그런데 아무리 좋아도 그렇지, 오줌은 제대로 누면서 놀아야지. 오줌을 누는 데에 일 분도 안 걸리잖아. 네가 한 달만 더 지내면 네 살이 되는데, 세 살 벼리가 네 살 벼리가 안 되고 두 살 벼리로 돌아가니?” 하고 타일렀다. 아이는 여느 때에 ‘손가락을 셋 꼽으며 세 살 놀이’를 하는데, 이렇게 타이른 이튿날 갑작스레 손가락을 둘만 꼽으며 ‘두 살 놀이’를 한다. 아빠 말을 알아들었나. 그러나저러나, 두 살 놀이를 하든 세 살 놀이를 하든, 이렇게 하루 만에 다시금 두 살 아이로 돌아온다. 그렇지만 말야, 아이야, 넌 열네 달 무렵부터 오줌하고 똥을 가렸잖니. 스물여덟 달인 네 나이를 헤아린다면 이렇게 하루 걸러 바지에 오줌을 싸서 어떡하니. 네 엄마는 네가 밥상에 해 놓은 이쁜(?) 짓을 보고는 웃더라. 네 아빠도 네가 밥상에 해 놓은 깜찍한 짓을 보고는 웃었다. 모쪼록 새근새근 달게 잘 자고, 이듬날에 다시금 신나게 일어나 재미나게 놀아 주렴. (4343.11.29.달.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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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첫눈과 글쓰기


 새벽에 일어난다. 찍찍거리는 소리를 듣는다. 쥐가 잡혔구나. 어느덧 일곱 마리째. 장갑을 끼고 끈끈이를 바라본다. 꽤 큰 쥐가 잡혔다. 끈끈이를 덮고 마당으로 나온다. 마당이 하얗다. 새벽에 일어나면서 창문으로 바깥을 얼핏 보았을 때 밭자락이 하얗다고 느껴 설마 눈이라도 왔나 싶었는데, 참말 눈이 왔네. 발자국을 되도록 안 내면서 멧기슭 쪽으로 걸어가 쉬를 눈다. 아침에 아이가 일어나서 시골집 첫눈을 즐겁게 맞이하며 마당에 아이가 첫 발자국을 찍을 수 있도록 하고 싶다. 아이 손가락과 발가락에 들인 봉숭아물이 거의 다 빠지는가 싶더니, 드디어 첫눈을 맞이했구나. 벽 긁는 소리 없이 차분하고 으슬으슬하게 맞이하는 11월 29일. 글피만 지나면 12월을 맞이한다. 한 달 지나면 아이는 네 살로 접어들고, 새봄을 맞이하면 둘째가 태어난다. (4343.11.29.달.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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