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쪽지 2011.6.1.
 : 아이를 재우는 자전거



- 둘째가 태어난 뒤 첫째는 영 말썽쟁이 노릇을 한다. 둘째가 태어난 다음에는 바깥에서 나가 놀기 힘들 뿐더러, 어머니나 아버지가 바깥마실을 시키지 못하니까 집안에만 있어야 하는 첫째로서는 집에서 이리저리 돌아다니다가 말썽을 피울밖에 없는지 모른다. 새벽 일찍 일어나 저녁 늦게까지 잠을 안 자는 아이를 생각해서 자전거마실을 하기로 한다. 아이는 아버지가 자전거수레에 태워 마실을 나가면 수레에서 곧잘 잠든다. 마실을 나가는 길에는 노래를 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는 꾸벅꾸벅 졸다가 잠든다.

- 둘째 기저귀를 빨아 마당에 넌다. 기저귀가 보송보송 마르기를 바라면서 자전거와 수레를 꺼낸다. 아이를 수레에 태운다. 아이는 벌써부터 노래를 부른다. 마을 논둑길을 달린다. 마을 어귀 보리밥집에 가서 달걀이랑 통밀가루를 장만한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아이는 조용하다. 눈이 가물가물하다. 그렇지만 아직 잠들려면 더 있어야 한다.

- 집으로 돌아오려다가 자전거머리를 돌린다. 마을을 크게 한 바퀴 더 돌기로 한다. 오 분쯤 지나자 아이는 고개를 까딱까딱하더니 한쪽으로 기울어진다. 새근새근 잘 잔다. 잘 자는 아이가 귀여우면서 고맙다. 착하고 어여쁜 아이로 함께 살아가면 얼마나 좋을까.

- 집에 닿아 자전거를 세운다. 아이 신을 한 짝씩 벗긴다. 안전띠를 푼다. 집 문을 연다. 아이를 살며시 안는다. 평상으로 데려가 가만히 눕힌다. 조금 뒤 기저귀를 채운다. 이동안 둘째가 내놓은 새 똥오줌기저귀를 빨고 아버지도 몸을 씻는다. 아이를 재우는 자전거를 타고 마을 사이를 누비면 푸른빛 바람이 시원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손빨래와 기계빨래


 나는 기계빨래를 하지 않는다. 빨래하는 기계를 다룰 줄 모르기도 하지만, 빨래기계를 장만할 살림돈이 없다. 그러나 빨래기계를 장만하려고 돈을 모은다든지, 빨래기계를 써야 한다고 생각한 적이 한 번도 없다. 빨래기계를 얻어서 써야겠다고 생각한 적조차 없다.

 나는 두꺼운 옷을 좋아하지 않는다. 나는 얇고 가벼운 옷을 좋아한다. 두꺼운 옷은 빨래하기 힘들다. 물을 짜거나 털기 어려울 뿐 아니라 말리기 참 고단하다. 두꺼운 옷 못지않게 두꺼운 이불을 안 좋아한다. 두껍고 무거운 이불이 한결 따뜻할는지 모르지만, 두껍고 무거운 이불을 어떻게 빨래하는가 생각하면 한숨이 절로 나온다. 얇고 가벼운 이불을 여러 채 덮으며 지내고플 뿐이다.

 아이를 씻긴다. 내 몸을 씻을 때에는 찬물만 쓰지만, 아이를 씻길 때에는 보일러를 돌려 따순 물을 받는다. 첫째는 네 살로 자랐다. 첫째를 씻길 때에는 온몸을 구석구석 문질러 때를 벗긴다. 빼를 벗긴 물은 버리지 않는다. 첫째를 씻기며 벗긴 옷을 옆에 담가 놓는다. 첫째를 다 씻기고 물기를 닦아 새 옷을 입혀 방으로 들이고 나서 빨래하며 헹굴 때에 헹굼물로 쓴다.

