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쪽지 2011.12.5.
 : 문에 바를 천을 사러

 


- 돌이키면, 바쁘거나 힘들다는 말은 늘 핑계가 아니었을까. 네 식구 살아가는 집을 더 바지런히 손질하고 다듬어야 하지 않는가. 한겨울이 닥친 지 언제인데, 이제서야 문에 바를 천을 사러 나온다. 이장님 댁 아주머니가 창호종이만 바르지 말고 안쪽에 천을 하나 대면 더 따숩다 하신 말씀을 듣고는 면에 천을 사러 간다. 어느 집에서 팔려나.

 

- 면으로 가는 길에 새로운 길로 접어들기로 한다. 옆 마을로 슬쩍 접어들다가는 논둑길을 달린다. 아이는 수레에 앉아 “왜 이 길로 가?” 하고 묻는다. “오늘은 다른 길로 달릴게. 저기 좀 봐. 여기에서는 우리 집이 안 보이지만, 마을이 넓게 잘 보여.”

 

- 커텐 파는 집에 들른다. 이곳에서 천을 판다. 문 크기를 헤아리면서 조금 넉넉하게 장만한다. 할머니가 썩썩 자른다. 아이는 평상에 앉아 커텐집 할머니가 천 자르는 모습을 구경한다. 커텐집 할머니는 호덕마을에 사신단다.

 

- 면내 빵집에 들른다. 아이를 수레에 태우고 달릴 무렵, 빵집 건너편 살림집 쇠문을 바라본다. 쇠문에 ‘1967’이라는 숫자가 새겨졌다. 옳거니, 집을 새로 지을 때에 이런 무늬를 넣을 수 있구나. 1967년에 지은 집이라니. 인천에서는 1950년대 첫무렵에 지은 집을 참말 자주 많이 보았다. 시골에서는 가장 오래된 여느 살림집이 언제 적 집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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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11-12-14 19:48   좋아요 0 | URL
된장님~ 보내주신 책 잘 받았습니다, 고맙습니다~~~ 꾸벅^^
책선물보다 책읽기여야 하는데 요즘 날새기로 하는 일이 있어 금세 읽기는 어렵지만, 독서회원들이랑 지역주민들과 같이 읽겠습니다~
오늘은 16차 `도서관 자원봉사자` 교육을 마치고 14명이 우리집(작은도서관)을 둘러보러 왔었어요~ 앞으로도 심화교육과 실습 등 지속적인 모임을 가질 예정인데 늘푸른 작은도서관에서도 모입니다. 누군가에게 쓰임이 된다는 건 좋은 일이지요.^^

숲노래 2011-12-14 20:04   좋아요 0 | URL
좋은 이야기 새록새록 나누면서
언제나 살뜰한 책쉼터로
이어가시리라 믿어요~~~
 

자전거쪽지 2011.12.1.
 : 추워도 잘 자는 아이

 


- 새로 받은 수레를 자전거에 달았다. 새 수레를 단 느낌을 기쁘게 맛보고 싶어 자전거를 달린다. 늘 따스하다가 모처럼 찬바람이 분다. 아이는 수레에서 춥지 않을까 걱정스럽지만, 충청북도 멧골집에서는 훨씬 추울 때에도 장보기 하러 다니곤 했으니, 이만 한 추위라면 뭐.

 

- 자전거수레를 바깥으로 빼려고 대문을 연다. 대문은 다 안 열린다. 마당에 시멘트로 북돋우면서 대문이 다 안 열리게 된 듯하다. 내가 마당 시멘트를 바르지 않았으니 어쩔 수 없다. 시멘트를 다 까야 하나. 아이가 대문을 잡아 준다. 고맙다.

 

- 면내 볼일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올 무렵, 아이가 크게 하품을 한다. 뒷거울로 하품 하는 모습을 보다가는 까무룩 잠드는 모습을 본다. 집에서 놀 때에는 낮잠을 안 자더니, 이렇게 자전거마실을 하면 어김없이 낮잠을 자는구나.

