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쪽지 2012.1.15.
 : 마당에서 자전거 놀이

 


- 아이가 마당에서 자전거를 타고 논다. 이제 네발자전거 아주 씩씩하게 잘 달린다. 가고픈 데 마음껏 달릴 수 있다. 다섯 살 아이는 제 네발자전거 앞바구니에 콩순이 인형을 앉힌다. 긴 뜨개치마가 자꾸 바퀴에 걸리기에 “긴 치마 좀 벗으렴.” 하고 이야기했더니, 치마를 벗을까 말까 망설이다가 아랫단을 끌어올려 콩순이 앉힌 바구니에 넣는다. 치마를 벗기 싫다는 뜻. 싱글생글 웃으며 자전거를 탄다. 마당을 빙글빙글 돈다. 마당이 제법 넓으니 아이가 마음껏 놀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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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고양이 2012-01-16 15:27   좋아요 0 | URL
아아, 벼리가 행복해보이네요.
그리고 뜨게질 옷 너무 인상적이예요, 저두 저런거 뜨고 싶다고
너무 부럽다고 옆지기님께 전해주셔여~

숲노래 2012-01-16 17:10   좋아요 0 | URL
옆지기가 이 옷 뜨느라 한 달 조금 안 되게 걸렸던가 그래요.
^^;;;
익숙한 사람은 며칠이면 뜰 테고,
서툰 사람은 한 달쯤 잡으면 돼요 ^^;;;;;

울보 2012-01-16 16:46   좋아요 0 | URL
정말 솜씨가 좋은 옆지기님을 두셨네요,,
웃는 따님 얼굴이 너무 이뻐요,

숲노래 2012-01-16 17:10   좋아요 0 | URL
솜씨이기도 할 테지만,
참을성과 꾸준함이에요 ^^;;;
 


 바느질 아버지 글쓰기

 


 기저귀싸개를 기운다. 첫째 아이가 이태 남짓 썼고, 둘째가 다시 여덟 달째 쓰는데, 기저귀싸개는 거의 날마다 빨래를 한다. 첫째 때에는 이 기저귀싸개를 하루에 두 차례 빨래한 적이 있고, 어느 날에는 세 차례까지 빨래해야 하기도 했다. 기저귀도 천이 낡고 닳아 첫째한테 쓰던 기저귀는 둘째한테 쓸 수 없어 새로 장만했다. 둘째가 쓰는 기저귀 또한 둘째가 기저귀를 떼고 나면 고스란히 남으리라. 이 낡고 닳은 천은 다른 데에는 못 쓸 텐데, 옆지기는 이 천을 하나하나 이어 커튼으로 삼으면 된다고 말한다. 몇 장은 걸레로 써 보는데, 걸레로 해도 꽤 좋기는 한데, 워낙 낡고 닳아서 금세 너덜너덜해지고 만다.

 

 첫째하고 함께 살던 첫무렵, 기저귀 올이 차츰 풀리며 구멍이 나면 한 땀 한 땀 기우곤 했다. 바느질로 기우면 이 자리가 살에 닿을 때에 꺼끌꺼끌하다 하기에, 나중에는 기우지 않고, 구멍난 자리를 살살 달래며 빨래하고 개키기를 했다. 둘째가 쓰는 기저귀도 두 장은 구멍이 조그맣게 났다. 기우고픈 마음이 굴뚝같으나 빨래하고 개킬 때에 살살 하자고 생각한다.

 

 까만 실을 길게 잘라 두 가닥으로 한 다음 바늘귀에 실을 꿴다. 끄트머리를 두 차례 매듭짓고 천천히 바느질을 한다. 생각해 보면, 내 양말들도 뒷꿈치를 기워야 한다. 내 청바지도 천을 대서 마저 기워야 한다.

