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쪽지 2011.7.15.
 : 내리막 자전거는 자동차하고 똑같다



- 비가 살짝 갠다. 더 내릴 듯하지만 읍내에 다녀오기까지 퍼붓지는 않을 듯하다. 길바닥 물기가 다 마른 모습을 보고는, 아이하고 마실을 다녀오기로 한다.

- 바람이 많이 분다. 앞에서 부는 바람이다. 비가 살짝 개어 물기가 많이 마르기도 한 탓인지 숨이 턱턱 막힌다. 숨이 가쁘다고 느끼면서 오르막에서 두 번 쉰다. 두 번 쉬면서 아이한테 논자락에서 개구리 잡는 새를 함께 바라본다. 힘들어서 쉴 때에는 이렇게 둘레를 돌아볼 수 있어 좋다. 생각해 보면, 자전거를 타는 사람이라 하더라도 자전거를 멈추어야 사진을 찍는다. 자전거를 탄대서 자동차보다 더 낫다고 섣불리 말할 수 없다. 자동차하고 똑같이 싱싱 내지르기만 한다면, 자전거는 자동차하고 똑같을 뿐 아니라, 어쩌면 더 무시무시할 때가 있기도 하다. 좁은 골목에서 내달리는 자전거는 오토바이 못지않게 시건방질 뿐 아니라 괘씸하다.

- 밭자락 한켠에 해바라기 한 포기와 도라지꽃 한 송이가 피었다. 어쩜, 이렇게 한 송이씩 피도록 심었을까.

- 오르막에서 맞바람 맞으면서 낑낑대는데 뒤에서 빵빵 울리며 놀래키는 짐차가 한 대 있다. 다른 자동차는 그냥 지나가는데 오늘은 꼭 한 대가 이렇게 놀래킨다. 조용히 옆으로 비켜 달리거나 빠르기를 늦추면 되는데, 마음이 착하지 않은 사람은 이렇게 빵빵이를 함부로 울린다.

- 해가 나면서 눈부시다. 등과 목과 얼굴이 땀으로 범벅되면서 따갑다. 


- 퍽 세게 부는 바람에 따라 벼가 눕는다. 김수영 시인이 풀이 눕는다고 쓴 시는 참으로 대단하다. 풀이 바람에 눕고, 벼가 바람에 눕는다. 풀은 바람이 잦아들며 다시 서고, 벼도 바람이 수그러들며 다시 선다.

- 읍내 마실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오르막에서 생각한다. 오르막은 느리게 달릴밖에 없는 길이다. 느리게 달리면서 둘레를 두리번두리번 살핀다. 때로는 자전거를 멈추며 사진을 찍기도 한다. 내리막에서는 빠르고 시원하게 달리니까 옆을 안 본다. 그저 앞만 본다. 시원하게 내달리는 내리막에서는 길에 돌이나 구멍이 있는가를 살펴야 하니까 앞만 바라본다. 그러고 보면, 자동차는 너무 빨리 달리기 때문에 앞만 바라보아야지, 옆을 볼 수 없다. 자동차를 달리는 이가 길가를 천천히 달리는 자전거를 바라보라고 바랄 수 없다. 빠르기를 늦추는 자동차가 아니라면 착한 마음이거나 고운 넋일 수 없다.

- 마을로 들어서면서 아이는 걷고 싶다고 말한다. 아이랑 걷는다. 멧기슭 따라 흘러내린 물이 길바닥을 적시며 흐르는 곳에서 아이는 엎드려뻗쳐를 하면서 물놀이를 한다. 아이가 어느새 엎드려뻗쳐를 혼자 할 줄 알았지? 손에 감기는 물살이 시원하고 재미있는지 퍽 오래 이렇게 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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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피 2011-07-18 23:10   좋아요 0 | URL
된장님 사진을 보니 따님이 커서 시집갈때쯤 되면 아마 사진집 하나 내셔되 될것 같아요^^

숲노래 2011-07-19 06:39   좋아요 0 | URL
그때가 아니더라도 내려면 낼 수 있어요 ^^;;;
 

 

자전거쪽지 2011.7.11.
 : 바람이 흔드는 나뭇잎 소리



- 12일 장날에도 비가 쏟아질 듯하다고 느낀다. 어차피 장마당도 제대로 안 설 테고, 장마당이어야만 살 수 있는 푸성귀는 아니기에, 오늘 비가 좀 뜸할 때에 맞추어 읍내마실을 나서기로 한다.

