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실길 빨래

 


 고흥에서 음성으로 가던 날 새벽, 둘째 똥기저귀랑 오줌기저귀를 신나게 빨래한다. 시외버스로 돌고 도는 멀디먼 길에 오줌이랑 똥에 젖은 기저귀를 그냥 들고 갈 수 없다고 생각한다. 고흥에서 광주로 가는 시외버스에는 우리 네 식구만 탄다. 옆 빈자리에까지 옷걸이에 꿴 젖은 기저귀를 넌다. 광주에서 청주로 가는 시외버스에는 사람들이 꽉 차고 유리창에 김이 잔뜩 끼기에 빨래를 널지 못한다. 청주에서 음성으로 가는 버스는 옷걸이를 걸 만한 자리가 없고 온몸이 파김치가 되니 빨래를 못 넌다.

 

 이틀을 음성 할머니 할아버지 댁에서 묵고 나서 고흥집으로 돌아온다. 고단한 몸을 누이기 바쁜 나머지, 둘째가 내놓은 똥기저귀랑 기저귀싸개 석 장만 빨래하고 나머지 빨래는 이듬날로 미룬다. 새벽에 둘째 칭얼거리는 소리에 깬다. 오줌기저귀 갈고 첫째 아이 코와 손을 씻긴다. 첫째 아이도 얼마 뒤 쉬를 눈다. 셈틀 앞에 앉아 조용히 지난 며칠을 돌아본다. 사흘 동안 찍은 사진을 가만히 살핀다. 아하, 이런, 고흥으로 오기 앞서 음성에서 빨래하고 말리지 못한 기저귀를 봉지에 담은 채 밤새 안 꺼냈잖아. 부랴부랴 젖은 기저귀를 꺼낸다. 덜 마른 기저귀 다섯 장을 옷걸이에 꿰어 넌다. 히유, 한숨을 돌린다.

 

 첫째를 데리고 마실을 다니던 때, 먼길 마실을 하며 빨기만 하고 말리지 못한 옷가지를 봉지에 담은 채 며칠 깜빡 잊기 일쑤였다. 며칠이 지나 고단한 몸을 겨우 추스르면서 짐을 끌를 때, 여러 날 봉지에 처박은 빨래를 알아챈다. 이즈음 되면 젖은 기저귀 빨래는 그만 곰팡이꽃으로 얼룩지기 마련. 젖은 빨래는 가방에 넣으면 안 된다. 잘 알아볼 자리에 봉지 구멍을 열어서 두어야 한다. 제발 바보짓 하지 말자. (4345.1.24.불.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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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꿈에서 쓰는 시

 


 꿈을 꾼다. 꿈에서 온갖 이야기가 펼쳐진다. 이 이야기들은 내 머리속으로 품는 생각들일까, 이 이야기들은 내가 바라는 생각들일까, 이 이야기들은 앞으로 내가 살아갈 생각들일까. 꿈속을 누비는데, 꿈에서 내가 시를 쓴다. 아홉 줄인가 열 줄인가, 꿈속을 누비는 내가 시를 찬찬히 읊는데, 이 시 꽤 좋다. 음, 그런데 꿈을 누비면서 시를 쓰지 않니. 그래, 그렇구나. 그러면 이제 눈을 뜨고 일어나 빈책에 이 시를 옮겨적을까. 그러나 몸을 일으키지 않는다. 등허리가 뻑적지근하다고 느껴, 이 뻑적지근한 등허리를 곧게 펴고 싶기에, 애써 일어나지 않는다. 문득, 이렇게 꿈에서 쓰는 시를 아침에 일어날 때에는 다 잊지 않을까 하고 생각한다. 그러다가, 아침에 이 시를 다 잊어도 나쁘지 않다고, 내 꿈속에서 쓰는 시는 아침이 되어 가뭇없이 사라질는지 모르나, 내 마음속에는 깊이 남아 언제까지나 나하고 함께하리라 느낀다. 내 좋은 삶이 내 좋은 꿈으로 태어나고, 내 좋은 꿈은 내 좋은 삶으로 이어지리라. 나는 꿈을 꾸면서 꿈속에서 좋은 생각으로 씨앗을 심고, 나는 꿈에서 깨어 새 하루를 맞이할 때에는 차근차근 뿌리내리고 잎을 틔우며 줄기를 올릴 좋은 생각나무를 기쁘게 돌보면 된다. 아이들이 오늘 하루도 어김없이 일찌감치 잠에서 깬다. 아침부터 온 집안이 부산하고 시끌벅적하다. (4345.1.22.해.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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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쪽지 2012.1.16.
 : 대문 여는 손