 

 내 옷은 나중에 기우자 생각하며 으레 한참 뒤로 미루기 일쑤이다. 다른 옷을 입으면 된다 여기고, 아이들 옷가지와 기저귀를 먼저 챙긴다. 아마, 내 어버이와 옆지기 어버이도 이와 같이 우리들을 돌보며 살아오시지 않았을까. 내가 괜히 이렇게 바느질을 한다고는 느끼지 않는다. 내가 받은 사랑이 내 마음과 몸에 곱게 감돌면서, 이처럼 한 땀 두 땀 손을 놀리리라 믿는다. 아이들하고 나누는 사랑은 아이와 어른 모두한테 좋은 씨앗이 되어 마음밭에 뿌리를 내린다. 서로서로 나누는 사랑은 서로서로 소담스런 열매가 된다. 해맑은 꽃이 피어난다. 나는 사랑이 어린 씨앗과 꽃과 잎사귀와 열매를 받아먹으며 글을 쓸 수 있다. (4345.1.16.달.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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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바람 2012-01-16 17:16   좋아요 0 | URL
정말 근사해요
웃음도 나고 따뜻해지네요

숲노래 2012-01-16 17:30   좋아요 0 | URL
옆지기는 퍽 가지런히 바느질 했지만
저는 꽤 엉성궂게... -_-;;;
 


 설빔 빨래

 


 첫째 아이 입을 옷가지 넉 벌을 읍내에서 새로 장만했다. 이제껏 첫째 아이 옷은 으레 이웃이나 동무한테서 고마이 얻어 입혔는데, 아주 오랜만에 우리 살림돈을 털어 새옷을 장만했다.

 

 옆지기는 이 새옷을 한 번 빨래한 다음 입혀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아이고, 새 옷 넉 벌, 그러나 두 벌은 위아래가 한 벌이니 여섯 장을 빨아야 하는데, 첫째 아이가 여섯 살이 되어도 입을 만큼 넉넉한 이 옷을 한 번 빨아서 입혀야 한다고?

 

 그렇지만, 옆지기 말이 옳다. 새로 장만한 옷을 그대로 입히는 어버이가 어디 있나. 한 번 정갈하게 빨래해서 곱게 말리고는 기쁘게 입혀야지.

 

 새옷을 장만한 지 이레가 되도록 빨래를 하지 못한다. 내가 앓아누워 골골대기도 했고, 날마다 쏟아지는 빨래를 하기란, 아파서 골골대는 몸으로 퍽 벅차니까. 이제 몸이 어느 만큼 나아졌다고 느껴, 오늘 저녁 드디어 첫째 아이 새옷을 빨래한다. 아이를 씻긴 물로 헹구면 되리라 여기며 빨래하는데, 도톰한 새 옷 넉 벌 가운데 위아래 나뉜 두 벌, 곧 넉 장을 빨래한다. 빨래를 하고 보니 아이 씻긴 물이 많이 남는다. 아이는 꽤 따신 물로 씻기니, 빨래를 하며 헹굴 때에는 찬물을 섞는데, 이러다 보니 생각 밖으로 물이 많이 남고 말아, 이튿날 새벽이나 아침에 하려고 남긴 빨래까지 더 비비고 헹구기로 한다.

 

 씻긴 아이는 방으로 보낸다. 옆지기가 옷을 새로 꺼내 준다. 나는 빨래를 마저 한다. 빨래를 마저 하는데 뜨뜻한 물이 많이 남는다고 그만 빨래를 왕창 하니까 허리가 아주 뻑적지근 쑤신다. 아이고, 물이 남으면 이 물로 내가 씻으면 되지, 왜 빨래를 더 한다고 이러다가 허리를 괴롭히나.

 

 빨래를 마치고 이곳저곳에 찬찬히 나누어 널며 생각한다. 이렇게 집일을 바보스레 하면서 무슨 살림꾼 노릇을 한다고 말할 수 있겠는가. 억척스러운 모습이 아니라 우스꽝스러운 모습이 아닌가. 그나마, 첫째 아이한테 설빔을 입힐 수 있다고 생각하며 마음을 달랜다. (4345.1.15.해.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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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고양이 2012-01-16 15:35   좋아요 0 | URL
전여, 된장님의 빨래 이야기를 읽을 때마다
예전 아낙네들이 저리 하루종일 빨래를 했겠구나 하는 생각에 한숨이 나옵니다.
세탁기는 일부러 장만하지 않으시는거예요, 아님 책 사시느라 돈이 없으신거예요?

골병 드시겠어요... 에구구.

숲노래 2012-01-16 17:22   좋아요 0 | URL
빨래기계는 딱히 쓸모가 없어 장만하지 않았어요.
그런데 두 아이하고 옆지기만 집에 남아야 할 때가 있으면,
이제 아무래도 힘들 듯해서
장만하려고요 ㅠㅜ

날마다 꾸준히 빨래를 하면 딱히 빨래기계는 없어도 돼요.
그리 대단한 집일은 아니니까요.