 둘째는 갓난쟁이인 만큼 첫째하고는 사뭇 달리 천천히 보드라운 손길로 씻겨야 한다. 둘째를 씻기고 나서 나오는 빨래감은 둘째를 씻길 때에 쓴 물로 헹군다. 따순 물이기 때문에 똥기저귀나 오줌기저귀를 빨기에 좋다. 옆지기 핏기저귀를 이때에 함께 빨면 핏물이 잘 빠진다.

 오늘 새삼스레 기계빨래를 헤아려 본다. 둘째가 태어난 뒤 빨래거리가 다시금 곱배기로 늘었다. 첫째가 태어난 뒤에도 빨래거리는 곱배기로 늘었다. 옆지기와 함께 살기로 한 뒤부터도 빨래거리는 곱배기로 늘었다. 그러니까, 요즈음 내 빨래는 내가 혼자 살던 때하고 견주면 두 곱이 두 곱이 되었다가 다시 두 곱이 된 셈이다. 모두 해서 세 곱이 아니다. 두 곱이 되었다가, 이 부피에서 두 곱이 되었고, 다시 이 부피에서 두 곱이 되었다. 차츰차츰 곱배기로 늘어나는 빨래일이기 때문에, 내 손목이 남아나지 못한다. 첫째가 세이레를 날 무렵에도 손목이 남아나지 않았지만, 둘째 때에는 더욱 고단하다. 아무래도 그동안 나이를 네 살 더 먹었기 때문일 테지.

 곰곰이 생각에 잠긴다. 지난날에는 아이를 참 많이 낳았다. 지난날에는 아이들이 무럭무럭 자라서 집안 빨래거리를 나누어 주었다. 다른 집안일을 나누어 주기도 하고, 아이들은 조금씩 자라면서 집안에서 훌륭한 일꾼 몫을 한다. 옆지기가 몸이 튼튼해서 셋째도 낳고 넷째도 낳는다면, 첫째가 크면서 빨래일을 나누어 줄 테며, 둘째도 나누어 줄 테지. 앞으로 우리 집 둘째가 대여섯 살이 되고 예닐곱 살이 될 때까지는 이 아이들 옷가지는 아버지가 다 빨아야 한다고 느낀다. 둘째가 예닐곱 살이 되자면 아버지는 마흔서넛이 된다. 아마 마흔서넛 나이가 되도록 아버지는 둘째 오줌기저귀를 빨아야 할는지 모른다.

 아이들이 열 살을 지나고 열두어 살쯤 되면 저희 옷가지는 저희가 맡아서 빨겠지. 저희 이불도 저희가 빨겠지. 이쯤 되면 아버지도 나이값을 하느라 손아귀 힘이 많이 줄어 빨래하는 힘도 꽤 빠질 테지만, 아이들이 나누어 맡을 일손을 살핀다면, 마흔이건 쉰이건 예순이건 즐거이 집빨래를 해낼 수 있으리라 믿는다.

 나는 손빨래를 하면서 늘 생각한다. 어버이 된 나부터 손빨래를 즐기고, 아이 된 우리 집 두 어린이가 손빨래를 즐길 수 있기를 꿈꾼다. 저마다 제 옷을 아끼고, 제 삶을 사랑하며, 제 몸뚱이를 믿을 수 있기를 바란다. 튼튼한 몸뚱이와 물과 비누만 있으면 언제 어디에서나 손빨래를 할 수 있다. 돈이나 전기나 뭐가 없더라도 내 몸을 믿고 살아가면 아름답다. (4344.5.31.불.ㅎㄲㅅㄱ)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빨래 그림자 놀이


 밤에 나온 둘째 똥기저귀는 새벽에 빨고, 새벽에 나온 둘째 똥기저귀는 아침에 빤다. 아침부터 햇살이 좋아 마당 빨랫줄에 넌다. 기저귀 하얀 빨래를 마당 빨랫줄에 너는 동안, 멧자락 숲에서 멧새가 우짖는 소리를 듣는다. 무슨 새일까, 어떤 새일까, 고개를 갸웃갸웃해 보지만 이름을 알지는 못한다. 그저 이름을 몰라도 고마운 소리를 아침부터 들려주니 반갑다고 마음으로 고개를 숙인다.