- 그제에도 읍내에 다녀갔다. 사흘 앞서 셈틀이 갑자기 맛이 가는 바람에 그제 낮 이 녀석을 수레에 싣고 읍내로 가야 했다. 아이가 수레 앞에 앉고 셈틀을 수레 뒤에 넣으니 수레 무게가 꽤 나갈 뿐 아니라 뒤로 쏠려서 고개를 오를 때에 무척 애먹었다. 오늘은 홀가분한 수레이다. 그런데 어쩐지 기운이 나지 않는다. 힘들다.

- 집으로 돌아오는 오르막에서 다시금 느낀다. 오늘 따라 무척 힘들다. 하는 수 없이 숯고개 꼭대기에 거의 다다를 무렵 자전거를 세운다. 한숨을 돌린다. 읍내에서 비가 쏟아졌기에 아이한테 비옷을 입히고 나도 비옷을 입었는데 비가 그쳤다. 아이가 비옷이 답답하다며 벗겨 달라 한다. 아이 비옷을 벗긴다. 그러고 나서 우리를 둘러싼 멧자락을 휘 둘러본다. 아이한테 저 구름을 보라고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이야기한다. “구름이 멧등성이에 앉았네. 구름도 다리를 쉬려고 멧자락에 앉았나 봐.”

- 아이는 아버지 말을 고스란히 따라한다. 아버지나 어머니가 아이 앞에서 어떤 말을 하느냐에 따라 아이가 앞으로 살아갈 나날 쓸 말이 달라지리라. 어버이부터 아름다우며 착하고 참다이 말을 해야 아이가 아름다우며 착하고 참다운 말을 배우겠지.

- 큰길이 끝나고 마을로 접어든다. 마을에 접어든 다음 만나는 가파른 오르막에서도 자전거를 멈춘다. 끙끙거리며 미는데 아이가 걷고 싶다며 아버지를 부른다. 잘 됐다. 아이를 내린다. 아이는 콩콩 뛰듯 신나게 걷는다. 조금 걷자니 멧새들 지저귀는 소리가 가득하더니 어치가 한 무더기 이곳에서 저곳으로 날아간다. 스무 마리 넘게 보인다. 게다가 어치 사이사이 꾀꼬리가 한 마리씩 섞인다. 아이는 ‘새’만 보고 ‘꾀꼬리’는 자꾸 놓친다.

- 더 걷는다. 옆으로 자동차가 석 대 지나간다. 자동차를 모는 사람은 시골길을 달리더라도 멧새가 지저귀는 소리를 들을 일이 없겠지. 요즈음 쏟아지는 빗줄기를 그으려고 허둥지둥 다니는 어린 사마귀를 볼 일도 없겠지. 갓 깨어난 자그마한 사마귀가 시골길을 허둥지둥 가로지르는 모습을 보며 자칫 밟을 뻔했다. 새끼손가락 마디 하나보다 자그마한 크기인 새끼사마귀이니까, 자동차를 모는 이들은 알아볼 수 없을 뿐 아니라 알아보려 할 수조차 없다.

- 자꾸 걷는다. 마을길로 접어든 다음에는 수레에서 아이를 내려 걷게 하면 더 좋겠다고 새삼스레 느낀다. 집에 거의 다 온다. 마지막 얕은 오르막에서 바람이 꽤 세게 분다. 휘이이 소리를 내며 나뭇잎을 잔뜩 흔든다. 아이는 바람소리가 좋고 바람결이 시원하다며 소리를 꺄악꺄악 지른다. 고개를 들어 나무숲굴처럼 된 곳에서 푸른 잎 우거진 나뭇가지를 올려다본다. 눈을 감고 바람소리를 느낀다. 귀만 열어 바람이 나뭇잎을 흔드는 소리를 듣는다. 아이가 저 앞으로 달려간다. 아이 뒷모습을 사진으로 한 장 더 찍으면서 이 사진에는 아이와 아버지가 함께 걸어가며 들은 바람소리도 담겼을까 하고 헤아려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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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철나무꾼 2011-07-14 14:14   좋아요 0 | URL
바람이 몹시 부는 날의 사진들을 한참 들여다 봤어요.
바람에, 바람결에, 바람소리에 내어맡기는 거...때로는 위안이 되기도 하더라구요.