 

- 낮잠을 자는 아이가 스르르 미끄러진다. 자리끈을 살짝 느슨하게 했더니, 코코 자는 아이가 스르르 미끄러지며 아이한테 씌운 옷 속으로 파묻힌다. 어쩌면 잘 된 셈이지. 바람을 덜 쐬며 집으로 돌아오니까. 마당으로 자전거를 들이며 돌아보니 아예 보이지 않는다. 사진 한 장을 더 찍는다. 아이를 안고 방으로 들인다. 신을 벗기고 이불을 여민다. 아이는 한참 달게 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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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쪽지 2011.11.27.
 : 부탄가스 사러 가기

 


- 집에서 쓰는 가스가 다 떨어진다. 일요일 아침. 면내 가스집에 전화를 건다. 받지 않는다. 부탄가스로 국을 마저 끓이기로 한다. 그나마 밥을 다 할 때까지 가스가 나왔다. 해가 질 무렵 면내에 다녀오기로 한다. 남은 부탄가스가 얼마나 될는지 모르니까 미리 사 놓기로 한다. 아이는 집에 있으라 하고, 나 혼자 수레를 뗀 홀가분한 자전거로 달린다. 2.1킬로미터를 얼마나 빨리 달릴 수 있나 싱싱 발판을 밟는다. 딱 4분. 쉬잖고 발판을 힘껏 밟으니 4분 만에 닿는다. 참 가깝기도 해라. 가게에서 부탄가스를 산다. 가스집에 들러 이듬날 아침에 가스통 하나 갖다 달라 이야기한다. 전화는 안 받지만 마을 구멍가게 노릇을 함께하는 가스집은 문이 열렸다. 문은 열면서 일부러 전화만 안 받으셨나? 집으로 돌아오는 길은 천천히 달린다. 따스한 저녁바람을 쐰다. 남녘땅 시골마을 저녁바람은 차갑지 않다. 천천히 저녁바람 느끼면서 달리며 여러 마을에서 피어나는 불줄기를 바라본다. 아, 저녁이라 쓰레기 태우느라 불을 피우는구나. 어둠은 까맣게 내리고, 별빛이 차츰 또렷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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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쪽지 2011.11.25.
 : 바지끈 묶기

 


- 찬바람이 부는 날에는 긴바지를 입고 자전거를 몬다. 대문을 활짝 열고 자전거수레를 밖에 두고 자전거에 올라탈 무렵, 아차 하고 깨닫는다. 바지 다리끈을 묶어야지. 집으로 들어와 끈으로 한쪽 다리를 묶는다. 우체국에 보낼 소포꾸러미는 아이가 앉은 수레 앞쪽에 놓는다. 아이는 두 발을 쭉 뻗고 앉는다. 찬바람이 부는 늦가을이지만, 이 바람이 좋다. 이 바람을 아이와 함께 쐴 수 있어 더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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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딸기 사는 마음

 


 추운 겨울날 비닐집에서 딸기를 기르는 흙일꾼이 있기 때문에 한겨울에도 딸기를 사다 먹을 수 있습니다. 어쩌면 따뜻한 집안에서 딸기씨나 딸기모를 심어 기르면 집에서 기르는 딸기를 먹을 수 있겠지요. 배불리 먹을 만큼 기르지는 못하더라도 집에서 길러 겨울날 먹는 겨울딸기는 남다르리라 느낍니다.

 

 서울마실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읍내 가게에 들르는데 딸기 한 소쿠리 보입니다. 값이 만만하지 않습니다. ‘오늘(12월 7일)은 내가 태어난 날이니, 집에서 꾸릴 밥상에 딸기를 올릴까?’ 하고 생각합니다. 딸기 한 소쿠리를 장만하면서 얼마 앞서 면내 빵집 아주머니가 들려준 말을 떠올립니다. 곧 봄을 맞이하면 온 들판에 멧딸기가 가득해서 마을 할머니들이 딸기잼을 만들어 먹는다고.

 

 네 식구 살아가는 우리 마을 언저리 들판이나 멧자락에도 멧딸기가 나겠지요. 네 식구 봄맞이를 할 때에 이곳저곳에서 스스로 나서 스스로 해바라기를 하는 고운 멧딸기를 신나게 맛볼 수 있겠지요. 아마 우리 네 식구는 딸기잼을 만들 수 없을 테고, 왜냐하면 입에 넣느라 바쁠 테니까요, 둘째도 그무렵에는 딸기맛을 보리라 생각합니다.

 

 따스한 봄바람을 기다리는 겨울입니다. 따뜻한 봄햇살을 꿈꾸는 겨울입니다. 봄은 여름을 기다리고, 여름은 가을을 꿈꾸며, 가을은 겨울을 손꼽다가는, 겨울은 봄을 이야기합니다. (4344.12.13.불.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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