 첫째는 아버지가 마당으로 나온 모습을 보고는 토마토를 입에 물면서 뒤따라 나온다. 아버지가 기저귀를 다 널고 들어갈 무렵 기저귀 나부끼는 사이사이로 요리 걷고 조리 달리면서 논다. 첫째야, 네 똥기저귀도 이렇게 아버지가 손빨래를 해서 해바라기를 시켰단다. 햇볕을 먹고 바람을 먹으며 나뭇잎 빛깔과 새소리 결을 함께 받아들이는 고운 기저귀와 함께 예쁘게 살아가렴. (4344.5.30.달.ㅎㄲㅅㄱ)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자전거쪽지 2011.5.27.
 : 스스로 달리는 자전거



- 이제 아이는 세발자전거를 스스로 밟아 앞으로 달릴 줄 안다. 다만, 빨리 달린다든지 왼쪽 오른쪽 마음대로 틀며 달리지는 못한다. 엉금엉금 천천히 앞으로 나아갔다가, 다시 엉금엉금 뒤로 움직일 줄 안다. 아이를 씻길 때라든지 그림책을 읽힐 때라든지 옷을 입힐 때라든지, 아이 팔뚝이나 허벅지를 만지면 아이가 날마다 힘살이 조금씩 붙는다고 느낀다. 앞으로 힘살이 더 붙고 키가 더 자라면 이 세발자전거를 아주 신나게 몰 수 있을 테지. 이제 아이는 수레에 탈 때면 몸이 꽤 커서 둘째가 큰 다음 함께 태우기는 좀 좁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그러나 둘이 수레에 함께 탄다면 수레는 뒤에서 무게를 한결 잘 받치리라 본다. 다만, 둘째가 딸이 아닌 아들이기 때문에, 둘째가 더 자라면 몸무게가 더 나가서 왼바퀴와 오른바퀴에 실리는 무게가 달라지리라. 앞으로 몇 해쯤 첫째가 세발자전거를 즐길까 모르겠으나, 첫째가 세발자전거를 떼고 두발자전거로 옮겨탈 무렵 둘째가 세발자전거에 올라타며 엉금엉금 달리기를 할 수 있으리라 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눈부신 빨래


 아기 기저귀를 마당에 넌다. 아침에 빨아서 마당에 넌 기저귀 빨래는 다 마른다. 다 마른 빨래를 걷고 새 빨래를 넌다. 다 마른 빨래를 걷을 때에 눈이 부시다. 하얗게 잘 마른 빛깔에 눈이 부시고, 기저귀로 비치는 햇빛에 눈이 부시다.

 인천에서 살던 때, 옥상마당에 기저귀를 널면서도 늘 눈이 부셨다. 기저귀 빨래란 언제나 눈부신 빨래이다. 갓난쟁이는 날마다 서른 장쯤 기저귀 빨래를 내놓으니까, 하루 내내 눈 붙일 겨를이 없이 빨래를 해야 하지만, 이 기저귀 빨래를 다 마치고 해바라기 하듯이 빨래줄에 널면, 차츰차츰 보송보송 마르는 기운이 내 마음까지 산뜻하게 비추는 눈부신 빛깔이다. 햇볕을 올려다보면서 빨래를 말릴 수 있는 집이란 참 좋구나. 게다가, 온통 시멘트 건물 숲이 아닌, 흙에 뿌리를 내린 나무로 이루어진 숲 한 귀퉁이에서 햇볕과 나무와 바람 기운을 듬뿍 맞아들이면서 금세 마르는 기저귀 빨래는 한결 눈부시다.

 이 좋은 기저귀 빨래를 기계한테 맡길 수 없다. 옆지기가 몸이 워낙 아파 기저귀 빨래이건 옆지기 빨래이건 엄두를 못 내지만, 옆지기가 안 아프더라도 옆지기 몫 빨래까지 손수 하면서 이 눈부신 빛깔을 듬뿍 맞아들이는 날이란 참으로 즐거우며 아름답다. (4344.5.28.흙.ㅎㄲㅅㄱ)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