 


- 우체국에 가서 편지를 띄워야 한다. 지난 한 해에 걸쳐 아이들과 부대낀 시골살이 이야기를 그러모은 동시꾸러미가 있어, 이 꾸러미를 출판사 일꾼한테 보내려고 한다. 동시책을 내줄는지 안 내줄는지 알 길이 없다. 더구나, 동시책을 내지 않는 출판사에서 일하는 일꾼한테 글꾸러미를 보낸다. 동시책을 펴내는 출판사가 여럿 있으나, 나로서는 이들 출판사 가운데 내키는 데가 없다. 나는 말놀이 동시를 쓰지 않고 쓰지 못하며 좋아하지 않기 때문이다. 나는 나 스스로 우리 아이하고 즐길 동시를 쓰고, 우리 아이와 비슷한 나이로 무럭무럭 자라날 아이들이 함께 읽으면 좋으리라 여기는 동시를 쓰기 때문이다.

 

- 곧 설날이기에 서둘러 우체국으로 가자고 생각하며 자전거수레를 몬다. 이렁저렁 고뿔 기운 가라앉은 첫째를 수레에 태운다. 수레에 타고 마실을 한다니 타기 앞서부터 아주 좋아한다. 너하고 자주 들길이나 멧길을 거닐어야 하는데, 미안해.

 

- 마을을 한 바퀴 빙 돌고 나서 면내로 달린다. 겨울이지만 마치 봄과 같은 날씨라 춥지 않다. 아이는 수레에 앉아 노래를 부른다. 노래소리 들으며 다리에 더 힘을 주어 발판을 밟는다.

 

- 편지를 부치고 집으로 돌아온다. 아이를 수레에서 내린다. 대문 빗장을 연다. 아이는 대문 한쪽에 붙어 문이 닫히지 않게끔 붙잡는다. 고 자그마한 손으로 용을 쓰며 붙잡는다. 아버지가 왜 얼른 안 들어오냐고 부르면서도 놓지 않는다. 사진 한 장 예쁘게 찍고 마당으로 들어선다. 이 착하고 어여쁜 아이하고 살아가는 나는 얼마나 고마운 선물을 늘 누리는 사람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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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늘 하는 일, 빨래

 


 둘째 아이가 새벽 두 시 십 분에 깬다. 새벽 두 시 오십 분에 똥을 눈다. 새벽 세 시 사십 분에 잠이 든다. 새벽 두 시 오십오 분에 기저귀를 갈고 밑을 씻긴다. 새 기저귀를 채우고는 똥기저귀를 빨래한다. 똥기저귀 빨래하는 김에 지난밤 나온 오줌기저귀 두 장을 함께 빨래한다.

 

 똥기저귀는 똥기를 뜨신 물로 씻고 애벌비누질 한다. 밤에 보일러를 한 차례 돌렸으니 뜨신 물 잘 나온다. 오줌기저귀는 뜨신 물 살짝 부은 다음 비누질을 한다. 그러고서 오줌기저귀 두 장을 대야에 담아 헹구고, 이렇게 헹군 물로 똥기저귀에 부어 두벌비누질과 세벌비누질을 한다. 오줌기저귀는 새 물로 헹구니 차츰 빨래가 끝나고, 똥기저귀는 닷벌비누질을 할 즈음 똥기가 거의 모두 사라진다.

 

 이윽고 오줌기저귀를 일곱 차례 헹구니 헹굼물이 말갛다. 여덟 차례 헹구고 나서 꾹꾹 짜고 턴다. 오줌기저귀 한 장이 더 있지만 아침에 일어나서 빨기로 하고, 여덟째 헹굼물을 담은 작은 대야에 넣는다. 이제 남은 새 물로 똥기저귀를 헹군다.

