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값등록금 글쓰기


 예방주사 맞히는 돈을 나라에서 대도록 하는 일은 복지가 될 수 없습니다. 예방주사가 어떤 주사인가를 살피고, 예방주사 성분이 무엇인가를 돌아보며, 예방주사 맞은 아이들 몸이 어떻게 나빠지는가를 헤아린다면, 아이를 낳아 함께 살아가는 어버이로서 예방주사를 거저로 맞힐 수 있도록 해 달라고 바라지 않아요.

 아이들하고 살아가는 어버이로서 한 가지를 더 생각합니다. 대학등록금이 비싸다며 반값등록금을 정책으로 삼아 달라 목소리가 높습니다만, 대학등록금은 아예 없거나 이대로이거나 해야 한다고 느껴요. 대학등록금을 반토막으로 줄인대서 값이 싸지 않아요. 더구나, 대학등록금을 반토막으로 잘라야 할 까닭이 없어요. 무엇보다 대학교가 대학교답게 슬기로운 곳이 되어야 하고, 대학교를 다닌 아이들이 아름다우면서 사랑스러운 넋을 건사하도록 이끄는 곳이 되어야 해요. 대학교가 대학교답지 않은데 반토막 등록금을 이룬다 해서 나아질 일이 없어요. 등록금을 반토막으로 깎는 데에 돈을 쓸 노릇이 아니라, 대학교 다스리는 데에 옳게 쓰면서 도서관 북돋우는 데에 돈을 제대로 써야 해요. 굳이 나라에서 돈을 대야 등록금이 낮아지지 않아요. 대학교 얼거리를 확 뜯어고쳐야 등록금이 낮아지면서 참다운 대학 교육이 이루어져요.

 여기에서 다른 대목을 더 생각합니다. 신문마다 방송마다 대학등록금 노래를 부르는데, 이 나라 모든 푸름이가 대학교에 가지 않아요. 대학교에 가지 않는 아이가 아주 많아요. 대졸자 아닌 고졸자로 삶을 일구는 아이가 대단히 많아요.

 어느 신문이고 방송이고 ‘대입시험 대비 기사’를 잔뜩 꾸립니다. 대학입학정보를 아주 많이 싣습니다. 고등학교만 마친 채 사회살이를 할 푸름이를 생각하면서 기사를 꾸리거나 이야기를 엮는 매체는 아주 드물어요.

 인문책이든 사회과학책이든 다르지 않습니다. 고등학교만 마친 눈높이로 즐거이 읽을 만큼 쉬우면서 알맞고 아름다이 엮는 인문책이나 사회과학책은 얼마나 될까요. 인문책이나 사회과학책은 하나같이 ‘대학생부터 읽으라는 눈높이’로 맞출 뿐 아니라, 대학생이 학교에서 듣고 배우는 말마디부터 딱딱하거나 메마르거나 어렵거나 여느 삶하고 등지는 말마디로 굳는구나 싶어요.

 정부가 잘못해서 대학등록금이 비싸지 않습니다. 정부를 나무란대서 대학등록금이 달라지지 않습니다. 삶을 밝힐 수 있으면 됩니다. 대학교를 가야 하지 않습니다. 대학교를 가야 하는 사람이 있듯, 대학교를 안 가도 될 사람이 있어요. 아름다운 삶과 너그러운 사랑과 따사로운 사람을 그린다면, 반값등록금 이야기를 글로 쓰는 겨를 못지않게 여느 자리 수수한 이웃과 동무와 살붙이 수수한 이야기를 글로 쓸 수 있어야 한다고 느껴요. (4344.11.3.나무.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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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똥바지 빨래