숲노래 2011-07-14 17:14   좋아요 0 | URL
빗소리와 바람소리를 함께 듣는 여름날은
빨래가 안 말라도... 그저 고맙습니다~
 

자전거쪽지 2011.7.8.
 : 봄 여름 가을 겨울 네 바퀴



- 장날인 어제는 비가 그치지 않았다. 어제 읍내 마실을 할 생각이었으나 아무래도 안 되겠구나 싶어 그만두었다. 날씨 소식을 들으면 오늘은 비가 그친다 했는데 아침부터 낮까지 비가 그칠 낌새를 보이지 않는다. 옆지기가 먹을 미역국에 넣을 무와 여러 가지를 장만해야 하기 때문에, 비를 맞으며 읍내에 다녀오기로 한다. 장마당이 아니더라도 읍내 가게에서 무나 여러 가지를 살 수는 있으니까.

- 비옷을 챙겨 입는다. 첫째 아이가 함께 가고 싶어 한다. 안됐지만 오늘은 아버지 혼자 다녀오겠다고 이야기한다. 저번에 두 번 비오는 날에 함께 다녀온 적이 있기도 하지만, 아버지는 자전거를 몰지만, 아이는 수레에 앉기만 하니까, 내내 비를 맞으면 몸이 나빠질까 걱정스럽다. 아이가 스스로 발판을 밟으며 자전거를 밀 수 있을 때에는 얼마든지 비를 함께 맞으며 자전거마실을 해도 좋으리라 생각한다.

- 음성 읍내로 가는 길에는 빗소리 말고 드문드문 지나가는 찻소리가 있다. 자동차가 드문드문 지나가기에 비를 이끄는 바람이 숲에 우거진 나무를 흔드는 소리가 있다. 논에서 개구리를 잡는 왜가리 날갯짓 소리와 괘왝괙 소리가 있다. 논과 밭과 숲과 멧등성이로 둘러싸인 길을 자전거로 달리는 일은 더없이 고마우며 기쁘다. 멧자락에 걸린 구름을 바라보고, 담배꽃에 서린 뽀얀 물방울을 바라본다. 저 멀리에서 내 쪽을 바라본다면 나 또한 구름이 살짝 걸린 길을 달리는 자전거일 테지.

- 자동차를 모는 이들은 누구도 느끼지 못하리라. 자동차를 몰기 때문에 멧자락 소리를 느낄 수 없으리라. 자동차를 모는 어른하고 다니는 아이 또한 아무것도 느낄 수 없겠지. 비오는 날 멧등성이가 무엇을 이야기하면서 무엇을 곱게 품어 쓰다듬는지를 느낄 길이 없겠지.

- 아이는 태우지 않았어도 먹을거리를 장만할 때에 실으려고 붙인 수레를 끙끙 끌며 오르막을 오른다. 길바닥을 내려다보며 달리면 발판을 더 잘 밟을 수 있지만, 오늘 같은 하늘과 멧자락을 안 볼 수 없다. 고개를 들어 왼쪽 오른쪽 갈마들며 바라본다. 발은 자전거 발판을 밟으면서 길과 오르막을 느끼고, 눈은 비에 젖은 멧자락을 바라보며 싱그러운 풀내를 느끼자.

- 호젓한 멧등성이를 오르내리면서 문득 생각한다. 네 식구 시골자락으로 옮겨 지낸 지 한 해가 지나는 요즈음, 읍내로 자전거를 몰아 장을 보고 돌아오는 길이 그닥 힘들지 않다. 처음 이 길을 달릴 때 느낌이 어떠했는지 헤아린다. 처음에는 빈 수레를 달고도 오르막이 꽤 벅찼을 텐데, 이제는 수레에 아이를 태우고 수박이며 여러 과일이며를 실은 다음 등에 메는 가방까지 먹을거리로 꾹꾹 눌러담더라도 오르막을 꽤 수월히 오르내린다. 몸이 맞추어지나? 몸이 가벼워지나? 몸이 몸답게 거듭나나?