 

 모처럼 밤똥 빨래를 하다가 생각한다. 첫째 아이 때에는 밤똥 빨래를 꽤 자주 했을 뿐 아니라, 밤오줌 빨래 또한 참 자주, 아니 날마다 여러 차례 했다. 둘째는 아직 돌이 안 되었는데 밤오줌을 몇 차례 누지 않는다. 사내는 가시내보다 오줌을 덜 누기는 덜 누니, 참말 밤에 한결 느긋하다 할 만하다. 그러나, 사내이든 가시내이든, 밤에 칭얼거리기는 둘 모두 똑같다. (4345.1.19.나무.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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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바람 2012-01-19 08:23   좋아요 0 | URL
빨래 아빠가 하셔요? 와
당연한 육아분담이지만 참 대단하셔요.
쉽지 않은 일이지요

숲노래 2012-01-19 10:07   좋아요 0 | URL
육아분담이라기보다...
옆지기가 워낙 몸과 마음이 아픈 사람이라
집일은 다 제가 해요.
그래서... 집살림이 꽤나 엉성하답니다 -_-;;;;;;
 


 사랑하는 글쓰기

 


 지식을 담아 쓰는 글은 지식으로 읽습니다. 지식으로 읽는 글은 내 머리에 지식으로 쌓입니다. 정보를 담아 쓰는 글은 정보로 읽습니다. 정보로 읽는 글은 내 머리에 정보로 담깁니다.

 

 사랑을 담아 쓰는 글은 사랑으로 읽습니다. 사랑으로 읽는 글은 내 가슴에 사랑으로 뿌리내립니다. 꿈을 담아 쓰는 글은 꿈으로 읽습니다. 꿈으로 읽는 글은 내 가슴에 꿈으로 스며듭니다.

 

 비판을 담아 쓰는 글은 비판으로 읽습니다. 비판으로 읽는 글은 내 눈길에 비판으로 자리잡습니다. 비평을 담아 쓰는 글은 비평으로 읽습니다. 비평으로 읽는 글은 내 손길에 값을 따지는 얼룩으로 물듭니다.

 

 미움을 담아 쓰는 글은 미움으로 읽습니다. 기쁨을 담아 쓰는 글은 기쁨으로 읽습니다. 짜증을 담아 쓰는 글은 짜증으로 읽습니다. 웃음을 담아 쓰는 글은 웃음으로 읽습니다. 아픔을 담아 쓰는 글은 아픔으로 읽습니다. 땀방울 담아 쓰는 글은 땀방울로 읽습니다.

 

 나는 내 삶을 담으며 글을 씁니다. 나는 내 삶을 비추며 글을 읽습니다. 나는 내 삶을 되새기면서 하루하루 맞이합니다. 내 삶을 고운 사랑으로 알뜰히 빛내고 싶다면, 나는 언제나 내 온 사랑을 그득그득 싣는 글을 아름다운 넋으로 즐거이 쓸 노릇입니다. (4345.1.18.물.ㅎㄲㅅㄱ)

 

 

 

 

 

 

 

 

 

 

 

 

 

드디어

사랑하는 글쓰기

다음 책이 나왔는데

언제쯤 책방에 들어갈까...

기다리고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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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고양이 2012-01-18 11:47   좋아요 0 | URL
지난번 말씀하신 책, 나왔나 찾아보니 아직이네요..
기다리는 순간이 가장 초조하고도 가장 즐거운거 같아요. ^^

빨리 나왔으면 좋겠네요~

숲노래 2012-01-18 12:18   좋아요 0 | URL
아마 금요일쯤 들어가지 않을까 싶어요.
그래야 설을 앞두고 주문을 받을 테니까요 @.@
이구궁~

stella.K 2012-01-18 14:47   좋아요 0 | URL
오, 책이 또 나오는군요.
참 부지런도 하십니다.
축하합니다.^^

숲노래 2012-01-18 15:38   좋아요 0 | URL
제 일이 이런 일이라서요...
에고고공 ^^;;;;

2012-01-18 16: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01-19 03:35   URL
비밀 댓글입니다.