 낮 네 시 이십 분 즈음 자전거를 몰아 면내 우체국으로 간다. 돈을 넣고 빨래집하고 몇 군데 가게에 들른다. 우리 살림집 손질한 일꾼들 가게에 들러 영수증 다 되었느냐고 여쭈는데 몇 차례째 들르는데 아직 만들지 않았단다. 말로는 얼른 적어서 갖다 준다 하면서 벌써 며칠째인가. 오늘은 끝방 벽종이를 바르려 했으나 부엌 싱크대 공사 마무리하러 오는 바람에 부엌 살림을 치워 건사하다 보니 너무 바빠 천장에 붙일 벽종이만 겨우 자른다. 보일러 돌려 따스한 물 나올 때까지 머리를 감고 기저귀 빨래를 한다. 물이 웬만큼 따스해진 다음 첫째 아이를 부른다. 이제 첫째 아이는 부르기만 해도 뽀르르 달려와서 스스로 옷을 벗는다. 일손이 얼마나 크게 줄어든지 모른다. 이렇게 착하고 스스로 잘하는 아이인데. 아이를 큰 통에 들여보내 물놀이를 시키고 싶으나, 날마다 이렇게 하자면 내가 너무 힘들어 하루 걸러 하루만 길게 물놀이를 시키고, 하루는 살짝 시키기로 한다. 아이가 씻은 물로 빨래를 헹군다. 빨래를 다 마친 뒤 통을 씻고 따순 물을 다시 받는다. 이제 둘째를 씻긴다. 둘째를 씻길 때에는 먼저 작은 바가지에 물을 담아 낯과 머리와 손발과 몸을 한 번 닦은 다음 통에 담근다. 여섯 달째 접어들려는 둘째 아이는 통에 살짝 앉혀도 잘 논다. 물에 담그면 얼굴부터 확 핀다. 두 아이 옷가지까지 빨래하고 나서 나온다. 빨래를 방 안팎에 넌다. 아침부터 빨래해서 말린 옷가지를 그러모아 하나하나 갠다. 첫째 아이가 제 치마랑 둘째 기저귀싸개를 척척 갠다. 제법 맵시 나게 갠다. 그러고는 스스로 옷장에 척 하고 쌓는다. 수두룩한 기저귀를 하나씩 개는데, 잘 씻고 나와 놀던 둘째 아이가 뒤집기를 해서 엎드린 채 뽀지직 소리를 낸다. 똥을 누는구나. 기저귀 개기를 멈추고 아이를 눕힌다. 누워서 똥을 마저 누렴. 조금 기다린다. 바지 앞쪽이 노랗게 물든다. 바지 빨래 새로 나오는구나. 이제 다 누었나 하고 생각하며 아이를 안고 씻는방으로 다시 간다. 바지를 벗긴다. 노란 똥으로 흥건하다. 밑을 씻기려는데 자꾸 발버둥을 친다. 이 바람에 사타구니에 묻은 똥물이 웃도리 밑자락에 묻는다. 녀석아, 웃도리는 새로 입혔는데 몇 분이나 되었다고 다시 빨래거리로 만드니. 쉴 틈 없는 손바닥은 꺼끌꺼끌하다. 온몸에서 욱씩거리는 소리가 나지만 둘째 엉덩이를 마저 닦이고 방에 가서 눕힌다. 곧장 똥바지 빨래를 한다. 똥바지랑 똥기저귀랑 똥저고리랑 새 빨래 석 점. 아직 남은 따신 물로 빨래를 하니 노란 물이 잘 빠진다. 새 빨래 석 점을 헹구고 짜서 나온다. 빈자리에 넌다. 개다 만 빨래를 갠다. 아이들이 갓난쟁이일 때 똥을 눈 모습도 사진으로 담아야지 하고 생각하지만, 막상 이 녀석들이 똥을 누고 나서 1초나 2초쯤 서둘러 사진을 찍은 적이 거의 없다. 똥이 엉덩이와 사타구니에 번져 찝찝해 할 생각에 바삐 손을 쓴다. 둘째도 머잖아 낮기저귀 뗄 날을 맞이하겠지. (4344.11.2.물.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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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쪽지 2011.10.31.
 : 새 보금자리 면내 마실