그러나... 너무 여기에 매이면 ^^;;;
힘들지요~

분꽃 2012-01-16 18:50   좋아요 0 | URL
ㅎㅎㅎ 그러니까 제가 세탁기 사시라고 했잖아욧...!!!

숲노래 2012-01-16 19:30   좋아요 0 | URL
에고... 아마 이달 끝무렵쯤 장만할 듯합니다 ^^;;;;
 


 아기 업고 빨래 널기

 


 갓난쟁이 둘째를 업고 빨래를 넌다. 바닥을 기며 누나하고 놀면 좋으련만, 아버지가 마당에 빨래를 널 때에는 누나가 아버지 따라 마당으로 달려나와서 함께 빨래를 널거나 달음박질을 하거나 자전거를 타니까, 혼자 마루에 남기 싫어 앙앙 울어대니, 업고서 빨래를 넌다.

 

 아기를 업으며 빨래를 널자니 두 손을 빨래줄로 뻗어 빨래를 널면서 포대기가 조금씩 흘러내린다. 둘째는 누나가 자전거 타며 노는 양을 이리 고개 돌리고 저리 고개 돌리며 쳐다보느라 바빠 포대기가 자꾸 헐거워진다. 산들보라야, 네가 이렇게 고개를 홱홱 돌리며 손까지 빼서 몸을 돌리면 밑으로 흘러내려 빨래를 널 수 없잖니. 그러나 둘째는 누나가 자전거 타는 양을 쳐다보고 싶겠지. 아무렴, 아버지가 너를 잘 안고 한손으로 빨래널이를 해야겠구나.

 

 똥기저귀 두 장, 오줌기저귀 두 장, 어머니 속옷이랑 두꺼운 겉옷과 긴소매 옷 한 벌씩, 둘째 양말 한 켤레, 둘째 두꺼운 웃도리 한 벌, 손닦개 한 장을 넌다. 손가락이 차츰 얼어붙는다. 오늘은 해가 들지 않아 바람이 살랑살랑 가벼이 불지만 손가락이 살짝 시릴 만큼 언다. 이만 한 날이라면 기저귀도 살짝 얼는지 모른다. 낮에는 부디 해가 조금이나마 비추면서 기저귀랑 옷가지를 보송보송 말려 주면 좋겠다.

 

 빨래를 다 널고 방으로 들어온다. 포대기를 풀어 둘째를 내려놓는다. 첫째도 방으로 들어온다. 둘째가 막 울려 하다가 누나를 보고 울음을 그친다. 아기를 내려놓으니 등허리가 아주 홀가분하다. 기지개를 켜며 팔다리를 풀어 준다. (4345.1.15.해.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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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루치 글쓰기

 


 고단하게 하루를 보내고 나서 잠자리에 들 무렵, 등허리를 펴고 손가락과 발가락을 꼼지락꼼지락 움직이며 푼다. 오슬오슬 추위에 살짝 몸서리를 치다가 조금씩 몸이 따뜻해진다. 쑤신 머리통을 꼭꼭 누른 다음 부시시 일어난다. 바야흐로 깊이 잠들기 앞서 오늘 하루치 글을 쓰자고 생각한다.

 

 살아낸 이야기를 떠올린다. 살아갈 이야기를 되새긴다. 살아가는 옆지기와 아이들 모습과 얼굴과 손발을 헤아린다. 내 삶을 글 한 줄에 모두 담을 수 없고, 내 삶은 글쓰기로 갈무리할 수 없다. 그러나, 나는 글 한 줄에 앞으로 꽃이 될 씨앗과 같은 내 삶자락 이야기를 싣는다. 오늘 하루 어떠한 삶씨가 내 보금자리에 드리웠는가를 돌아보고 싶다. 하루하루 꾸준하게 돌아보지 않는다면, 나는 내 고마우며 아름다운 나날을 그만 잊거나 아무렇게나 흘리고 만다고 느낀다.

 

 꼭 글을 써야 하지는 않다. 굳이 글을 안 써도 되는 일은 아니다. 우러나오는 글이기에 쓰고, 샘솟는 말이기에 나눈다. 우러나오는 사랑이기에 꽃을 피우고, 샘솟는 믿음이기에 열매를 맺는다. 두 아이 새근새근 색색 숨소리를 듣는다. 아버지는 글을 쓰고, 어머니는 뜨개질을 한다. (4345.1.14.흙.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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