- 수레까지 붙인 자전거가 오르막을 낑낑거리니 옆으로 멀찌감치 떨어져서 천천히 앞지르는 자동차가 있다. 자전거이건 말건 아랑곳하지 않으면서 아슬아슬하게 붙어서 씽씽 내달리는 자동차가 있다. 마주 달리는 자동차도 똑같다. 자전거가 마주 달리니까 빠르기를 살며시 늦추어 바람이 거세게 일지 않게끔 마음을 쓰는 자동차가 퍽 드물기는 하지만 더러 있다. 그러나 거의 모든 맞자동차는 맞바람이 일든지 말든지 마음을 기울이지 않는다.

- 오늘날 아이들이 제 어버이가 수레에 태워 자전거마실을 하지 않는다면, 여느 길에서 자동차가 얼마나 거칠거나 무시무시한지를 느낄 수 없으리라. 아이들이 다치지 않도록 자가용을 장만해서 태운다지만, 내 아이는 다치지 않을는지 몰라도 다른 아이들은 다칠 수 있다. 내 아이는 걱정없이 지킨다면서 다른 아이한테는 무시무시하게 구는 셈이 되기도 한다. 아이를 자가용에 태우고 다니는 어른은 당신 아이가 무엇을 배우거나 느낄는지를 생각해야 한다.

- 장마당에서 사는 푸성귀가 아닌, 가게에서 사는 푸성귀는 좀 시들시들하면서 값이 세다. 어차피 비 맞으면서 읍내 마실을 한다면, 장날 마실을 해야 한다고 새삼스레 다짐한다.

- 집으로 돌아온다. 장본 먹을거리를 하나하나 꺼내고, 오얏 두 알을 첫째 아이한테 건넨다. 곧 저녁 먹을 때이다. 얼른 씻고 빨래를 한다. 다 마친 빨래를 넌 다음 밥을 한다. 저녁으로는 볶음밥을 한다. 감자 두 알과 호박과 당근과 느타리버섯과 양배추를 잘게 썰어 물에 볶은 다음 밥과 들기름과 간장을 넣고 비빈다. 아침에 먹고 남은 미역국에는 새우살을 더 넣고 팔팔 끓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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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불말리기 지킴이


 군대에 있던 지난날, 몸이 아프다거나 고참이라거나 한다면, 날이 퍽 좋을 때에 훈련에 나가지 않고 내무반을 지키는 사람이 어김없이 하나쯤 있었다. 내가 있던 군부대는 한 해 내내 햇볕 드는 날이 손가락으로 꼽을 만큼 적었기 때문에, 볕이 아주 모처럼 들며 쨍쨍 눈부실 때에는 내무반마다 모포며 침낭이며 군인신이며 옷가지이며 깔개이며 잔뜩 풀밭에 내놓아 볕바라기를 시킨다. 훈련을 나가지 않고 내무반을 지키는 사람은 풀밭에서 나란히 볕바라기를 하면서 모포며 침낭이며 군인신이며 옷가지이며 깔개를 틈틈이 뒤집는다. 넌 채 가만히 두기만 한대서 보송보송 잘 마르지 않으니까. 한 사람 아닌 두 사람이 남아서 지키면, 둘은 모포를 서로 끝에서 맞잡고 탕탕 턴다.

 기나긴 장마가 되고부터 새벽·아침·낮·저녁·밤으로 끝없이 빨래를 하고 또 해야 한다. 앞서 한 빨래가 다 마르지 않아도 새 빨래를 해야 하고, 새 빨래를 할 때면 보일러 불을 넣어 방바닥을 덥힌다. 집안 물기를 말리기도 하지만, 덜 마른 빨래가 방바닥 따스한 기운을 받아 얼른 마르기를 바란다.