- 자전거는 있으나 자전거수레는 없다. 옆지기가 말한다. “저 자전거 앞에 벼리가 앉을 자리 만들 수는 없지요?” 만들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수건을 둘둘 말까? 내일은 한번 이렇게 해 볼까? 어떻게든 아이를 자전거에 앉혀서 마실을 다녀야지, 면내에 볼일 보러 다녀오는 짧은 길이더라도 아이가 아버지랑 함께 자전거를 타고 싶어하는데 자전거를 못 태우니 더없이 슬프다.

- 아직 모든 짐을 다 옮기지 못했으니 자전거수레도 못 옮겼다. 자전거수레가 없으니 아이를 못 태우지만, 아이만 못 태울 뿐 아니라, 마실을 다녀오며 이것저것 장만한 다음 넉넉하게 싣고 돌아오지 못한다. 아이를 수레에 태울 때에는 아이 곁에 짐을 놓는다. 아이가 짐을 붙잡아 주기도 한다. 수레 뒷주머니에 짐을 싣기도 한다.

- 지난달부터 도화면 하수도 공사를 한다며 길바닥을 파헤쳤는데, 아직 이 공사가 끝나지 않는다. 파헤친 채 울퉁불퉁. 언제쯤 이 공사를 끝마치려나. 패인 데를 지나갈 때마다 자전거가 덜컹거리면서 망가지려는 소리를 낸다.

- 도화면에 꼭 하나 있는 작은 빵집 아저씨한테 ‘쌀 바게트’는 언제 굽느냐 여쭙는다. 한 주에 한 번 굽고, 지난주에는 금요일에 구웠는데 여덟 개 구워서 넷 남았다고 한다. 내일 굽는다고 하니, 내일이나 모레에 다시 와 보아야겠다.

- 십일월을 코앞에 둔 오늘, 논은 거의 다 베었다. 아직 안 벤 논은 거의 안 보인다. 일찌감치 벼를 벤 자리 가운데에는 밀을 심은 곳이 있다. 저 논은 봄부터 가을까지는 벼를 건사하고, 가을부터 봄까지는 밀을 건사하는구나. 논이 쉴 겨를이 없구나.

- 남녘누리 따사로운 바람을 쐬면서 면내 마실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온다. 마을 할매와 할배가 볏짚을 깔고 앉아 쉬는 모습을 바라본다. 다른 데를 보셔서 인사를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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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빨래널기


 조물조물 주물러서 헹구기까지 마친 빨래를 바가지에 수북하게 담아 마당으로 나온다. 마당에 빨랫대 세워 빨래널기를 할까 생각하다가, 앞으로 우리 밭이자 아이들 흙놀이터가 될 빈터로 올라간다. 빨랫대는 헌 시멘트기와로 받친다. 둘째 기저귀랑 첫째 옷가지를 넌다. 파란하늘과 고운 햇살을 받으면서 이 빨래가 보송보송 마르겠지. 모과나무 곁에서 빨래가 마르고 하얀구름 올려다보며 빨래가 마른다. 다 마친 빨래를 널고 나면 아주 말끔하고 개운하다. (4344.10.29.흙.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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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피 2011-10-30 20:53   좋아요 0 | URL
ㅎㅎ 이사간 집이신가요?

숲노래 2011-10-31 04:35   좋아요 0 | URL
새 보금자리 뒷터랍니다~
 


 겪은 대로 글쓰기


 어릴 적 어머니 곁에서 손빨래를 배운 버릇 그대로 내가 아버지 되어 살아가는 오늘 손빨래를 합니다. 내 옆지기는 옆지기대로 어린 나날 옆지기 어머님하고 함께 살아오면서 보고 배운 결에 따라 오늘 손빨래를 합니다.

 사랑을 받으면서 자라난 아이들은 저희가 받은 사랑을 따사로운 손길과 마음길로 나눕니다. 사랑을 받지 못한 채 자라난 아이들은 이웃이나 동무가 나누는 사랑을 받을 때에도 어수룩하지만, 이 아이들 스스로 둘레 이웃이나 동무한테 따사로이 사랑을 나누는 길을 잘 모릅니다.

 내 어버이가 나한테 베푼 밥차림 입맛이 오래도록 혀에 맴돕니다. 나는 내 혀에 맴도는 입맛을 떠올리면서 내 아이한테 밥상을 차려서 베풉니다. 나는 내 몸에 좋다고 느끼는 밥을 즐거이 먹습니다. 남들이 좋다고 추켜세운달지라도 나는 내 몸에 좋다고 느끼지 못하면 하나도 반갑지 않은 밥입니다.

 내 보금자리 샘가에서 뛰노는 푸른개구리를 바라보면서 ‘푸른개구리는 이렇게 생기고 이만 한 크기로구나’ 하고 헤아립니다. 충청북도 멧자락에서 푸른개구리는 날이 추워 벌써 자취를 감추었기에 충청북도에서 살아가던 때에는 시월이 막바지로 달릴 때에 푸른개구리 이야기를 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전라남도 아랫녘에서는 샘가에서 함께 물놀이를 하는 푸른개구리를 바라봅니다. 십일월에도 푸른개구리를 본다면 나는 이곳에서 십일월까지 푸른개구리 이야기를 할 테지요.

 인천 골목동네 마실을 하면서 곧잘 석류나무를 보았습니다. 탱자나무도 보고 호두나무도 보며 대추나무도 보았습니다. 나는 내가 본 대로 생각하고 본 대로 이야기하며 본 대로 느낍니다. 보지 못하고서는 생각하지 못하며, 겪지 못하고서는 이야기하지 못합니다.

 한 번 읽고 나서 참 좋았다고 떠올리는 사람들 책을 다시금 찾아서 읽습니다. 아직 익숙하지 않거나 알지 못하는 사람들 책은 일찌감치 이름을 아는 사람들이 쓴 책하고 견주어 손이 덜 가기 마련입니다. 그러나, 겪지 못한 이야기는 눈으로 읽든 머리로 읽든 알아차릴 수 없으며, 느낄 수 없는데다가, 깨달을 수 없습니다.

 맑은 누리를 겪지 못하고서는 맑은 넋을 알 수 없어요. 밝은 보금자리를 겪지 못하고서는 밝은 보금자리를 헤아릴 수 없어요. 머루와 다래를 손수 따서 맛보아야 머루맛과 다래맛을 압니다. 쑥을 뜯고 달래를 캐서 먹어야 쑥맛과 달래맛을 알아요. 낫을 쥐어 나락을 베어야 낫질을 알겠지요. 짐을 짊어지고 멧등성이를 오르내려야 땀흘리는 고단함을 알 테지요.

 겪을 수 있어야 쓸 수 있어요. 겪는 삶이어야 글을 쓰는 삶이에요. 겪을 수 있어야 그림을 그리고, 겪을 수 있을 때에 사진을 찍으며, 겪는 자리에 선 뒤에야 노래를 부를 수 있어요.

 가을을 느끼며 가을 이야기를 씁니다. 시골자락 할매와 할배랑 어울리며 시골자락 할매와 할배 이야기를 씁니다. 산들산들 부는 바람을 맞으며 산들바람 이야기를 씁니다. 나뭇잎 나부끼는 푸른바람을 쐬면서 푸른바람과 가을잎 이야기를 써요. 밤새 풀벌레소리를 듣기에 풀벌레소리 이야기를 쓸 수 있습니다. 맨발로 흙땅을 달리고 나서 맨발에 밟히는 흙내음과 흙살 이야기를 써요. (4344.10.22.흙.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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