 방바닥에 펼쳐서 말리는 빨래는 틈틈이 들어서 살며시 흔든 다음 뒤집어서 펼쳐 놓는다. 가만히 두기만 하면 제대로 마르지 않는다. 가만히 두기만 한대서 말릴 수 없다.

 사내들은 군대를 다녀오며 누구나 집일을 스스로 해내야 하는데, 막상 군대를 다녀오고 나서 집일을 오래오래 스스로 해내면서 집식구나 어머니 어깨를 가벼이 하는 사람은 뜻밖에 몹시 드물다. 사내들은 군대를 다녀오며 말투와 몸짓이 거칠어지기만 할 뿐, 집일을 알뜰히 하는 따스하고 너른 마음과 몸가짐을 보여주지 못한다. (4344.7.13.물.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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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전거 뒷거울


 버스와 전철과 기차를 멀리하면서 자전거를 즐겨타던 2004년부터 내 자전거 손잡이에 붙였으나 이리 부딪히고 저리 넘어지며 깨진 ‘자전거 뒷거울’에 들인 값을 어림하면 (백만 원이 넘는) 꽤 괜찮은 자전거를 한 대 장만하고 돈이 남아 20인치 자전거를 한 대 더 장만할 수 있다. 뒷거울 없이 잘 다니는 사람이 많지만, 나는 뒷거울을 꼭 붙이려고 한다. 여느 자전거꾼은 나처럼 자전거를 탈 일이 없을 테니까, 뒷거울이 굳이 없어도 그리 걱정하지 않아도 될는지 모른다. 나는 더 빨리 달린다든지 아주 한갓지게 다니는 자전거가 아니다. 살아가며 늘 타야 하는 자전거요, 집일을 도맡는 일꾼이라서, 내 몸이 다치면 우리 집에는 큰일이다. 시골길과 국도를 자주 달려야 하고, 도시나 읍내로 나아가면 자동차 물결하고 뒤섞여야 하는 터라, 여기에 수레를 달아 아이와 함께 다니기 때문에, 뒷거울로 틈틈이 뒤를 살펴야 한다.

 고개를 홱 뒤로 젖히며 뒤를 살피면 한결 잘 보인다 할 만하다. 그런데, 이렇게 하다가는 앞에서 뭐가 튀어나올는지, 또 길바닥에 무엇이 있는지를 놓치기 일쑤이다. 며칠 앞서부터는 뒷거울로 아이를 살피는 일이 퍽 재미나다고 느낀다. 아이는 제 아버지가 고개도 안 돌리면서 어떻게 제가 수레에서 무슨 짓을 하는지 다 알아챌까 놀랍게 여길는지 모를 터이나, 뒷거울로 늘 지켜보니까 코를 후비든 꾸벅꾸벅 졸든 수레에서 일어나 두리번거리든 얼음과자막대기를 입에 물고 장난을 하든 금세 알아챈다.

 자전거 뒷거울은 이 나라 자동차들이 너무 무섭고 무시무시하게 내달리기 때문에 꼭 붙이려 한다. 그렇지만 제대로 만든 뒷거울은 찾기가 아주 어렵고, 값이 좀 세다. 자전거를 얌전히 세웠어도 지나가는 사람이 툭 치고 지나가며 깨진 적이 꽤 되고, 바람에 자전거가 휘청거려 넘어지며 깨진 적 또한 잦다. 그나저나, 자전거를 한창 달리다가 뒷거울로 아이가 어떻게 있는가를 돌아보는 일이 나날이 새롭게 즐겁다. 아이가 조금 더 크면 자전거 손잡이에 달린 뒷거울로 제 아버지가 오르막을 어떤 얼굴이 되어 헉헉거리며 오르는지, 또 내리막에서는 어떤 얼굴로 바뀌는지를 들여다볼 수 있겠지. (4344.7.11.달.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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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피 2011-07-12 11:06   좋아요 0 | URL
ㅎㅎ 자전거 뒤의 따님 얼굴이 넘 귀여워 보이네요^^

숲노래 2011-07-12 16:43   좋아요 0 | URL
작은 사진이지만,
얼음과자 막대기를 입에 문 모습입니다..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